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스님

[제5장] 다가서는 도

通達無我法者 2007. 5. 18. 16:22

 

 

 

  다가서는 도

 


  그런데 공부하는 우리가 특별히 명심하고 주의할 점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깨달음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이 우리에게 스스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초기의 고승 벽개 정심선사와 벽송지엄 선사의 인연은 불교 탄압이 가장 극심했던 연산군 때 이루어졌다.

  불상을 파괴하고, 승려를 환속시켜 사냥터의 동물 몰이꾼으로 삼는 등 연산군의 회포가 불교를 존립 위기의 상황으로 몰고가자, 황악산 직지사에 있던 정심선사는 속인으로 변복하고 산 너머에 있는 물한리로 들어가서 불법을 전할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간절히 도를 구하고자 했던 지업선사가 물어 물어서 정심선사를 찾아간 것이다.

  그러나 정심선사는 선지를 일러주기는커녕 매일 일만 시켰다. 3년을 지내면서 무수히 '도가 무엇인가?'를 물었으나 법문 한마디 들을 수가 없었다. 마침내 지엄은 행장을 꾸리고 정심선사에게 하직 인사를 드렸다.

  "스님, 저는 떠나겠습니다."

  "왜 가려고 하느냐?"

  "3년 동안 스님을 모셨지만 도가 무엇인지는 일러주지 않으셨습니다. 그냥 매일 일만 시키시니 더 있어 본들 별 수가 있겠습니까? 떠나겠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가거라."

  지엄선사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고개 언덕을 넘어서 내려가는데, 뒤따라 온 정심선사가 고갯마루에 서서 큰소리로 부르는 것이었다.

  "지엄아, 지엄아, 나를 보아라."

  정심선사는 발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지엄에게 말하였다.

  "내가 매일 밥을 지으라고 할 때 설법하였고 차를 달여 오라고 할 때 설법하였고 나무하라고 할 때 설법하였고 밭을 매라고 할 때 설법하였는데, 네가 몰랐으니 오늘은 법을 받아라."

  그리고는 불끈 쥔 주먹을 내밀어 보였다. 그 순간 지엄선사는 확철대오하였다.


  이 이야기를 듣고 어떤 사람은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법문 한마디 듣지 않고 어떻게 도를 깨달을 수 있지?"

  실로 지엄선사는 정심선사로 부터 한마디의 법문도 듣지 못했지만, 한순간도 '도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버리지 않았다.

  '무엇인가?'

  스승이 가르쳐주지 않으면 않을수록 지엄선사의 물음표는 점점 커졌다. 반대로 정심선사는 이 물음표가 풍선처럼 커지고 커져서 터질 날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지엄선사가 스승 곁을 떠날 즈음 물음표에 대한 답은 이미 다가와 있었고, 바로 그 순간을 잡아 정심선사가 불끈 쥔 주먹을 내밀었던 것이다.

  깨달음은 특별한 곳에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니다. 보물찾기 하듯이 뒤져서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옛 스님들이 말씀하시기를,  "도가 사람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멀리한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내가 어질고자 하면 어진 것이 스스로 찾아온다."고 하였다.

  이 말씀처럼 우리가 부지런히 참선을 하고 정진을 하다보면 도는 저절로 다가오게 된다. 아니,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드러나는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새벽 샛별을 보는 순간 성불하셨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새벽 샛별 속에 깨달음을 주는 특별한 그 무엇이 있는 것일까? 

  아니다.  삼매가 들어 마음이 고요해지고 맑아지고 밝아지면 자성불이 저절로 발현되어 부처가 되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모든 것이 도이다. 모든 곳에 도가 있다. 눈과 눈이 서로 마주보는 데 도가 있었고, 일상 생활에, 삼라만상에 도가 있다. 우리가 오고 가는 데 도가 있고, 물건을 잡고 놓는 것이 곧 그대로 선인 것이다.

  이 원리를 분명히 안다면 도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헛된 것을 뒤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참선, 간경, 주력, 염불, 그 어떤 공부를 할지라도 자기 마음자리를 돌아보며 공부를 하여야지, 밖에서 찾는 공부를 하여서는 성불을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을 꼭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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