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5 / 1393] 쪽 |
천문 지리도 모르는 것이 없었다. |
그 범지는, 세상에서 기이하게 여길 만큼 얼굴이 빼어나고 모든 감각기관은 고요히 안정되었으며 32상과 80종호로 그 몸을 장엄한 등광 여래께서 오시는 모습을 멀리서 뵙고, 곧 기뻐하는 뜻과 착한 마음이 생겨 이렇게 생각하였다. |
'책의 기록에 따르면 여래께서 출현하시는 일은 매우 만나기 어려우니, 우발화(優鉢華)가 모처럼 피어나듯 아주 드물게 출현하신다고 한다. 그러니 나는 이제 가서 시험해 보리라.' |
이 때 범지는 손에 다섯 송이의 꽃을 들고 세존께 나아가다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
'32상(相)을 가진 자라야 깨달은 자이다.' |
그는 곧 다섯 송이 꽃을 여래 위에 흩뿌리고 32상을 찾아보았지만 30상만 보이고 2상은 보이질 않았다. 그는 곧 '지금 세존을 살펴보니 광장설상(廣長舌相)과 음마장상(陰馬藏相)이 보이지 않는구나'고 의심하고는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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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로는 서른 두 가지 |
대인상(大人相)이 있다고 하던데 |
이제 두 가지가 보이지 않으니 |
그 상호 온전히 갖추고 계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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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정결하고 음탕하지 않은 |
음마장을 갖추고 계십니까? |
귀를 핥고 얼굴을 덮는 |
광장설을 갖추고 계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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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위해 그 모습을 나타내어 |
의심의 모든 결박 끊어주소서. |
음마장과 광장설상 |
그것을 꼭 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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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6 / 1393] 쪽 |
이 때 등광 부처님께선 곧 삼매에 들어 그 범지로 하여금 2상(相)을 보게 하셨다. 등광 부처님께서는 다시 넓고 긴 혀를 내밀어 양쪽 귀를 핥고 큰 광명을 놓았다가 정수리로 다시 들어가게 하셨다. 그 범지는 여래께서 32상을 완전히 갖추신 것을 보고는 뛸 듯이 기뻐하고 어쩔 줄 몰라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
'원컨대 세존께서는 잘 관찰하소서. 저는 이제 이 다섯 송이 꽃을 여래께 올립니다. 또 이 몸을 성스러운 존자께 공양하겠습니다.' |
이렇게 서원을 세웠을 때 그 다섯 송이 꽃은 공중에서 너무도 기묘하고 네 기둥에 네 문이 있는 보대(寶臺)로 변화하였다. 그는 이 교로대(交露臺)를 보고 뛸 듯이 기뻐하고 어쩔 줄 몰라하며 이런 서원을 세웠다. |
'제가 미래에 부처가 된다면 등광 부처님처럼 되고, 뒤를 따르는 제자들도 모두 이와 같아지이다.' |
이 때 등광 부처님께서는 그 범지의 마음 속 생각을 아시고 곧 웃으셨다. 수기할 때 세존께서 웃으시면 입에서 다섯 가지 광명이 나와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는 것은 모든 불 세존께 늘 있는 법이다. 그 때도 광명이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어 해와 달이 빛을 잃게 한 뒤에 정수리로 도로 들어갔다. |
만일 여래가 되리라고 수기하실 때라면 광명은 정수리로 들어가고, 벽지불로 수기하실 때에는 광명이 입에서 나와 귀로 들어가며, 성문으로 수기하실 때에는 광명이 어깨 위로 들어가고, 천상에 태어나리라고 수기하실 때에는 광명이 팔 속으로 들어가며, 인간으로 태어나리라고 수기하실 때에는 광명이 양 옆구리로 들어가고, 아귀로 태어나리라고 수기하실 때에는 광명이 겨드랑이로 들어가며, 축생으로 태어나리라고 수기하실 때에는 광명이 무릎으로 들어가고, 지옥에 태어나리라고 수기하실 때에는 광명이 다리 밑으로 들어간다. 그 때 범지는 광명이 정수리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뛸 듯이 기뻐하며 어쩔 줄 몰라하고는 곧 머리를 풀어 땅에 펴고 이렇게 말하였다. |
'만일 여래께서 저에게 수기하지 않으신다면 저는 이 자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모든 감각기관을 그대로 두지 않겠습니다.' |
이 때 등광 부처님께서는 그 범지의 마음 속 생각을 알고 곧 이렇게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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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7 / 1393] 쪽 |
씀하셨다. |
'너는 빨리 일어나라. 너는 미래 세상에서 부처가 되어 이름을 석가문(釋迦文) 여래·지진·등정각이라 할 것이다.' |
이 때 그 마납(摩納)은 부처님의 수기를 듣고 마음으로 뛸 듯이 기뻐하며 어쩔 줄 몰라하였다. 그는 곧 그 자리에서 변현삼매(遍現三昧)를 얻어 허공으로 솟아올라 땅에서 일곱 길쯤 떨어진 곳에서 등광 여래를 향해 합장하였다. |
