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장아함경(長阿含經)

불설장아함경 제4권

通達無我法者 2008. 1. 2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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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장아함경 제4권

 

 

  후진 홍시 연간에 불타야사ㆍ축불념 한역
  
[제1분] ④
  2. 유행경 제2 ③
  그 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 선견왕은 생각하였다.
  '나는 원래 어떤 공덕을 쌓고 어떤 착한 근본[善本]을 닦았기에, 지금 이렇게 높고 큰 과보(果報)를 얻게 되었을까?'
  또 스스로 생각했다.
  '세 가지 인연이 이러한 복의 과보를 가지고 왔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첫 번째는 보시(布施)요, 두 번째는 지계(持戒)며, 세 번째는 선사(禪思)이다. 이런 인연으로 지금 이렇게 큰 과보를 얻었다.'
  왕은 또 스스로 생각했다.
  '나는 이제 이미 인간 세계의 복된 과보를 받았으니, 더 나아가 하늘의 복을 받을 업(業)을 닦아야 하겠다. 스스로 자기를 억누르고, 시끄럽고 번잡한 것을 떠나 조용한 곳에서 한가히 지내며 도술(道術)을 숭상하자.'
  그리하여 왕은 곧 선현보녀(善賢寶女)에게 명령하여 말했다.
  '나는 이제 이미 인간의 복된 과보를 누렸다. 더 나아가 앞으로는 하늘의 복을 받을 업을 닦아야겠다. 그러자면 마땅히 스스로 자기를 억제하고 시끄럽고 번잡한 것을 떠나 조용한 곳에서 한가히 지내며 도술을 숭상해야 할 것이다.'
  '예, 대왕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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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안팎에 명령하여 가까이 모시거나 문안 인사 드리는 것을 금했다.
  그 때 왕은 곧 법전(法殿)에 올라 금루관(金樓觀)으로 들어가 은평상에 앉았다. 거기서 탐욕과 음욕은 악(惡)하고 불선(不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각(覺)도 있고 관(觀)도 있어 이생희락(離生喜樂:欲界惡을 여읨으로 해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의 제1 선(禪)을 얻었다. 각과 관을 버려 없애고 마음 속으로 믿음으로써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마음을 오로지 거두어 잡아 각도 없고 관도 없는 정생희락(定生喜樂:선정에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의 제2 선을 얻었다. 기쁨을 버리고 마음을 지켜 오로지 하여 산란하지 않게 하며, 스스로 몸의 즐거움을 알아 성현(聖賢)들이 구하는 바인 호념락행(護念樂行:생각을 보호해 맑고 깨끗함)의 제3선을 얻었다. 괴로움과 즐거움을 버려 없애고 먼저 걱정과 기쁨을 없애어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호념청정(護念淸淨:생각을 보호해 맑고 깨끗함)의 제4선을 얻었다.
  그 때 선견왕은 은평상에서 일어나 금루관을 나왔다. 다시 대정루(大正樓)로 나아가 유리평상에 앉아 자심(慈心)을 닦았는데, 한 세계에 두루 차고 나머지 다른 세계도 또한 그러하여 두루 가득 차게 하고 널리 미치게 하여 차별함이 없고 한량도 없었다. 모든 원한을 없애어 마음에 미워함이 없고, 고요하고 잠잠하고 사랑하고 부드러움으로써 스스로 즐거워했다. 비심(悲心)ㆍ희심(喜心)ㆍ사심(捨心)도 또한 그러했다.
  그 때 옥녀보는 묵묵히 혼자서 생각했다.
  '오랫동안 왕의 얼굴을 뵙지 못했으니 한번 뵙고 싶구나. 지금 곧 대왕에게 가보자.'
  그래서 선현보녀는 8만 4천의 채녀(婇女)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향탕(香湯)에 목욕하고 의복을 갖추어라. 왜냐 하면, 우리는 오랫동안 왕의 얼굴을 뵙지 못했으니, 마땅히 한 번 뵈어야 하리라.'
  모든 여인들은 이 말을 듣고 의복을 갖추고, 목욕해 몸을 깨끗이 하였다.
  선현보녀는 또 주병보(主兵寶)에게 명하였다.
  '그대는 네 가지 군대[兵]를 모으시오. 우리가 오랫동안 왕을 뵙지 못했으니 마땅히 한 번 뵈어야 하겠소.'
  신하인 주병보는 곧 네 가지 군대를 모으고 보녀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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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가지 군대는 이미 다 모였습니다. 마땅히 때가 되었음을 아십시오.'
  이에 보녀는 8만 4천 명의 채녀를 거느리고 네 가지 군대의 호위를 받아 황금의 다린(多鄰)동산으로 나아갔다. 대중들의 진동하는 소리가 왕에게 들리자, 왕은 그 소리를 듣고 창문으로 내다 보니 보녀가 문 가까이에 와 서 있었다.
  그 때 왕은 그녀를 보고 곧 말했다.
  '너는 멈추어라. 앞으로 오지 말라. 내가 누각에서 나가겠다.'
  그 때 선견왕은 곧 파리(頗梨)로 만든 자리에서 일어나 대정루를 나와 정법전(正法殿)으로 내려갔다. 거기서 옥녀보와 함께 다린동산으로 나가 자리에 앉았다. 그 때 선견왕의 얼굴에는 광택이 나서 보통 때와 달랐다. 선현보녀는 스스로 생각했다.
  '지금 대왕의 얼굴빛이 보통 때보다 뛰어나다. 이것은 무슨 기이한 상서일까?'
  그 때 그녀는 곧 대왕에게 아뢰었다.
