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증일아함경 제31권

通達無我法者 2008. 1. 2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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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일아함경 제31권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38. 역품(力品) ①
  [ 1 ]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섯 가지 보통의 힘이 있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어린애는 울음으로 힘을 삼아 할 말이 있으면 반드시 먼저 운다. 여자는 성냄으로 힘을 삼아 성을 낸 뒤에 말을 한다. 사문과 바라문은 참음으로 힘을 삼아 항상 겸손할 것을 생각하고 남들보다 낮춘 뒤에 자신의 말을 한다. 국왕은 교만으로 힘을 삼아 그 큰 권력으로 자신의 말을 한다. 그리고 아라한은 골똘하고 정밀함으로 힘을 삼아 자신의 말을 한다. 모든 불세존(佛世尊)께서는 큰 자비를 성취하고 그 큰 자비로 힘을 삼아 중생들에게 널리 이익을 주느니라.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여섯 가지 보통의 힘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항상 큰 자비를 수행할 것을 생각하라.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26권 692번째 소경인 「팔력경(八力經)」과 693번째 소경인 「광설팔력경(廣說八力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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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늘 무상하다는 생각을 사유(思惟)하고, 무상하다는 생각을 널리 펴라. 무상(無常)하다는 생각을 사유하고 무상하다는 생각을 널리 펴고 나면, 욕계(欲界)·색계(色界)·무색계(無色界)에 대한 욕망을 모두 끊고 또 무명과 교만을 끊게 될 것이다. 마치 불로 초목을 태우면 남김없이 영원히 없어지고 흔적도 없는 것처럼, 이 또한 그와 같아 만일 무상하다는 생각을 닦는다면 욕계와 색계와 무색계의 욕망을 모두 끊고 무명과 교만도 남김없이 영원히 없어질 것이다.
  왜냐 하면 비구가 무상하다는 생각을 닦으면 마음에 욕심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욕심 없는 마음으로 곧 법을 잘 분별하고 그 뜻을 사유하여 근심·걱정·괴로움·번민이 없어지게 되고, 법의 뜻을 사유함으로써 곧 어리석음과 미혹이 없어질 것이다.
  만일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싸우는 이를 보게되면 그는 곧 이렇게 생각한다.
  '저 여러 사람들은 무상하다는 생각을 닦지 않고 무상하다는 생각을 널리 펴지 않기 때문에 저렇게 싸우는 것이다. 저들은 싸우면서 그 뜻을 보지 못하고 그 뜻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곧 미혹한 마음이 있게 된다. 저들은 이런 미혹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목숨을 마치면 곧 아귀·축생·지옥의 세 갈래 나쁜 세계로 들어가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무상하다는 생각을 닦고 무상하다는 생각을 널리 펴면, 곧 성내는 생각과 어리석은 생각이 없어져 능히 법을 보고 그 뜻을 보아 목숨을 마친 뒤에는 천상·인간·열반의 세 갈래 좋은 세계에 태어나게 될 것이다.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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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갈국(摩竭國) 우가지강(憂迦支江) 가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어떤 나무 아래로 가 손수 자리를 펴고 앉아 몸과 뜻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계셨다.
  그 때 어떤 범지가 그 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 범지는 세존의 발자국이 오묘한 것을 보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어떤 사람의 발자국인가? 이것은 하늘·용·귀신·건답화(乾沓和 : 건달바)·아수륜(阿須倫)·사람 혹은 사람이 아닌 자의 발자국인가? 아님 우리의 선조 범천의 것인가?'
  범지는 곧 발자국을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세존께서 어떤 나무 아래에 앉아 몸과 뜻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계신 것을 멀리서 보았다. 그는 이 모습을 보고 말하였다.
  "당신은 하늘입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하늘이 아니다."
  "건답화입니까?"
  "나는 건답화도 아니다."
  "용입니까?"
  "나는 용도 아니다."
  "열차(閱叉)입니까?"
  "나는 열차도 아니다."
  
  "우리들의 선조입니까?"
  "나는 그대의 선조도 아니다."
  그러자 바라문이 세존께 여쭈었다.
  "그러면 당신은 누구십니까?"
  
  
2)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4권 101번째 소경인 「인간경(人間經)」과 『별역잡아함경』 제13권 267번째 소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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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애욕[愛]이 있으면 취함[受 : 取]이 있고 취함이 있으면 애욕이 있다. 인연이 모인 뒤에 서로가 서로를 일으키는 것이 이와 같아 이리하여 5성음(盛陰)의 괴로움은 끊어질 때가 없다. 그러므로 애욕을 알면 곧 다섯 가지 욕망[五欲]을 알게 되고, 또 바깥의 6진(塵)과 안의 6입(入)을 알게 되며, 곧 이 성음(盛陰)의 본말을 알게 되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다섯 가지 욕망이 있고
  뜻이 여섯째로 생겨나는 것이니
  안팎의 여섯 가지 입처(入處)를 알아
  괴로움을 완전히 없앨 것을 생각하라.
  
  "그러므로 방편을 구해 안팎의 여섯 가지를 없애도록 하라. 범지여,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그 범지는 부처님의 이러한 가르침을 듣고 되풀이해 깊이 사유하며 마음에서 놓지 않았다. 그래서 곧 그 자리에서 온갖 번뇌가 없어지고 법안이 깨끗해졌다.
  그 때 그 범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3)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옛날 깨달음을 얻기 전 보살로 있을 때 이런 생각을 했었다.
  
