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어(法語)

깨달았다 해도 습은 남는것이다

通達無我法者 2008. 5. 3. 17:46

 

 

옛적 중국 수나라 익주 땅 신번현 왕자촌이란 곳에 구씨라는 선비가 있었다. 그가 어느 날 마을 동쪽 들에 나아가 사방 허공에다 글씨를 쓰니 마을 사람들이 묻기를

'무엇을 쓰시오?'
'금강경을 씁니다'
'무엇 때문에 허공에다 쓰시오?'
'하늘 무리들이 보고 읽으라는 뜻이외다'

하였다. 이 일을 아는 이가 더러는 죽기도 하고 더러는 살았는데 매양 비가 쏟아지면 그 글씨 쓴 밑의 한 칸 정도만이 젖지 않으므로 목동들이 항시 비를 피하되 그 까닭은 아무도 알려 하지 않았다.
어느덧 당의 고조 무덕 연간에 이르러 서역에서 비상하게 생긴 범승이 왔는데 이곳에 이르자마자 허공을 향해 절을 하였다. 마을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겨

'아무런 법단도 없거늘 어째서 절을 하시오?'

하니 범승이 도리어 묻기를

'그대는 이 동네 사람인가?'
'예, 그렇소이다.'
'그렇다면 퍽이나 무식하군. 여기는 <금강경>이 있어 하늘 무리들이 항시 와서 둘러싸고 공양을 올리고 있거늘 어째서 함부로 더럽히시오?'

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비로소 구씨가 경쓰던 일을 회상하고 집을 지어 보호하였는데 간혹 하늘 음악 소리가 들리는 것을 느끼는 이가 있었다. 이와 같이 이 경은 곧 부처님이 있는 곳이며, 그대로가 절이나 탑과 다름이 없으므로 한 구절만 바로 믿어도 그 공덕은 헤아릴 수 없다.

이 경은 반복되고 강조되는 내용들이 많이 있다. 이는 부처님의 자비심이다. 우리들의 업은 반복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릇 진리의 말씀을 한번 듣고 더 이상 부족함이 없이 깨달았다 해도 습(習)은 연속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습을 제거하고자 부처님께서 거듭 이 경의 불가사의한 공덕을 거듭 말씀하시고 꼭 이 진리의 말씀에 깊이 믿어 들어와 이해하고 행하고 증득(證得)하기를 바라시는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우리에게 이 경을 반복해 읽고 지니고 외우고 남을 위해 해설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