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증일아함경 제22권

通達無我法者 2008. 1. 2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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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일아함경 제22권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30. 수타품(須陀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갈국(摩竭國) 파사산(波沙山)에서 대비구(大比丘)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이른 아침에 고요한 방에서 나와 밖에서 거닐고 계셨다. 그 때 수타(須陀)라고 하는 사미(沙彌)가 세존의 뒤를 따라 거닐고 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 돌아보시며 사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너에게 어떤 이치를 물을 터이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해 보아라."
  수타 사미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영원한 형상과 무상한 형상은 그 이치가 하나인가, 혹은 여러 가지인가?"
  수타 사미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영원한 형상과 무상한 형상은 그 이치가 여러 가지이고, 한 이치가 아닙니다. 왜냐 하면, 영원한 형상은 곧 안[內]이고, 무상한 형상은 바깥[外]입니다. 그런 까닭에 그 이치는 여럿이고, 하나가 아닙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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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륭하고 훌륭하다. 수타야, 네가 한 말과 같다. 너는 그 뜻을 잘 설명하였다. 영원한 형상과 무상한 형상은 그 이치가 여럿이며 하나가 아니다. 어떠냐? 수타야, 번뇌[漏]가 있다는 뜻과 번뇌가 없다는 뜻은 그 이치가 하나인가, 혹은 여럿인가?"
  수타 사미가 대답하였다.
  "번뇌가 있다는 뜻과 번뇌가 없다는 뜻은 그 이치가 여럿이며, 하나가 아닙니다. 왜냐 하면, 번뇌가 있다는 뜻은 곧 나고 죽음의 번뇌[結使]이고, 번뇌가 없다는 뜻은 열반(涅槃)의 법입니다. 그러므로 그 이치는 여럿이요, 하나가 아닙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수타야, 네가 한 말과 같다. 번뇌는 곧 나고 죽는 것이요, 번뇌가 없는 것은 곧 열반이니라."
  세존께서 다시 물으셨다.
  "모이는 법과 흩어지는 법은 그 이치가 하나인가, 아니면 여럿인가?"
  수타 사미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모이는 법의 형상과 흩어지는 법의 형상은 그 이치가 여럿이요, 하나가 아닙니다. 왜냐 하면, 모이는 법의 형상은 4대(大)의 형상이요, 흩어지는 법의 형상은 괴로움이 다한 진리입니다. 이런 까닭에 그 이치는 여럿이요, 하나가 아니라고 말한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수타야, 네가 한 말과 같다. 모이는 법의 형상과 흩어지는 법의 형상은 그 이치가 여럿이요, 하나가 아니니라. 어떠냐? 수타야, 느낌의 이치[受義]와 쌓임의 이치[陰義]는 하나인가, 아니면 여럿인가?"
  수타 사미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느낌과 쌓임[陰]1)의 이치는 여럿이요, 하나가 아닙니다. 왜냐 하면, 느낌이란 형상이 없어서 볼 수 없는 것이요, 쌓임이란 형상이 있어서 볼 수 있다
  
  
1) 고려대장경에는 이 음(陰)자가 없다. 아래 글 뜻으로 보면 마땅히 음(陰)자가 있어야 할 듯하다.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宋)·원(元)·명(明) 세 본에는 수여(受與)아래 음의(陰義) 두 글자가 더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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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그 이치는 여럿이요, 하나가 아닙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수타야, 네가 한 말과 같다. 느낌과 쌓임의 이치는 여럿이요, 하나가 아니니라."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름이 있는 것과 이름이 없는 것은 그 이치가 여럿인가, 혹은 하나인가?"
  사미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름이 있는 것과 이름이 없는 것은 그 이치가 여럿이요, 하나가 아닙니다. 왜냐 하면, 이름이 있는 것은 곧 나고 죽음의 결박[結]이요, 이름이 없는 것은 바로 열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그 이치는 여럿이요, 하나가 아니라고 말한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수타야, 네가 한 말과 같다. 이름이 있는 것은 곧 나고 죽는 것이요, 이름이 없는 것은 곧 열반이니라."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수타야, 무슨 까닭에 이름이 있는 것은 곧 나고 죽는 것이요, 이름이 없는 것은 곧 열반이라고 말하느냐?"
  사미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름이 있는 것은 태어남이 있고 죽음이 있으며, 끝이 있고 시작이 있는 것이며, 이름이 없는 것은 태어남도 없고 죽음도 없으며, 끝도 없고 시작도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수타야, 네가 한 말과 같다. 이름이 있는 것은 곧 나고 죽는 법이고, 이름이 없는 것은 곧 열반의 법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 사미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한 말이 참으로 통쾌하다. 나는 이제 네가 대비구(大比丘)임을 인정하노라."
  그 때 세존께서는 보집강당(普集講堂)으로 돌아가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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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마갈국 경계는 유쾌한 이익을 얻었다. 수타 사미로 하여금 이 경계에서 유행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에게 의복·음식·침구·의약을 공양한 이도 좋은 이익을 얻을 것이요, 그를 낳은 부모도 또한 훌륭한 이익을 얻을 것이니, 곧 수타 비구를 낳았기 때문이다. 또 수타 비구가 태어난 집도 곧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나는 지금 너희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노라. 너희들은 마땅히 수타 비구처럼 되기를 배워야 한다. 왜냐 하면 이 수타 비구는 매우 총명하여 설법을 하는데 조금도 걸림이 없고 또 겁내거나 연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수타 비구처럼 되기를 배워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의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무앙수(無央數 : 한량없이 많은 수) 대중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인 채 설법하고 계셨다. 그 때 어떤 장로(長老) 비구가 대중들 속에서 세존을 향해 발을 죽 뻗고 졸고 있었다. 그 때 수마나(修摩那)라고 하는 사미는 당시 나이가 겨우 여덟 살이었는데 세존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 발을 죽 뻗고 앉아서 졸고 있는 장로 비구와 단정히 앉아서 사유에 잠겨있는 사미를 보시고 곧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수염과 머리를 깎았다 해서
  반드시 그가 장로는 아니다.
  그는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어리석은 그 행을 면치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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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일 네 가지 진리를 보고
  어떤 생명도 해치지 않고
  더럽고 나쁜 온갖 행 버리면
  그야말로 장로라 부르느니라.
  
  내가 지금 말하는 이른바 장로란
  반드시 남 먼저 출가한 이가 아니다.
  착한 그 본업(本業)을 닦고
  바른 행을 분별하는 자이다.
  
  설령 나이가 어리다 하더라도
  모든 감각기관[根]에 번뇌와 결함 없으면
  그 사람이야말로 장로라 이름하리.
  그는 바른 법행(法行)을 분별하기 때문이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혹 이 장로가 발을 죽 뻗고 졸고 있는 것을 보았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다 보았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 장로 비구는 5백 생 동안 늘 용(龍)으로 살았다. 만일 지금 목숨을 마치면 틀림없이 다시 용으로 태어날 것이다. 왜냐 하면 그는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대해서 공경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만일 중생으로서 부처님과 법과 승가를 공경하는 마음이 없으면,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용으로 태어나리라.
  너희들은 나이 겨우 여덟 살인데도 나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단정히 앉아 사유하고 있는 저 수마나 사미가 보이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예, 세존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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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사미는 앞으로 이레 뒤에는 꼭 4신족(神足)과 4제진법(諦眞法)2)을 얻고, 4선(禪)에서 자재(自在)를 얻고, 4의단(意斷)을 잘 닦을 것이다. 왜냐 하면 이 수마나 사미는 부처님과 법과 승가를 향해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언제나 힘써 부처님과 법과 비구를 공경하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3)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대비구들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아나빈저(阿那邠邸)라는 장자가 있었다. 그는 재물이 풍족하고 보배가 많았으니, 그것은 곧 금(金)·은(銀)·진보(珍寶)·자거(車▩)·마노(馬瑙)·진주(眞珠)·호백(虎魄)·수정(水精)·유리(琉璃)·코끼리·말·소·양·노비·하인 등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었다. 또 그 때 만부성(萬富城)4)안에는 만재(滿財)라는 장자가 있었다. 그 또한 재물이 풍부하고 보물이 많아 자거·마노·진주·호박·수정·유리·코끼리·말·소·양·노비·하인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 또 그는 아나빈저 장자와 어려서부터 서로 친해 사랑하고 공경하여 잊어버린 일이 없었다.
  그러나 또 이 아나빈저 장자는 항상 수천만의 보배와 재물을 저 만부성 안에 두고 장사를 하면서 만재 장자로 하여금 기록하고 보호하게 하였다. 그리
  
