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중아함경(中阿含經)

중아함경 제 40 권

通達無我法者 2008. 1. 2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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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아함경 제 40 권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2. 범지품 ⑤
  157) 황로원경(黃蘆園經)1) 제16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란야( 蘭若)를 유행하실 적에 황로원(黃蘆園)에 계셨다. 그 때 비란야의 범지는 나이가 너무 많아 목숨을 마칠 때에 이르렀는데 그의 나이는 120세였다. 오후에 지팡이를 의지하고 천천히 걸어 부처님께 나아가 문안드리고, 부처님 앞에서 지팡이에 의지한 채 서서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제가 들으니 사문 구담께서는 나이도 너무 젊고, 출가하여 공부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건만, 이름 있고 덕망 높은 사문 범지가 친히 오는데도 경례도 하지 않고, 존중하지도 않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자리에 앉으라고 청하지도 않는다 합니다. 구담이시여, 그것은 아주 잘못된 일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지여, 나는 애당초 하늘이나 악마 범(梵) 사문 범지 등, 사람에서부터 하늘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와서 여래로 하여금 경례하고 존중하게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앉기를 청하게 하는 이를 보지 못하였소. 범지여, 만일 어떤 이가 와서 여래로 하여금 경례하고 존중하게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앉기를
  
1) 이 경의 이역본으로는 역자를 알 수 없는 『불위황죽원노바라문설학경(佛爲黃竹園老婆羅門說學經)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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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하게 하고자 한다면, 그는 반드시 머리가 부서져 일곱 조각이 날 것이다."
  범지는 다시 여쭈었다.
  "구담께서는 맛이 없군요[瞿曇無味].2)"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범지여, 나로 하여금 맛이 없게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그대의 말과는 같지 않다. 만일 빛깔의 맛 소리의 맛 냄새의 맛 감촉의 맛이 있으면 여래는 그것들에 대해서 지혜를 끊어 없애고, 뿌리째 뽑아 다시는 나지 않게 한다. 이것이 나로 하여금 맛이 없게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대의 말과는 같지 않다."
  범지가 다시 아뢰었다.
  "구담께서는 두려움이 없군요."
  "범지여, 나로 하여금 두려움이 없게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그대의 말과는 같지 않다. 만일 빛깔의 두려움과 소리 냄새 맛 감촉의 두려움이 있으면, 여래는 그것에 대해서 지혜를 끊어 없애고, 뿌리째 뽑아 다시는 나지 않게 한다. 이것이 나로 하여금 두려움이 없게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대의 말과는 같지 않다."
  범지가 다시 아뢰었다.
  "구담께서는 태(胎)에 들지 않겠군요."
  "범지여, 나로 하여금 태에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그대의 말과는 같지 않다.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미래의 태상(胎床)에 대해서 지혜를 끊어 없애고, 뿌리째 뽑아 다시 나지 않게 한다면, 나는 그는 태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래는 미래의 태상에 대해서 지혜를 끊어 없애고, 뿌리째 뽑아 다시는 나지 않게 한다. 그러므로 나로 하여금 태에 들어가지 않게 한다. 이것이 나로 하여금 태에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대의 말과는 같지 않다.
  범지여, 나는 이 중생들이 무명으로 태어나고, 무명으로 즐거워하며, 무명에 덮이고, 무명의 알[卵]에 싸여 있을 때, 나는 먼저 법을 관찰하였다. 그러
  
2) 『불위황죽원노바라문설학경 』에는 이 부분이 "이 사문 구담은 게으르고 태만하기만 하다[此沙門瞿曇但懈怠慢]"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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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므로 나는 중생 중에서 가장 제일이다.
  마치 닭이 알을 깔 때, 혹은 10개, 혹은 12개를 때때로 생각하고, 때때로 덮어 주며, 때때로 따뜻하게 하고, 때때로 옹호하는데, 그 뒤에 닭이 설사 방일하더라도 그 중에 어떤 병아리는 혹은 부리로, 혹은 발톱으로 그 알을 쪼아 부수고 편안하게 스스로 나온다. 그러면 그 병아리는 병아리 중에서 가장 제일이 된다. 나도 또한 그와 같아서, 이 중생들이 무명으로 태어나고, 무명으로 즐거워하며, 무명에 덮이고, 무명의 알에 싸여 있을 때, 내가 먼저 법을 관찰하였다. 그러므로 나는 중생들 중에서 제일이니라.
  범지여, 나는 다북풀을 가지고 각수(覺樹) 밑으로 가서, 나무 밑에 풀을 깔고 그 위에 니사단을 펴고, 가부좌를 하고 앉아 바른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반드시 누(漏)가 다한 경지에 이르고자 하였다. 나는 바른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반드시 누가 다한 경지에 이르고자 하였고, 나는 바르게 앉은 뒤에 욕심을 여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어, 각(覺)도 있고 관(觀)도 있으며, 여의는 데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초선을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른바 나는 그 때 제1 증상심(增上心)을 얻어, 곧 현세에서 안락한 삶을 어렵지 않게 얻었고, 즐거이 머물러 두려움이 없었으며, 안온하고 쾌락하였고, 열반을 향해 오르게 되었다.
  범지여, 나는 각과 관을 이미 쉬고, 안이 고요하여 한마음이 되어, 각도 없고 관도 없으며, 선정에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제 2 선을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른바 나는 그 때 제 2 증상심을 얻어 곧 현세에서 안락한 삶을 어렵지 않게 얻었고, 즐거이 머물러 두려움이 없었으며, 안온하고 쾌락하였고, 열반을 향해 오르게 되었다.
  범지여, 나는 기쁨의 욕심을 여의고, 평정하여 구함 없이 노닐며, 바른 생각과 바른 지혜로 몸에 즐거움을 깨닫는다. 이른바 성인께서 말씀하신 성인의 평정[捨] 기억[念] 즐거움에 머묾[樂住] 공(空)이 있는 제 3선에 이르러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른바 나는 그 때 제3 증삼심을 얻어 곧 현세에서 안락한 삶을 어렵지 않게 얻었고, 즐거이 머물러 두려움이 없었으며, 안온하고 쾌락하였고, 열반을 향해 오르게 되었다.