  
3)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12권 287번째 소경인 「성읍경(城邑經)」과 오(吳) 시대 지겸(支謙)이 한역한 『패다수하사유십이인연경(貝多樹下思惟十二因緣經)』과 당(唐) 시대 현장(玄奘)이 한역한 『연기성도경(緣起聖道經)』과 송(宋) 시대 법현(法賢)이 한역한 『불설구성유경(佛說舊城喩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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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은 너무도 괴롭다. 태어남이 있고 늙음·병듦·죽음이 있으며 이 5성음(盛陰)은 그 근본을 다할 수가 없다.'
  그 때 나는 다시 생각하였다.
  '어떤 인연으로 이 태어남[生]·늙음[老]·병듦[病]·죽음[死]이 있으며, 어떤 인연으로 이런 재앙이 있게 된 걸까?'
  이렇게 사유했을 때 다시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태어남이 있으면 곧 늙음·병듦·죽음이 있다.'
  이렇게 사유했을 때 다시 '어떤 인연으로 태어남이 있는 걸까? 이것은 존재[有]에서 생긴 것이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또 '존재는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였고, 이렇게 사유했을 때 곧 '이 존재는 취함[受 : 取]으로 말미암아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다시 '이 취함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는 걸까'고 생각하였고, 그 때 지혜로 관찰해보니 애욕[愛]으로 말미암아 취함이 있는 것이었다.
  다시 '이 애욕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걸까'고 사유하였고, 거듭 관찰해보니 느낌[痛 : 受]으로 말미암아 애욕이 있는 것이었다.
  다시 '이 느낌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걸까'고 사유하였고, 이렇게 관찰했을 때, 접촉[更樂 : 觸]으로 말미암아 이 느낌이 있는 것이었다.
  다시 '이 접촉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는 걸까'고 거듭 사유하였고, 내가 이렇게 생각했을 때, 6입(入)을 인연하여 이 접촉이 있는 것이었다.
  이 때 나는 '이 6입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는 걸까'고 거듭 사유하였고, 이렇게 관찰했을 때, 명색(名色)으로 말미암아 6입이 있는 것이었다.
  이 때 나는 다시 '명색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는 걸까'고 이렇게 생각하였고, 이렇게 관찰했을 때, 식(識)으로 말미암아 명색이 있는 것이었다.
  '이 식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는 걸까'고 이렇게 관찰했을 때, 행(行)으로 말미암아 식이 생기는 것이었다.
  이 때 나는 다시 '행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걸까' 하고 이렇게 생각하였고, 이렇게 관찰했을 때, 행은 어리석음[癡]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것이었다.
  무명(無明)을 인연하여 행이 있고, 행을 인연하여 식이 있으며, 식을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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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여 명색이 있고, 명색을 인연하여 6입이 있으며, 6입을 인연하여 접촉이 있고, 접촉을 인연하여 느낌이 있으며, 느낌을 인연하여 애욕이 있고, 애욕을 인연하여 취함이 있으며, 취함을 인연하여 존재가 있고, 존재를 인연하여 태어남이 있으며, 태어남을 인연하여 죽음이 있고, 죽음을 인연하여 근심·걱정·번민·고통이 헤아릴 수 없게 된다. 이것을 괴로움 무더기의 발생이라 한다.
  나는 그 때 다시 '어떤 인연으로 말미암아 태어남·늙음·병듦·죽음이 멸하는가'고 이렇게 생각하였고, 내가 그것을 관찰했을 때 태어남이 멸하면 늙음·병듦·죽음이 멸하는 것이었다.
  그 때 다시 '무엇으로 말미암아 태어남이 없게 되는가'고 생각하였고, 이 태어남의 근원인 존재가 멸하면 태어남도 곧 멸한다는 것을 관찰하였다.
  다시 '무엇으로 말미암아 존재가 없어지는가'고 생각하였고, 이 때 '취함이 없으면 존재가 없다'는 이런 생각을 일으켰다.
  이 때 나는 '무엇으로 말미암아 취함이 멸하는가'라는 이런 생각을 하였고, 이렇게 관찰했을 때, 애욕이 멸하면 취함도 곧 멸하는 것이었다.
  다시 '무엇으로 말미암아 애욕이 멸하는가'라는 이런 생각을 하였고, 느낌이 멸하면 애욕이 멸한다는 것을 거듭 다시 관찰하였다.
  다시 '무엇으로 말미암아 느낌이 멸하는가'고 사유하였고, 이렇게 관찰했을 때, 접촉이 멸하면 느낌이 멸하는 것이었다.
  다시 '접촉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멸하는가'고 사유하였고, 이렇게 관찰했을 때, 6입이 멸하면 접촉이 멸하는 것이었다.
  다시 '이 6입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멸하는가'고 관찰하였고, 이렇게 관찰했을 때, 명색이 멸하면 6입이 멸하는 것이었다.
  다시 '명색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멸하는가'고 관찰하였고, 식이 멸하면 명색이 멸하는 것이었다.
  다시 '이 식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멸하는가'고 관찰하였고, 행이 멸하면 식이 멸하는 것이었다.
  다시 '이 행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멸하는가'고 관찰하였고, 어리석음이 멸하면 행이 멸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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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이 멸하면 식이 멸하고, 식이 멸하면 명색이 멸하며, 명색이 멸하면 6입이 멸하고, 6입이 멸하면 접촉이 멸하며, 접촉이 멸하면 느낌이 멸하고, 느낌이 멸하면 애욕이 멸하며, 애욕이 멸하면 취함이 멸하고, 취함이 멸하면 존재가 멸하며, 존재가 멸하면 태어남이 멸하고, 태어남이 멸하면 늙음과 병듦이 멸하며, 늙음과 병듦이 멸하면 죽음이 멸한다. 이것이 이른바 5성음(盛陰)의 소멸이라 하는 것이다.
  이 때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식이 가장 근본이 되어 사람들에게 태어남·늙음·병듦·죽음이 있게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태어남·늙음·병듦·죽음의 근본 원인을 알지 못한다.'
  마치 어떤 사람이 산 속의 작은 길을 따라 가다가 옛사람들이 다니던 옛날의 큰 길을 발견한 것과 같다. 이 때 그는 그 길을 따라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다가 옛 성곽과 동산과 목욕하는 연못을 발견하였는데 수목이 우거지고 성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다. 그는 그것을 보고 본국으로 돌아가 왕에게 아뢰었다.
  '저는 어제 산 속에서 놀다가 아름다운 성을 발견하였는데 수목이 우거지고 그 성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습니다. 대왕께서는 사람들을 보내어 그 성에서 살게 하소서.'
  이 때 국왕은 그 사람의 말을 듣고 곧 사람들을 살게 하였다. 그래서 그 성은 옛날과 같이 백성들이 번성하고 즐거움이 견줄 데 없게 되었다.
  비구들이여, 알라. 나는 옛날 보살이 되기 전에 산중에서 도를 배우다가 옛날의 모든 부처님들이 노니시던 곳을 발견하였고, 그 길을 따라 태어남·늙음·병듦·죽음이 일어나는 근본을 알았으며, 발생이 있고 소멸이 있음을 모두 분별하고, 태어남의 괴로움·태어남의 발생·태어남의 소멸·태어남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모두 알았다. 존재·취함·애욕·느낌·접촉·6입·명색·식·행·어리석음에 있어서도 또한 그러하나이다.
  무명이 일어나면 행이 일어나고 행이 지은 것은 모두 식을 말미암았다. 나는 이제 이 식을 밝혀 사부대중에게 그 근본을 설명하는 것이다. 너희들은 그 근본의 일어남을 알아서 괴로움을 알고 괴로움의 발생·괴로움의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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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알고, 그것을 생각해 분명하게 해야 한다. 6입이 있으면 태어남·늙음·병듦·죽음이 있고, 6입이 멸하면 곧 태어남·늙음·병듦·죽음이 멸한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해 6입을 멸하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 한량없는 백천만 대중을 위해 설법하고 계셨다.
  그 때 아나율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 아나율은 대중 속에서 졸고 있었다. 그 때 부처님께서 아나율이 조는 것을 보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법을 받들면 유쾌히 잠들고
  그 뜻에 뒤섞인 어지러움 없다.
  저 성현께서 말씀하신 법
  지혜로운 이들이 즐기는 것이라.
  