  
2) 4제(諦)라고도 하며, 고(苦)·집(集)·멸(滅)·도(道) 4성제(聖諦)를 말한다.
3)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經)으로는 송(宋) 시대 시호(施護)가 한역한 『불설급고장자여득도인연경(佛說給孤長者女得度因緣經)』과 오(吳) 시대 지겸(支謙)이 한역한 『수마제녀경(須摩提女經)』과 오 시대 축율염(竺律炎)이 한역한 『불설삼마갈경(佛說三摩竭經)』이 있다.
4) 팔리어로는 P r adhana라고 한다. 복증성(福增城)이라고도 하며 부루나발타나성(富樓那跋陀那城)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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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만재 장자 역시 수천만의 보배와 재물을 사위성 안에 두고 장사하면서 아나빈저 장자로 하여금 기록하고 돌보게 하였다.
  이 때 아나빈저 장자에게는 수마제(修摩提)5)라는 딸이 있었다. 그녀는 얼굴이 단정(端正)하고 도화(桃花) 빛처럼 고와서 세상에서 보기 드문 존재였다.
  그 때 만재 장자는 작은 볼일이 있어서 사위성의 아나빈저 장자 집으로 찾아가 자리에 나아가 앉았다. 그 때 수마제는 고요한 방에서 나와 먼저 그 부모에게 무릎을 꿇어 절하고 다음에는 만재 장자에게 꿇어앉아 절하고는 고요한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 때 만재 장자는 수마제의 얼굴이 단정하고 도화 빛처럼 고와 세상에 보기 드문 존재라는 것을 알고는 아나빈저 장자에게 물었다.
  "저 여인은 어느 집 딸입니까?"
  아나빈저 장자가 대답하였다.
  "아까 본 그 아이는 내 딸입니다."
  만재 장자가 대답하였다.
  "내게 아들이 있는데 아직 혼인을 시키지 못했으니, 저희 집으로 시집보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 때 아나빈저 장자가 대답하였다.
  "그것은 마땅치 않습니다."
  만재 장자가 대답하였다.
  "무엇 때문에 마땅치 않다고 하십니까? 족성(族姓) 때문입니까, 아니면 재물 때문입니까?"
  아나빈저 장자가 대답하였다.
  "종성(種姓)이나 재물은 서로 걸맞습니다. 다만 섬기는 신[神祠]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딸아이는 부처님을 섬기는 석가(釋迦)의 제자이고, 당신들은 외도(外道)를 섬기는 이학(異學)의 무리들입니다. 그 때문에 그 청을
  
  
5) 팔리어로는 C a-sudhadda라고 한다. 또는 수마가제(修摩迦提)라고도 하고, 번역하여 선무독(善無毒)이라고 한다. 급고독(給孤獨) 장자(長者)의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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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 때 만재 장자가 말하였다.
  "우리들이 섬기는 것은 스스로 따로 특별하게 제사를 지내고, 그 처녀가 섬기는 것은 또 따로 공양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아나빈저 장자가 말하였다.
  "만일 내 딸이 당신 집안으로 시집보낸다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재보(財寶)를 내놓아야 할텐데, 당신이 헤아릴 수 없는 재보를 내놓으시겠습니까?"
  만재 장자가 말하였다.
  "당신은 지금 얼만큼의 재보를 요구하는 것입니까?"
  아나빈저 장자가 말하였다.
  "나는 지금 금 6만냥을 요구하려고 합니다."
  그 때 만재 장자는 즉시 금 6만냥을 주었다.
  이 때 아나빈저 장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방편을 써서 먼저 거절하려고 한 것이었는데, 오히려 물리치지 못했다.'
  다시 그 장자에게 말하였다.
  "만일 내가 딸을 보내려면 마땅히 부처님께 가서 여쭈어 보아야 합니다. 만일 세존께서 무슨 분부가 계시면 나는 그대로 받들어 행할 것입니다."
  아나빈저 장자는 거짓으로 일을 만들어 마치 무슨 일이 있어서인 것처럼 곧 성을 빠져나가 세존께서 계신 곳을 찾아갔다. 그는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섰다. 그 때 아나빈저 장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제 딸 수마제를 만부성의 만재 장자가 며느리로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보내야합니까, 보내지 말아야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그대의 딸 수마제가 그 나라에 간다면 그 나라에 많은 이익을 주고 한량없이 많은 사람들을 제도할 것이다."
  아나빈저 장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방편의 지혜로써 틀림없이 저 나라로 가실 모양이다.'
  그는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떠나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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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만재 장자를 대접하였다. 이 때 만재 장자가 다시 물었다.
  "내가 이 음식은 먹겠지만 딸은 저에게 시집보내시겠습니까, 안 보내시겠습니까?"
  아나빈저가 대답하였다.
  "생각이 꼭 그러하시면 그 뜻을 따르겠습니다. 지금부터 보름 뒤에 아들을 저희 집으로 오라고 하십시오."
  이렇게 말하자 그는 곧 떠나갔다.
  그 때 만재 장자는 필요한 물건을 모두 준비해 가지고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타고 80유연(由延 : 由旬)까지 나아갔다. 아나빈저 장자도 그 딸을 목욕시키고 향을 피우고는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타고 만재 장자의 아들을 맞이하기 위해 나아가 중도에서 서로 만났다. 그 때 만재 장자는 그 처녀를 데리고 만부성으로 돌아갔다.
  그 때 만부성 사람들은 이런 규칙을 만들어 놓았었다.
  '만일 이 성에 살던 처녀가 다른 나라로 나가게 되면 중한 벌을 받는다. 또 다른 나라의 여자를 데리고 들어오는 사람도 중한 벌을 받는다.'
  그 때 그 나라에는 6천 명의 범지(梵志)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이 나라 사람들이 받들어야 할 규칙을 만들어 놓고, 만일 이 규칙을 어기는 자가 있으면 그는 6천 명 범지들에게 식사를 대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때 만재 장자는 그 규칙을 범한 것을 스스로 알았기 때문에 곧 6천 명의 범지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기로 하였다. 범지들이 먹을 음식은 그들 모두가 먹을 만큼의 돼지고기와 돼지고기 국과 맑은 술이었다. 또 범지들이 입을 옷으로 흰 천이나 혹은 솜털로 만든 옷을 준비하였다. 그런데 그 범지들의 법에 나라로 들어올 때에는 옷으로 오른 어깨만 덮고 몸의 반은 드러내게 되어 있었다.
  그 때 장자가 곧 그들에게 알렸다.
  "때가 되어 음식이 다 준비되었습니다."
  그 때 6천 명의 범지들은 모두 한 쪽만 옷으로 가리고 몸의 반은 드러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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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 장자의 집에 들어갔다. 장자는 범지들이 오는 것을 보고 무릎으로 걸어 나아가 맞이하여 공경을 다해 예를 올렸다. 그러자 그 중 우두머리 범지가 손을 들어 장하다고 칭찬하고는 장자의 목을 끌어안고 자리에 나아가 앉았다. 다른 범지들도 저마다 차례대로 앉았다.
  6천 범지들이 자리에 앉기를 마치자 장자가 수마제에게 말하였다.
  "너는 화장을 하고 나와서 우리 스승들을 향하여 예를 올려라."
  수마제가 대답하였다.
  "그만 두십시오, 제발 그만 두십시오. 시아버님[大家], 저는 옷을 벗은 사람들에게 예를 올릴 수 없습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저 분들은 옷을 벗은 것이 아니다. 부끄러움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저 분들이 입은 옷은 곧 법복(法服)일 따름이다."
  수마제가 말하였다.
  "저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모두 몸을 밖으로 드러내 놓고 있습니다. 무슨 저런 옷을 법복으로 사용합니까? 장자께서는 들어 보소서. 세존께서는 세상 사람들이 귀하게 여겨야 할 것으로 두 가지를 말씀하셨습니다. 이른바 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慚]과 다른 사람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것입니다.
  만일 이 두 가지가 없었다면 부모·형제·친족과 다섯 친족(親族)들의 높고 낮음을 분별할 수 없게 되어, 지금은 닭·개·돼지·양·나귀·노새의 무리들과 다를 바 없이 높고 낮음이 없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 두 가지 법이 세상에 있기 때문에 곧 높고 낮음의 구분이 있는 줄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이 두 가지 법을 여의어 흡사 닭·개·돼지·양·나귀·노새의 무리들과 같습니다. 저는 결코 저들을 향해 예를 올릴 수 없습니다."
  수마제의 남편이 그 아내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일어나서 우리 스승님들에게 인사를 드리시오. 이 분들 모두 내가 하늘처럼 섬기는 분들이오."
  수마제 여인이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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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만 두십시오. 족성자(族姓子)여, 나는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고 남부끄러운 줄도 몰라 몸을 들어낸 사람들에게 예를 올릴 수 없습니다. 나는 사람인데 어떻게 짐승들을 향해 예를 올리겠습니까?"
  남편이 다시 말하였다.
  "닥치시오. 그런 말하지 마시오. 그대의 입을 조심하여 죄를 짓지 마시오. 저 분들은 짐승이 아니고, 또 미친 사람들도 아니오. 저 분들이 입은 옷은 바로 법의(法衣)일 뿐이오."
  그 때 수마제 여인은 얼굴빛이 변하고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울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차라리 우리 부모와 다섯 친척들에게 몸이 다섯 조각이 나 이 목숨이 끊길지언정 끝내 이러한 삿된 소견에 떨어지지는 않겠습니다."
  그 때 6천 범지들이 저마다 큰 소리로 고함을 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만 두시오, 제발 그만 하시오. 장자여, 무슨 까닭에 그 여인으로 하여금 저렇게 욕을 하게 하는가? 만약 청하는 사람이 있으면 곧 음식을 돌리시오."
  그 때 장자와 수마제의 남편은 곧 돼지고기와 돼지고기 국과 맑은 술을 내어 6천 범지들을 배불리 먹였다. 모든 범지들은 그것을 먹고 나서 얼마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곧 일어나 떠나갔다.
  그 때 만재 장자는 높은 누각에 혼자 앉아서 근심하고 슬퍼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저 여자를 데리고 와서 이제 우리 집이 망하게 되었구나. 내가 우리 문중을 욕되게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 때 다섯 가지 신통[五通]6)을 얻고 모든 선정(禪定)을 다 얻어 만재 장자의 존경을 받고 있던 수발(修跋)7)이라는 범지가 있었다. 그 때 수발 범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장자와 헤어진 지도 오래 되었다. 지금 가서 만나보리라.'
  