  범지여, 나는 즐거움이 멸하고 괴로움도 멸했는데, 기쁨과 걱정의 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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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멸한 상태였으며, 괴로움도 없고 즐거움도 없는[不苦不樂] 평정[捨] 기억[念] 청청(淸淨)이 있는 제 4 선을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른바 나는 그 때 제4 증상심을 얻어 곧 현세에서 안락한 삶을 어렵지 않게 얻었고, 즐거이 머물러 두려움이 없었으며, 안온하고 쾌락하였고, 열반을 향해 오르게 되었다.
  범지여, 나는 그 때 이미 이러한 선정의 마음[定心]이 청정하게 되어, 더러움도 없고 번뇌도 없으며 부드럽게 잘 머물며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얻었고, 과거를 기억하는 지혜의 신통[宿命之通]을 공부하여3) 증득하게 되었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모양을 가졌었는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랜 옛날에 겪은 일을 기억하였다. 곧 1생 2생 백 생 천 생 성겁 패겁과 헤아릴 수 없는 성패겁 동안, 저 중생의 이름은 무엇이었고, 그는 옛날에 무슨 일을 했으며, 나는 일찍이 저기 태어나, 어떤 성(姓)과 어떤 이름이었고 어떻게 태어났으며, 어떤 음식을 먹었으며, 어떤 고락을 받았고, 얼마나 오래 살았으며, 얼마나 오래 머물렀고, 어떻게 목숨을 마쳤는지를 기억하였다. 여기서 죽어 저기에 태어나고, 저기서 죽어 여기에 태어났는데, 나는 그곳에 태어나 어떤 성과 어떤 이름이었으며, 어떻게 태어났고 어떤 음식을 먹었으며, 어떤 고락을 받았고 얼마나 오래 살았으며, 얼마나 오래 머물렀고 어떻게 목숨을 마쳤는지 등을 다 기억하였다. 이른바 나는 그 때 초야에 제1의 명달(明達)을 얻었고, 본래 방일함이 없음으로써 즐겁게 멀리 떠나 머물면서, 수행하고 정근하였다. 이른바 무지가 멸하고 지혜가 생겨났으며, 어둠이 무너지고 밝게 되었으며 무명이 멸하고 밝음이 생겼으니, 이른바 과거를 기억하는 지혜를 증득하고, 밝게 통달한 것이다.
  범지여, 나는 이미 이러한 선정의 마음이 청정하게 되어, 더러움도 없고 번뇌도 없으며 부드럽게 잘 머물며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얻었고, 생사를 아는 지혜의 신통[宿命智通]을 공부하여 증득하게 되었다. 나는 사람들보다 뛰어난 청정한 천안(天眼)으로써 이 중생들의 죽을 때와 태어날 때, 좋은 빛깔과
  
3) 고려대장경에 각(覺)자로 되어 있는 것을 송 원 명 3본에 의거하여 학(學)자로 수정하고 번역하였다. 앞뒤에 반복되고 있는 문장에 학(學)자로 되어 있는 것을 보아도 학(學)자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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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빛깔, 묘하고 묘하지 않음, 좋은 곳과 나쁜 곳으로 왕래하는 것을 보고, 저 중생들이 지은 업대로 된다는 것을 사실대로 보았다. 곧 만일 이 중생들이 몸으로 짓는 악행과 입과 뜻으로 짓는 악행을 성취하여 성인을 비방하고, 삿된 소견으로써 삿된 소견의 업을 성취하면, 그는 이 인연으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나쁜 곳으로 가서 지옥에 태어났다. 만일 이 중생들이 몸으로 짓는 묘행과 입과 뜻으로 짓는 묘행을 성취하여 성인을 비방하지 않고, 바른 소견으로써 바른 소견의 업을 성취하면, 그는 이 인연으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좋은 곳으로 올라가 천상에 태어났다. 이른바 나는 그 때 중야(中夜)에 이 제2의 명달(明達)을 얻었고, 본래 방일함이 없음으로써 즐거운 마음으로 멀리 떠나 머무르면서 수행하고 정근하였다. 그리하여 무지가 멸하고 지혜가 생겼으며, 어둠이 무너지고 밝게 되었으며 무명이 멸하고 밝음이 생겼으니, 이른바 번뇌가 다한 지혜[漏書智]를 증득하고 밝게 통달한 것이니라.
  범지여, 나는 이미 이러한 선정의 마음이 청정하게 되어, 더러움도 없고 번뇌도 없으며 부드럽게 잘 머물며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얻었고, 누가 다한 지혜의 신통[漏盡智通]을 공부하여 밝게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 괴로움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알고, 이 괴로움의 발생을 알며, 이 괴로움의 소멸을 알고, 이 괴로움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알았다. 또 이 누(漏 : 煩惱)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알고, 이 누의 발생을 알며, 이 누의 소멸을 알고, 이 누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알았다. 나는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보아 욕루(欲漏)에서 마음이 해탈하고, 유루와 무명루(無明漏)에서 마음이 해탈하였으며, 해탈한 뒤에는 곧 해탈한 줄을 알아, 생(生)이 이미 다하고 범행(梵行)도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목숨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하여 나는 그 때 새벽[後夜]에 이 제 3 의 명달(明達)을 얻었고, 본래 방일함이 없음으로써 즐거운 마음으로 멀리 떠나 머무르면서 수행하고 정근하였다. 그리하여 무지(無智)가 멸하고 지혜가 생겼으며, 어둠이 무너지고 밝게 되었으며, 무명이 멸하고 밝음이 생겼으니, 이른바 번뇌가 다한 지혜를 증득하고 밝게 통달한 것이니라.
  범지여, 만일 바른 말이 있어 어리석지 않은 법을 설한다면, 그는 중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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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나되 일체 중생들 가운데서 가장 훌륭하며 괴로움과 즐거움에 덮이지 않나니, 마땅히 알라. 저 바른 말을 한 사람은 바로 나였었다. 왜냐하면 나는 어리석지 않은 법을 연설하였고, 중생의 세상에 나서 일체 중생 가운데서 가장 훌륭하며 괴로움과 즐거움에 덮이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이에 비란야 범지는 곧 지팡이를 버리고,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제일이요 세존께서는 위대하시며, 세존께서는 최고이시고 세존께서는 수승하시며, 세존께서는 부처와 같으시고 세존께서는 사람과 같지 않으시며, 세존께서는 짝할 이 없으시고, 세존께서는 장애가 없고, 세존께서는 장애할 사람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들께 귀의하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우바새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하는 그 날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비란야 범지와 다른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황로원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모두 1,602자이다.]