  마치 저 깊고 깊은 연못이
  맑고 깨끗해 티끌 하나 없듯
  그와 같이 법을 듣는 사람
  청정한 마음으로 즐거이 받아들인다.
  
  마치 저 크고 반듯한 돌이
  바람에 조금도 움직이지 않듯
  그와 같이 칭찬이나 비방을 듣더라도
  그 마음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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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세존께서 아나율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라의 법이나 도적이 두려워 도를 닦느냐?"
  아나율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러면 너는 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느냐?."
  "이 늙음·병듦·죽음과 근심·걱정·괴로움·번민을 싫어하고, 고통에 시달리기 때문에 그것을 버리기 위해 출가하여 도들 배우는 것입니다."
  "족성자야, 너는 지금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다. 그런데 지금 세존이 몸소 설법하는데 어떻게 거기서 졸고 있느냐?"
  이 때 존자 아나율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부터는 몸이 문드러지더라도 결코 여래 앞에서 졸지 않겠습니다."
  그 때 존자 아나율은 새벽이 되도록 자지 않았다. 그러나 잠을 버릴 수는 없었고 결국 눈이 손상되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아나율에게 말씀하셨다.
  "너무 열심히 정진하면 조바심이라는 덮개[調戱蓋]4)와 상응하고 또 너무 게으르면 결박[結]과 상응하게 된다. 너의 행동은 그 중간이어야 하느니라."
  아나율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전에 벌써 여래 앞에서 맹세하였습니다. 이제 와서 그 약속을 어길 수는 없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의사 기역(耆域)5)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아나율의 눈을 치료해 주라."
  기역이 대답하였다.
  "만일 아나율이 조금이라도 잠을 잔다면 저는 그 눈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세존께서 아나율에게 말씀하셨다.
  
  
4) 도거악작개(掉擧惡作蓋: uddhacca-kukkucca-n vara a)라고도 하며, 5개(蓋) 중 하나이다. 마음이 들뜨고 불안한 것을 말한다.
5) 팔리어로는 J vaka이고 기역(祇域)·기바가(耆婆伽)라고도 하며, 활(活)이라 한역하기도 한다. 부처님 생존 당시의 명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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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잠을 자라. 왜냐 하면 모든 법은 먹어야 존재하고 먹지 않으면 존재하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눈은 잠으로 음식을 삼고 귀는 소리로 음식을 삼으며 코는 냄새로 음식을 삼고 혀는 맛으로 음식을 삼으며 몸은 감촉으로 음식을 삼고 뜻은 법으로 음식을 삼는다. 그리고 나는 지금 열반에도 음식이 있다고 말한다."
  아나율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열반은 무엇으로 음식을 삼습니까?"
  "열반은 방일하지 않는 것으로 음식을 삼는다. 그러므로 방일하지 않는 것을 타고 무위(無爲)에 이르느니라."
  "세존께서 비록 눈은 잠으로 음식을 삼는다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차마 잘 수 없습니다."
  아나율이 낡은 옷을 깁고 있을 때였다. 이 때 육안은 허물어지고 티 없이 맑은 천안을 얻었다.
  그 때 아나율은 보통의 방식대로 옷을 기우려 하였으나 실을 바늘구멍에 꿸 수가 없었다. 이 때 아나율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세상에서 도를 얻은 나한은 나를 위해 바늘을 꿰어다오'.
  세존께서는 깨끗한 천이(天耳)로 '이 세상에서 도를 얻은 아라한은 나를 위해 바늘을 꿰어다오'라고 하는 이 소리를 들으셨다. 세존께서는 아나율이 있는 곳으로 가 말씀하셨다.
  "너는 그 바늘을 가져 오라, 내가 꿰어 주리라."
  아나율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까 제가 말한 것은 세상에서 복을 구하려는 사람은 저를 위해 바늘을 꿰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세상에서 복을 구하는 사람으로 나보다 더한 사람은 없다. 여래는 여섯 가지 법에 있어서 만족할 줄을 모른다. 무엇이 여섯 가지인가? 첫째는 보시요, 둘째는 교훈이며, 셋째는 인욕이요, 넷째는 법다운 설명과 이치에 맞는 설명이며, 다섯째는 중생을 보호하는 것이요, 여섯째는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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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나율야, 이것이 이른바 '여래는 이 여섯 가지 법에 있어서 만족할 줄을 모른다'는 것이니라."
  아나율은 아뢰었다.
  "여래의 몸은 진실한 법의 몸이신데 다시 무슨 법을 구하려 하십니까? 여래께서는 이미 생사의 바다를 건너고 또 애착을 벗어나셨는데, 지금 또 애써 복의 도를 구하시는군요."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 아나율야. 네 말과 같다. 여래도 이 여섯 가지 법에 있어서 만족할 줄 모른다는 것을 안다. 만일 중생들이 죄악의 근본인 몸·입·뜻의 행을 안다면 끝내 세 갈래 나쁜 곳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저 중생들은 죄악의 근원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세 갈래 나쁜 곳에 떨어지는 것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힘 중에
  천상과 인간에서 노닐게 하는 것
  복의 힘이 가장 훌륭하나니
  그 복으로 불도도 성취하네.
  