  '지금 대왕의 얼굴빛이 보통 때와 다릅니다. 혹시 목숨을 버리려 할 때 나타나는 기이한 상서는 아닙니까? 지금 이 8만 4천 마리 코끼리 중에서 백상보(白象寶)가 제일입니다. 금은으로 장식하고 목에 보주(寶珠)를 걸었는데 진실로 왕의 소유입니다. 원컨대 잠깐 생각을 돌리어 함께 즐기소서. 부디 목숨을 버리어 만백성을 외롭게 하지 마소서. 또 8만 4천 마리 말 중에는 역마왕(力馬王)이 제일이며, 8만 4천 대의 수레 중에는 윤보(輪寶)가 제일입니다. 8만 4천 개의 구슬 중에는 신주보(神珠寶)가 제일이며, 8만 4천 명의 여자 중에는 옥녀보(玉女寶)가 제일입니다. 8만 4천 명의 거사 중에는 거사보(居士寶)가 제일이며, 8만 4천 명의 찰리 중에는 주병보(主兵寶)가 제일입니다. 8만 4천 개의 성(城) 중에는 구시성(拘尸城)이 제일이며, 8만 4천 개의 궁전 중에는 정법전(正法殿)이 제일입니다. 8만 4천 개의 누각 중에는 대정루(大正樓)가 제일이며, 8만 4천 개의 자리 중에는 보식좌(寶飾座)가 제일입니다. 8만 4천 벌의 옷 중에는 유연의(柔軟衣)가 제일이며, 8만 4천 가지 음식은 갖가지가 진귀한 맛이 있습니다. 이런 온갖 보배가 다 왕의 소유입니다. 원컨대 잠깐 생각을 돌려 이들과 함께 즐기시고, 부디 목숨을 버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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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백성을 외롭게 하시지 마소서.'
  그러자 선견왕은 보녀에게 대답했다.
  '너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나를 받들어 섬겨오면서 사랑스럽고 부드러우며 공경하고 순종하여 하는 말에 실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왜 그런 말을 하느냐?'
  그녀가 왕에게 아뢰었다.
  제가 드린 말씀에 무슨 불순한 점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왕은 그녀에게 말했다.
  '네가 아까 말한 코끼리ㆍ말ㆍ보배 수레ㆍ금바퀴ㆍ궁전ㆍ기이한 옷ㆍ맛난 음식 이런 것들은 다 항상하지 못한 것이라서 오래도록 보존할 수 없다. 그런데도 나에게 더 머물라고 권하니 어찌 순종하는 것이라고 하겠느냐?'
  그녀가 왕에게 아뢰었다.
  '공경하고 순종하려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왕이 그녀에게 말했다.
  '네가 만일〈코끼리ㆍ말ㆍ보배 수레ㆍ금바퀴ㆍ궁전ㆍ기이한 의복ㆍ맛난 음식 이런 것들은 다 항상하지 못한 것이라서 오래도록 보존할 수 없습니다. 원컨대 그것에 애착하여 높으신 정신을 괴롭게 마소서. 왜냐 하면 왕의 목숨은 오래지 않아 반드시 뒷세상으로 가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태어나면 죽게 되고 만나면 헤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이 세상에 나서 오래도록 사는 자가 있겠습니까? 마땅히 은혜와 사랑을 끊고 도를 구하는 마음을 가지소서〉라고 한다면 이것을 공경하고 순종하는 말이라 할 것이다.'
  아난아, 그 때 옥녀보는 왕의 이 말을 듣고 슬피 울고 부르짖다가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
  '코끼리ㆍ말ㆍ보배 수레ㆍ금바퀴ㆍ궁전ㆍ기이한 옷ㆍ맛난 음식 이러한 것들은 다 항상하지 못한 것이라서 오래도록 보전할 수 없습니다. 원컨대 그것에 애착하여 높으신 생각을 괴롭게 마소서. 왜냐 하면 왕의 수명은 오래지 않아 반드시 뒷세상으로 가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태어나면 죽음이 있고 만나면 헤어지기 마련입니다. 어떻게 이 세상에 나서 오래도록 사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마땅히 은혜와 사랑을 끊고 도를 구하는 마음을 가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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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난아, 저 옥녀보가 이렇게 말했을 때, 선견왕은 갑자기 목숨을 마쳤는데 마치 힘센 장수가 맛있는 밥을 단번에 먹어 치우듯 아무 괴로움도 번민도 없었다. 그 영혼은 올라가 제7범천(梵天)1)에 태어났다. 선견왕이 죽은 지 7일 만에 윤보(輪寶)와 주보(珠寶)는 저절로 사라지고, 상보(象寶)ㆍ마보(馬寶)ㆍ옥녀보(玉女寶)ㆍ거사보(居士寶)ㆍ주병보(主兵寶)도 같은 날에 죽었다. 성ㆍ못ㆍ법전ㆍ누각ㆍ보배 장식ㆍ황금 다린동산도 모두 흙과 나무로 변했느니라.”
  에 태어났다. 선견왕이 죽은 지 7일 만에 윤보(輪寶)와 주보(珠寶)는 저절로 사라지고, 상보(象寶)ㆍ마보(馬寶)ㆍ옥녀보(玉女寶)ㆍ거사보(居士寶)ㆍ주병보(主兵寶)도 같은 날에 죽었다. 성ㆍ못ㆍ법전ㆍ누각ㆍ보배 장식ㆍ황금 다린동산도 모두 흙과 나무로 변했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인연이 모여 이루어진 법[有爲法]은 항상한 것이 아니어서 변하고 바뀌어 반드시 부서져 없어지느니라. 탐욕으로 만족할 줄 모르면 사람의 목숨이 흩어질 때에 은혜와 사랑을 그리워하고 집착해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오직 성인의 지혜를 얻어 밝게 도를 본 자만이 비로소 만족할 줄 알 것이다. 아난아, 나는 기억하고 있느니라. 나는 일찍이 이곳에 여섯 번 태어나 전륜성왕이 되었고 마침내 뼈를 이 땅에 묻었었다. 이제 나는 위없는 정각(正覺)을 이루고 다시 생명을 버려 몸을 이곳에 두고 간다. 지금부터 이후로는 나고 죽음이 영원히 끊어지리라. 그래서 내 몸을 둘 곳은 어디에도 없으리라. 이것이 최후이며 다시는 목숨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본생처인 구시나갈성의 사라원(娑羅園) 쌍수 사이에서 멸도하려 하시면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구시나갈성에 들어가 모든 말라족 사람들에게 알려라.
  '여러분, 마땅히 아십시오. 여래께서는 오늘 밤에 사라원 쌍수 사이에서 반열반에 드십니다. 여러분은 가서 의심되는 것을 묻고 가르침과 유계(遺誡)를 직접 받으시오. 이 때를 놓쳐 뒷날에 후회를 남기지 마시오.'”
  