  158) 두나경(頭那經) 제 17 [제4 분별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두나(頭那) 범지는 오후에 천천히 걸어 부처님께 나아가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만일 어떤 이가 '너는 범지냐?' 하고 묻는다면, 너는 스스로 범지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
  "구담이시여, 만일 바로 범지라고 말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부모가 천거한 바로서 생(生)을 받음이 청정하며, 나아가 7대 동안 부모의 종족이 끊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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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않았고, 대대로 악이 없었으며, 널리 듣고 모두 기억해 네 가지 경전을 환히 외우고, 인(因) 연(緣) 정(正) 문(文) 희(戱)의 5구설(句說)을 깊이 통달한 사람일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정녕 범지라고 일컬을 자는 바로 저입니다. 왜냐 하면 나는 부모가 천거한 바로서 생을 받음이 청정하며, 나아가 7대 동안 부모의 종족이 끊어지지 않았고, 대대로 악이 없었으며, 널리 듣고 모두 기억해 네 가지 경전을 환히 외우고, 인(因) 연(緣) 정(正) 문(文) 희(戱)의 5구설을 깊이 통달했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두나여, 내가 이제 네게 물으리니, 너는 아는 대로 대답하라. 두나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옛날에 수(壽)가 다하고 명(命)을 마치도록 경서를 외워 기억하고 경서를 널리 유포하며, 경서를 외워 익힌 범지들이 있었으니, 이른바 그들은 야타(夜 ) 바마(婆摩) 바마제바(婆摩提婆) 비사밀다라(毗奢蜜哆邏) 야타건니(夜陀揵尼) 응의라바(應疑羅婆) 바사타(婆私 ) 가섭(迦葉) 바라바(婆羅婆) 바화(婆和)였다. 그들은 다섯 가지 범지를 시설하였으니, 곧 범(梵)과 같은 범지 하늘과 같은 범지 범지의 경계를 넘지 않는 범지 범지의 경계를 넘는 범지요, 다섯 번째는 전다라(旃茶羅) 범지이다. 두나여, 이 다섯 종류의 범지 중에 너는 어느 범지에 속하느냐?"
  두나가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이 이치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하실 뿐 자세히 분별하지 않으시니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사문 구담이시여, 자세히 말씀하시어 저로 하여금 그 뜻을 알게 해 주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두나여,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라. 내가 너를 위하여 자세히 분별하여 말하리라."
  "예, 구담이시여."
  두나는 분부를 받아 경청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두나여, 어떤 범지가 범(梵)과 같은가? 어떤 범지는 부모가 천거한 바로서 생을 받음이 청정하며, 나아가 7대 동안 부모의 종족이 끊어지지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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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대로 악이 없었다. 그는 48년 동안 동자의 범행을 행하면서 경서를 얻어 그것을 외워 익히려고 한다. 그는 경서를 얻어 그것을 외워 익힌 뒤에는 스승을 공양하기 위하여 재물을 구걸하되, 법답게 하고 법답지 않게 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법답지 않은 것인가?4) 농사 살림살이 책 계산 산수 조각 글씨 문장 경(經) 시(詩) 칼이나 몽둥이 왕의 심부름 등으로 재물을 구하지 않고 법답게 구걸해 구걸한 재물로 스승을 공양한다. 그는 재물을 보시한 뒤에 자애로운 마음으로 1방을 가득 채워 성취하여 노닐고, 이렇게 2 3 4방과 4유 상하 일체를 두루 채운다. 자애로운 마음[慈心]으로 맺힘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을 가득 채우고 성취하여 노닌다. 이와 같이 슬픈 마음[悲心]과 기쁜 마음[喜心]도 또한 그러하며, 평정한 마음[捨心]으로 맺힘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을 가득 채우고 성취하여 노닌다. 두나여, 이런 범지는 범과 같으니라.
  두나여, 어떤 범지가 하늘과 같은가? 어떤 범지는 부모가 천거한 바로서 생을 받음이 청정하며, 나아가 7대 동안 부모의 종족이 끊어지지 않았고 대대로 악이 없었다. 그는 48년 동안 동자의 범행을 행하면서 경서를 얻어 그것을 외워 익히려고 한다. 경서를 얻어 그것을 외워 익힌 뒤에는 스승을 공양하기 위하여 재물을 구걸하되, 법답게 하고 법답지 않게 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법답지 않은 것인가? 농사 살림살이 책 계산 산수 조각 글씨 문장 경 시 칼이나 몽둥이 왕의 심부름 등으로 재물을 구하지 않고 법답게 구걸해 구걸한 재물로 스승을 공양한다. 그는 재물을 보시한 뒤에 몸으로 짓는 묘행과 입과 뜻으로 짓는 묘행을 행한다. 몸으로 짓는 묘행과 입과 뜻으로 짓는 묘행을 행한 뒤에 그는 이 인연으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좋은 곳으로 올라가서 천상에 태어난다. 두나여, 이런 범지는 하늘과 같으니라.
  
4) 고려대장경에 '운하불여법(云何不如法)'으로 되어 있는데, 내용으로 보아 '운하여법(云何如法)' 즉 '어떻게 법답게 하는 가?'라야 옳을 것으로 생각된다. 뒤에 반복되는 문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1163 / 1738] 쪽
  두나여, 어떤 범지가 경계를 벗어나지 않는 범지인가? 어떤 범지는 부모가 천거한 바로서 생을 받음이 청정하며, 나아가 7대 동안 부모의 종족이 끊어지지 않았고 대대로 악이 없었다. 그는 48년 동안 동자의 범행을 행하면서, 경서를 얻어 그것을 외워 익히려고 한다. 그는 경서를 얻어 그것을 외워 익힌 뒤에는 스승을 공양하기 위하여 재물을 구걸하되, 법답게 하고 법답지 않게 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법답지 않은 것인가? 농사 살림살이 책 계산 산수 조각 글씨 문장 경 시 칼이나 몽둥이 왕의 심부름 등으로 재물을 구하지 않고 법답게 구걸해 구걸한 재물로 스승을 공양한다. 그는 재물을 보시한 뒤에 자신을 위해서 아내를 구하되, 법답게 하지 법답지 않게 하지는 않는다.
