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암잡록(山艤雜錄)

29. 쥐들의 보답

通達無我法者 2008. 3. 5. 18:13
 

 

 

29. 쥐들의 보답


은성(鄞城)의 관강소(官講所)에 두 스님이 함께 살았는데, 그 중 한 스님이 쥐가 설치는 것이 괴로워 크고 작은 두 개의 막대기를 가지고서 쥐덫을 마련하여 비치는 거울을 장치해 두었다. 쥐가 이를 건드리다가 덫에 걸리자 그 스님이 급히 뛰어나가 물을 가져다가 쥐를 처넣어 죽이려고 하였는데 같이 있던 스님이 차마 볼 수 없어 몰래 막대기를 들어 올려 쥐를 놓아 주었다. 이튿날 쥐덫을 놓았던 스님이 출타하여 함께 있던 스님 혼자서 잠을 자게 되었는데 보통 때와는 달리 많은 쥐떼들이 법석대는 소리가 들렸다. 이에 그 스님은 짜증을 내며 투덜거렸다.

”내가 어제 저녁에 너희를 놓아 주었는데 너희는 도리어 이처럼 시끄럽게 구느냐?”

아침 일찍 일어나 보니 그의 자리 앞에 파란 색 끈 하나가 놓여 있어 속으로 매우 의아하게 생각하였다. 며칠 후 그 스님은 그 끈으로 허리를 묶고 나갔는데 옆방에 있는 스님이 그것을 가리키며 ”이것은 내 것이다. 침실에서 잃어버렸는데 어떻게 그대가 가지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 스님은 허리띠를 얻게 된 경위를 말해 주었으며 그때야 비로소 그날 저녁나절 쥐들이 떼를 지어 옆방 스님의 끈을 훔쳐 보답하려고 시끄럽게 떠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