  이 때에 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떠났다. 어느 비구와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 구시성으로 들어갔는데, 그 때 500명의 말라족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그 때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아난이 오는 것을 보고 곧 일어나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1) 21계(界)가 있는데, 그 중 제7계를 제7범천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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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난에게 말했다.
  “이 늦은 저녁에 존자(尊者)께서는 성에 무슨 일로 들어오셨습니까?”
  아난이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나는 그대들에게 큰 이익을 주고자 이렇게 찾아와 알려드립니다. 그대들은 마땅히 아십시오. 여래께서는 오늘 밤에 반열반에 드십니다. 여러분은 가서 의심되는 것을 묻고 가르침과 유계를 직접 받으십시오. 이 때를 놓쳐 뒷날에 후회를 남기지 마십시오.”
  그 때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땅에 쓰러져 기절했다가 다시 깨어났는데, 마치 큰 나무가 뿌리가 뽑히면 가지들이 부러지는 것과 같았다. 그들은 다같이 큰 소리로 말했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부처님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중생들은 오래도록 쇠할 것이니 세상의 눈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에 아난은 모든 말라족 사람들을 위로하며 말했다.
  “그만하오, 그만하오, 슬퍼하지 마시오. 천지 만물은 생겨나면 사라지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인연으로 모인 것을 언제까지나 있게 하고자 해도, 그렇게 될 수는 없는 것이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만남에는 헤어짐이 있고 삶에는 반드시 다함이 있다'고 말입니다.”
  그 때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각각 서로 말했다.
  “우리 집으로 돌아가 온 가족과 흰 천 500장을 가지고 다같이 쌍수로 갑시다.”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각기 집으로 돌아가 그 가족을 데리고 흰 천을 가지고 구시성을 나와 쌍수 사이로 가서 아난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아난은 그들이 오는 것을 멀리서 보고 스스로 생각했다.
  '저 사람들은 너무 많구나. 만일 저 많은 사람이 한 사람씩 부처님을 만나 뵈려면 다 뵙기 전에 부처님께서 먼저 멸도하실 것이다. 나는 이제 차라리 초저녁에 그들로 하여금 동시에 부처님을 뵙게 하리라.'
  곧 500명의 말라족 사람과 그 가족을 데리고 세존께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어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아난이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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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아무개 아무개 등 말라족 사람들과 그 가족들이 세존의 기거가 어떠하신가 문안드리나이다.”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너희들은 오느라고 수고했다. 나는 너희들의 수명을 연장시켜 주고 또 병도 고통도 없게 하리라.”
  아난은 곧 모든 말라족 사람들과 그 가족들을 데리고 가서 부처님을 뵙게 하였다.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무상(無常)에 대하여 설법하고 가르치시어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셨다. 그 때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법을 듣고 기뻐하면서 곧 500장의 흰 천을 세존께 바쳤다. 부처님께서 그것을 받으시자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떠났다.
  그 때에 구시성 안에 한 범지가 있었다. 이름은 수발(須跋)2)이고 나이 120이나 되는 늙은 이로서 지혜가 많았다. 사문 구담께서 오늘밤 쌍수 사이에서 멸도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스스로 생각했다.
  이고 나이 120이나 되는 늙은 이로서 지혜가 많았다. 사문 구담께서 오늘밤 쌍수 사이에서 멸도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스스로 생각했다.
  '나는 법에 대해서 의심되는 것이 있다. 오직 구담만이 내 뜻을 풀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때를 만났으니 진실로 힘써 나아가리라.'
  그는 곧 그 밤으로 구시성을 나와 쌍수 사이를 향해 가서 아난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인사를 마치고 한쪽에 서서 아난에게 말했다.
  '오늘밤에 구담 사문께서 멸도하신다는 말을 저는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뵙고자 여기 왔습니다. 저는 법에 대해서 의심이 많이 있습니다. 원컨대 구담을 뵙고 제 의심을 단번에 풀고 싶습니다. 어떻게 뵈올 틈이 없겠습니까?'
  아난이 대답했다.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수발이여, 부처님께서 병을 앓고 계시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오.'
  수발은 거듭 세 차례나 간청을 했다.
  