  어떤 것이 법답지 않은 것인가? 그는 범지의 딸에게 마음이 쏠려 서로 사랑하고 서로 안고 교합하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그는 범지의 딸에게 장가들고, 범지의 딸이 아니거나 찰리의 딸에게는 장가들지 않는다. 또 아이 밴 여자나 아이를 낳은 여자에게는 장가가지 않는다. 두나(頭那)여, 무엇 때문에 범지는 아이 밴 여자에게는 장가들지 않는가? 그 여자 때문에 다른 남자들로부터 더러운 음욕을 가진 자라고 불려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범지는 아이 밴 여자에게는 장가들지 않는다. 두나여, 무엇 때문에 범지는 아이 낳은 여자에게는 장가들지 않는가? 그 여자 때문에 다른 남자들로부터 더러운 성냄을 가진 자라고 불려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범지는 아이 낳은 여자에게는 장가들지 않는다. 두나여, 그가 장가를 드는 것은 재물을 위해서도 아니요[不爲財物], 교만함을 위해서도 아니며[不爲憍慠], 장엄을 위해서도 아니요[不爲莊嚴], 장식을 위해서도 아니며[不爲飾], 다만 자식을 얻기 위해서이다[但爲子故].5) 그는 아들을 낳은 뒤에도 만일 옛날 범지들의 종요로운 맹세와 처소와 경계가 있으면, 거기에 머무르고 그것을 지켜 그것을 벗어나지 않는다. 두나여, 이와 같은 범지가 그 경계를 벗어나지 않는 범지이니라.
  두나여, 어떤 범지가 경계를 벗어나는 범지인가? 어떤 범지는 부모가 천거
  
5) 이 부분이 팔리본에는 "애욕을 위해서도 아니요[不爲愛欲], 데리고 놀기 위해서도 아니며[不爲嬉戱], 보고 즐기기 위해 서도 아니요[不爲觀樂], 단지 자식을 얻기 위해서이다[但爲得子故]"라고 되어 있다.
[1164 / 1738] 쪽
  한 바로서 생을 받음이 청정하며, 나아가 7대 동안 부모의 종족이 끊어지지 않았고 대대로 악이 없었다. 그는 48년 동안 동자의 범행을 행하면서 경서를 얻어 그것을 외워 익히려고 한다. 그는 경서를 얻어 그것을 외워 익힌 뒤에는 스승을 공양하기 위하여 재물을 구걸하되, 법답게 하고 법답지 않게 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법답지 않은 것인가? 농사 살림살이 책 계산 산수 조각 글씨 문장 경 시 칼이나 몽둥이 왕의 심부름 등으로 재물을 구하지 않고 법답게 구걸해 구걸한 재물로 스승을 공양한다. 그는 재물을 보시한 뒤에 스스로 아내를 구하되, 법답게 하지 법답지 않게 하지는 않는다.
  어떤 것이 법답지 않은 것인가? 그는 범지의 딸에게 마음이 쏠려 서로 사랑하고 서로 안고 교합하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그는 범지의 딸에게 장가들고, 범지의 딸이 아니거나 찰리의 딸에게는 장가들지 않는다. 또 아이 밴 여자나 아이를 낳은 여자에게도 장가들지 않는다. 두나여, 무엇 때문에 범지는 아이 밴 여자에게는 장가들지 않는가? 그 여자 때문에 다른 남자들로부터 더러운 음욕을 가진 자라고 불려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범지는 아이 밴 여자에게는 장가들지 않는다. 두나여, 무엇 때문에 범지는 아이 낳은 여자에게는 장가들지 않는가? 그 여자 때문에 다른 남자들로부터 더러운 성냄을 가진 자라고 불려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범지는 아이 낳은 여자에게는 장가들지 않는다. 두나여, 그가 장가를 드는 것은 재물을 위해서도 아니요, 교만함을 위해서도 아니며, 장엄함을 위해서도 아니요, 장식을 위해서도 아니며, 다만 자식을 얻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그는 아들을 낳은 뒤에는 옛날 범지들의 종요로운 맹세와 처소와 경계가 있어도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받아 가지지 않으며 곧 그것을 벗어난다. 두나여, 이와 같은 범지가 그 경계를 벗어나는 범지니라.
  두나여, 어떤 범지가 범지 전다라인가? 어떤 범지는 부모가 천거한 바로서 생을 받음이 청정하며, 나아가 7대 동안 부모의 종족이 끊어지지 않았고 대대로 악이 없었다. 그는 48년 동안 동자의 범행을 행하면서 경서를 얻어 그것을 외워 익히려 한다. 그는 경서를 얻어 그것을 외워 익힌 뒤에는 스승을 공양하기 위하여 재물을 구걸하되, 법답게 하고 법답지 않게 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법답지 않은 것인가? 농사 살림살이 책 계산 산수 조각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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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 문장 경 시 칼이나 몽둥이 왕의 심부름 등으로 재물로 구하지 않고 법답게 구걸해 구걸한 재물로 스승을 공양한다. 그는 재물을 보시한 뒤에 스스로 아내를 구하되, 법답게 하고 법답지 않게 하지는 않는다.
  어떤 것이 법답지 않은 것인가? 그는 범지의 딸에게 마음이 쏠려 서로 사랑하고 서로 껴안고 교합하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그는 범지의 딸에게 장가들고, 범지의 딸이 아니거나 찰리의 딸에게는 장가들지 않는다. 또 아이 밴 여자나 아이를 낳은 여자에게는 장가들지 않는다. 두나여, 무엇 때문에 범지는 아이 밴 여자에게는 장가들지 않는가? 그 여자 때문에 다른 남자들로부터 더러운 음욕을 가진 자라고 불려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범지는 아이 밴 여자에게는 장가들지 않는다. 두나여, 무엇 때문에 범지는 아이 낳은 여자에게는 장가들지 않는가? 그 여자 때문에 다른 남자들로부터 더러운 성냄을 가진 자라고 불려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범지는 아이 낳은 여자에게는 장가들지 않는다. 범지여, 그가 장가를 가는 것은 재물을 위해서도 아니요, 교만함을 위해서도 아니며, 장엄함을 위해서도 아니요, 장식을 위해서도 아니며, 다만 자식을 얻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그는 아들을 낳은 뒤에는 왕에 어울리는 일 도적에 어울리는 일 사도(邪道)에 어울리는 일을 행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범지는 마땅히 어떤 일이라도 해야 한다. 그리고 범지는 그 때문에 물들지 않아야 하고, 또한 그 때문에 더러워지지도 않아야 한다. 비유하면 마치 불과 같아서 깨끗한 것도 태우고 깨끗하지 않은 것도 태워야 한다. 또 범지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범지는 그 때문에 물들지 않아야 하고 또한 그 때문에 더러워지지도 않아야 한다'.
