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보(寶)상좌의 사리와 피고름 / 파암(破菴)스님
파암(破菴祖先)화상이 자복사에서 물러나 경산사 몽암(蒙菴)스님의 부름을 받고 그곳을 찾아가니, 몽암스님은 그에게 입승수좌(立僧首座)의 직책을 맡겼다. 그곳의 보(寶)상좌는 큰 지견을 갖춘 인물이었으며 주지나 수좌가 부임하여 개당법문을 할 때면 으레 느닷없는 선기문답으로 그들의 기봉(機鋒)을 꺾곤 하였다. 어느 날 파암스님이 법좌를 열었는데 보상좌가 왔다.
”천지의 안, 우주의 사이 그 중간에 있다.”하면서 파암스님이 말씀하시자 보상좌가 무어라 말하려다가 파암스님에게 얻어 맞고 쫓겨나왔다. 당시 보상좌는 파암스님의 말이 끝난 다음 앞으로 나가 반박하려 했었는데 이미 “그 중간에 있다.'라는 부분에서 얻어 맞고 쫓겨나오자 파암스님이 고의로 자신을 꺾으려 했다고 생각하고 자기자리로 돌아가 죽어버렸다. 화장을 하고 나서 고향 사람들이 사리를 거두어 파암스님에게 드리자 파암스님은 그것을 들고 말하였다.
”보상좌야! 너에게 설령 여덟 섬 네 말의 사리가 나왔다 하더라도 그것을 한쪽 벽에 던져 놓겠으니 내 생전에 한마디 [一轉語] 를 돌려다오!”
그리고는 사리를 땅에 던지자 오직 보이는 건 피고름 뿐이었다. 이 이야기는 선배에게서 들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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