2) Subhadda이며, 수발다(須跋陀) 또는 수발다라(須跋陀羅)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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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들으니, 여래께서 이 세상에 한 번 나타나시는 것은 마치 우담발꽃이 가끔 한 번씩 피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이렇게 찾아와 뵙고 품고 있던 의심을 풀고자 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잠깐만이라도 뵐 틈이 없겠습니까?'
  아난은 먼저와 같이 대답했다.
  '부처님께서 병을 앓고 계시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오.'
  그 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를 막지 말라. 들어오도록 하라. 의심을 풀려 하는 것이니 조금도 귀찮을 것 없다. 만일 내 법을 들으면 그는 반드시 깨달아 알게 될 것이다.”
  아난이 곧 수발에게 말했다.
  '그대가 부처님을 뵙고 싶거든 마땅히 지금이 그 때인 줄 아시오.'
  수발은 곧 들어가 인사를 마치고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법에 대해서 의심이 있습니다. 어떻게 이 의심을 풀어주실 틈이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마음대로 물어라.”
  수발이 곧 아뢰었다.
  “어떻습니까? 구담(瞿曇)이시여, 여러 다른 무리들이 있는데 자칭 스승이라 말합니다. 불란가섭(不蘭迦葉)ㆍ말가리교사리(末伽利憍舍梨)ㆍ아부타시사금파라(阿浮陀翅舍金披羅)ㆍ파부가전(波浮迦旃)ㆍ살야비야리불(薩若毘耶梨弗)ㆍ니건자(尼揵子) 등이 그들입니다. 이 모든 스승들은 각각 다른 법을 지니고 있습니다. 구담 사문께서는 다 아십니까, 모르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그들이 논(論)하는 것을 나는 다 알고 있다. 이제 나는 그대를 위하여 깊고 묘한 법을 설명하리라. 자세히 들어라, 자세히 들어라. 잘 생각해 보고 기억하라.”
  수발은 분부를 받들었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모든 법 가운데서 8성도(聖道)가 없으면 곧 제 1의 사문과(沙門果)와 제 2ㆍ제 3ㆍ제 4의 사문과가 없으리라. 수발이여, 모든 법 중에서 8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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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있으면 따라서 곧 제 1의 사문과와 제 2ㆍ제 3ㆍ제 4의 사문과가 있으리라. 수발이여, 이제 나의 법 중에는 8성도가 있기 때문에 제 1의 사문과와 제 2ㆍ제 3ㆍ제 4의 사문과가 있다. 그러나 외도(外道)의 무리들은 사문과가 없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수발을 위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내 나이 스물아홉에
  집을 떠나 훌륭한 도(道)를 구했네.
  수발아, 나는 부처가 된 지
  지금 벌써 50년이 다 되었다.
  
  계(戒)와 정(定)과 지혜(智慧)를 실천하고
  혼자 있으며 깊이 생각하여
  이제 법의 요지 말하노니
  이 밖에 사문은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수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모든 비구들이 다 자신을 잘 거두어 잡는다면,3) 곧 이 세간에 나한(羅漢)이 없는 곳이 없을 것이다.”
   곧 이 세간에 나한(羅漢)이 없는 곳이 없을 것이다.”
  이 때 수발은 아난에게 말하였다.
  “사문 구담을 따라 과거에도 범행(梵行)을 행했고 지금도 행하며 미래에도 행할 모든 사람들은 큰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아난이여, 당신은 여래를 모시고 범행을 닦아 또한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저도 여래를 직접 뵙고 의심되는 것을 여쭈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또한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지금은 여래께서 곧 제자가 되리라는 기별(記莂)을 저에게 수기(授記)해 주셨습니다.”
  
3) 잘 거두어 잡는다면'은 한역 '능자섭자(能自攝者)'의 번역이다. 팔리본에는 이에 해당하는 구절이 'sammā viharat'로 되어 있는데 '정주(正住)'라는 의미이다. 즉 8정도(正道)에 따라 올바르게 생활하는 자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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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여래의 법 가운데서 출가하여 구족계(具足戒)를 받을 수 있겠나이까?”
  부처님께서 수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이학(異學) 범지가 나의 법 가운데서 범행을 닦으려 한다면 넉 달 동안 시험삼아 그 사람의 행과 그 뜻과 성질을 살펴보아야 한다. 모든 위의(威儀)를 갖추어 빠지거나 실수가 없는 자라야 나의 법에서 구족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수발아, 마땅히 알라. 오직 그 사람의 행동에 달렸을 뿐이다.”
  수발이 다시 아뢰었다.
  “외도이학(外道異學)은 부처님 법 가운데서 넉 달 동안 시험삼아 그 사람의 행과 그 뜻과 성질을 살펴보아서 모든 위의를 갖추어 빠지거나 실수가 없는 자라야 구족계를 받을 수 있다면, 이제 저는 부처님의 바른 법 가운데서 4년 동안 사역(使役)4)하고 모든 위의를 갖추어 빠지거나 실수하는 일이 없은 연후에 구족계를 받고자 하나이다.”
  하고 모든 위의를 갖추어 빠지거나 실수하는 일이 없은 연후에 구족계를 받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수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아까 오직 사람의 행에 달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수발은 곧 그 밤으로 출가하여 계를 받고 범행을 깨끗이 닦아 현재 세계에서 자기 자신이 지혜를 체득하여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확고해지며, 해야 할 일을 이미 해 마치고, 실(實)다운 지혜를 얻어 다시는 뒷세상의 목숨을 받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밤이 아직 오래지도 않았는데 아라한이 되었다. 그는 여래의 마지막 제자가 되었는데 그가 먼저 멸도하고 부처님께서 나중에 열반에 드시게 되었다.
  이 때에 아난은 부처님 뒤에 서서 평상을 만지면서 슬피 울다가 스스로를 억제하지 못하고 흐느끼면서 말하였다.
  “여래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세존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
  