우파리야, 너는 달리 생각지 말라. 보장 여래 때의 장로 비구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등광 여래가 바로 그 사람이니라. 또 그 때의 왕녀 모니는 바로 지금의 나이다. 그 때 보장 여래께서 나에게 석가문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셨느니라.7)나는 이제 이런 인연으로 이 팔관재법을 설한 것이다. 마땅히 서원을 세워야 하나니 원을 세우지 않으면 과보도 없느니라. 왜냐 하면 그 여자도 그런 서원을 세웠기 때문에 바로 그 겁에 소원을 성취한 것이고, 만일 그 장로 비구가 서원을 세우지 않았더라면 끝끝내 불도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원의 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으니 감로 같은 열반의 경지에 이르게 하느니라. 우파리야,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나는 이제 이런 인연으로 이 팔관재법을 설한 것이다. 마땅히 서원을 세워야 하나니 원을 세우지 않으면 과보도 없느니라. 왜냐 하면 그 여자도 그런 서원을 세웠기 때문에 바로 그 겁에 소원을 성취한 것이고, 만일 그 장로 비구가 서원을 세우지 않았더라면 끝끝내 불도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원의 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으니 감로 같은 열반의 경지에 이르게 하느니라. 우파리야,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우파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3 ]8)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갈국(摩竭國)에 계시면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천천히 강가로 가셨다. |
그 때 세존께서는 강 한가운데 큰 목재가 떠내려가는 것을 보시고 곧 강가의 어느 나무 밑에 앉으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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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경의 앞부분에서는 등광불(燈光佛)이 미륵범지(彌勒梵志)에게 석가문불(釋迦文佛)이 되리라고 수기한 것으로 되어 있다. 경의 내용으로 보아 보장여래 때의 왕녀 모니가 등광여래 때 미륵범지가 되었고, 미륵범지가 석가모니불이 된 것으로 유추된다. |
8)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43권 1,174번째 소경인 「유수경(流樹經)」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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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8 / 1393] 쪽 |
"너희들은 물에 떠내려가는 저 나무가 보이느냐?" |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예, 보입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만일 저 나무가 이쪽 언덕에도 닿지 않고 저쪽 언덕에도 닿지 않으며, 중간에서 가라앉지도 않고 또 언덕 위에 있지도 않으며, 사람에게 잡히지도 않고 사람 아닌 것에게 붙잡히지도 않으며, 물에서 빙빙 돌지도 않고 또 썩지도 않는다면, 저것은 차츰 바다에 이르게 될 것이다. 왜냐 하면 바다는 모든 강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
너희 비구들도 그와 같아서 만일 이쪽 언덕에 닿지 않고 저쪽 언덕에도 닿지 않으며, 중간에서 가라앉지도 않고 언덕 위에 있지도 않으며, 사람이나 사람이 아닌 것에게 붙잡히지도 않고 물에서 빙빙 돌지도 않으며 또 썩지도 않는다면, 그는 차츰 열반에 이르게 될 것이다. |
왜냐 하면 열반이란 바른 소견·바른 다스림·바른 말·바른 업·바른 생활·바른 방편·바른 기억·바른 선정으로서, 이것이 열반의 근본이기 때문이니라." |
그 때 난다(難陀)라는 목동이 지팡이를 짚고 서 있었다. 그 목동은 이런 말씀을 멀리서 듣고 천천히 세존께 나아가 섰다. 그 때 목동이 세존께 아뢰었다. |
"저 역시 이쪽 언덕에도 닿지 않고 저쪽 언덕에도 닿지 않으며, 중간에서 가라앉지도 않고 언덕 위에 있지도 않으며, 사람에게 붙잡히지도 않고 사람 아닌 것에게 붙잡히지도 않으며, 물에서 빙빙 돌지도 않고 또 썩지 않는다면, 차츰 열반의 경지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도 안에 있도록 허락하시어 사문이 되게 하소서."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너는 지금 그 소를 주인에게 돌려준 뒤에야 사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목동 난다는 아뢰었다. |
"이 소는 송아지를 그리워하는 생각에 스스로 집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도 안에 있도록 허락하소서."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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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9 / 1393] 쪽 |
