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

1-2. 자재와 자비

通達無我法者 2007. 12. 5. 14:41

1-2. 자재와 자비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안반수의를 90일 행하였으니 안반수의로 자재와 자비의 마음을 얻었다. (그 뒤에) 안반수의를 행하면서 다시 그 마음을 거두어 (이렇게) 생각을 행한다."

해설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에 마음을 집중함으로써 드디어 자재를 얻을 수 있음을 보이고, 다시 스스로 자비심이 솟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자재(自在)란 주관과 객관이 하나가 되어 서로 대립하지 않으므로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 자유로움이다. 주관이 객관에 끌리면 객관적인 어떤 대상의 노예가 되어 자재를 잃게 된다. 주관과 객관이 하나가 되면 대립이 없어지므로 객관이 주관의 세계로 들어와 나의 것이 된다. 이러한 세계가 자재의 세계이다. 주와 객이 없는 이 세계에서는 너와 내가 대립하지 않기 때문에 자비심이 솟아난다.

심리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무의식의 세계에 이르면 주관과 객관의 대립이 없어지고 자비심이 솟아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무의식의 세계가 심화된 심층의식의 상태에서는 생명의 절대적 가치와 만족, 환희를 느끼며, 일체의 존재에 대한 관념이 바뀌고 따라서 애정을 갖게 되어 세계가 광명으로 바뀐다고 한다.

여기서의 자비심이란 일체 중생이 나와 한 몸인 그런 사랑이며, 우주 생명에 대한 공감이다. 이렇게 되면 그 환희 속에 잠겨 삶의 존엄성을 공감하면서 숨의 들어오고 나감에 따라 삶의 가치가 새롭게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깨달음의 세계이다. 깨달음의 세계는 일상적 가치의 세계인 현실을 떠나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 가치가 현실과 함께 공존하는 세계이다. 또한 대립을 떠난 궁극의 세계이기도 하다. 주와 객의 대립이 끊어진 이러한 자재의 세계에서는 우리의 깊은 마음속에 일체감이 생겨나므로 자비심이 솟게 된다는 것이다. 안반수의는 이처럼 주객통일을 이루게 하여 해탈로 나아가게 하는 방편도(方便道)이다. 안반수의를 통해 얻은 자비심은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 간직되어 있는 근본 마음이며, 나 이외의 모든 것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이타심(利他心)이다. 붓다는 이와 같은 궁극의 세계가 호흡이라는 현상 속에 있음을 가르쳐 준다.

인간은 항상 대상에 이끌려 거기에 매여 살기 때문에 자재를 잃는다. 우리의 삶은 감각기관에 의한 속박만이 아니라 관념의 노예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이러한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과, 생명의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욕구 또한 존재한다. 어디에도 속박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자유로은 생명 현상에 따라 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이다. 그러므로 이것이 충족되었을 때의 즐거움을 누리고자 하는 욕구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자연스럽게 호흡하면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 붓다의 가르침은 어떤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본래 지니고 있는 진리 그대로의 모습, 곧 자연 그대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바로 참된 진리이다.

호흡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은 살아 있는 생명이 지니고 있는 자연 그대로의 l법이 나타나는 것이다. 붓다의 명상은 호흡과 하나가 되게 한다. 인간이 있어야 할 자연 그대로의 상태란 자재의 세계이다. 붓다가 90일 동안 이러한 호흡법을 행해 처음으로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돌아갔을 때의 걸림 없는 자재, 즉 생로병사의 인간적인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다음에 맛본 것이 자비심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간 붓다의 마음에 비춰진 일체의 존재는 모두 자기 자신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 숲속에서 뛰노는 동물, 꽃을 찾아 날아드는 나비와 벌, 하늘을 나는 새의 무리들이 모두 자신과 다름없었다. 붓다에게는 암수 짝을 지어 무리 짓고 새끼를 거느린 채 만족스럽게 잠든 동물들과, 나비나 벌에게 꿀을 베푸는 곱게 핀 꽃, 생물들을 키우는 따사로운 태양빛, 어둠으로부터 악한 것을 멀리 쫓아 생명을 지켜 주는 달빛 등 모든 자연의 섭리가 마치 어머니가 사랑스러운 자식을 안아주듯이 느껴졌다. 우주의 모든 것이 서로 관련되어 있으며 자비심을 주고받는 것처럼 느껴졌다. 붓다는 법 그대로인 일체 중생의 참모습을 본 것이다. 한마디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단순한 사실' 속에서 우주의 참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숨이 들어올 때 산소를 흡사하여 세포 속에 산소를 공급하는 것은, 생명을 창조하는 자재의 현상이며 자비 그 자체이다. 우리의 생명은 숨을 들이마심으로써 우주의 생명력을 활기차게 발동시키고, 숨을 내뿜어서 세포의 생명력을 유지한다. 즉 이는 생과 사의 되풀이인 동시에 생사를 떠나며, 생명을 키우는 자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