  
6) 5신통(神通)이라고도 한다. 즉 천안통(天眼通)·천이통(天耳通)·타심통(他心通)·숙명통(宿命通)·신족통(神足通)을 말한다.
7) 팔리어로는 Sudhadda라고 하며, 또는 수발(須跋)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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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만부성(滿富城)으로 들어가 장자의 집에 이르러 그 문지기에게 물었다.
  "장자께서 지금 계십니까?"
  문을 지키는 이가 대답하였다.
  "장자께서는 지금 높은 누각 위에서 말할 수 없이 깊은 시름에 빠져 계십니다."
  범지는 누각 위로 재빨리 올라가 장자를 만나보았다.
  범지가 장자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이처럼 근심하고 계십니까? 관청이나 도둑이나 수재(水災)나 혹은 화재(火災)의 변(變)을 당했습니까? 아니면 집안에 무슨 불화라도 생긴 것은 아닙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관청이나 도둑의 변은 없습니다. 다만 집안 일이 조금 뜻대로 되지 않아서 그럽니다."
  범지가 물었다.
  "그 사정을 듣고 싶습니다. 무슨 사연입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어제 우리 아이가 장가를 들어 아내를 맞이함으로 인하여 나라 법을 범(犯)하고, 게다가 다섯 친척들을 욕되게까지 하였습니다. 즉 여러 스승님들을 집에 초청하고 며느리를 데리고 가서 인사를 시키려고 하였으나 며느리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범지 수발이 말하였다.
  "그 여자의 집은 어느 나라에 있습니까? 가까운 데서 데려왔습니까, 아니면 먼 곳에서 데려 왔습니까?"
  "그 여인은 사위성에 사는 아나빈저의 딸입니다."
  범지는 그 말을 듣고 나서 깜짝 놀라면서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이렇게 말하였다.
  "아아! 장자여, 매우 기이한 일이고 매우 특별한 일입니다. 그 여자가 아직 그대로 살아 있습니까? 또 자살(自殺)을 하지도 않았고 다락에서 몸을 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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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 않았다니 참으로 매우 다행한 일입니다. 왜냐 하면 그 여인이 섬기는 스승들은 모두 범행(梵行)을 닦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오. 그런데 아직도 그 여자가 살아 있다는 것은 매우 기이한 일이고 매우 특별한 일입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내가 지금 당신 말을 듣고 나니 도리어 비웃고 싶습니다. 왜냐 하면 당신은 외도(外道)로서 배우는 것이 저들과 다른데 어째서 저 사문 석씨 아들의 행(行)을 찬탄하는 것입니까? 그 여자가 섬기는 스승이 무슨 위덕(威德)이나 무슨 신통변화라도 가지고 있습니까?"
  범지가 대답하였다.
  "장자여, 그대는 그 여인의 스승들이 가진 신령스러운 덕에 대하여 듣고 싶습니까? 내가 이제 대충 그 내력을 말해주겠습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그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범지가 말하였다.
  "나는 옛날 설산 북쪽에 가서 어떤 마을에서 걸식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밥을 얻어 가지고 아누달(阿耨達)이라는 못으로 날아 왔었습니다. 그 때 저 하늘·용·귀신들이 멀리서 내가 오는 것을 보고 모두 칼을 들고 내게 와서 말하였습니다.
  '수발 선인이여, 이 못 가엔 오지 마시오. 제발 이 못을 더럽히지 마시오. 만일 우리의 말을 듣지 않으면 바로 그대의 목숨을 끊어버리겠소.'
  나는 그 말을 듣고 곧 그 못을 떠나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장자여,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그 여자가 섬기는 스승들 중에 가장 어린 제자로서 균두(均頭)라는 사미가 있었습니다. 그 사미도 설산 북쪽에 가서 걸식(乞食)을 하다가 아누달이라는 못으로 날아와 두 손으로 무덤 사이에 있는 죽은 사람의 옷을 집었습니다. 그 옷은 피투성이에 매우 더러웠습니다. 그 때 아누달이라는 못에 사는 큰 신(神)과 하늘·용·귀신(鬼神)들은 모두 일어나서 나아가 맞이하며 공경하고 문안하였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사람들의 스승이시여, 이 자리에 앉으십시오.'
  
