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보장록(禪門寶藏錄)

전법의 상승

通達無我法者 2007. 12. 10. 11:18

정법안장 전승은 선종의 생명”

깨달음은 불교가 발생한 근본

조사선이 정법의 올바른 계승

 

 

중국 선종의 제2조 태조혜가가 달마대사에게 여쭈었다.

“지금 부촉하신 정법안장의 내용에 대해서는 여쭙지 않겠습니다. 대신 조사들이 정법안장을 도대체 누구에게 전하고, 어디에서 전하였는가에 대하여 자비심으로 자세하게 설명해 주십시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후세의 규범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달마대사가 말했다.

 

“우리 고국이었던 5천축에는 모든 조사들의 열전에 대하여 서술한 책이 있었다. 이제 내가 그대에게 그것을 설해 주겠다.”

 

그리고는 게송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진귀조사가 설산에 계시면서(眞貴祖師在雪山)

총목방에서 석가를 기다렸네(叢木房中待釋迦)

임오년에 조사심인을 전하니(傳持祖印任午歲)

동시에 조사의 종지 얻었네(心得同時祖宗旨)

 

〈달마밀록〉에 전해오는 내용인데 책의 존재는 알 수가 없다. 혜가는 중국 선종의 제2대 조사로 달마의 심인을 얻어 중국이라는 땅에 선의 종지를 고스란히 전지해 준 선자이다. 달마는 혜가의 질문에 대하여 친절하고 자상하게 답변해주고 있다. 누구에게 그리고 어디에서 정법안장을 전승하였는지에 대하여 설명을 한다.

 

정법안장의 전승은 선종의 생명이다. 선의 궁극적인 목표는 깨침에 있다. 그 깨침이야말로 불교가 발생한 근본이었고 후대까지 전해내려온 존재 이유였다. 그러나 그 깨침은 깨침으로만 온전한 것은 아니다. 깨침은 반드시 전승되지 않으면 안된다. 전승이야말로 불교의 홍포와 중생의 교화작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전승은 반드시 사람을 말미암아야만 가능하다. 그것이 곧 사람을 필요로 하는 이유이다.

 

그 사람은 또한 깨침을 터득한 제자이다. 때문에 스승과 제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전법의 수수는 전법의 내용인 정법안장과 더불어 전법의 수용자인 제자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보리달마가 중국에 온 이유는 분명하다. 곧 제자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 또한 사람과 더불어 그것을 어디에서 전승하는가 하는 점이 본 내용이다. 때문에 부처님과 마하가섭 사이에 소위 삼처전심의 일화가 생겨나고 달마와 혜가에게도 삼처전심의 일화가 나타났다.

 

정법안장이 전승되는 장소가 중시되는 것은 대승불교에서 잘 나타난다. 대승불교에서는 이전의 시대에 비하여 경전이 중시되었다. 따라서 경전 자체는 물론이고 경전을 수지하는 사람이 중시되었으며 나아가서 경전의 전승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숭배되었다. 이것은 정법의 유포가 중시되는 대승의 이념이 바탕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혜가는 정법안장을 누가 계승하였으며 어디에서 전승되었는가를 묻고 있다.

 

 달마는 침묵의 선자답게 간명직절하게 하나의 게송으로 이에 답하고 있다. 여기에서 달마가 제시하고 있는 게송은 소위 이후에 등장하는 진귀조사설(眞歸祖師說)이라는 내용과 부합되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서는 부처님의 깨침조차 진귀조사로부터 전승받았다는 것이다. 석가모니는 6년의 고행으로도 부족하여 다시 수십 개월동안 유행하면서 진정한 스승을 찾아다녔다. 마침내 설산에서 진귀대사라는 인물을 만날 수 있었다. 이것이 곧 정법안장이 전승된 장소로서 설산의 총목방이라는 곳이었다. 설산과 총목방은 모두 수행의 당처를 가리키는 용어이기도 하다. 진귀조사로부터 부처님이 깨침을 인가받았다는 것이야말로 이전부터 즉금에 이르기까지 정통으로 간주되고 있는 조사선의 가풍이 정법안장의 올바른 계승임을 강조하는 단적인 증거이다. 

 

'선문보장록(禪門寶藏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외별전  (0) 2007.12.10
선법의 종류  (0) 2007.12.10
삼매의 바다  (0) 2007.12.10
염화미소  (0) 2007.12.10
노사나불과 가섭  (0) 2007.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