  "그러므로 아나율야, 방편을 구해 이 여섯 가지 법을 얻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6)
  이와 같이 들었다.
  
  
6) 이 소경과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38권 1,077번째 소경인 「적경(賊經)」과 『별역잡아함경』 제1권 16번째 소경, 서진(西晉) 시대 축법호(竺法護)가 한역한 『불설앙굴마경(佛說鴦掘摩經)』, 서진 시대 법거(法炬)가 한역한 『불설앙굴계경(佛說鴦崛髻經)』, 유송(劉宋) 시대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가 한역한 『앙굴마라경(央掘魔羅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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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모든 비구들이 사위성에 가서 걸식(乞食)을 하다가, 파사닉왕의 궁궐문 밖에서 많은 사람들이 손을 들고 부르짖으며 원통함을 호소하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나라에 앙굴마(鴦掘魔)라는 도적이 있습니다. 그는 매우 흉포(凶暴)하여 중생을 수 없이 죽입니다. 중생들에게 무자비하기 때문에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그를 두려워합니다. 그는 날마다 사람을 죽여 그 손가락으로 목걸이를 만들므로 이름을 지만(指鬘)이라고 합니다. 원컨대 대왕께서 가시어 그와 싸우소서."
  비구들은 걸식을 마치고 기원정사(祇洹精舍)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두고 니사단을 어깨에 걸치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오늘 저희 비구들은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궁궐 문밖에서 '지금 대왕의 나라에 앙굴마라는 도적이 있습니다. 그는 사람됨이 흉포하고 자비심이 없어 모든 중생들을 마구 죽입니다. 사람들이 없어지고 나라가 비게 되는 것은 모두 그 사람 때문입니다.
  또 그는 사람 손가락을 잘라 꽃다발처럼 만든다고 합니다' 하고 원통함을 호소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세존께서 비구들의 말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잠자코 걸어가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곧장 그가 있다는 곳으로 가셨고, 땔감을 줍고 풀을 지며 밭갈이하던 사람들과 소나 염소를 치던 사람들은 세존께서 그 길로 가시는 것을 보고 제각기 아뢰었다.
  
  '사문이시여, 사문이시여, 그 길로 가지 마십시오. 왜냐 하면 그 길 가에는 앙굴마라는 도적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길로 가려는 사람은 반드시 열 명·스무 명·서른 명·마흔 명·쉰 명씩 모여서 가곤 합니다. 그렇게 하는데도 거기를 무사히 지나지 못하고 모두 앙굴마에게 잡히고 맙니다. 그런데 사문 구담께서 동행도 없이 혼자 가시다가 앙굴마에게 변을 당하신다면, 그건 너무 생각이 없으신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이 말을 듣고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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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앙굴마의 어머니는 음식을 가지고 앙굴마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 때 앙굴마는 '내 손가락목걸이는 이제 그 수가 찼을까?' 하고 생각하고는 곧 손가락 숫자를 세어 보았으나 아직 수가 차지 않았다. 다시 세어 보았으나 꼭 한 사람 손가락이 모자랐다. 앙굴마는 좌우를 둘러보며 살아있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고 잡아죽이려고 하였다. 그러나 사방으로 멀리까지 살펴보았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 스승께선 (만일 어머니를 죽일 수 있는 자라면 반드시 천상(天上)에 태어나리라)고 가르치셨다. 그런데 지금 어머니가 몸소 이곳에 와 있다. 즉시 잡아죽인다면 손가락 수도 채우고 또 천상에 태어날 수도 있으리라.'
  이 때 앙굴마는 왼손으로 어머니의 머리를 붙잡고 오른손으로 칼을 빼어들고는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잠깐만 그렇게 계십시오, 어머니."
  그 때 세존께서는 '저 앙굴마가 5역죄를 짓겠구나' 하고 생각하고는, 곧 눈썹 사이에서 광명을 놓아 그 산을 두루 비추었다. 앙굴마는 광명을 보고 다시 그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이 산을 비추는 것이 무슨 광명입니까? 국왕이 군사를 모아 나를 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 어머니가 말하였다.
  "너는 이제 알아야 한다. 이것은 해나 달이나 불의 광명이 아니고, 제석이나 범천왕의 광명도 아니다.'
  그 때 그 어머니는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이것은 불빛이 아니고
  해나 달, 제석이나 범천의 광명도 아니라네.
  새와 짐승들도 놀라지 않고
  즐거이 우는 소리 보통 때와 다르구나.
  
  이 광명 너무도 맑고 깨끗해
  사람을 한량없이 기쁘게 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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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저 존귀하고 가장 훌륭하신
  10력(力)을 지니신 분 이곳에 오셨으리.
  
  천상과 이 세상 사람 중에서
  천안으로 이 세계 살펴보시고
  일부러 너를 제도하시고자
  세존께서 이곳으로 오신 것이리.
  
