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양(懷讓) 화상
회양(懷讓) 화상
6조의 법을 이었고, 남악에서 살았다. 속성은 두씨(杜氏)이며, 금주(金州) 사람이다. 처음 태어날 때, 여섯 가닥의 흰 서기가 하늘로 뻗치더니 의봉(儀鳳) 2년 4月 초파일에 탄생하였다.
이러한 상서(祥瑞)를 본 자사(刺使) 섬견(贍見)이 왕에게 고하니, 고종(高宗) 황제가 물었다.
"이 서기는 어떤 상서로움인가?"
태사가 대답했다.
"나라의 법보가 속세의 부귀에 물들지 않고, 귀한 사람이 안강(安康)의 금주(金州) 지방에 있다는 뜻입니다."
이 때 금주 태수 한해(韓偕)가 자세히 기록해서 보고하니, 황제가 분부하였다.
"승가의 상서이니, 더욱 경사로운 일이다."
한해에게 칙령을 내려 직접 가서 양육하는 것을 살펴보고 후하게 상을 내려 위로하게 하였다."
이 때 성은 두씨(杜氏)요 이름은 광기(光奇)라는 이의 집안에 세 아들이 있었는데, 세 아들 중 이 상서(祥瑞)에 응해 낳은 아들이 다섯 살이 되자, 생김새가 다른 사람보다 훨씬 뛰어나고 마음에는 은혜와 겸양을 갖추어 남과 다투는 일이 없었으므로 그의 부모는 그를 양(讓)이라 이름지었다.
그가 10세가 되기까지 오직 불경(佛經)만을 좋아하였는데, 때마침 지나가던 삼장 현정(玄靜)이 설법을 하고 이어 그 부모에게 일렀다.
"이 아이는 출가하여 최상승의 법을 얻어 지극히 미묘한 경지에 이를 것이며, 불법의 이치를 터득할 것입니다."
수공(垂拱) 4년에 15세가 될 무렵, 문득 부모를 하직하고 형주(荊州)의 옥천사(玉泉寺)로 가서 홍경(弘景) 율사를 섬기어 8년을 지나자, 회양(懷讓)이라 이름하였다. 지통(至通) 원년 4월 12일에 그 절에서 구족계를 받고, 구시(久視) 원년 7월 18일에 이르러 스스로 탄식했다.
"내가 지금 계를 받은 지 다섯 해를 지나는 동안 위의를 널리 배워 겉모양이 점잖게 되었는데, 진리는 배우려 해도 깨달을 길이 없구나."
또 말했다.
"출가한 이는 무위(無爲)의 법을 얻어야 하늘과 인간에서 이길 이가 없으리라."
이 때 탄연(坦然)이라는 선사가 있다가 선사가 한탄하는 것을 보고, 함께 행각(行脚)을 떠나 여러 선지식을 찾아뵙자고 하여, 숭산안(嵩山安) 화상에게로 갔다.
탄연은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을 물어 깨닫고 이어 안 화상을 섬기었으나 선사는 바로 조계로 가서 6조에게 의지했다.
6조가 물었다.
"그대는 지금 어디서 오는 길인가?"
선사가 대답했다.
"숭산(嵩山)에서 일부러 화상께 예배하러 왔습니다."
"무슨 물건이 이렇게 왔는가?"
"한 물건이라고 말해도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6조의 곁에서 12년 동안을 모시고 경운(景雲) 2년에 조사에게 절하고 하직을 고하니, 조사가 물었다.
"한 물건이라 해도 맞지 않다 했는데 그것을 닦아 증득할 수 있겠는가?"
"닦아 증득하는 것이야 없지 않으나 더럽힐 수는 없습니다."
"그 더럽힐 수 없는 것이 부처님들께서 보호하시는 바이니, 그대도 그렇고 나도 그러하니라. 서천(西天)의 27조 반야다라(般若多羅)께서 그대에 관해 예언하셨는데 불법이 그대로부터 융성하리라 하셨느니라. 이 뒤엔 망아지(마조를 가리키는 말)가 천하 사람을 밟아 죽이리니, 그대는 이 법을 너무 일찍 말해 주지 말라. 병폐가 그대에게 있게 되리라."
마(馬) 화상이 한쪽에 앉았는데 선사가 벽돌을 가지고 그 앞으로 가서 돌에다 갈았다. 이를 본 마 화상이 물었다.
"무엇을 하십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벽돌을 갈아 거울을 만들려 하오."
"벽돌을 갈아서 어찌 거울을 만들 수 있습니까?"
"벽돌을 갈아 거울을 만들 수 없다면 좌선하여 어찌 부처를 이루리오?"
"그러면 어찌하여야 옳습니까?"
"사람이 수레를 몰고 가는 것과 같소. 수레가 가지 않으면 수레를 때려야 되겠는가, 소를 때려야 되겠는가?"
그리고는 다시 말했다.
"그대는 좌선을 배우려는가, 앉은 부처를 배우려는가? 만일 좌선을 배우려 한다면 선은 앉거나 눕는 것이 아니요, 좌불을 배우려 한다면 부처는 일정한 모습이 아니어서 법에 머묾도 없고 취할 수도 없거늘 어찌 해야 하는가? 그대가 만일 앉는 것이 부처라 한다면 부처를 죽이는 것이요, 앉는 모습에 집착한다면 해탈의 이치가 아니니라."
마 화상이 선사의 설법을 듣자, 곧 자리에서 일어나 절을 하고 물었다.
"어떻게 마음을 써야 선정의 무상삼매(無相三昧)에 부합되겠습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그대가 심지법문(心地法門)을 배우는 것은 마치 종자를 뿌리는 것 같고, 내가 법요(法要)를 말해 주는 것은 단비와 같다. 그대는 인연이 계합하는 까닭에 도를 보게 될 것이니라."
또 물었다.
"화상께서 도를 본다 하시는데 어떤 도를 봅니까? 도는 색(色)이 아니거늘 어떻게 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심지를 보는 법안(法眼)으로 도를 볼 수 있나니, 무상삼매도 역시 그러하니라."
"이루어짐과 무너짐이 있겠습니까?"
"만일 도에 계합하면 시작도 끝도 없고, 이룸도 무너짐도 없으며, 모아짐도 흩어짐도 없고, 길지도 짧지도 않으며, 고요하지도 않고 어지럽지도 않으며, 급하지도 않고 느슨하지도 않느니라. 이렇게 알면 바야흐로 도라 이름하나니, 그대는 나의 가르침을 받아 나의 게송을 들어라."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읊었다.
마음 땅에 여러 종자를 머금었으니
비를 만나면 모두가 싹이 튼다.
삼매의 꽃은 형상이 없거늘
어찌 무너짐과 이루어짐이 있으랴?
心地含諸種 過澤悉皆萌
三昧花無相 何壞復何成
어떤 대덕이 물었다.
"거울로 형상을 주조하여 형상이 만들어지면 거울의 밝음은 어디로 갑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마치 대덕이 출가하기 전의 모습과 같으니, 그 모습이 어디로 갔는가?"
"형상이 이루어진 뒤에는 어찌하여 비추지 못합니까?"
"비추지는 않으나 조금도 속일 수는 없느니라."
선사가 천보(天寶) 3년 8월 12일에 입적하니, 시호는 대혜(大慧) 선사라 하사하셨고, 탑호(塔號)는 최승륜(最勝輪)이었다.
조당집 > 조당집(祖堂集) > 조당집 제 4 권 > 180 - 189쪽
K.1503(45-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