[581 / 1393] 쪽
  그 때 균두 사미는 그 못으로 갔습니다. 장자여, 그 못 속에는 순금(純金)으로 된 책상이 있었습니다.
  그 때 그 사미는 죽은 사람의 옷을 물에 담가 푹 젖게 놔두고 물러나 앉아서 밥을 먹었습니다. 밥을 다 먹고 나서는 발우를 씻고 순금 책상 위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초선(初禪)에 들었습니다.
  그는 다시 초선에서 일어나 제2선에 들고, 제2선에서 일어나 제3선에 들고, 제3선에서 일어나 제4선에 들고, 제4선에서 일어나 공처(空處)에 들고, 공처에서 일어나 식처(識處)에 들고, 식처에서 일어나 불용처(不用處)에 들고, 불용처에서 일어나 유상무상처(有想無想處)에 들고, 유상무상처에서 일어나 멸진삼매(滅盡三昧)에 들고, 멸진삼매에서 일어나 염광삼매(炎光三昧)에 들고 염광삼매에서 일어나 수기삼매(水氣三昧)에 들었습니다.
  다시 수기삼매에서 일어나 염광삼매(炎光三昧)에 들고, 다시 멸진삼매(滅盡三昧)에 들고, 다시 유상무상삼매(有想無想三昧)에 들고, 다시 불용처삼매(不用處三昧)에 들고, 다시 식처삼매(識處三昧)에 들고, 다시 공처삼매(空處三昧)에 들고, 다시 제4선에 들고, 다시 제3선에 들고, 다시 제2선에 들고, 다시 초선에 들고, 초선에서 일어나서는 그 죽은 사람의 옷을 빨았습니다.
  그 때 하늘·용·귀신들 중에는 혹 그 옷을 밟아주는 이도 있었고, 혹 씻어주는 이도 있었으며, 혹은 물을 길어 마시는 이도 있었습니다. 그 때 그는 옷을 다 빨고 나서는 공중에 널어 말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 사미는 옷을 거두어 가지고 허공을 날아 돌아갔습니다.
  장자여, 꼭 알아야만 합니다. 나는 그 때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고 가까이 갈 수 없었습니다. 그 여자가 섬기는 스승의 제일 어린 제자에게도 그런 신력이 있었는데, 하물며 가장 큰 제자에게야 어떻게 미칠 수가 있겠습니까? 더구나 그들의 스승이신 여래·지진(至眞 : 阿羅漢)·등정각(等正覺)이야 어떠하겠습니까?
  나는 이런 사실을 보았기 때문에 '매우 기이한 일이고 매우 특별한 일입니다. 그 여자가 아직 그대로 살아 있습니까? 또 자살(自殺)을 하지도 않았고
  
[582 / 1393] 쪽
  목숨도 끊지 않았습니까' 하고 말한 것입니다."
  
  그 때 장자가 범지에게 말하였다.
  "우리도 그 여자가 섬기는 그 스승을 뵐 수 있겠습니까?"
  범지가 대답하였다.
  "그 여자에게 물어 보십시오."
  그 때 장자는 수마제 여인에게 물었다.
  "나는 지금 네가 섬기는 스승을 뵙고 싶다. 그 분을 오시게 할 수 있겠느냐?"
  그 때 그 여자는 이 말을 듣고 못내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였다.
  "원컨대 지금 음식을 준비하십시오. 내일 여래와 그 비구 스님들이 장차 이리로 오실 것입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네가 지금 청해보아라. 나는 그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 때 장자의 여자는 곧 목욕하고 손에 향로(香爐)를 들고 누각 위에 올라가 여래 계신 곳을 향해 합장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마땅히 잘 관찰해 보십시오. 당신의 정수리를 보는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아무 일도 없고 살피지 못하시는 일도 없습니다. 소녀는 지금 여기서 곤액(困厄)을 당하고 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꼭 잘 관찰해 보십시오."
  그는 또 이 게송을 말하였다.
  
  보시지 못하는 세계가 없는
  부처님 눈이 살피는 힘이시네.
  온갖 귀신과 신의 왕들과
  귀신들의 자식과 어미를 항복 받았네.
  
  사람을 잡아먹는 저 귀신이
  사람 손가락을 잘라 꽃다발을 만들고
  
[583 / 1393] 쪽
  마지막엔 다시 그 어미를 해치려 하였지만
  부처님께서 그를 잡아 항복 받았네.
  
  또 라열성에 있으면서
  사나운 코끼리가 해치려 하다가
  스스로 귀명(歸命)하여 의지했을 때
  하늘들은 모두 장하다 찬탄했네.
  
  그리고 저 마제국(馬提國)에서
  다시 악한 용왕을 만났을 때에
  용은 밀적(密迹) 역사(力士)를 보고
  스스로 목숨 바쳐 귀의하였네.
  
  헤아릴 수 없는 그 신통력
  모든 것을 바른 길에 세워 주시네.
  제가 지금 이 곤욕 당했으니
  원컨대 세존이시여 굽어살피소서.
  
  그 때 향불은 구름처럼 피어올라
  멀리 허공에 달려 있다가
  기원정사(祇洹精舍)를 두루 채우고
  여래 앞에 와서 머물러 있었다.
  
  제석천(帝釋天)은 저 허공에서
  못내 기뻐하며 예를 올리고
  또 그 앞에 피어오르는 향을 보았는데
  그것은 수마제가 청하는 것이다.
  
  갖가지 꽃들을 비처럼 내려
  
[584 / 1393] 쪽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었고
  저 기원림(祇洹林)에 가득 찼고
  여래는 웃으시며 광명 놓으셨네.
  
  그 때 아난이 기원정사에 있는 미묘한 향을 보고 나서, 세존의 처소에 이르러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있었다.
  그 때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것은 어떤 향이기에 기원정사에 두루 가득 찼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 향은 곧 부처님의 사자(使者)이다. 만부성에 살고 있는 수마제 여인이 청하고 있다. 너는 지금 모든 비구들을 불러 한곳에 모아 산가지[籌]를 돌리고 이렇게 명령하라.
  '모든 비구들이여, 번뇌가 없어진 아라한으로서 신통을 얻은 이는 곧 이 사라(舍羅)8)를 집어라. 내일은 마땅히 만부성으로 가서 수마제의 청을 받으리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때 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나서 곧 모든 비구들을 보회강당(普會講堂)에 모으고 이렇게 말하였다.
  "도를 얻은 모든 아라한은 이 사라를 집으시오."
  그 당시에 많은 스님들의 상좌(上座) 군두파한(君頭波漢)9)은 수다원(須陀洹)이 되었으나 아직 번뇌[結使]가 다하지 못해서 신통을 얻지 못했었다. 그 때 상좌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대중들 가운데서 제일 나이가 많지만 아직 번뇌가 다하지 못해
  
  
8) 팔리어로는 salaka라고 한다. 번역하여 주(籌)라고 하고, 또는 식권(食券)이라고도 한다. 사라는 본래 풀이름이다. 그것으로 산가지[籌]를 만드는데, 지금은 대부분 대나무로 만든다. 그것으로 많은 승려들의 수효를 계산하는 데 사용하였다.
9) 팔리어로는 Ku adh na라고 한다. 또는 군두파한(軍頭波漢)·군두파막(軍頭波漠)이라고도 하며, 사위성에 살았던 사람이고 바라문(婆羅門) 종족(種族)이다. 부처님의 제자 중에 산가지를 취하는 데 제일인 사람이다.
[585 / 1393] 쪽
  신통을 얻지 못했다. 나는 내일 만부성으로 가서 공양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여래의 여러 제자들 중에서 가장 나이 어린 균두 사미는 이런 신통이 있고 큰 위력(威力)이 있어서 저기에 가서 청을 받는다. 나도 이제 저기 가서 청을 받으리라.'
  그 때 그 상좌는 깨끗한 마음으로 아직 배워야 할 자리에 있지만 사라를 받았다.
  그 때 세존께서는 군두파한이 배워야 할 자리에 있으면서 사라를 받고 곧 무학(無學 : 아라한)이 된 것을 청정한 천안(天眼)으로 보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제자들 중에서 사라를 받기로 으뜸가는 사람은 바로 군두파한 비구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 이어 신통을 얻은 비구들인, 대목련(大目連)·대가섭(大迦葉)·아나율(阿那律)·이월(離越)10)·수보리(須菩提)·우비가섭(優毗迦葉)·마하가필나(摩訶迦匹那)11)·존자 라운(羅云)·균리반특(均利般特)12)·균두(均頭) 사미 등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신통으로 먼저 저 성으로 들어가라."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때 많은 스님들의 사환으로 건다(乾茶)라고 하는 이가 있었다. 그는 이
  