4) '사역(使役)'이 팔리본에는 'parivasissāmi(我當別住)'로 되어 있다. 별주(別住)는 일정한 장소에 거처하며 계율을 엄격히 지키고 범행(梵行)을 청정히 닦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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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도 빠른가, 큰 법이 사라져 어두워짐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중생은 영영 쇠하고 세간의 안목이 사라지는구나. 무슨 까닭인가? 나는 부처님의 은혜를 입어 이미 학지(學地)5)에는 있지만 아직 공부가 다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부처님께서 그만 멸도하시는구나.”
  에는 있지만 아직 공부가 다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부처님께서 그만 멸도하시는구나.”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것을 아시고 일부러 물으셨다.
  “아난 비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여러 비구들이 여래께 아뢰었다..
  “아난 비구는 지금 부처님 뒤에서 평상을 어루만지면서 슬피 울다가 스스로를 억제하지 못하고 흐느끼면서 말했습니다.
  '여래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세존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큰 법이 사라져 어두워짐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중생은 영영 쇠하고 세간의 안목이 사라지는구나. 무슨 까닭인가? 나는 부처님의 은혜를 입어 이미 학지(學地)에는 있지만 아직 공부가 다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부처님께서 그만 멸도하시는구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만 그쳐라, 그만 그쳐라. 걱정하지 말라, 슬피 울지 말라. 네가 나를 섬긴 뒤로부터 지금까지 몸으로 행(行)함이 자상했고[慈] 두 마음을 품은 적도 없고 한량없이 나를 잘 모셔왔다. 말을 함에도 자상했고 두 마음을 품은 적도 없고 한량없이 나를 잘 모셔왔다. 뜻으로 행함도 자상했고 두 마음을 품은 적도 없고 한량없이 나를 잘 모셔왔다. 아난아, 네가 나에게 공양한 그 공덕은 매우 크니라. 비록 모든 하늘이나 악마나 범천이나 사문 바라문들도 공양한 일이 있지만 아무도 너에게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너는 그저 정진(精進)하라. 머지않아 도를 이루리라.”
  그 때 세존께서는 또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을 시봉했던 제자들도 다 아난과 같았고, 미래의 모든
  
