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식30송(唯識三十頌)

유식30송-30-終/혜거스님

通達無我法者 2007. 10. 17. 14:59
제 30 송
 
此卽無漏界 不思議善常  차즉무루계 부사의선상
安樂解脫身 大牟尼名法  안락해탈신 대모니명법

이것이 곧 번뇌가 없는 무루의 경계이며 부사의이며 선(善)이며 영원(常)함이며 안락이며 해탈신이며 대모니이며 법신이라 한다.

(해 설)
이 송은 유식 30송의 마지막 송으로서 구경위에 해당되는 송이다. 구경은 최종의 자리를 말한 것으로 지극이라는 뜻이며 수행자가 지극에 이르면 이것을 성불이라 한다. 그러므로 구경위는 수행자의 최고경지 곧 불위를 의미한다.

첫 구의 차(此)의 뜻은 29송에서 언급한 2전의과(二轉依果)로서 번뇌와 소지 2장(二障)의 종자를 끊어 버리고 보리와 열반의 종자를 전득한다는 뜻을 이어서 차자(此字)를 써서 이것이 곧 무루계 등등이라 하였다.

무루계는 루의 뜻이 번뇌이므로 무루는 무번뇌이다. 또 루(漏)는 누수, 누락의 뜻이며 무루는 누수없는 마음이 삼계육진에 누락되지 않음을 뜻한다. 어떠한 마음이 그러냐 하면 번뇌와 소지의 두 장애를 멀리 여의고 보리와 열반을 증득한 이 사람이 그러하다는 뜻이다.

이와 같이 보리·열반을 성취한 이 사람의 세계는 루(漏) 없는 무루의 세계이며, 헤아릴 수 없어서 부사의하며, 지고지선한 선(善)이며, 영원불멸하는 상(常)이며, 오로지 고통이 없어서 안락이라 하며 탐진치에 얽매임이 없어서 해탈신이라 하며 어떠한 경지에서도 부동하므로 대모니라 하며, 심지어는 항구불멸의 뜻으로 법이라 한다 하였으니 이것이 곧 수행자가 이르러야 할 목적지이며 모든 불보살의 한결같은 경지이다.

무루계라고 한 계(界)는 장(藏)의 뜻으로 그 안에 무변하고 희유한 대공덕이 존재하기 때문이며 또한 인(因)의 뜻이 있어서 세간법과 출세간의 모든 법이 이로부터 나오고 잘못된 것을 버리고 선을 행할 수 있는 묘가 이 속에 있으므로 계를 법계라고도 하는 것이다.

2구의 부사의선상(不思議善常)은 역시 보리·열반을 전득한 사람의 세계를 무루계라 하므로 무루계를 성취한 사람의 궁량이 무궁하여 부사의하고 선하고 영원함을 말한 것이다.

부사의란 심연상(心緣相)을 여읜 것을 불가의라 하므로 심연의 상(相)과 언설의 상(相)을 모두 여읜 것을 뜻한다. 선(善)이란 순수하여 때묻지 않은 법성이 모든 과오를 여읜 것을 말하고 상이란 영원한 법성이 변하지 않고 멸하지 않음을 말한다. 따라서 이 구의 뜻은 보리·열반을 성취하고 무루계를 성취한 사람의 마음이 부사의하고 선하고 영원함을 말한 것이다.

3구에서 말한 안락해탈신이란 청정법계는 고통을 초래하는 번뇌가 없으므로 안락이라 하고 모든 장애와 속박을 멀리 여의었으므로 해탈신이라 한 것이다.

4구의 대모니명법(大牟尼名法)이란 모니는 적묵의 뜻으로 언설동작과 심연분별을 여읜 것을 말하고 법이란 법신 또는 법성을 말한 것으로 이를 안락해탈신 또는 대모니신이라 한다.

법신은 무상이지만 무상이라 말할 수도 없어서 거두어들이면 물러나서 은밀히 숨고 풀어놓으면 묘용(妙用)이 무궁하여 헤아릴 수도 없다. 이러한 것을 체용불이라 하는데 법신의 체(體)는 무상이요, 그 용(用)은 무불상이기 때문이다.

법신은 3종류로 나눌 수 있다.

①은 자성신(自性身)이니 모든 부처님의 진정한 법계를 말한 것으로 모든 상을 떠난 적멸의 자리이며 일체법이 평등한 실성의 자리이며 체가 무량한 공덕을 갖춘 자리이다.

②는 수용신(受用身)이니 수용신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만약에 3아승지겁 동안 수행하여 복을 짓고 혜를 닦아서 즐거움이 충만한 법락을 향수하면 이를 자수용신이라 하고, 만약에 순수한 극락세계인 정토에 안주하면서 10지에 들어 수행하는 보살을 위하여 대신통력을 발현하고 정법을 설하여 보살의 의심을 풀어주면 이를 타수용신(他受用身)이라 한다.

③은 응화신(應化身)이니 응화신은 모든 부처님께서 중생계에 응하여 중생을 교화하시는 것을 뜻한 것으로서 모든 부처님께서 자비와 지혜의 마음으로 천상세계와 인간세계 내지는 귀신의 세계와 축생의 세계까지도 유(類)에 따라 화신하지 않는 곳이 없음을 말한다.

또한 처하는 곳이 정토이든 예토이든 간에 아직 10지에 들지 못한 이승범부를 위하여 때와 곳에 따라 설법하여 이익과 즐거움을 주고 해탈을 얻게 하는 모두가 응화에 속한다.

이와 같이 3종을 갖춘 법신을 성취하고자 발심한 이는 이전의과(二轉依果)를 명심하여 능장(能障)·소장(所障)의 번뇌 곧 안에서 일어나는 번뇌와 밖으로부터 오는 번뇌를 전사하여 보리와 열반을 전득하는 수행을 끝없이 반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전사·전득의 뜻을 쉽게 이해하자면 마음속에 있는 모든 악을 버리고 참마음을 가꾸는 것이 곧 전사·전득이니 이를 수행하는 것은 10바라밀을 닦아 10지에 드는 것을 말한다.

유식 30송의 대강을 요약하면 상·성·위를 밝히고 체계화한 것이 1송에서부터 24송까지는 유식의 상(相)을 밝혔고 25송에서는 유식의 성(性)을 밝혔고 26송에서 30송까지는 유식의 위를 밝혔다.

유식의 상(相)이란 우주 만유의 현상과 식의 심소를 말한 것으로 5변행심소 등 55심소와 심소대상인 만법을 뜻한다. 그리고 유식의 성(性)이란 모든 법의 으뜸인 진여의 실성·계탁)하고 집착하지 않는 모든 법의 법성·담담하고 항상 고요한 유식의 실성인 원성실성을 말한다.

유식의 위란 수행자의 수행 계위를 말한 것으로서 수행자가 자량으로 지녀야 할 10주,  10행, 10회향의 30위를 닦아 준비하는 자량위와 4선근을 닦는 가행위와 2공무아의 도리를 닦는 통달위와 10지를 닦아 10성(十聖)의 지(地)에 이르는 수습위와 3혹(三惑)이 모두 끊어지고 대각이 원만하여 자각각타의 공이 이루어진 구경위 등을 뜻한다.

이 모두가 전사·전득의 과정을 설명한 것이니 오직 마음이란 상(相)이 없고 실(實)도 없지만 닦아 깨달음으로써 진여법성을 이루어 고통의 속박에서 벗어나 변하고 멸함이 없는 대열반에 들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