  
10) 팔리어로는 Revata라고 한다. 또는 이왈(離曰)·이바다(離婆多)라고 쓰기도 하며, 번역하여 실성(室星)·성수(星宿)라고 한다. 그는 한가하고 고요한 곳을 좋아하여 인간 세계에 나가지 않았으며 항상 좌선(坐禪)만을 생각하고 남과 다투는 일이 없었다. 그는 지관(止觀)에 상응(相應)하여 부처님의 제자 중에 선정(禪定)이 제일가는 사람이었다.
11) 팔리어로는 Mahakappina라고 한다. 또는 대겁빈나(大劫頻那)·대계빈나(大罽賓那)·마하겁빈나(摩訶劫賓那)라고도 하며, 가족을 버리고 출가 수도하여 과(果)를 증득하였다. 그는 항상 부드러운 말만 하여 부처님 제자들 중에 연어(軟語)로 제일 가는 사람이었다.
12) 팔리어로는 C apanthaka라고 한다. 또는 주리반타가(周利槃陀伽)·반특(般特)으로 쓰기도 하며, 번역하여 노변생(路邊生)·계도(髻道)라고 한다. 사위성에 살았던 바라문의 아들로 태어나 과(果)를 증득한 후에 신족(神足)만 익히고 다른 법은 배우지 않아 늘 신통력으로 사람들을 교화하곤 하였다고 한다.
[586 / 1393] 쪽
  튿날 아침에 큰 가마를 몸소 지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그 성(城)으로 갔다. 이 때 장자와 모든 사람들은 높은 누각에 올라 세존을 뵈려고 하다가 멀리서 그 사환(使喚)이 가마를 지고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장자는 그 며느리에게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흰옷을 입고 머리 기르고
  드러낸 몸 빠르기가 바람 같구나.
  거기에 또 큰 가마를 등에 졌으니
  저 분이 바로 너의 스승이신가?
  
  그 때 여자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저 자는 스승의 제자가 아니라
  저 자는 여래의 심부름꾼입니다.
  그는 세 길에서 다섯 신통 갖추었으니
  저 자의 이름은 건다라고 합니다.
  
  
  그 때 하인 건다는 성을 세 바퀴 돌고 장자의 집으로 갔다.
  그 때 균두 사미는 신통으로 5백 그루의 꽃나무를 만들었는데, 여러 가지 빛깔의 꽃이 피어 모두 무성하였고, 그 모양은 매우 아름다운 우발연화(優鉢蓮華) 같은 것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그는 그 꽃을 가지고 그 성으로 갔다.
  이 때 장자는 멀리서 사미가 오는 것을 보고는 다시 게송으로 물었다.
  
  저런 아름다운 여러 가지 꽃들이
  모두 다 허공에 널려 있고
  거기에 또 신통을 부리는 사람
  저 분이 바로 너의 스승이신가?
  
  
[587 / 1393] 쪽
  그 때 여자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저 분은 수발이 예전에 말했던
  못 가의 바로 그 사미입니다.13)그의 스승 이름은 사리불(舍利弗)이고
  그의 스승 이름은 사리불(舍利弗)이고
  저 분은 그 분의 제자이십니다.
  
  이 때 균두 사미는 성을 세 바퀴 돌고 장자의 집으로 갔다.
  이 때 존자 반특화(般特化)는 신통으로 5백 마리 소를 만들었는데, 그 털은 모두 푸른빛이었다. 그는 소의 등에 가부좌하고 앉은 채 그 성으로 갔다.
  그 때 장자는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게송으로 여인에게 물었다.
  
  저 많은 5백 마리 소 떼들
  그 털이 모두 푸르구나.
  그 위에 혼자 앉아 있는 이
  저 분이 바로 너의 스승이신가?
  
  여자도 또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1천 비구를 잘 교화하며
  기역원(耆域園)에서 살고
  마음과 정신이 매우 총명하신 분
  저 분의 이름은 반특화이십니다.
  
  그 때 존자 반특화는 성을 세 바퀴 돌고 나서 장자의 집으로 갔다.
  그 때 또 라운(羅云)은 다시 신통으로 5백 마리의 공작(孔雀)을 만들었는
  
  
13) 고려대장경에는 '중상사미자(衆上沙彌者)'로 되어 있으나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원·명 세 본에는 모두 중(衆)자가 천(泉)자로 되어 있다"고 한다. 내용 상 '천상사미자(泉上沙彌者)'가 옳을 것으로 생각되어 위와 같이 번역하였다.
 
[588 / 1393] 쪽
  데 그 빛깔이 갖가지였다. 그는 공작의 등에 가부좌하고 앉은 채 그 성으로 갔다. 장자는 그것을 보고 다음 게송으로 여인에게 물었다.
  
  저 5백 마리 공작 떼
  그 빛깔 너무도 아름답구나.
  저 군사들의 대장과 같은
  저 분이 바로 너의 스승이신가?
  
  여자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여래께서 금계(禁戒)를 말씀하시면
  그 일체를 범하는 일 없이
  계(戒)를 능히 잘 지키는
  저 분은 부처님의 아들 라운이십니다.
  
  이 때 라운은 성을 세 바퀴 돌고 장자의 집으로 갔다.
  그 때 존자 가필나는 신통으로 5백 마리 금시조(金翅鳥)를 만들었다. 그 새들은 모두 매우 용맹스러웠다. 그는 그 새의 등에 가부좌하고 앉은 채 그 성으로 갔다. 장자는 멀리서 그것을 보고 다시 게송으로 여자에게 물었다.
  
  저 5백 마리 금시조 떼
  저들은 매우 용맹스럽구나.
  그 등에 앉아있는 두려움 없는
  저 분이 바로 너의 스승이신가?
  
  여자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드나드는 숨길을 잘 헤아릴 줄 알아
  그것을 돌려 마음이 착해지고
  
[589 / 1393] 쪽
  지혜의 힘이 매우 용맹스러운
  저 분의 이름은 가필나이십니다.
  
  존자 가필나는 성을 세 바퀴 돌고 장자의 집으로 갔다.
  그 때 우비가섭은 신통으로 5백 마리의 용을 만들었다. 그 용들은 모두 일곱 개의 머리가 달려있었다. 그는 그 용의 등에 가부좌하고 앉은 채 그 성으로 갔다. 장자는 멀리서 그것을 보고 다시 게송으로 여자에게 물었다.
  
  지금 일곱 개의 머리 달린 용들
  위엄스런 그 얼굴 너무도 두려워라.
  다가오는 저 헤아릴 수 없는 자
  저 분이 바로 너의 스승이신가?
  
  그러자 여자가 대답하였다.
  
  항상 1천 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신통으로 빈비사라를 교화하신
  우비가섭(優毗迦葉)이라는 분
  저 분이 바로 그 분이십니다.
  
  우비가섭은 성을 세 바퀴 돌고 장자의 집으로 갔다.
  그 때 존자 수보리는 신통으로 유리(琉璃) 산을 만들고, 그 산에 들어가 가부좌하고 앉은 채 그 성으로 갔다. 그 때 장자는 멀리서 그것을 보고 나서 게송으로 여자에게 물었다.
  
  저 산은 너무도 아름답구나.
  모두 다 유리로 만들어졌네.
  지금 저 굴속에 앉아 있는 자
  저 분이 바로 너의 스승이신가?
  