"이 소가 알아서 제 집을 찾아가겠지만 그래도 너는 꼭 직접 가서 돌려주어야 하느니라." |
이 때 목동은 그 분부를 받고 직접 가서 소를 돌려준 뒤에 부처님께 돌아와 세존께 아뢰었다. |
"이제 소는 돌려주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하소서." |
그러자 여래께서는 곧 그가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하시고, 구족계를 주셨다. 그 때 다른 어떤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
"이쪽 언덕이란 무엇이고, 저쪽 언덕이란 무엇이며, 중간에서 가라앉는다는 것은 무엇이고, 언덕 위에 있다는 것은 무엇이며, 사람에게 붙잡히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이고, 사람 아닌 것에게 붙잡히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이며, 물에서 빙빙 돈다는 것은 무엇이고, 썩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
"이쪽 언덕이란 몸이요, 저쪽 언덕이란 몸이 소멸한 것이며, 중간에서 가라앉는다는 것은 욕망과 애욕이요, 언덕 위에 있다는 것은 다섯 가지 욕망이다. 사람에게 붙잡힌다는 것은 어떤 족성자가 '이 공덕과 복으로 국왕이나 대신이 되어지이다'라고 서원을 세우는 것이요, 사람 아닌 것에게 붙잡힌다는 것은 어떤 비구가 '사천왕의 세계나 다른 여러 하늘나라에 태어나 범행을 닦게 하소서. 이제 이 공덕으로 여러 하늘나라에 태어나리라'라고 서원을 세우는 것이니, 이것을 사람 아닌 것에게 붙잡힌다는 것이니라. 물에서 빙빙 돈다는 것은 바로 삿된 의심이요, 썩는다는 것은 삿된 소견·삿된 다스림·삿된 말·삿된 업·삿된 생활·삿된 방편·삿된 기억·삿된 선정이니 이것이 바로 썩는다는 것이다." |
이 때 난다 비구는 한적한 곳에서 지내며 스스로 애써 수행하였다. 그리하여 족성자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목적인 위없는 범행을 닦아,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게 되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곧 아라한이 되었다. |
그 때 난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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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0 / 1393] 쪽 |
[ 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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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의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
그 때 제바달두(提婆達兜)는 이미 신통을 잃었는데 아사세(阿闍世) 태자가 날마다 5백 가마의 밥을 보내 그를 공양하고 있었다. 이 때 많은 비구 대중들은 제바달두가 이미 신통을 잃었는데 아사세 태자의 공양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서로를 이끌고 부처님께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이 때 많은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제바달두는 너무도 큰 위력을 가졌습니다. 지금 아사세왕의 공양을 받고 있는데 날마다 5백 가마의 밥을 보내고 있답니다." |
그 때 세존께서는 이 말을 듣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너희들은 제바달두 비구가 누리고 있는 이익을 탐내는 그런 마음을 가지지 말라. 저 어리석은 자는 그 이익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멸망할 것이다. 왜냐 하면 비구들이여, 제바달두는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으로서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마치 어떤 사람이 그 마을을 벗어나 날이 선 도끼를 들고 큰 나무를 찾아 나섰을 때, 원래 바랬던 것은 큰 나무였는데 정작 그 나무에 가서는 가지와 잎사귀만 가지고 돌아오는 것과 같다. 지금 저 비구도 그와 같아서 이익을 탐하고 집착한다. 그는 그 이익으로 말미암아 남들에게 자신을 뽐내고 남들을 비방하고 있으니 비구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그는 그 이익으로 말미암아 방편을 구해 용맹스런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니, 마치 보배를 원하고도 얻지 못하는 사람과 같아 지혜로운 이들의 버림을 받게 될 것이다. |