5) 곧 유학(有學, sekha)을 말한다. 누진(漏盡)의 아라한[無學]에 이르지 못한 학인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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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을 시봉할 제자들도 또한 아난과 같을 것이다. 그런데 과거의 부처님들을 시봉했던 제자들은 말을 한 뒤에야 비로소 알았지만, 지금 나의 아난은 눈짓만 해도 '여래께서는 이것을 원하시는구나, 세존께서는 이것을 원하시는구나' 하고 곧 알아차리니, 이것은 오직 아난만이 가진 일찍이 없었던 법이다. 너희들도 이런 것을 가져야 한다.
  전륜성왕에게는 네 가지 일찍이 없었던 기이하고 뛰어난 법이 있느니라. 어떤 것을 네 가지라 하는가? 성왕이 행차할 때에는 온 나라 백성들이 모두 와서 맞이한다. 그의 얼굴을 보고도 기뻐하고, 가르침을 듣고도 기뻐하며, 그 위엄스런 얼굴을 하염없이 우러러본다. 전륜성왕이 혹 머무르거나 혹은 앉거나 혹은 누울 때 나라 안의 백성들은 모두 왕의 처소로 찾아와서 왕의 얼굴을 보고 기뻐하고, 가르침을 듣고 또 기뻐하며, 위엄스러운 얼굴을 하염없이 우러러본다. 이것이 전륜성왕의 네 가지 기이하고 뛰어난 법이다.
  지금 나의 아난에게도 또한 네 가지 일찍이 없었던 기이하고 뛰어난 법이 있다. 어떤 것을 네 가지라 하는가? 아난이 잠자코 비구 대중 속으로 들어가면 그들은 모두 기뻐하고, 그들을 위하여 법을 설명해 주면 그것을 듣고 또 기뻐한다. 그리고 그 거동과 얼굴을 보거나 그의 설법을 듣고는 싫증을 내지 않는다. 또 아난이 잠자코 비구니 대중ㆍ우바새 대중ㆍ우바이 대중 속으로 들어가면 그 모습을 보고 모두 다 기뻐하고, 혹은 그들을 위하여 법을 설명해주면 그들은 그것을 듣고 또 기뻐한다. 그리고 그 거동과 얼굴을 보거나 그 설법을 듣고는 싫증을 내는 일이 없다. 이것이 아난의 네 가지 일찍이 없었던 기이하고 뛰어난 법이니라.”
  그 때 아난이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붙이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제까지는 사방에 있는 사문으로서 나이가 많고 지혜도 많아 경(經)과 율(律)을 밝게 알고 덕이 맑고 행이 높은 자들이 세존을 찾아와 뵈었으므로 저도 직접 만나 예경하고 또 안부를 물을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그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입니다. 서로 마주할 길이 없을 것이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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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걱정하지 말라. 모든 족성(族姓)의 자제들에게는 항상 4념(念)이 있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 번째는 부처님께서 태어나신 곳을 생각하여 기쁜 마음으로 보고자 하며, 기억해 잊지 않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고, 두 번째는 부처님께서 처음으로 도를 이룩한 곳을 생각하여 기쁜 마음으로 보고자 하며, 기억해 잊지 않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다. 세 번째는 부처님께서 법륜(法輪)을 굴리신 곳을 생각하여 기쁜 마음으로 보고자 하며, 기억해 잊지 않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다. 네 번째는 부처님께서 반니원(般泥洹)하신 곳을 생각하여 기쁜 마음으로 보고자 하며, 기억해 잊지 않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다.
  아난아, 내가 반니원에 든 뒤에 모든 족성의 남녀들이 부처님께서 태어났을 때의 공덕은 이러했고, 부처님께서 도를 이룩하셨을 때의 신력(神力)은 이러했으며, 부처님께서 법륜을 굴렸을 때 구제한 사람은 이러했고, 멸도에 다다랐을 때 남긴 법은 이러했다는 것을 생각하여 각각 그곳으로 나아가 돌아다니면서 모든 탑사(塔寺)를 예경하면 그들은 죽어 모두 하늘에 태어날 것이다. 단 도를 얻은 자는 제외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반열반한 뒤에 찾아와, 수도하는 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모든 석종(釋種)들에게는 마땅히 출가를 허락해 구족계(具足戒)를 주고, 지체하거나 거절하지 말라. 찾아와 수도하는 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모든 이학(異學) 범지에게도 또한 출가를 허락하여 구족계를 주되, 넉 달 동안 시험하는 일을 하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그들은 다른 주장을 가졌으므로 조금만 지체하면 곧 본래의 주장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 아난이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천노(闡怒)6) 비구는 노예 무리로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비구는 노예 무리로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6) channa이며, 또한 차닉(車匿)이라고도 하며, 욕작(欲作) 또는 낙작(樂作)으로 한역한다. 본래 석가족의 노예 출신으로 부처님의 출가 이전의 마부였다. 부처님께서 성도 후 카필라성으로 가셨을 때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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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멸도한 뒤에 만일 저 천노가 위의(威儀)를 따르지 않고 교계(敎誡)를 받지 않거든 너희들은 마땅히 함께 범단벌(梵檀罰)7)을 행하라. 모든 비구들에게 명령하여 더불어 말하지 말고, 서로 오고 가거나 가르치거나 일을 시키지도 말라.”
  을 행하라. 모든 비구들에게 명령하여 더불어 말하지 말고, 서로 오고 가거나 가르치거나 일을 시키지도 말라.”
  이 때 아난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여자들이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는 자8)가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가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서로 만나지 말라.”
  아난은 또 여쭈었다.
  “만일 서로 만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지 말라.”
  아난은 또 여쭈었다.
  “만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스스로 마음을 거두어 잡아라. 아난아, 너는 여래가 멸도한 뒤에는 다시 보호해 줄 이가 없어서 닦아 오던 것을 잃으리라고 생각하는가?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라. 내가 부처가 된 뒤로 지금까지 말한 경(經)과 계(戒)가 곧 너를 보호하리니, 이것이 네가 지켜야 할 일이다. 아난아, 오늘부터는 모든 비구들에게 소소(小小)한 계는 버려도 좋다고 허락하노라.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를 부를 때에는 마땅히 예도(禮度)를 따를 것이니 이것이 출가자의 공경하고 순종하는 법이니라.”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7) brahma-daṇḍa이며, 승단에 계를 범한 자가 있으면 혼자 거처하게 하고 나머지 다른 승려들이 말을 걸지 않는 벌이다. 따라서 묵빈(墨擯)이라고도 한다.
8) '미수회자(未受誨者 : 아직 가르침을 받지 못한 자)'로 되어 있으나 송ㆍ원ㆍ명 3본에는 '내수회자(來受誨者)'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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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들이 만일 부처와 법과 승가 대중에 대해서 의심이 있거나, 도에 대해서 의심이 있거든 마땅히 빨리 물어 보라. 이 때를 놓치고 뒷날 후회하지 말라. 내가 현재 살아 있는 동안에 마땅히 너희들을 위하여 설명해 주리라.”
  모든 비구들은 잠자코 말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만일 부처와 법과 승가 대중에 대해서 의심이 있거나, 도에 대해서 의심이 있거든 마땅히 빨리 물어 보라. 이 때를 놓치고 뒷날 후회하지 말라. 내가 현재 살아 있는 동안에 너희들을 위하여 설명해 주리라.”
  모든 비구들은 또 잠자코 있었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만일 스스로 부끄러워하여 감히 묻지 못하겠으면 마땅히 친한 벗이라 여기고 빨리 와서 물으라. 이 때를 놓치고 뒷날 후회하지 말라.”
  그 때 모든 비구는 또 잠자코 있었다.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믿습니다. 이 대중들은 모두 깨끗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비구도 부처와 법과 승가 대중을 의심하거나 도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도 그런 줄 안다. 이 대중들 중에 가장 어린 비구도 모두 도적(道迹)을 증득하여 악한 세계[惡道]에 떨어지지 않고 일곱 번을 오가고 나서 반드시 괴로움의 끝을 다할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곧 1,200명의 제자들에게 그들이 얻게 될 도과(道果)에 대하여 기별(記莂)하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울다라승(鬱多羅僧)을 헤치고 금빛 팔을 내밀어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생각하라. 여래가 가끔씩 이 세상에 출현하는 것은 마치 우담발꽃이 가끔 한 번씩 나타나는 것과 같다.”
  그 때 세존께서는 거듭 이 뜻을 관찰하시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오른 팔은 자금(紫金)의 빛깔
  부처의 나타남은 영서화(靈瑞華)와 같아라.
  오고 가는 행(行)은 항상함 없나니
  멸(滅)을 나타냄에 방일(放逸)함이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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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방일하지 말라. 나는 방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정각(正覺)을 이루었다. 한량없는 온갖 착함도 방일하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얻는 것이다. 온갖 물질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없다. 이것이 여래 최후의 말씀이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곧 초선정(初禪定)에 들어가셨다. 초선정에서 일어나 제2선에 들어가시고, 제2선에서 일어나 제3선에 들어가시고, 제3선에서 일어나 제4선에 들어가셨다. 제4선에서 일어나 공처정(空處定)에 들어가시고, 공처정에서 일어나 식처정(識處定)에 들어가시고, 식처정에서 일어나 불용정(不用定)9)에 들어가셨다. 불용정에서 일어나 유상무상정(有想無想定)에 들어가시고, 유상무상정에서 일어나 멸상정(滅想定)에 들어가셨다.
  에 들어가셨다. 불용정에서 일어나 유상무상정(有想無想定)에 들어가시고, 유상무상정에서 일어나 멸상정(滅想定)에 들어가셨다.
  이 때에 아난이 아나율(阿那律)에게 물었다.
  “세존께서 이미 반열반에 드셨습니까?”
  아나율이 말했다.
  “아직 들지 않으셨습니다. 아난이여, 세존은 지금 멸상정(滅想定)에 계십니다. 저는 지난 날 부처님께 직접 들었습니다, 제4선에서 일어나 곧 반열반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멸상정에서 일어나 유상무상정에 들어가시고, 유상무상정에서 일어나 불용정에 들어가시고, 불용정에서 일어나 식처정에 들어가시고, 식처정에서 일어나 공처정에 들어가시고, 공처정에서 일어나 제4선에 들어가셨다. 제4선에서 일어나 제3선에 들어가시고, 제3선에서 일어나 제2선에 들어가시고, 제2선에서 일어나 제1선에 들어가셨다. 제1선에서 일어나 제2선에 들어가시고, 제2선에서 일어나 제3선에 들어가시고, 제3선에서 일어나 제4선에 들어가시고, 제4선에서 일어나 반열반하셨다. 바로 그 때 땅이 크게 진동하니 모든 하늘신과 세상 사람들이 다 놀라고 두려워하였다. 해와 달의 광명이 비치지 못하던 모든 유명계(幽冥界)까지도 큰 광명을 입어 각각 서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서로 '저 사람이 여기에 태어났구나. 저 사람이 여기에 태어났구나'라고 말했다. 그 광명은 두루 비치
  