[590 / 1393] 쪽
  그 때 여자가 또 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과거에 보시한 과보로 인해
  지금 저러한 공덕을 얻고
  이미 좋은 복밭[福田]을 이룬
  공을 잘 아는 수보리이십니다.
  
  그 때 수보리는 성을 세 바퀴 돌고 장자의 집으로 갔다.
  그 때 존자 대가전연(大迦旃延)은 신통으로 5백 마리 고니[鵠]를 만들었는데, 그 새들은 모두 새하얀 빛깔이었다. 그는 그 새떼를 거느리고 그 성으로 갔다. 장자는 멀리서 그것을 보고 게송으로 여자에게 물었다.
  
  지금 저 5백 마리 고니
  그 빛깔 모두 새하얗구나.
  저 허공을 가득 채웠으니
  저 분이 바로 너의 스승이신가?
  
  그 때 여자가 다시 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부처님 경전에서 말씀하신 바
  그 깊은 이치를 잘 분별하고
  또 번뇌 무더기를 연설하나니
  저 분의 이름은 가전연이십니다.
  
  그 때 존자 대가전연은 그 성을 세 바퀴 돌고 장자의 집으로 갔다.
  이 때 이월(離越)은 신통으로 5백 마리의 호랑이를 만들고, 그 호랑이의 등에 앉은 채 그 성으로 갔다. 장자는 그것을 보고 나서 이런 게송으로 여자에게 물었다.
  
[591 / 1393] 쪽
  지금 저 5백 마리 호랑이 떼
  그 털은 윤기가 잘잘 흐르네.
  그리고 그 위에 앉아 있는
  저 분이 바로 너의 스승이신가?
  
  그러자 여자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옛날에 저 기원사(祇洹寺)에 있을 때
  6년을 움직이지 않으셨네.
  좌선으로 가장 으뜸이 되는
  저 분의 이름은 이월이십니다.
  
  이 때 존자 이월은 성을 세 바퀴 돌고 장자의 집으로 갔다.
  그 때 존자 아나율은 신통으로 5백 마리 사자를 만들었는데, 그 사자들은 다 매우 용맹스러웠다. 그는 그 사자의 등에 앉은 채 그 성으로 갔다.
  이 때 장자는 그것을 보고 게송으로 여자에게 물었다.
  
  이 5백 마리 사자 떼
  용맹스러워 참으로 무섭구나.
  저 사자 등에 앉아 있는
  저 분이 바로 너의 스승이신가?
  
  그러자 여자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저 분이 태어났을 때 천지는 진동하고
  온갖 보배는 땅 위로 솟아올랐네.
  깨끗한 눈에 티가 없는 이
  부처님의 제자 아나율이십니다.
  
[592 / 1393] 쪽
  이 때 아나율은 성을 세 바퀴 돌고 장자의 집으로 갔다.
  그 때 존자 대가섭은 신통으로 5백 마리 말을 만들었는데, 그 말들은 다 꼬리털이 붉고 금과 은으로 치렁치렁 장식하였다. 그는 그 말 등에 앉아 하늘 꽃을 뿌리면서 그 성으로 갔다.
  장자가 멀리서 그것을 보고 나서 게송으로 여자에게 물었다.
  
  저 말은 금빛에 꼬리는 붉고
  그 마리 수는 5백이나 되네.
  저 분은 아마도 전륜왕이리니
  저 분이 바로 너의 스승이신가?
  
  여자도 또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두타행(頭陀行)으로 으뜸이시고
  빈궁한 이를 항상 불쌍히 여기며
  여래께서 자리의 반을 나누어주신
  가장 어른 대가섭이 이 분이십니다.
  
  이 때 대가섭은 성을 세 바퀴 돌고 장자의 집으로 갔다.
  그 때 존자 대목련은 신통으로 5백 마리 흰 코끼리를 만들었는데, 그들은 모두 여섯 개의 어금니를 가지고 있고, 일곱 곳이 평평하며 금과 은으로 치렁치렁 장식하였다. 그는 그 코끼리 등에 앉은 채 오면서 큰 광명(光明)을 놓아 온 세계를 가득 채웠다. 성으로 갈 때에는 허공에서 풍류를 울리는 등 이루 다 말할 수 없었으며, 갖가지 꽃을 뿌렸다. 또 허공에 비단으로 만든 번기와 일산을 달아 놓았는데, 그것들은 매우 아름다웠다. 그 때 장자는 멀리서 그것을 보고 나서 이 게송으로 여자에게 물었다.
  
  여섯 개의 어금니를 가진 흰 코끼리
  그 등에 앉으신 분 천왕 같구나.
  
[593 / 1393] 쪽
  이제 또 거기서 울리는 풍류 듣나니
  저 분이 바로 그 석가문(釋迦文)이신가?
  
  여자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그는 저 큰 산에 있을 때
  난다(難陀)라는 용을 항복 받았던
  신통에 있어 가장 으뜸가는
  그 이름은 바로 대목련이십니다.
  
  우리 스승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이 분들은 모두 그 제자들이십니다.
  거룩한 스승님 이제 오시리니
  그 때는 광명이 비치지 않는 곳 없으리.
  
  존자 대목련은 성을 세 바퀴 돌고 장자의 집으로 갔다.
  그 때 세존께서는 때가 된 줄을 아시고 승가리(僧伽梨)를 입고 땅에서 일곱 길쯤 떨어진 허공에 계셨다. 이 때 존자 아야구린(阿若拘鄰)은 여래의 오른쪽에 서고 사리불은 여래의 왼쪽에 섰다. 그 때 아난(阿難)은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을 받들어 여래의 뒤에서 손에 불자(拂子)를 잡고 있었으며, 1,200제자들은 부처님을 앞뒤로 에워쌌고, 여래와 신통을 얻은 제자들은 그 한 가운데에 있었다.
  아야구린은 변화하여 월천자(月天子)가 되고 사리불은 변화하여 일천자(日天子)가 되었다. 그밖에 다른 여러 신통력을 얻은 비구들은 혹은 석제환인(釋帝桓因)으로 변화하기도 하고, 혹은 범천왕(梵天王)으로 변화하기도 하였으며, 혹 제두뢰타(提頭賴吒)14)·비류륵(毗留勒)15)·비류박차(毗留博
  
  
14) 팔리어로는 Dhatara ha라고 한다. 번역하여 지국천(持國天)이라고 하는데, 이 신장은 국토를 잘 보호해주고 수미산(須彌山) 황금타(黃金埵)에 살고 있고 현상성(賢上城)에 머무른다고 한다. 사천왕(四天王)의 하나로 동방(東方)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15) 팔리어로는 Vir ha라고 한다. 번역하여 증장천(增長天)이라고 하며, 이 신장은 중생들의 선근(善根)을 증장(增長)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수미산 유리타(琉璃埵)에 거주하고 있고, 선견성(善見城)에 머무른다고 한다. 사천왕의 하나로 남방(南方)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594 / 1393] 쪽
  叉)16)·비사문(毗沙門)17)의 형상이 되어 여러 귀신들을 거느리기도 하였고, 혹은 전륜성왕(轉輪聖王)의 모양이 되기도 하였다. 혹은 화광삼매에 들기도 하고 혹은 수정삼매에 드는 이도 있었으며, 혹은 광명을 내 비추기도 하고, 혹은 연기를 뿜어내는 등 이런 갖가지 신통을 나타내었다.
  그 때 범천왕은 여래의 오른쪽에 있었고, 석제환인은 여래의 왼쪽에서 손에 총채를 잡고 있었으며, 밀적(密迹) 금강역사(金剛力士)는 여래 뒤에서 금강저(金剛杵)를 손에 잡고 있었고, 비사문천왕은 7보로 장식하여 만든 일산을 들고 여래의 위쪽 허공(虛空)에 있으면서 여래의 몸에 티끌이 앉을까 조심하였다.
  반차순(般遮旬)은 손에 유리 거문고를 들고 여래의 공덕(功德)을 찬탄하였고, 모든 하늘 신들은 허공에 있으면서 수천만 가지의 악기를 연주하였으며, 하늘에서는 온갖 꽃을 여래 위에 뿌렸다.
  그 때 파사닉왕(波斯匿王)과 아나빈저 장자와 사위성 안의 모든 사람들은 여래께서 땅에서 일곱 길쯤 떨어져 허공에 계시는 것을 보고 모두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 때 아나빈저 장자가 이렇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래께선 참으로 신묘(神妙)하시네.
  