  두나여, 이와 같은 범지가 범지 전다라이니라.
  두나여, 이 다섯 종류의 범지에서 너는 어느 범지에 속하느냐?"
  두나가 아뢰었다.
  "구담(瞿曇)이시여, 마지막에 말씀하신 그 범지 전다라에도 저는 아직 미치지 못하거늘, 하물며 다른 범지이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알았습니다. 선서시여, 저는 이미 이해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과 법과 비구스님들께 귀의하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우바새가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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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하는 그 날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자, 두나 범지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두나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1,850자이다.]
  159) 아가라하나경(阿伽羅訶那經) 제 18 [제4 분별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勝林給孤獨園)에 계셨다. 그 때 아가라하나(阿伽羅訶那)범지는 오후에 천천히 걸어서 부처님께 나아가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여쭙고 싶은 것이 있는데 허락하신다면 감히 여쭙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마음대로 물으라."
  범지가 곧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범지의 경전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지의 경전은 사람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구담이시여, 사람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사람은 벼나 보리를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구담이시여, 벼나 보리는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벼나 보리는 땅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구담이시여, 땅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땅은 물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범지가 다시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물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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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은 바람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구담이시여, 바람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바람은 허공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구담이시여, 허공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허공은 의지하는 것이 없다. 다만 해와 달로 인하여 본래부터 허공이 있었느니라."
  범지가 다시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해와 달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셨다.
  "해와 달은 사왕천(四王天)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구담이시여, 사왕천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사왕천은 삼십삼천(三十三天)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삼십삼천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삼십삼천은 험마천(摩天 : 焰摩天)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구담이시여, 험마천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험마천은 도슬다천(兜瑟哆天)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구담이시여, 도슬다천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도슬다천은 화락천(化樂天)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구담이시여, 화락천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화락천은 타화락천(他化樂天)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범지가 다시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타화락천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타화락천은 범세(梵世)를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구담이시여, 범세는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범세는 대범(大梵)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구담이시여, 대범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대범은 인욕(忍辱) 온화함[溫] 선량함[良]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구담이시여, 인욕 온화함 선량함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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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욕 온화함 선량함은 열반을 의지하여 머무느니라."
  범지가 다시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열반은 무엇을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범지의 의욕(意欲)은 무궁한 일을 의지한다. 그러므로 네가 이제 내게 질문하는 것도 끝이 없다. 그러나 열반은 의지하는 것이 없다. 다만 열반은 멸하여 마치는 것이요, 열반은 제일이니라. 범지여, 이러한 이치가 있나니 나를 좇아 범행을 행하라."
  범지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알았습니다. 선서시여, 저는 이미 이해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들께 귀의하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아가라하나 범지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아가라하나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634자이다.]
  160) 아란나경(阿蘭那經) 제 19 [제4 분별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여러 비구들이 점심 공양을 마친 뒤에 강당에 모여 앉아, 이러한 일을 의논하였다.
  "여러분,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기이합니다. 사람의 목숨은 지극히 짧아, 반드시 뒷세상으로 가게 됩니다. 그러므로 착한 일을 해야 하고 범행(梵行)을 행해야 합니다. 한 번 나서 죽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세상 사람들은 법다운 행에 대해서, 의로운 행에 대해서, 선한 행에 대해서, 묘한 행에 대해서 하는 것도 없고 구하는 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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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세존께서는 낮에 활동하는 곳에 계시면서, 사람들보다 뛰어난 청정한 천이(天耳)로써, 여러 비구들이 점심 뒤에 강당에 모여 앉아 이러한 일을 의논하는 것을 들으셨다.
  "여러분,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기이합니다. 사람의 목숨은 지극히 짧아 반드시 뒷세상으로 가게 됩니다. 그러므로 착한 일을 해야 하고 범행(梵行)을 행해야 합니다. 한 번 나서 죽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세상 사람들은 법다운 행에 대해서, 의로운 행에 대해서, 선한 행에 대해서, 묘한 행에 대해서 하는 것도 없고 구하는 것도 없습니다."
  세존께서는 들으신 뒤에, 해질 무렵[晡時] 연좌에서 일어나 강당으로 가시어, 비구들 앞에서 자리를 펴고 앉아, 여러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무슨 일을 의논하였느냐? 무엇하러 강당에 모여 앉았느냐?"
  그 때 여러 비구들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 비구들은 점심 공양을 마친 뒤에 강당에 모여 앉아, 이러한 일을 의논하였습니다.
  '여러분,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기이합니다. 사람의 목숨은 지극히 짧아 반드시 뒷세상으로 가게 됩니다. 그러므로 착한 일을 해야 하고 범행을 행해야 합니다. 한 번 나서 죽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세상 사람들은 법다운 행에 대해서, 의로운 행에 대해서, 선한 행에 대해서, 묘한 행에 대해서, 하는 것도 없고 구하는 것도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 일을 의논하였고, 이 일로 강당에 모여 앉았습니다."
  세존께서 찬탄해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비구들아, 너희들이 이런 말을 하였구나.
  '여러분,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기이합니다. 사람의 목숨은 지극히 짧아 반드시 뒷세상으로 가게 됩니다. 그러므로 착한 일을 하여야 하고 범행(梵行)을 행하여야 합니다. 한 번 나서 죽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세상 사람들은 법다운 행에 대해서, 의로운 행에 대해서, 선한 행에 대해서, 묘한 행에 대해서 하는 것도 없고 구하는 것도 없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나도 또한 이렇게 말하기 때문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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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기이하다. 사람의 목숨은 지극히 짧아 반드시 뒷세상으로 가게 된다. 그러므로 착한 일을 하여야 하고 범행을 행하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 세상 사람들은 법다운 행에 대해서, 의로운 행에 대해서, 선한 행에 대해서, 묘한 행에 대해서 하는 것도 없고 구하는 것도 없구나.'
  무슨 까닭인가? 먼 옛날에는 중생이 있어 수명이 8만 세였다. 비구들아, 사람의 수명이 8만 세였을 때, 이 염부주는 지극히 크고 풍족하고 즐거우며, 재물과 보배가 많았고, 촌 읍들은 닭이 한 번에 날아갈 정도로 가까이 있었다. 비구들아, 사람의 수명이 8만 세였던 때, 여자는 나이 5백 세가 되어야 시집갔었다. 비구들아, 사람의 수명이 8만 세였던 때, 병으로는 오직 추위 더위 대소변 욕심 굶주림 늙음이 있을 뿐 더 이상 다른 근심은 없었다.