  앙굴마는 부처라는 말을 듣고 너무 기뻐 어쩔 줄을 모르면서 중얼거렸다.
  "우리 스승께선 또 내게 '만일 네가 어머니를 죽일 수 있고 또 사문 구담을 죽일 수 있다면 반드시 천상에 태어날 것이다'라고 가르치셨다."
  이 때 앙굴마가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어머니, 여기 잠깐만 계십시오. 저는 먼저 사문 구담을 잡아죽이고, 그런 뒤에 밥을 먹겠습니다."
  앙굴마는 곧 그 어머님을 놓아주고 세존을 쫓아갔다. 세존이 오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니 마치 금덩이 같아서 비추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는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이제 저 사문이 내 손아귀에 들어왔으니, 반드시 죽이리라. 이 길을 지나려는 백성들은 모두들 무리를 지어 함께 지나가는데, 저 사문은 혼자 길동무도 없구나. 내 이제 저 자를 잡아죽이리라."
  앙굴마는 곧 허리에 찼던 칼을 빼어 세존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곧 왔던 길로 발길을 돌려 천천히 걸어가셨다. 앙굴마는 온힘을 다해 달리며 뒤쫓았지만 여래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앙굴마는 세존을 향해 소리쳤다.
  "멈춰라, 멈춰라, 사문아."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멈추었는데 네가 멈추지 않는구나."
  앙굴마는 달려오면서 멀리서 게송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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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망가면서 도리어 멈췄다 말하고
  나에게 멈추지 않는다 하는구나
  나에게 그 뜻을 설명해 보라
  왜 너는 멈추었고 내가 멈추지 않은 것인지.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세존이 멈추었다 말하는 것은
  모든 중생을 해치지 않는 것
  너는 지금 죽이려는 마음을 가져
  악의 근본을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자비스런 마음의 땅에 나는 머물러
  모든 사람 가엾이 여겨 보호하거늘
  너는 지옥 고통의 종자를 심으며
  악의 근본을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앙굴마는 이 게송을 듣고 생각하였다.
  '내가 정말 악한 걸까? 우리 스승은 나에게 (이것이 바로 큰 제자로서 큰 과보를 얻는 것이니, 천 사람을 죽여 그 손가락으로 목걸이를 만들 수 있다면 그는 소원을 이룰 것이다. 그런 사람은 목숨을 마친 뒤에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날 것이요, 만일 그를 낳은 어머니와 사문 구담을 죽인다면 반드시 범천에 태어날 것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 때 부처님께서는 위신력을 부려 그가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하셨다. 그는 생각하였다.
  '범지의 여러 서적에도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심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니, 아주 가끔씩 몇 억겁만에 출현하신다. 그 분이 세상에 출현하시면 건너지 못한 이는 건너게 하고 해탈하지 못한 이는 해탈하게 하신다.
  그 분은 여섯 가지 소견을 없애는 법을 말씀하시니, 여섯 가지란 무엇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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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나[我]가 있다는 소견을 가진 이를 위해서는 여섯 가지 소견을 없애는 법7)을 말씀하시고, 나가 없다는 이를 위해서는 나가 없다는 소견을 없애는 법을 말씀하시며, 나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소견을 가진 이를 위해서는 나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소견의 법을 말씀하시고,8)또 스스로 관찰하면서 관찰하는 법을 말씀하시며, 스스로 나는 없다는 법을 말씀하시고, 내가 설명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설명하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법을 말씀하신다.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면 이 여섯 가지 소견을 없애는 법을 말씀하신다)는 이런 말이 있다.
  또 나는 힘껏 달릴 때에는 코끼리나 말, 수레 및 어떤 사람도 따라잡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저 사문은 빨리 걷지도 않는데 따라잡을 수가 없다. 저 분이 분명 여래일 것이다'
  그 때 앙굴마는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거룩한 분께서 나를 위하여
  미묘한 게송을 말씀하셨네
  이처럼 악한 사람 진리를 알았으니
  모두 존귀한 분 위신력 덕분이네.
  
  지금 즉시 이 날카로운 칼을
  깊은 구덩이에 던져 버리자
  저 사문의 발자국에 예배하고
  지금 곧 사문이 되기를 구하리.
  
  
7) 고려대장경 원문이 '멸육견지법(滅六見之法)'으로 되어 있으나 내용상 '나가 있다는 소견을 없애는 법' 즉 '멸아견지법(滅我見之法)'이 되어야 옳을 것으로 생각된다.
8) 고려대장경 원문은 '언유아견무유아견역여설유아견무아견지법(言有我見無有我見亦與說有我見無我見之法)'으로 되어 있다. 내용상 '멸(滅)'자를 넣어 '언유아견무유아견역여설멸유아견무아견지법(言有我見無有我見亦與說滅有我見無我見之法)' 즉 '나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소견을 가진 이를 위해서는 나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소견을 멸하는 법을 말씀하시고'가 되어야 옳을 것으로 생각된다.
[876 / 1393] 쪽
  그 때 앙굴마는 곧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제가 사문이 되는 걸 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야."
  그 자리에서 앙굴마는 바로 사문이 되어 세 가지 법의를 입었다.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머리를 깎았으니
  결박 버리기 또한 그같이 하라
  결박이 없어지면 큰 과보 이루고
  근심과 고뇌 다시는 없으리라.
  
  앙굴마는 이 게송을 듣고 곧 온갖 번뇌가 없어지고 법안이 깨끗해졌다. 세존께서는 앙굴마 비구를 데리고 사위성 기원정사로 돌아가셨다.
  그 때, 파사닉왕은 네 종류의 군사를 모아 앙굴마를 치러가려고 하였고, 왕은 '나는 지금 세존께 나아가 이 사실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고, 만일 세존께서 무슨 말씀이 있으면 받들어 행하리라'고 생각하였다. 파사닉왕은 곧 네 종류의 군사를 모으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 왕에게 물으셨다.
  "대왕께선 지금 어딜 가시는 길이기에 몸에 그처럼 먼지를 뒤집어썼습니까?"
  파사닉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우리나라에 너무도 흉포하고 모든 중생에게 무자비한 앙굴마라는 도적이 있습니다. 나라가 황폐해지고 백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것은 다 그 도적 때문입니다. 그 자는 사람을 잡아죽여 그 손가락으로 목걸이를 만든다고 합니다. 그는 악한 귀신이지, 사람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그자를 치려고 합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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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일 앙굴마가 견고한 신심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것을 대왕께서 보신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만일 그러는 줄 안다면 마땅히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며 때맞춰 예배할 것입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그는 악한 사람으로 착함이라곤 털끝만큼도 없어 항상 중생을 죽이기만 하는데, 어떻게 그런 마음이 있어 출가해 도를 배울 수 있겠습니까? 결코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 때 앙굴마는 세존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오른손을 뻗어 그를 가리키며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저 자가 바로 그 도적 앙굴마입니다."
  왕은 그 말을 듣자 무서운 생각이 들어 온 몸의 털이 곤두섰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가까이 가 보시면 의심이 저절로 풀릴 것입니다."
  이 때 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앙굴마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네 성은 무엇인가?"
  앙굴마는 대답하였다.
  "제 성은 가가(伽伽)이고, 어머니 이름은 만족(滿足)입니다."
  그러자 왕은 곧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말하였다.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즐거워하며 게으름 없이 청정한 범행을 닦는다면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것이오. 내가 목숨을 마칠 때까지 의복·음식·침구와 병을 치료할 의약을 공양하리다."
  앙굴마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세존께 돌아왔다.
  그는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이 때 왕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항복하지 않는 자를 항복 받고, 굴복하지 않는 자를 굴복시키시다니,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놀랍습니다. 그처럼 극악한 자를 항복 받으시다니 일찍이 없던 일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무궁한 수명을 누리시며 온 백성들을 길러 주소서. 세존의 은혜를 입어 이 어려움을 면하였습니다. 저는 나라 일이
  