  
16) 팔리어로는 Vi pakkha라고 한다. 번역하여 광목천(廣目天)이라고 하며, 이 신장은 깨끗한 천안(天眼)으로 항상 염부제(閻浮提)를 관찰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수미산 백은타(白銀埵)에 거주하고, 주라선견성(周羅善見城)에 머무른다고 한다. 사천왕의 하나로 서방(西方)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17) 팔리어로는 Vessava a라고 한다. 번역하여 다문천(多聞天)이라고 하며, 이 신장은 중생들에게 복덕(福德)을 내려주고 사방의 여론을 들어 아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수미산 수정타(水晶埵)에 거주하고 있고, 가외성(可畏城)·가경성(可敬城)·중귀성(衆歸城), 이 세 성에 머무른다고 한다. 사천왕의 하나로 북방(北方)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595 / 1393] 쪽
  백성들을 어린아이처럼 사랑하시니
  가슴이 시원하구나, 저 수마제여
  지금 여래의 법 받으리로다.
  
  파사닉왕과 아나빈저 장자는 여러 가지 좋은 향과 꽃을 뿌렸다.
  그 때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앞뒤로 에워싸여 있었고, 온갖 귀신들과 하늘들의 수효는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었다. 마치 허공을 날아가는 봉황새처럼 여래는 그 성으로 나가셨다.
  그 때 반차순이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모든 생존의 결박 아주 없애고
  마음이 고요해져 어지럽지 않으며
  아무런 번뇌의 장애도 없이
  지금 그 옛 나라로 들어오시네.
  
  마음과 성품 지극히 깨끗하여
  마(魔)의 삿된 생각 끊어버리고
  그 공덕 저 큰 바다 같거니
  지금 그 옛 나라로 들어오시네.
  
  그 얼굴 모습 뛰어나 특별하고
  모든 번뇌 영원히 일으키지 않네.
  그러나 스스로 잘난 체 안하고
  지금 그 옛 나라로 들어오시네.
  
  네 가지 흐름[四流]을 건넘으로써
  나고 늙고 죽는 것 이미 벗어나
  모든 생존의 뿌리 끊으시고서
  지금 그 옛 나라로 들어오시네.
  
[596 / 1393] 쪽
  그 때 만재 장자는 멀리서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았는데, 모든 감각기관[根]이 담박하고, 세상에서 보기 드문 세존의 모습은 깨끗하기가 마치 천금(天金)과 같았으며, 32상과 80종호로 그 몸을 장엄한 것이 마치 모든 산들 중에서 가장 빼어난 수미산(須彌山)과 같고, 또 금 덩어리가 광명을 놓는 것 같았다.
  장자는 다음 게송으로 수마제에게 물었다.
  
  저것은 태양의 모습인가
  내 일찍 저런 얼굴 본 적 없나니
  저처럼 빛나는 수천 억 광명(光明)
  감히 눈이 부셔 자세히 못 보겠네.
  
  이 때 수마제 여인은 꿇어앉아 합장하고 여래를 향해 이런 게송으로 장자에게 대답하였다.
  
  저 분은 태양도 태양이 아닌 것도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1천 가지 광명을 놓으시니
  그것은 모든 중생 위하기 때문이라
  저 분이 바로 저의 스승이십니다.
  
  온갖 중생들 여래 찬탄하는 것
  그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습니다.
  지금 당장 큰 과보 얻으리니
  온 정성을 다해 공양을 올리소서.
  
  그 때 만재 장자는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다시 게송으로 여래를 찬탄하였다.
  
  10력을 가진 분께 귀의하나니
  
[597 / 1393] 쪽
  원만한 광명에 황금빛 몸
  천상과 인간의 찬탄을 받는 분
  저는 오늘 당신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당신은 중생의 태양
  뭇별 속에 빛나는 달님 같구려
  건너지 못한 이를 건네주는 분
  저는 오늘 당신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당신은 천제(天帝)의 형상
  범행을 닦는 이의 자비심 같아
  스스로 해탈하고 남도 해탈시키는 분
  저는 오늘 당신께 귀의합니다.
  
  천상과 인간에서 가장 높은 분
  모든 귀신왕보다 더 뛰어난 분이여
  저 모든 외도(外道)를 항복 받으셨으니
  저는 오늘 당신께 귀의합니다.
  
  그 때 수마제 여인도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을 찬탄하였다.
  
  자기도 항복 받고 남도 항복 받으며
  스스로도 바르고 남도 바르게 하며
  스스로도 벗어나고 남도 벗어나게 하며
  스스로도 해탈하고 남도 해탈케 하시네.
  
  스스로 때를 버리고 남도 버리게 하며
  스스로도 비추고 중생들도 비추어
  제도하지 못할 이 한 사람 없고
  
 
[598 / 1393] 쪽
  싸움을 버리시어 다툼이 없네.
  
  스스로 지극히 깨끗하게 머물러
  그 마음 조금도 흔들리지 않으며
  10력으로 세상을 가엾이 여기나니
  거듭거듭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립니다.
  
  자애로운 마음·불쌍히 여기는 마음·기뻐하는 마음·평정한 마음을 가지시고, 공(空)·무상(無相)·무원(無願)을 갖추시어 욕계(欲界)에서 가장 높으시고 천상에서도 가장 뛰어나시며, 일곱 가지 재물을 원만하게 다 갖추시어 모든 천상이나 인간이나 자연이나 범들로서는 비교할만한 이도 없고 본뜰 이도 없습니다. 저는 지금 당신께 귀의합니다."
  그 때 6천 범지들은 세존의 이러한 신통을 보고 서로들 말하였다.
  "우리들은 이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가야겠다. 이 사문 구담(瞿曇)이 이미 이 나라 백성들을 다 항복 받았다."
  그 때 그 6천 범지들은 얼마 안 있어 그 나라를 떠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비유하면 마치 백수의 왕인 사자가 산골짜기에서 나와 사방을 돌아보다가 세 번 포효하고는 먹이를 찾아 나서면, 모든 짐승들은 제각기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갈 곳을 몰라 혹은 날아가고 혹은 엎드려 숨기도 하며, 또 힘이 센 코끼리도 사자 소리를 들으면 제각기 치달리며 안심하지 못하는 것과 같았다. 왜냐 하면 짐승들의 왕인 사자에게는 큰 위신(威神)이 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이 저 6천 범지들도 세존의 큰 음성이 한 번 울리는 것을 듣고 제각기 달아나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왜냐 하면 사문 구담의 큰 위력(威力) 때문이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온갖 신통을 다 거두시고 평상시와 같이 만부성 안으로 들어가셨다. 세존께서 성 문턱을 밟으시자 천지(天地)가 크게 흔들렸고 모든 신들은 꽃을 뿌려 공양(供養)하였다. 사람들은 감각기관이 고요하고, 32상과 80종호로 저절로 장엄(莊嚴)된 세존의 용모(容貌)를 보고, 백성들이 곧 이렇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599 / 1393] 쪽
  사람 중의 높은 이 매우 묘하여
  범지들도 그 분을 감당 못하네.
  이유 없이 저 범지들을 섬기다가
  사람 중의 높은 분 잃을 뻔했네.
  