  비구들아, 사람의 수명이 8만 세였던 때에 구뢰바(拘牢婆)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전륜왕이 되어 총명하고 지혜로웠으며, 네 종류의 군사가 있어 천하를 바르게 다스렸고, 자기 자신도 자재로웠으며, 법다운 법왕으로서 7보를 성취하였었다. 그 7보란 윤보(輪寶) 상보(象寶) 마보(馬寶) 주보(珠寶) 여보(女寶) 거사보(居士寶) 주병신보(主兵臣寶)이니, 이것을 7보라 한다. 그에게는 용모가 단정하고, 용맹하며 두려움이 없는 천 명의 아들이 있어 능히 다른 무리들을 항복받았으며, 반드시 이 일체의 땅과 나아가 큰 바다에 이르기까지 다스릴 만하였다. 그들은 칼이나 몽둥이를 쓰지 않고, 법으로써 가르치고 명령하여 안온을 얻게 하였다.
  비구들아, 구뢰바왕에게는 범지가 있었는데, 그 이름은 아란나(阿蘭那)이고 큰 장자였다. 그는 부모가 천거한 바로서, 생을 받음이 청정하고, 나아가 7대 동안 부모의 종족이 끊어지지 않고, 대대로 악이 없었으며, 널리 듣고 모두 기억해 네 가지 경전을 환히 외우며, 인(因) 연(緣) 정(正) 문(文) 희(戱), 5구설(句說)을 깊이 통달하였다.
  비구들아, 범지 아란나에게는 한량없는 백천 마납마(摩納磨)6)가 있었다. 범지 아란나는 한량없는 백천 마납마들을 위하여, 어떤 일 없는 곳에 머무르면서 경서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 때 범지 아란나는 혼자서 고요한 곳에 머물
  
6) 팔리어 manava의 음역어이고 바라문 청년, 혹은 바라문 동자를 뜻한다. 마납(摩納) 혹은 마나바(摩那婆) 마납바(摩納婆 )로 음역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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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서 편안히 앉아 깊은 사유(思惟)에 잠겨 있다가,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기이하다. 사람의 목숨은 지극히 짧아 반드시 뒷세상으로 가게 된다. 그러므로 착한 일을 하여야 하고 범행을 행하여야 한다. 한 번 나서 죽지 않는 것은 없다. 그런데 지금 세상 사람들은 법다운 행에 대해서, 의로운 행에 대해서, 선한 행에 대해서, 묘한 행에 대해서, 하는 것도 없고 구하는 것도 없구나. 나는 차라리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자'.
  이에 범지 아란나는 몇 나라의 여러 마납마 처소에 가서 말하였다.
  '여러 마납마들이여, 나는 혼자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편안히 앉아 깊은 사유(思惟)에 잠겨 있다가,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기이하다. 사람의 목숨은 지극히 짧아 반드시 뒷세상으로 가게 된다. 그러므로 착한 일을 하여야 하고 범행을 행하여야 한다. 한 번 나서 죽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지금 세상 사람들은 법다운 행에 대해서, 의로운 행에 대해서, 선한 행에 대해서, 묘한 행에 대해서 하는 것도 없고 구하는 것도 없다. 나는 이제 차라리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자. 여러 마납들이여, 나는 이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고자 한다. 너희들은 장차 어떻게 하려는가?'
  몇몇 나라의 마납마들이 아뢰었다.
  '존사(尊師)시여, 저희들이 아는 것은 모두 스승님의 은혜를 입은 것입니다. 만일 스승님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시겠다면, 저희들도 또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겠습니다.'
  이에 범지 아라나는 그 뒤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웠다. 그 몇몇 나라의 여러 마납마들도 또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그 스승 범지 아란나를 따라 도를 배웠다. 여기서 스승 아란나와 스승 아란나의 제자라는 이름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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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해 설법하였다.
  '여러 마납마들이여,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기이하다. 사람의 목숨은 지극히 짧아 반드시 뒷세상으로 가게 된다. 그러므로 착한 일을 해야 하고 범행을 행하여야 한다. 한 번 나서 죽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지금 세상 사람들은 법다운 행에 대해서, 의로운 행에 대해서, 선한 행에 대해서 묘한 행에 대해서, 하는 것도 없고 구하는 것도 없구나.'
  그 때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해 설법하였다.
  '여러 마납마들이여,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기이하다. 사람의 목숨은 지극히 짧아 반드시 뒷세상으로 가게 된다. 그러므로 착한 일을 해야 하고 범행을 행하여야 한다. 한 번 나서 죽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지금 세상 사람들은 법다운 행에 대해서, 의로운 행에 대해서, 선한 행에 대해서, 묘한 행에 대해서 하는 것도 없고 구하는 것도 없구나'.
  이와 같이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다시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마납마들이여, 마치 풀잎 위의 아침 이슬방울이 해가 뜨면 곧 사라져 잠깐 존재할 뿐 오래가지 못하는 것과 같이, 마납마들이여, 사람의 목숨도 아침 이슬과 같아서 얻기도 매우 어렵지만 지극히 짧아 의미가 없으며, 큰 고통과 재환(災患)만 있는데 그 재환은 너무도 많으니라.'
  이와 같이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다시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마납마들이여, 마치 큰비가 올 때 떨어지는 물방울에 거품이 일어나 혹은 생겼다가 혹은 사라지는 것처럼, 이와 같이 마납마들이여, 사람의 목숨도 물거품과 같아서 매우 얻기도 어렵지만 지극히 짧아 의미가 없다. 큰 고통과 재환만 있는데, 그 재환은 너무도 많으니라.'
  이와 같이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다시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마납마들이여, 마치 작대기를 물 속에 던지면 들어갔다가 재빨리 다시 나오는 것처럼, 이와 같이 마납마들이여, 사람의 목숨도 작대기를 물 속에 던지면 도로 나오는 시간이 너무나 빠른 것과 같아서 매우 얻기도 어렵지만 지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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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 짧아 의미가 없다. 큰 고통과 재환만 있는데 그 재환은 너무도 많으니라.'