9)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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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모든 하늘의 광명보다 더 밝았다.
  그 때 도리천에서는 허공에서 문다라(文陀羅)10)꽃ㆍ우발라꽃ㆍ파두마꽃ㆍ구마두(拘摩頭)꽃ㆍ분다리꽃을 여래 위에 흩뿌리고, 여러 대중들에게도 흩뿌렸다. 또 하늘의 전단향 가루를 부처님 위에 흩뿌리고 여러 대중들에게도 흩뿌렸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셨을 때 범천왕이 허공에서 게송으로 말했다.
  꽃ㆍ우발라꽃ㆍ파두마꽃ㆍ구마두(拘摩頭)꽃ㆍ분다리꽃을 여래 위에 흩뿌리고, 여러 대중들에게도 흩뿌렸다. 또 하늘의 전단향 가루를 부처님 위에 흩뿌리고 여러 대중들에게도 흩뿌렸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셨을 때 범천왕이 허공에서 게송으로 말했다.
  
  일체 중생의 무리들은
  마땅히 모든 음(陰)을 버려라.
  부처님께서는 위없는 높은 어른이시니
  이 세간에는 그와 짝할 이 없네.
  
  여래는 큰 성웅(聖雄)이시라
  두려움 없는 신통력 있네.
  세존께선 오래 사셔야 좋으련만
  그런데 이제 반열반하셨네.
  
  그 때 석제환인(釋提桓因)11)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음행(陰行)은 항상한 것이 아니어서
  다만 흥하고 쇠하는 법일 뿐
  한 번 태어나면 죽지 않는 자 없나니
  부처님께서는 멸도를 즐겁게 여기셨네.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복나무의 큰 수풀
  
10) 3본에는 만다라(曼陀羅)로 되어 있다.
11) 주인인 제석천(帝釋天)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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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없는 복의 사라(娑羅)나무
  공양을 받는 좋은 밭이시여
  쌍수 사이에서 멸도하셨네.
  
  그 때 아나율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부처님께서 무위(無爲)에 머물러
  나고 드는 숨길을 쓰지 않으니
  본래 적멸(寂滅)에서 오시어
  신비로운 광채[靈曜]12) 여기에서 사라지네.
   여기에서 사라지네.
  
  범마나(梵摩那) 비구도 또 게송을 지어 말했다.
  
  게으르고 교만한 마음이 없고
  자신을 단속하여 높은 지혜 닦았네.
  집착도 없고 오염도 없는
  애욕을 떠난 위없이 높은 이여.
  
  아난 비구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하늘과 사람들, 두렵고 무서워
  온몸의 털이 곤두섰네.
  일체를 모두 성취하신
  정각(正覺)께서 멸도하셨다.
  
  금비라신(金毘羅神)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12) 태양 혹은 하늘ㆍ천지(天地)를 뜻하는데 여기서는 부처님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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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간은 모두 보호자 잃고
  중생은 영원히 눈이 멀었네.
  정각(正覺)으로서 사람 중의 영웅[雄]이신
  석사자(釋師子)를 다시는 뵐 수 없구나.
  
  밀적역사(密迹力士)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이 세상이나 또 저 세상에서도
  범천(梵天)세계의 모든 하늘 사람도
  사람 중의 영웅, 석가의 사자(師子)를
  다시는 뵐 수 없게 되었네,
  
  부처님의 어머니 마야(摩耶)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부처님 루비(樓毗)13)동산에서 태어나
  동산에서 태어나
  그 도를 두루 유포하시더니
  다시 본생처(本生處)로 돌아와
  무상한 몸 영원히 버리셨네.
  
  쌍수의 나무신[雙樹神]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어느 때라야 또 다시
  때 아닌 꽃을 부처님께 흩뿌릴까.
  10력(力)의 공덕을 두루 갖추신
  여래께서 멸도하시고 말았으니.
  
  
13) Lumbinī이며, 루비니(樓毗尼)ㆍ람비니(藍毗尼)라고도 한다. 가비라위성(迦毗羅衛城)의 동쪽에 있고 부처님의 탄생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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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동산의 수풀신[林神]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여기는 가장 묘하고 즐거운 땅
  부처님께서 여기서 생장하셨고
  곧 여기서 법륜을 굴리셨고
  또 여기서 멸도하셨네.
  
  4천왕(天王)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여래께서는 위없는 지혜로써
  언제나 무상을 말씀하셨네.
  중생들의 괴로움의 결박을 풀어주셨고
  필경에는 적멸(寂滅)에 드셨네.
  
  도리천(忉利天)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여러 억천만 겁(劫) 동안을
  위없는 도를 구해 이루셨나니
  중생들의 괴로움의 결박을 풀어주셨고
  필경에는 적멸에 드셨네.
  
  염천왕(焰天王)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이것이 부처님 최후의 옷이런가
  지금까지 여래의 몸 싸고 있었네.
  부처님께서 이미 멸도했으니
  이 옷을 장차 누구에게 줄까.
  
  도솔타천왕(兜率陀天王)14)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14) Tusita이며, 6욕천(欲天)의 제4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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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바로 최후의 몸
  음(陰)과 계(界)는 여기서 멸하였나니
  걱정도 없고 기쁨도 없고
  또한 늙고 죽음의 근심도 없느니라.
  