  세존께서는 장자의 집으로 가 자리에 앉으셨다.
  그 때 그 나라 백성들은 매우 번성하였다. 때마침 집에 있던 8만 4천 사람들이 모두 구름처럼 몰려들어 세존과 비구 스님을 보기 위하여 장자(長者)의 방을 헐려고 하였다. 그러자 세존께서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 사람들이 큰 일을 내고야 말겠구나. 신통력으로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내 몸과 비구스님들을 볼 수 있게 하리라.'
  세존께서는 곧 신통을 부려 장자의 방을 모두 유리처럼 만들어 안팎에서 서로 보기를 마치 손바닥 위에 있는 구슬을 보는 것같이 하셨다.
  그 때 수마제 여인은 세존의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슬픔과 기쁨이 한데 뒤엉킨 채 이렇게 게송으로 아뢰었다.
  
  일체 지혜를 두루 갖추시고
  일체의 법을 모두 벗어나셨네.
  게다가 애욕의 결박마저 끊으신 분
  저는 지금 당신께 귀의(歸依)합니다.
  
  저는 차라리 제 부모에게
  두 눈알을 뽑히는 일이 있더라도
  삿된 소견으로 5역죄를 짓는
  이곳으로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전생에 무슨 나쁜 인연을 지었기에
  지금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까?
  마치 그물에 걸린 새와 같으니
  
[600 / 1393] 쪽
  원컨대 이 의심을 풀어주소서.
  
  그러자 세존께서 게송으로 그 여인에게 대답하셨다.
  
  너는 지금 유쾌한 마음으로 아무 염려 마라.
  담담하게 스스로 마음을 열어
  집착하는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
  여래가 이제 너를 위해 연설하리라.
  
  네가 지금 이곳에 오게 된 것은
  과거에 지은 죄 때문이 아니니라.
  이런 중생들을 제도하겠노라고
  서원(誓願)을 세운 과보(果報) 때문이니라.
  
  이제 그 근원을 뽑아버렸으니
  세 갈래 나쁜 길에 빠지지 않을 것이고
  저 수천 중생들의 무리가
  장차 네 앞에서 제도되리라.
  
  오늘은 온갖 티끌 떨어버리고
  그들로 하여금 지혜의 밝음 얻게 함으로
  천상과 인간의 사람들로 하여금
  너를 보기 구슬 보듯 하게 하리라.
  
  그 때 수마제 여인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 때 장자는 하인[從僕]들을 데리고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내어 공양하였다.
  세존께서 공양을 마치시자 그는 깨끗한 물을 돌리고 조그만 자리를 가져다가 여래의 앞에 앉았다. 그리고 경영에 종사하는 8만 4천 무리들도 저마다
  
[601 / 1393] 쪽
  차례대로 앉았는데, 어떤 이는 제 성명만 일컫고 앉기도 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 장자와 8만 4천 대중들을 위해 차근히 미묘한 논(論)을 말씀하셨다. 그 때 논한 내용은 계론(戒論)·시론(施論), 그리고 천상에 태어나는 데 대한 논이었고, 탐욕과 번뇌는 더러운 것으로서 출가(出家)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장자와 수마제 여인과 8만 4천 인민(人民)들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린 것을 보시고, 모든 부처님들께서 항상 말씀하셨던 법인 괴로움[苦]과 괴로움의 발생[習 : 集]과 괴로움의 소멸[盡]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그들은 각각 그 자리에서 모든 번뇌[塵垢]가 없어지고,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비유하면 마치 지극히 깨끗하고 흰 천은 물감에 쉽게 물이 드는 것처럼, 만재 장자와 수마제 여인과 8만 4천 인민들도 모든 번뇌가 다하고 법안이 깨끗해져 다시는 의심이 없고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거룩한 3존(尊)18)께 저마다 귀의하고 5계(戒)를 받들어 가졌다.
  그 때 수마제 여인은 곧 부처님의 앞에서 이 게송을 말하였다.
  
  여래께선 귀가 맑게 트이어
  내가 당한 이 고통 들어 아시고
  굽어살피시어 여기에 내려와 교화하여
  많은 사람들이 법안을 얻게 하셨네.
  
  그 때 세존께서는 설법을 마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가셨다.
  그 때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수마제 여인은 과거에 무슨 인연을 지었기에 부귀(富貴)한 집안에 태어났으며, 또 무슨 인연을 지었기에 그런 삿된 소견을 가진 집안에 떨어졌습니까? 또 어떤 좋은 공덕을 지었기에 지금은 청정한 법안을 얻었으며, 또 무슨 공덕을 지었기에 8만 4천 사람들로 하여금 법안이 깨끗해지게 하였습니까?"
  
  
18) 불·법·승 3보를 말한다.
[602 / 1393] 쪽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구원겁(久遠劫)으로부터 이 현겁(賢劫)에 이르는 동안에 가섭(迦葉) 여래(如來)·명행성위(明行成爲)·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도법어(道法御)·천인사(天人師)·불중우(佛衆祐)라고 하는 분이 계셨다. 그는 바라내국(波羅▩國) 경계를 유행하시며 중생들을 교화(敎化)하고 대비구(大比丘)들 2만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애민(哀愍)이라고 하는 왕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수마나(須摩那)라고 하는 딸이 있었다. 그 때 그 딸은 지극히 공경하는 마음으로 가섭 여래에게 향하였고, 계(戒)를 받들어 가졌으며,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하였고, 또 네 가지를 공양하였다. 어떤 것을 그 네 가지 공양이라고 하는가? 첫째는 보시(布施)요, 둘째는 애경(愛敬)이며, 셋째는 남을 이롭게 하는 것[利人]이요, 넷째는 이익을 고루 나누는 것[等利]이다.
  그는 가섭 여래의 처소에서 법구(法句)를 배우고 높은 누각 위에서 큰 목소리로 외우고 익히면서 이렇게 큰 서원(誓願)을 세웠다.
  '이 네 가지 받아들이는 법을 항상 가지고 여래 앞에서 법구를 외웁니다. 만일 거기에 털끝 만한 복(福)이라도 있다면, 태어나는 곳마다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말고, 또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지 말며, 미래에도 역시 이런 거룩한 분을 다시 만나고, 저로 하여금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지 않게 하며, 법안을 얻게 하소서.'
  그 때 그 성중에 살던 사람들은 왕녀(王女)가 이와 같은 서원을 세웠다는 말을 듣고 모두 모여들어 그에게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왕녀께선 지금 지극한 믿음이 독실하여 모든 공덕을 짓고 보시·겸애(兼愛)·남의 이익·고른 이익 등 네 가지 일에 이지러짐이 없습니다. 그리고 또 (미래 세상에서도 이와 같은 거룩한 이를 만나게 하여 만일 저를 위해 설법하면 곧 법안이 깨끗해지게 하소서)라고 서원을 세우셨습니다. 이제 왕녀께서는 (아울러 우리나라 백성들도 저와 함께 제도 받게 하소서)라고 서원을 세워주십시오.'
  그 때 왕녀가 대답하였다.
  '나는 이 공덕을 그대들에게 모두 베풀겠습니다. 만일 여래의 설법을 듣게
  
[603 / 1393] 쪽
  된다면 동시(同時)에 제도를 받을 것입니다.'
  너희 비구들아, 너희들은 의심하고 있느냐? 그렇게 관찰하지 말라. 그 때 애민왕은 바로 지금의 저 아나빈저 장자이고, 그 때의 왕녀는 바로 지금의 저 수마제 여인이며, 그 때 그 나라 백성들은 바로 지금의 저 8만 4천의 무리들이니라. 저 수마제 여인은 그 서원으로 말미암아 지금 나를 만나 법을 듣고 도를 얻게 되었고, 저 인민들도 다 깨끗한 법안을 얻게 되었다. 이것이 그 내역이니 마땅히 그렇게 생각하고 받들어 행해야 한다. 왜냐 하면 이 네 가지 일은 가장 좋은 복밭[福田]이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만일 어떤 비구가 이 네 가지 일을 친근히 하면, 곧 네 가지 진리를 얻을 것이니, 부디 방편(方便)을 구해 네 가지 법을 성취하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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