  이와 같이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다시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마납마들이여, 마치 새로 만든 질그릇을 물에 담갔다 곧 꺼내면 바람과 열에 부딪쳐 재빨리 마르는 것과 같이, 마납마들이여, 사람의 목숨도 새로 만든 질그릇을 물에 적셨을 때 재빨리 마르는 것과 같아서 매우 얻기도 어렵지만 너무도 짧아 아무 의미가 없다. 큰 고통과 재환만 있는데 그 재환은 너무도 많으니라.'
  이와 같이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다시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마납마들이여, 마치 조그만 살점을 큰 가마솥 물 속에 넣고, 밑에서 불을 세게 때면 어느새 다 타 버리는 것처럼, 마납마들이여, 사람의 목숨도 살점과 같아서 매우 얻기도 어렵지만 지극히 짧아 아무 의미가 없다. 큰 고통과 재환만 있는데 그 재환은 너무도 많으니라.'
  이와 같이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다시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마납마들이여, 마치 도적을 묶어서 사형장으로 보내 죽이려고 할 때, 떼어 놓는 발길 따라 걸음걸음 죽음으로 나아가고, 걸음걸음 목숨이 줄어드는 것처럼, 마납마들이여, 사람의 목숨도 도적을 묶어 사형장으로 보내 죽이는 것과 같아서, 매우 얻기도 어렵지만 지극히 짧아 아무 의미가 없다. 큰 고통과 재환만 있는데 그 재환은 너무도 많으니라.'
  이와 같이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다시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마납마들이여, 마치 백정이 송아지를 끌고 가서 죽이려 할 때, 떼어놓는 발걸음 따라 걸음걸음 죽음으로 나아가고, 걸음걸음 목숨이 줄어드는 것처럼 마납마들이여, 사람의 목숨도 소를 끌고 가서 죽이는 것과 같아서 매우 얻기도 어렵지만 지극히 짧아 아무 의미가 없다. 큰 고통과 재환만 있는데 그 재환은 너무도 많으니라.'
  이와 같이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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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마납마들이여, 마치 베를 짤 때에 그 오가는 씨실을 따라 베가 완성되면 곧 마치는 것처럼, 마납마들이여, 사람의 목숨도 베를 짜서 마치는 것과 같아서 매우 얻기도 어렵지만 지극히 짧아 아무 의미가 없다. 큰 고통과 재환만 있는데 그 재환은 너무도 많으니라.'
  이와 같이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다시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마납마들이여, 마치 산골짜기 물이 갑자기 불어나서 모든 것을 휩쓸고 내려갈 때 물이 빠르게 흘러 잠시도 멈추지 않는 것처럼, 마납마들이여, 사람의 목숨도 빨리 달려 잠시도 머무름이 없느니라. 이와 같이 마납마들이여, 사람의 목숨도 재빨리 흐르는 물과 같아서 얻기도 매우 어려우며, 지극히 짧아 아무 의미가 없다. 큰 고통과 재환만 있는데 그 재환은 너무도 많으니라.'
  이와 같이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다시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마납마들이여, 마치 어두운 밤에 지팡이를 땅에 던지면, 혹은 거꾸로 떨어지기도 하고, 혹은 바로 떨어지기도 하며, 혹은 다시 옆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혹은 깨끗한 곳에 떨어지기도 하며, 혹은 깨끗하지 못한 곳에 떨어지기도 하는 것처럼, 마납마들이여, 중생들은 무명(無明)에 덮이고 애욕에 묶여 혹은 지옥에 나기도 하고, 혹은 축생에 나기도 하며, 혹은 아귀에 나기도 하고, 혹은 천상에 나기도 하며, 혹은 인간에 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마납마들이여, 사람의 목숨도 어둠 속에서 지팡이를 땅에 던지는 것과 같아서, 얻기도 매우 어렵지만 지극히 짧아 아무 의미가 없다. 큰 고통과 재환만 있는데 그 재환은 너무도 많으니라.'
  이와 같이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다시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마납마들이여, 나는 세상에서 탐욕을 끊고 마음에 다툼이 없어, 남의 재물이나 여러 가지 생활 도구를 보아도 탐욕을 일으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지 않으니, 나는 탐욕에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앴다. 이와 같이 성냄과 수면(睡眠)과 들뜸에 있어서도 또한 그러하다. 나는 세상에서 의심을 끊고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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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을 막아 모든 착한 법에 대해서 망설임이 없으니, 나는 의혹에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앴다. 마납마들이여, 너희들도 또한 세상에서 탐욕을 끊고 마음에 다툼이 없어, 남의 재물과 여러 가지 생활 도구를 보더라도 탐욕을 일으켜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하지 말아야 하리니, 너희들도 탐욕에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애도록 하라. 이와 같이 성냄과 수면과 들뜸에 있어서도 또한 그러하며, 너희들은 세상에서 의심을 끊고 미혹을 막아, 모든 착한 법에 대해서 망설임이 없어야 하느니라.'
  이와 같이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다시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마납마들이여, 나는 자애로운 마음[慈心]으로 1방을 가득 채워 성취하여 노닐고, 이와 같이 2 3 4방과 4유 상 하 일체를 가득 채운다. 자애로운 마음으로 맺힘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을 두루 채우고 성취하여 노닌다. 이와 같이 슬픈 마음[悲心]과 기쁜 마음[喜心]도 마찬가지이며, 평정한 마음[捨心]으로 맺힘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을 가득 채우고 성취하여 노닌다.
  마납마들이여, 너희들도 또한 자애로운 마음으로 1방을 가득 채워 성취하여 노닐고, 이와 같이 2 3 4방과 4유 상하 일체를 가득 채우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맺힘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을 가득 채우고 성취하여 노닐어야 한다. 슬픈 마음과 기쁜 마음도 마찬가지이며, 평정한 마음으로 맺힘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을 가득 채우고 성취하여 노닐어야 하느니라.'
  이와 같이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다시 스승 아란나는 제자들을 위하여 범세법(梵世法)을 연설하였다. 스승 아란나가 범세법을 연설했을 때, 여러 제자들 중에 법을 두루 갖추고 받들어 행하지 않은 자들이 있으면, 그들은 목숨을 마친 뒤에 사왕천(四王天)에 나거나, 혹은 삼십삼천에 나며, 혹은 험마천에 나거나, 혹은 도슬다천에 나며, 혹은 화락천에 나거나, 혹은 타화락천에 태어났다. 스승 아란나가 범세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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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설했을 때, 여러 제자들 중에 법을 두루 갖추고 받들어 행하는 자가 있으면, 4범실(梵室)7)을 닦아 탐욕을 버리고,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는 범천에 태어날 수 있었다. 그 때 스승 아란나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제자들과 함께 뒷세상에 함께 가서 한곳에 태어나지 않으리라. 나는 이제 차라리 증상자(增上慈)를 닦으리라. 증상자를 닦으면 목숨을 마친 뒤에 황욱천(晃昱天)에 태어날 것이다.'
