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해운 인간(海雲印簡) 대사(大士)의 행장
연경 경수사(慶壽寺) 해운대사(海雲大士)는 법명이 인간(印簡), 산서(山西) 땅 사람이며 성은 송(宋)씨다. 7세에 그의 아버지가 “효경(孝經) 개종명의장(開宗明義章)을 가르치자 스님이 물었다.
”연다[開] 하는데 무슨 종(宗)을 연다는 것이며, 밝힌다[明]는데 무슨 의(義)를 밝힌다는 것입니까?”
그의 아버지가 남달리 생각하여 그를 데리고 전계사(傳戒寺) 안(顔)스님을 찾아뵈니 안스님은 그의 근기(根器)를 살피고자 석두(石頭)화상의 “초암가(草菴歌)”를 읽어보도록 하였다. 그가 초암가를 읽다가 ”허물어지거나 허물어지지 않거나 주인은 원래대로 존재한다.”
라는 구절에서 안스님에게 물었다.
”주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무슨 주인 말이냐?”
”허물어지거나 허물어지지 않음을 떠난 것 말입니다.”
”그것은 바로 객이지 주인이 아니다.”
”주인.” 하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안스님은 차가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 길로 중관사(中觀寺)의 소(沼)스님을 찾아가 그를 삭발은사로 삼고 구족계를 받았다. 그후 어느 날 저녁, 허공에서 스님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인간(印簡)아! 대사를 이루거든 이곳에서 지체 말고 떠나거라.”
그리하여 지팡이를 끼고 연경으로 가는 도중에 송포(松鋪)를 지나다가 비를 만나 바위 밑에서 묵게 되었다. 동행하던 사람이 부싯돌을 치자 불똥이 튀는 모습을 보고서 크게 깨치고 얼굴을 문지르며 말하였다.
”오늘에야 비로소 눈썹은 가로 붙어 있고 코는 세워 있음을 알았노라.”
이에 경수사(慶壽寺)의 중화 장(中和璋)스님을 찾아갔다. 그가 이르기 전날 밤에, 장스님은 한 승려가 지팡이를 짚고 곧장 방장실로 달려와 사자좌(獅子座)에 걸터앉는 꿈을 꾸고서 이튿날 그 이야기를 좌우 사람에게 들려주면서 말하였다.
”오늘 조금만 기다리면 그 사람이 도착할 터이니, 곧장 나에게 인도하도록 하라”
해가 저물어 갈 무렵 스님이 도착하자 장스님은 웃으면서 이 스님이 바로 어젯밤 꿈에 본 그 사람이라고 하였다.
서로 문답하며 여러 가지로 시험해 보았으나 스님의 기어(機語)가 민첩하고 막힘없이 투철하자 장스님은 기쁜 마음으로 그에게 서기실(書記室)의 일을 맡아보도록 명하였다. 그의 지혜와 깨달음은 더욱 깊어졌으며 마침내 장스님은 그에게 법의와 게송을 내려주었다. 게송은 이러하다.
천지는 같은 뿌리로 다름이 없는데
어느 집 어느 산에선들 그를 만나지 못하리오
내 이제 부처님의 도장을 그대에게 전하노니
만법의 빛은 모두 하나이어라.
天地同根無異殊 家山何處不逢渠
吾今付與空王印 萬法光輝總一如
주지가 되어 세상에 나와 장스님의 법제자가 되었으며 여러 유명한 절에 주지를 지내면서 두 차례나 경수사(慶壽寺)의 주지가 되었다. 태조에서 세조까지(1300년 말~1400년 초) 여러 황제의 국사로 추앙되어 지위가 승통(僧統)에 이르렀으며 황제의 예우 또한 극진하였다. 나이 56세에 생각지 않게 풍증에 걸렸는데 하루는 게송으로 대중을 결별하고 시자승을 돌아보며 말하였다.
”너희들은 시끄럽게 떠들지들 마라! 내 편히 누워 쉬리라.”
시자승이 주사(主事)에게 이 소식을 급히 전하고 그곳에 도착하니 스님은 이미 오른쪽으로 누워서 열반한 뒤였다. 다비를 하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리가 나왔으며 칙명으로 경수사 곁에 스님을 안장하고 그 위에 부도를 세웠으며 불일원명대사(佛日圓明大師)라는 시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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