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암잡록(山艤雜錄)

22. 설두사 상장주(常藏主)의 게송 4수

通達無我法者 2008. 3. 5. 18:04
 

 

 

22. 설두사 상장주(常藏主)의 게송 4수


설두사(雪寺)의 상장주(常藏主)는 횡산(橫山)스님의 제자이다. 그의 모습은 몹시 초라하고 일자무식이었으나 오로지 선정(禪定)만을 닦았다. 그가 지은 게송은 현실과 이치에 다 맞고 음률이 막히지 않아 사람들을 크게 일깨우는 점이 있었다. 그 때문에 당시 사람들은 그를 “상달마(常達磨)'라고 일컬었다.

나는 소년시절에 경산사에서 그를 알게 되었으며 지금까지도 그가 지은 게송 4수를 기억하고 있다. 즉 “철우송(鐵牛頌)”․“해문송(海門頌)”․“고순송(苦笋頌)”․“식암송(息菴頌)”이다.

“철우송”은 다음과 같다.


백번 달군 화롯불 속 재빨리 뛰쳐나와

머리에 솟은 뿔 세속 티끌 멀리하고

때려도 가지 않고 당겨도 꼼짝 않으니

이번 회향에는 결코 포태 속에 들어가지 않으리.

百鍊爐中輥出來  頭角崢嶸體絶埃

打又不行牽不動  這回端不入胞胎


“해문송”은 다음과 같다.


업풍이 불어 산처럼 파도치니

고기잡이 늙은이들 발 붙이기 어려워라

목숨과 몸 버리고 밀치고 들어가니

옥문에 자물쇠 없는 줄을 비로소 알았노라.

業風吹起浪如山  多少漁翁著脚難

拚命捨身埃得入  方知玉戶不曾關


“고순송”은 다음과 같다.


자줏빛 거죽 다 벗기니 은처럼 새하얀 줄기

펄펄 끓는 솥 속에 이리저리 뒤적인다

이처럼 괴로운 마음 사람들은 믿지 않고

무심히 깨물으며 진미라고 좋아하네.

紫衣脫盡白如銀  百沸鍋中轉得身

自是苦心人不信  等閒咬着味全珍


“식암송”은 다음과 같다.


백척간두에서 방법을 묻지 않고

높은 봉우리에서 한가로히 지내는 이 몸

부서진 집 엉성하여 비바람 못가리나

내 집 사정 남에게 말하기도 난처하네.

百尺竿頭罷問津  孤峰絶頂養閒身

雖然破屋無遮蓋  難把家私說向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