설령 어떤 비구가 이익을 얻은 뒤에 스스로 자랑하지 않고 또 남을 비방하지도 않지만, 때로 남들에게 '나는 계를 지키는 사람이요, 저 자는 계를 범한 사람이다'라고 스스로 일컫는다면, 그는 비구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마치 어떤 사람이 줄기[根]9)는 버리고 가지만 들고 집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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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팔리본에는 s ra로 되어 있다. 이는 목재가 되는 나무의 심 부분을 말한다. 따라서 경의 내용에 맞추어 줄기로 번역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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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1 / 1393] 쪽 |
로 돌아오는 것과 같으니, 지혜로운 사람이 본다면 '저 사람이 가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줄기는 모르는구나'라고 할 것이다. |
여기 있는 비구들 또한 마찬가지이니, 이익을 얻고 계율을 받들어 지키며 아울러 범행을 닦고 삼매를 닦기 좋아한다 하더라도 그가 그런 삼매에 든 마음이라 하여 남들에게 '나는 지금 선정을 얻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선정이 없다'고 스스로 자랑한다면, 그는 비구로서 행해야 할 법에 있어서 그 결과를 얻지 못한다. |
마치 어떤 사람이 그 재목을 구해 큰 나무가 있는 곳을 찾아가 재목감을 보고는 가지와 잎사귀를 버리고 그 줄기를 가지고 돌아가는 것과 같으니, 지혜로운 사람이 이것을 본다면 '저 사람은 줄기를 아는구나'라고 말할 것이다. 지금 여기 있는 비구들 또한 그와 같이 이익을 불러일으키고 계율을 받들어 지키며 스스로 자랑하지 않고 남을 비방하지도 않으며, 삼매를 닦는 것도 그렇게 하며 차근차근 지혜를 행하라. 지혜가 이 법에서 가장 으뜸가는 것이니라. |
그러나 저 제바달두 비구는 이 법에서 지혜와 삼매를 끝내 얻지 못할 것이고, 또 계율의 법도 온전히 갖추지 못하였느니라." |
어떤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
"어찌하여 저 제바달두를 계율의 법을 모르는 자라 하십니까? 그는 신묘한 덕을 가지고 있고 온갖 행을 성취하였습니다. 이런 지혜가 있는데 왜 계율의 법을 모른다 하십니까? 지혜가 있으면 삼매가 있고 삼매가 있으면 계율이 있습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계율이란 법은 세속의 예사로운 법이요, 삼매의 성취도 세속의 예사로운 법이며, 신통으로 날아다니는 것도 세속의 예사로운 법이다. 그러나 지혜의 성취는 가장 으뜸가는 진리이니라." |
그 때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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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으로 말미암아 신통을 얻어 |
위로 간다 해도 끝까지 가진 못하네. |
무위의 경지 얻지 못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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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2 / 1393] 쪽 |
다시 5욕(欲) 속에 떨어지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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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지혜가 가장 으뜸이라 |
근심도 없고 걱정도 없네. |
결국 끝에는 평등한 견해 얻어 |
나고 죽는 이 몸을 끊어버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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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제바달두는 계율의 법을 알지 못하고 지혜와 삼매의 행도 알지 못한다고 한 것이니라. 너희 비구들은 저 제바달두처럼 이익을 탐내고 집착하지 말라. 대개 이익이란 사람을 나쁜 곳에 떨어뜨려 좋은 곳으로 가지 못하게 하느니라. |
만일 이익에 집착한다면 곧 삿된 소견을 익혀 바른 소견에서 떠나고, 삿된 다스림을 익혀 바른 다스림에서 떠나며, 삿된 말을 익혀 바른 말에서 떠나고, 삿된 업을 익혀 바른 업에서 떠나며, 삿된 생활을 익혀 바른 생활에서 떠나고, 삿된 방편을 익혀 바른 방편에서 떠나며, 삿된 기억을 익혀 바른 기억에서 떠나고, 삿된 선정을 익혀 바른 선정에서 떠나게 되느니라. |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이익을 얻으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억눌러 일어나지 못하도록 하며, 이익을 얻으려는 마음이 이미 일어났거든 방편을 구해 그것을 없애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이 미묘한 법을 연설하셨을 때 60여명의 비구는 법복을 벗어버리고 속인으로 돌아갔으며, 60여명의 비구는 번뇌가 다하고 뜻이 열려 온갖 티끌과 때가 없어지고 법안이 깨끗해졌다.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5 ]10) |
