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암잡록(山艤雜錄)

26. 환생한 어린아이

通達無我法者 2008. 3. 5. 18:11
 

 

 

26. 환생한 어린아이


지정(至正) 신축년(1361)에 섬서(陜西) 지방의 민가에 한 어린아이가 있었는데 겨우 세 살이었다. 어느 날 마을 거리에서 “현관(縣官) 행차에 길 비켜라' 하는 소리를 듣고서 앞길을 막아선 채 현관의 이름을 부르면서 예의를 표하며 말하였다.

”서로 헤어진 지 오래인데 지금까지 별일 없었소?”

현관은 깜짝 놀라 의아하게 생각하였다.

”이 어린아이가 어떻게 나의 이름을 알고 있단 말인가?”

이에 어린아이 앞으로 나아가 물어보자 어린아이는 전생(前生)의 성명을 말하고 이어서 예전에 함께 주고 받으며 읊조렸던 시 몇 수를 열거하자 현관은 그때서야 옛 친구임을 믿게 되었다. 그는 다시 현관에게 말을 이었다.

”그대와 헤어진 뒤 이제 사람의 몸으로 환생하였으나 앞서 세 차례나 태어난 바 있다. 처음 죽어서는 개로 태어나 스스로 싫증을 느낀 나머지 일부러 주인집 아이를 물었는데 주인이 화가 나서 나를 죽였고, 다시 메추리로 환생하였으나 그것도 싫증이 나 강물에 빠져 죽었는데 이제 사람으로 태어나 그대와 다시 만난 것이 참으로 다행이로다.”

듣자하니, 이 아이는 전생에 주역의 이치를 즐겨보며 “태극이 움직이기 전 [太極未動]”의 경지를 체험한 까닭에 삶과 죽음을 넘나들면서도 생사에 매이지 않았다고 한다. 마의(麻衣)스님이 주역을 “심역(心易)”이라 하였고, 자호(慈湖)스님은 이를 “역(易)”이라 이름했는데, 거기에는 깊은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