[878 / 1393] 쪽
  너무 많아 이만 돌아가고자 합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왕께서 때를 알아 하십시오."
  대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떠났다.
  그 때 앙굴마는 아련야(阿練若)를 닦으면서 다섯 가지 누더기 옷[五納衣]9)을 입고 때가 되면 발우를 가지고 집집으로 걸식을 다녔으며, 한 번 돌고는 다시 시작하였다. 헤어진 누더기를 입은 모습은 너무도 누추하였고, 한데 앉아서는 몸을 덮지도 않았다. 앙굴마는 한적한 곳에서 그런 행을 스스로 닦았다. 그리하여 족성자들이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목적인 위없는 범행을 닦으려하였고,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알았다.
  이 때 앙굴마는 바로 아라한이 되어 여섯 가지 신통이 맑게 트이고 더러움이 전혀 없게 되었다.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있을 때였다. 그 때 그는 어떤 부인이 산통을 심하게 겪고 있는 모습을 보고 생각하였다.
  '중생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한없이 다시 태에 드는구나.'
  앙굴마는 걸식을 마친 후 가사와 발우를 두고는 니사단을 어깨에 걸치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앉았다.
  이 때 앙굴마는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아까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아기를 배어 몸이 매우 무거운 어떤 부인을 보고 '중생들이 겪는 괴로움이 어찌 저리도 심한가'고 생각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그 부인에게 찾아가 '저는 성현에게서 다시 태어난 뒤로는 살생
  
  
9)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법의(法衣)는 버려진 천으로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분소의(糞掃衣)라고도 하고, 또 여러 가지 색깔의 천을 이어 붙여 만든 옷이라 하여 5납의(納衣)·백납의(百納衣)라고도 한다.
[879 / 1393] 쪽
  한 적이 없습니다'고 말하라. 이 정성스러운 말을 지니면 그 부인의 태는 별탈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앙굴마는 그 날로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으로 들어가서는 그 산모를 찾아가 말하였다.
  "저는 성현에게서 다시 태어난 뒤로 두 번 다시 살생하지 않았습니다. 이 정성스러운 말을 기억하신다면 순산할 것입니다."
  그 때 그 산모는 곧 순산하였다.
  언젠가 앙굴마가 성안에서 걸식할 때였다. 여러 남녀노소들은 그를 보고 저희끼리 말하였다.
  "저 자는 앙굴마다. 중생을 헤아릴 수 없이 죽여놓고 지금은 버젓이 성안을 다니며 걸식하는구나."
  성안의 백성들은 제각기 기왓장과 돌을 던졌고 개중에는 칼로 찌르는 자도 있었다. 그는 머리와 눈을 다치고 옷이 모두 찢어진 채 온몸에 피를 흘리며 곧 사위성을 벗어나 여래께서 계신 곳으로 갔다.
  세존께서는 그가 머리와 눈을 다치고 피가 뚝뚝 흐르는 옷을 입고 오는 모습을 멀리서 보시고 말씀하셨다.
  "너는 참아야 한다. 왜냐 하면 그 죄는 오랫동안 받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 앙굴마는 세존의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앙굴마는 여래 앞에서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견고한 마음으로 법의 글귀 듣고
  견고한 마음으로 불법 행하며
  견고한 마음으로 착한 벗 가까이하면
  곧 저 열반에 이르게 되리라.
  
  내 본래 큰 도적이었으니
  그 이름은 앙굴마
  
 
[880 / 1393] 쪽
  악의 흐름에 떠다녔으나
  고맙게도 존자께서 건져주셨네.
  
  이제는 스스로 귀의함을 보고
  또한 법의 근본도 관찰하여
  세 가지 밝음[三明]에 이르게 되었고
  부처님 행의 업을 성취하였네.
  
  내 본래 무해(無害)라는 이름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생 죽였지만
  지금은 이름이 진제실(眞諦實)
  그 어떤 중생도 해치지 않네.
  
  만일 이 몸이나 입이나 뜻에
  해치려는 마음이 전혀 없다면
  그 이름을 무살해(無殺害)라 하나니
  하물며 다른 생각 일으킴이랴.
  
  활 만드는 장인 뿔을 잘 다루고
  뱃사공은 물길을 능숙히 타며
  훌륭한 목수 나무를 잘 다루듯
  지혜로운 사람 자기 몸을 다루네.
  
  어떤 이 채찍으로 굴복시키려하고
  어떤 이 말로써 굴복시키려하지만
  나는 끝내 무기를 쓰지 않나니
  나는 이제 스스로를 항복 받았네.
  
  사람이 이전에 죄를 지었더라도
  
[881 / 1393] 쪽
  뒤에 그쳐 다시는 저지르지 않으면
  이는 세상을 비추는 것
  구름이 사라지고 달이 나타나듯.
  
  사람이 이전에 죄를 지었더라도
  뒤에 그쳐 다시는 저지르지 않으면
  이는 세상을 비추는 것
  구름이 사라지고 해가 나타나듯.
  