이와 같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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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54권 200번째 소경인 「아리타경(阿梨吒經)」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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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3 / 1393] 쪽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내가 이제 뗏목의 비유를 말하리니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해 명심하라." |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뗏목의 비유란 무엇인가? 너희들은 혹 길을 가다가 도적에게 사로잡히더라도 마음을 바로 가져 미워하는 생각을 내지 말고, 자애로운 마음[慈心]·불쌍히 여기는 마음[悲心]·기뻐하는 마음[喜心]·평정한 마음[護心]을 일으켜 모든 방위를 두루 채워 한량이 없고 헤아릴 수 없게 하라. |
땅과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하나니, 이 땅은 깨끗한 것도 받아들이고 더러운 것도 받아들여 똥과 오줌처럼 더러운 것도 모두 다 받아들이지만, 땅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이것은 좋고 이것은 더럽다'고 말하지 않는다. 너희들의 이와 같이 행동해야 하나니, 설사 도적에게 사로잡히더라도 나쁜 생각을 내거나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말라. |
땅과 마찬가지로 또한 물·불·바람처럼 나쁜 것도 받아들이고 좋은 것도 받아들이며 조금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말고, 자애로운 마음·불쌍히 여기는 마음·기뻐하는 마음·평정한 마음을 일으켜 일체 중생을 대해야 하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좋은 법조차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나쁜 법을 익혀서야 되겠는가? |
마치 어떤 사람이 무섭고 험난한 곳을 당해 그 위험한 곳을 벗어나 안온한 곳에 이르려고 생각대로 이리저리 내달리며 편안한 곳을 찾는 것과 같다. 이 때 그는 매우 깊고 넓은 큰 강을 만났는데 저쪽 언덕으로 건너갈 수 있는 다리나 배가 없었다. 그리고 그가 서 있는 곳은 너무도 두렵고 험난하였지만 저쪽 언덕은 무사 태평하였다. |
그 때 그 사람은 방법을 강구하였다. |
'이 강물은 너무도 깊고 넓다. 이제 나무와 풀잎을 주워 모아 뗏목을 만들어 건너가자. 뗏목을 의지하면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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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4 / 1393] 쪽 |
그는 곧 나무와 풀잎을 모아 뗏목을 만들어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건너갔다. 그는 저쪽 언덕에 이르러 다시 생각하였다. |
'이 뗏목은 내게 많은 이익을 주었다. 이 뗏목 덕택에 재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무서운 곳에서 편안한 곳으로 올 수 있었다. 나는 이제 이 뗏목을 버리지 않고 가지고 다니면서 쓰리라.' |
어떤가? 비구들이여, 그 사람은 과연 이른 곳에서 그 뗏목을 스스로 쓸 수 있겠느냐?" |
비구들이 아뢰었다. |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 사람의 소원이 이미 이루어졌는데 그 뗏목을 다시 어디 쓰겠습니까?" |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좋은 법조차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나쁜 법이겠는가?" |
그 때 어떤 비구는 아뢰었다. |
"어찌하여 '법조차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나쁜 법이겠느냐?'라고 말씀하십니까? 저희들은 법으로 말미암아 도를 배우지 않습니까?"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교만(憍慢)을 의지하여 교만(憍慢)·만만(慢慢)·증상만(增上慢)·자만(自慢)·사견만(邪見慢)·만중만(慢中慢)·증상만(增上慢)을 없애는 것이다. 즉 교만이 없음으로써 만만(慢慢)을 없애고, 무만(無慢)·정만(正慢)을 없애며 사만(邪慢)과 증상만(增上慢)을 없애어 네 가지 만(慢)을 모두 없애느니라. |
나는 옛날 아직 불도를 이루기 전이었을 때 나무 밑에 앉아 이렇게 생각했었다. |
'이 욕계(欲界)에서 누가 가장 세력이 있고 귀한가? 내 그들을 항복 받으리라. 그러면 이 욕계의 하늘과 사람들은 모두 항복하리라.' |
이 때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
'악마 파순(波旬)이 있다고 들었다. 나는 그와 싸우리라. 그 파순을 항복 받으면 세력이 있고 귀한 모든 교만한 하늘들도 다들 항복하리라.' |
비구들아, 나는 그 때 그 자리에서 웃었다. 그래서 그 악마 파순의 경계를 모두 진동시켰더니 허공에서 게송을 읊는 소리가 들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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