19. 자상한 나의 스승, 축원 묘도(竺元妙道)스님
스승 축원(竺元)스님은 여 일암(如一菴)스님이 절서(浙西)에서 많은 책을 구입하여 태백사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일 요당(惟一了堂)에게 서신을 보냈다.
”듣자하니 일암스님이 많은 책을 사 가지고 돌아왔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다른 일이 아니라 그저 동자승 몇을 가르치려고 하는 일일텐데. 네가 그에게 그만두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해주는 것이 좋겠다. 비유하자면 사냥개가 하루종일을 토끼를 쫓아다니다 보면 토끼 발자국이야 잃지 않겠지만 쫓는 도중에 사슴을 만나 토끼를 버리고 사슴을 쫓아가면 두 마리 모두 잡지 못해 말짱 헛것이 되고 마는 격이다.”
내 경산사의 몽당(蒙堂)에서 지낼 때 서신을 올려 스승의 안부를 물었더니 손수 답서를 보내주셨다.
”그대가 몽당의 화롯불 맡에 앉아 부젓가락을 놀릴 때나 담소할 때, 국물을 먹고 찬물을 마실 때, 이 모두가 그대 자신이지 결코 다른 사람이 아니다. 단도직입적인 공부 [直截工夫] 란 결코 여기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내 생각해 보니, 스승께서는 그 당시 아마도 나를 시원찮게 여겨 매서운 주먹질이나 발길질은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처럼 간곡히 가르쳐 주신 성싶다. 바로 이것이 노란 나뭇잎새를 황금이라고 하여 어린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가르침인 셈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하여 이렇게까지 흙탕물을 뒤집어 쓰셨겠는가.
아! 스님이 입적하신 지 이미 30여 년인데 이 가르침을 적으려니 스승의 얼굴을 마주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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