  어리고 젊고 연로한 비구들이
  부처님의 법을 닦아 행한다면
  이는 세상을 비추는 것
  구름 없는 하늘의 저 달처럼.
  
  어리고 젊고 연로한 비구들이
  부처님의 법을 닦아 행한다면
  이는 세상을 비추는 것
  구름 없는 하늘의 저 해처럼.
  
  내 이제는 집착과 감정 적어지고
  음식에 있어선 만족할 줄 알며
  온갖 괴로움을 다 벗어났으니
  과거의 인연 이제는 다하였네.
  
  다시는 죽음의 길 받지 않고
  구태여 살기를 좋아하지도 않나니
  이제는 그저 때를 기다리며
  스스로 기뻐하고 어지럽지 않노라.
  
[882 / 1393] 쪽
  이 때 여래께서는 앙굴마의 말을 긍정하셨다. 앙굴마는 여래께서 긍정하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떠났다. 그 때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 앙굴마는 전생에 어떤 공덕을 지었기에 지금 저렇게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세상에 드물 만큼 얼굴이 단정합니까? 또 어떤 악업을 지었기에 지금 저 몸으로 헤아릴 수 없는 중생을 죽였습니까? 또 어떤 공덕을 지었기에 지금 여래를 만나 아라한의 도를 얻게 된 것입니까?"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아주 먼 옛날 이 현겁(賢劫)에 가섭(迦葉) 여래(如來)·지진(至眞)·등정각(等正覺)이라는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셨고, 그 가섭여래께서 세상을 떠난 뒤에 대과(大果)라는 왕이 나라를 다스리며 이 염부제(閻浮提)를 맡았었다. 그 왕에게는 8만 4천 명의 궁녀와 시녀가 있었지만 그 누구에게서도 자식이 없었다. 대과왕은 여러 나무신·산신·해·달·별 등에 빠짐없이 기도하며 자식을 얻고자 하였다. 그러자 왕의 첫째 부인은 곧 아이를 배었고, 8·9개월이 지나 아들을 낳았는데 세상에 드물 만큼 얼굴이 단정하였다. 그 때 그 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몇 년을 자식도 없이 지내던 내가 이제야 비로소 아들을 얻었다. 이제 이름을 짓고 다섯 가지 욕망[五欲]을 마음껏 누리게 하리라.'
  왕은 관상을 볼 줄 아는 여러 신하들을 불러모으고 명령하였다.
  '내가 이제 아들을 얻었으니 각기 이름을 지어 보라.'
  신하들은 왕의 분부를 받고 왕에게 아뢰었다.
  '이 태자는 너무도 기묘하고 비할 바 없이 단정하며 얼굴빛이 복숭아꽃 같습니다. 반드시 큰 세력을 가질 것이니 이름을 대력(大力)이라 하소서.'
  관상가들은 태자의 이름을 짓고 제각기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왕은 그 태자를 사랑하여 잠시도 눈앞에서 때어놓지 않았다.
  태자가 나이 여덟 살이 되던 때였다. 그는 신하들을 거느리고 부왕에게 나아가 아침 문안을 드렸다. 왕은 '태자가 참으로 기특하구나'고 생각하고는 곧 태자에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너를 결혼시키고 싶은데 어떠냐?'
  
[883 / 1393] 쪽
  태자는 아뢰었다.
  '제가 아직 나이도 어린데 구태여 결혼해 무엇하겠습니까?'
  부왕은 우선 참고 결혼시키지 않았다. 그렇게 20년이 지나 왕은 다시 말하였다.
  '내 너를 결혼시키고 싶구나.'
  태자는 아뢰었다.
  '결혼은 해서 무엇하겠습니까?'
  그 때 부왕은 신하들과 백성에게 말하였다.
  '내 자식도 없이 오랫동안 지내다가 겨우 아들을 하나 낳았는데 결혼할 생각은 않고 티 없이 청정하게만 지내는구나.'
  그래서 왕은 태자의 이름을 청정(淸淨)이라고 고쳤다.
  청정 태자가 나이 30이 되자 왕은 다시 신하들에게 분부하였다.
  '나는 이제 이미 늙었고 다른 아들이 없다. 오직 청정 태자가 있을 뿐이니, 지금 왕위를 태자에게 주어야겠다. 그러나 태자가 다섯 가지 욕망을 좋아하지 않으니, 이 나라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겠는가?'
  신하들은 아뢰었다.
  '방편을 써서 다섯 가지 욕망을 즐기게 하소서.'
  부왕은 곧 종을 치고 북을 울려 온 나라에 영을 내렸다.
  '누구든 청정 태자로 하여금 다섯 가지 욕망을 좋아하게 할 수 있는 자가 있다면, 내 천금과 여러 가지 보물을 내리리라.'
  그 때 예순 네 가지 술수를 환히 아는 음종(淫種)이라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왕이 '누구든 청정 태자로 하여금 다섯 가지 욕망을 좋아하게 할 수 있는 자가 있다면 천 금과 여러 가지 보물을 내리리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곧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저에게 천 금과 여러 가지 보물을 주신다면 태자로 하여금 다섯 가지 욕망을 즐기게 하겠습니다.'
  부왕은 대답하였다.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더욱 중히 상을 내리고 약속을 어기지 않을 것이다.'
  