  스승 아란나는 그 뒤에 다시 증상자를 닦았다. 증상자를 닦았으므로 목숨을 마친 뒤에 황욱천에 나게 되었다. 스승 아란나와 그 모든 제자들은 도를 배운 것이 헛되지 않아 큰 과보를 증득하였다.
  비구들아, 너희들의 생각에는 어떠하냐? 옛날의 스승 아란나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 그런 생각을 말라. 왜냐 하면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그는 곧 지금의 나이니라. 나는 그 때 스승 아란나라고 이름하였고, 한량없는 백천의 많은 제자가 있었으며, 모든 제자들을 위하여 범세법을 연설하였다. 내가 범세법을 연설했을 때, 모든 제자들 중에 법을 두루 갖추고 받들어 행하지 않은 자들이 있으면, 그들은 목숨을 마친 뒤에 사왕천에 나기도 했고, 혹은 삼십삼천에 나기도 했으며, 혹은 험마천(摩天)에 나기도 했고, 혹은 도슬다천(兜瑟哆天)에 나기도 했으며, 혹은 화락천(化樂天)에 나기도 했고, 혹은 타화락천(他化樂天)에 나기도 했다. 내가 범세법을 연설했을 때, 모든 제자들 중에 법을 두루 갖추고 받들어 행하는 자가 있으면, 4범실(梵室)을 닦아 탐욕을 버리고,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는 범천에 태어날 수 있었다. 나는 그 때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제자들과 함께 뒷세상에 함께 가서 한곳에 태어나지 않으리라. 나는 이제 차라리 다시 증상자를 닦으리라. 증상자를 닦으면 목숨을 마친 뒤에는 황욱천에 태어날 수 있으리라.'
  그 때 나와 제자들은 도를 배운 것이 헛되지 않아 큰 과보를 얻었느니라.
  나는 그 때에 내 자신도 요익하게 하였고 남도 요익하게 하였으며, 많은 사람을 요익하게 하였다. 세간을 가엾이 여겼으며, 하늘을 위하고 사람을 위
  
7) 자 비 희 사의 4무량심(無量心)을 말한다. 이 네 가지를 닦으면 대범천(大梵天)에 태어나는 과보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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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여 의(義)와 요익을 구하고, 안온과 쾌락을 구하였었다. 나는 그 때에는 설법하였으나 구경(究竟)에 이르지는 못하였고, 최후의 희고 깨끗한 법에 이르지 못하였으며, 최후의 범행에 미치지 못하였고, 최후의 범행을 마치는 데에는 이르지 못하였었다. 나는 그 때에는 생 노 병 사와 울음과 근심과 슬픔을 여의지 못하였고, 또한 능히 일체의 괴로움에서도 벗어나지 못하였었다.
  비구들아, 나는 이제 세상에 나와 여래(如來) 무소착(無所著) 등정각(等正覺) 명행성위(明行成爲) 선서(善逝) 세간해(世間解) 무상사(無上士) 도법어(道法御) 천인사(天人師)로서, 불중우(佛衆祐)라고 불린다. 나는 이제 내 자신도 요익하게 하였고 남도 요익하게 하였으며, 많은 사람을 요익하게 하였다. 세간을 가엾게 여기고, 하늘을 위하고 사람을 위하여 의와 요익을 구하고, 안온과 쾌락을 구하였다. 나는 이제는 설법하여 구경에 이르게 되었고, 최후의 희고 깨끗한 법에 이르렀으며, 최후의 범행을 이루었고, 최후의 범행을 마쳤다. 나는 이제 이미 생 노 병 사와 울음과 근심과 슬픔을 여의었고, 나는 이제 이미 일체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비구들아, 만일 바르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의 목숨은 지극히 짧아 반드시 뒷세상으로 가게 된다. 그러므로 착한 일을 해야 하고 범행을 행하여야 한다. 한 번 나서 죽지 않는 것은 없다'고 말하리라.
  비구여, 이제 이것은 바른 말이다. 왜냐 하면 이제 만일 장수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무리 오래라 해도 백 년, 혹은 그것을 조금 넘었을 것이다. 만일 장수하는 사람이라면 3백 철을 살 것이니, 봄철 1백, 여름철 1백, 겨울철 1백이다.
  이것은 1천 2백 달을 사는 것이니, 봄 4백, 여름 4백, 겨울 4백 달이다. 1천 2백 달을 사는 것은 2천 4백 번의 보름을 사는 것이니, 봄 8백, 여름 8백, 겨울 8백 보름이다. 2천 4백 번의 보름을 사는 것은 3만 6천의 밤낮이니, 봄 1만 2천, 여름 1만 2천, 겨울 1만 2천의 밤낮이다. 3만 6천 밤낮을 사는 것은 7만 2천 끼니를 먹는 것인데, 거기에는 장애와 어머니 젖이 있다. 장애가 있다는 것은 괴로워 먹지 못하고, 성이 나서 먹지 못하며, 병들어 먹지 못하고, 일이 있어 먹지 못하며, 다니느라 먹지 못하고, 왕 앞이라 먹지 못하며, 재일(齋一)이라서 먹지 못하고, 얻지 못해 먹지 못하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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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백 년을 사는 동안의 1백 년의 햇수 철 수 년 수와 철 수 달 수 보름 수 달과 보름 수 낮 수 밤 수 밤과 낮 수 끼니 수 장애 수 끼니와 장애의 수라고 한다.
  비구들아, 만일 스승이 제자를 위하여 큰 사랑과 불쌍히 여김과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 의리와 요익을 구하고, 안온과 쾌락을 구한다면, 나는 이미 그것을 다하였으니, 너희도 또한 마땅히 힘쓰도록 하라. 곧 일 없는 곳이나 산속 숲 나무 밑 빈 곳이나, 편안하고 고요한 곳에 가서, 편안히 앉아 깊이 사색하되 방일하지 말고, 부지런히 힘쓰고 꾸준히 나아가 후회가 없게 하라. 이것이 나의 가르침이요, 이것이 나의 훈계이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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