[884 / 1393] 쪽
  그 음녀는 아뢰었다.
  '태자는 어느 곳에서 주무십니까?'
  '저 동쪽 별당에 있다. 거기는 여자란 없고 오직 남자 한 사람이 시봉하고 있을 뿐이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내궁(內宮)에 영을 내려 마음대로 출입하되 막지 말게 하소서.'
  그 음녀는 그 날 밤 두 시를 알리는 소리가 나자 태자가 거처하는 방 문밖에서 거짓으로 소리내어 울었다. 태자는 여자의 울음소리를 듣고 시자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이 이곳에서 우는가?'
  시자는 아뢰었다.
  '어떤 여자가 문밖에서 울고 있습니다.'
  '너는 빨리 가서 우는 까닭을 물어 보라.'
  그 시자가 가서 우는 까닭을 묻자 음녀가 대답하였다.
  "남편에게 버림받아서 울고 있는 것입니다."
  시자는 돌아와 태자에게 아뢰었다.
  '그 여자는 남편에게 버림받았고 또 도둑이 두려워 운다고 합니다.'
  '그 여자를 데려다 코끼리 우리에 두라.'
  그러나 그곳에 가서도 또 울었다. 다시 마구간에 데려다 두었지만 거기서도 또 울었다. 태자는 다시 시자에게 말하였다.
  '이리 데리고 오라.'
  곧 데려다 방에 들여놓았지만 거기서도 또 울었다. 태자는 친히 그에게 물었다.
  '왜 또 우는가?'
  음녀는 대답하였다.
  '태자시여, 외롭고 연약한 여자라 너무도 두렵습니다. 그래서 우는 것입니다.'
  '이 평상 위에 올라 오라. 무서움이 없어질 것이다.'
  그때서야 여자는 잠자코 말이 없었고, 또 울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885 / 1393] 쪽
  곧 옷을 벗더니 태자에게 다가가 태자의 손을 끌어다 자기 가슴 위에 얹었다. 태자는 곧 깜짝 놀랐지만 차츰차츰 흥분하게 되었고, 욕정이 일어 곧 그녀를 취하게 되었다.
  이튿날 아침 청정 태자는 부왕에게 갔다. 부왕은 태자의 얼굴빛이 보통 때와 다른 것을 멀리서 보고 말하였다.
  '너는 바라던 일이라도 이루었는가?'
  태자는 대답했다.
  '예, 대왕의 말씀대로 입니다.'
  부왕은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라하며 말하였다.
  '소원이 무엇이냐, 내 뭐든지 들어주리라.'
  '소원대로 해 주시겠다는 약속을 중간에 후회하지 않으신다면 소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말대로 결코 중간에 후회하지 않으리라. 소원이 무엇이냐?'
  '지금 대왕께서는 이 염부제를 다스리며 무엇이든 마음대로 하실 수 있습니다. 염부제 안에 있는 모든 처녀들을 먼저 우리 집에 왔다가 그 뒤에 시집가게 하소서.'
  '네 말대로 하리라.'
  왕은 곧 나라 안의 온 백성들에게 영을 내렸다.
  '아직 시집가지 않은 처녀는 먼저 청정 태자에게 보냈다가 시집가도록 하라.'
  그 때 그 성의 수만(須蠻)이라는 여자가 차례가 되어 왕에게 가게 되었다. 수만 장자의 딸은 벗은 몸에 맨발로 사람들 속을 다니면서도 부끄러움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저희끼리 말하였다.
  '저 여인은 장자의 딸로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어떻게 벗은 몸으로 사람들 속을 다니는가? 나귀와 무엇이 다른가?'
  그녀는 사람들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나귀가 아니다. 너희들이 바로 나귀다. 너희들은 여자가 여자를 보고 부끄러워하는 것을 본적이 있는가? 이 성 사람들은 모두 여자고, 오직 청정 태자만 남자다. 나도 청정 태자의 문 앞에 가면 옷을 입을 것이다.'
  
[886 / 1393] 쪽
  그 때 성 사람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저 여자 말이 참으로 우리 마음에 든다. 우리는 정말로 여자요 남자도 아니다. 오직 청정 태자만이 남자다. 우리도 오늘부터는 남자 노릇을 하자.'
  그래서 그 성 백성들은 모두 전쟁 도구를 갖추고는 갑옷을 입고 몽둥이를 들고 부왕에게 가서 말하였다.
  '두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들어 주소서.'
  왕은 물었다.
  '두 가지 소원이 무엇이냐?'
  백성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만일 대왕께서 살고싶으시면 저 청정 태자를 죽이십시오. 만일 태자를 살리고자 하신다면 지금 당장 대왕을 죽일 것입니다. 우리는 이 나라의 법도를 능멸하는 저 청정 태자를 더 이상 받들어 섬길 수 없습니다.'
  그 때 부왕은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집안을 위해선 한 사람을 잊고
  마을을 위해선 한 집안을 잊고
  나라를 위해선 한 마을을 잊고
  내 몸을 위해선 세상을 잊는다.
  
  부왕은 이 게송을 말한 뒤 백성들에게 말하였다.
  '지금 곧 너희들 뜻대로 하라.'
  그 때 사람들은 곧 청정 태자를 잡아와 두 손을 결박하고 성밖으로 끌고 가서 저희끼리 말하였다.
  '우리 다 함께 기왓장이나 돌로 때려죽이자. 어떻게 혼자 죽이겠는가?'
  그 때 청정태자는 죽음에 이르러 이렇게 말하고 맹세하였다.
  '여러분, 나를 마음대로 죽이시오. 부왕께선 내 소원을 들어 주셨으니 나는 지금 죽더라도 감히 사양할 수가 없소.
  제가 다음 세상에서는 이 원수를 꼭 갚게 하시고, 또 참사람 나한을 만나 빨리 해탈을 얻게 하소서.'
  
[887 / 1393] 쪽
  그 때 백성들은 태자를 잡아죽이고 제각기 흩어졌느니라.
  비구들이여, 다른 생각을 말라. 그 때 그 대과왕(大果王)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지금의 저 앙굴마의 스승이었던 자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 때의 음녀는 지금 그 스승의 아내요, 그 때의 백성들은 앙굴마에게 죽은 8만 명의 백성들이며, 그 때의 청정 태자는 지금의 앙굴마 비구가 바로 그 사람이니라.
  그는 죽음에 다다라 그런 서원을 세웠기 때문에 손을 온전치 못하게 하리라고 하던 원한을 갚았고 그 인연으로 한없이 사람을 죽였다. 또 그 뒤에 부처님을 뵙고 싶다는 서원을 세웠기 때문에 지금 해탈을 얻어 아라한이 된 것이다. 이것이 그 경위이니 그렇게 알아야 하느니라."
  세존께서는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제자 중에서 제일 총명하고 지혜가 빠른 이는 바로 앙굴마 비구이니라."
  그 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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