  화자재천왕(化自在天王)15)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도 게송을 지어 말했다.
  
  부처님께서 오늘 밤중을 지나
  오른 쪽 옆구리를 깔고 누우셨네.
  이곳 사라 동산에서
  석사자(釋獅子)께서 멸도하셨네.
  
  타화자재천왕(他化自在天王)16)도 또 게송을 지어 말했다.
  도 또 게송을 지어 말했다.
  
  세간은 영영 쇠하고 어두우리
  큰 별과 달이 갑자기 떨어졌네.
  무상이 덮치자
  큰 지혜의 태양 영영 가려졌네.
  
  모든 비구들도 또 게송을 지어 말했다.
  
  이 몸은 마치 물거품 같아
  위태롭게 약하니 누가 좋아하랴.
  부처님은 금강(金剛)의 몸 얻으셨건만
  그래도 무상(無常)하여 무너지셨네.
  
15) Nimmānarati devā이며, 또한 화락천(化樂天)이라고도 하는데 6욕천의 제5천이다.
16) Paranimmita-vasavattin devā이며, 6욕천의 제6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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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부처님의 금강 같은 몸도
  오히려 무상(無常)하여 돌아가셨네.
  엷게 깔린 눈 빨리 녹듯 하니
  그 나머지야 또 무엇을 기대하리.17)
  
  부처님께서 멸도하시고 나자 모든 비구들은 구슬피 통곡하고 기운을 잃어 몸을 땅에 던져 뒹굴고 부르짖으면서 스스로 억제하지 못했다. 그리고 흐느끼면서 말했다.
  “여래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세존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큰 법이 사라지고 가리워짐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중생들은 영영 쇠하고 세간의 안목이 없어졌구나.”
  마치 큰 나무의 뿌리가 뽑혀 가지들이 꺾인 것 같았고, 또 허리 잘린 뱀이 뒹굴고 헤매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것 같았다. 그 때 모든 비구들 역시 이와 같이 슬피 울고 기운이 막혀 몸을 땅에 던져 뒹굴고 부르짖으면서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고 흐느끼며 말했다.
  “여래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세존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큰 법이 사라지고 가리워짐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중생들은 영영 쇠하고 세간의 안목이 없어졌구나.”
  그 때 아나율 장로가 모든 비구들에게 말했다.
  “그쳐라, 그쳐라, 슬퍼하지 말라. 위에 있는 모든 하늘이 괴이하게 여겨 꾸짖으리라.”
  모든 비구들이 아나율에게 물었다.
  “위에는 하늘이 몇이나 있습니까?”
  아나율이 대답하였다.
  “허공을 가득 채우고 있으니 어떻게 다 계산하여 말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모두 공중에서 소란스럽게 배회하며 슬피 부르짖고 가슴을 치고 뛰며 눈물을 흘리면서 말한다.
  
17) 3본에는 이 부분이 '기여부하이(其餘復何異)'로 되어 있다.
[156 / 740] 쪽
  '여래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세존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큰 법이 사라지고 가리워짐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중생들은 영영 쇠하고 세간의 안목이 없어졌구나.'
  마치 큰 나무의 뿌리가 뽑혀 가지들이 꺾이는 것 같고, 또 허리 잘린 뱀이 뒹굴고 헤매며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것 같다. 지금 모든 하늘들도 이와 같아서 공중에서 소란스럽게 배회하며 슬피 부르짖고 가슴을 치고 뛰며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여래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세존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큰 법이 사라지고 가리워짐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중생들은 영영 쇠하고 세간의 안목이 없어졌구나.'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밤을 새우고 새벽까지 법어(法語)를 강(講)하였다. 아나율이 아난에게 말했다.
  “그대는 성(城)에 들어가 모든 말라족 사람들에게 말하라.
  '부처님께서 이미 멸도하셨다. 보시하고 공양하고자 하는 사람은 마땅히 이 때를 놓치지 말라.'”
  아난이 곧 일어나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 비구를 데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성으로 들어갔다. 멀리서 500명의 말라족 사람들이 무슨 일이 있어 한곳에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모든 말라족들도 아난이 오는 것을 보고 모두 일어나 맞이하며 그 발에 예배하고 서서 아난에게 말했다.
  “무슨 일로 이렇게 일찍 오셨습니까?”
  아난이 대답했다.
  “나는 이제 그대들에게 큰 이익을 주고자 이 새벽에 여기 온 것이오. 그대들은 마땅히 아시오. 여래께서 어젯밤에 이미 멸도하셨습니다. 그대들이 보시하고 공양하고자 하거든 이 때를 놓치지 마시오.”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비통해 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
  “어찌 이리도 빠른가? 부처님의 반열반이여, 어찌 이리도 빠른가? 세간의 안목이 멸함이여.”
  아난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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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만 그치시오, 그만 그치시오, 슬피 울지 마시오. 유위(有爲)를 변역(變易)하지 않게 하고자 하나 그리 될 수 없는 것이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고, 만나면 헤어진다. 일체의 은혜와 사랑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셨소.”
  그 때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제각기 말하였다.
  “우리는 각각 돌아가서 모든 향과 꽃과 또 악기를 마련해 빨리 쌍수로 가 사리(舍利)에 공양하자. 그리고 하루가 지나거든 부처님의 몸을 평상 위에 안치하고 말라족의 동자(童子)들로 하여금 평상의 네 귀를 들게 하고 깃발과 일산을 받쳐 들고 향을 사르고 꽃을 뿌리고 음악을 공양하며 동쪽 성문으로 들어가자. 모든 마을을 두루 들러 백성들이 공양할 수 있게 하자. 그런 후에 서쪽 성문으로 나와, 높고 탁 트인 장소로 가서 사유(闍維)18)하자.”
  하자.”
  그 때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이렇게 의논하고 나서 각각 자기 집으로 돌아가 향과 꽃과 악기를 마련해 쌍수로 나아가 사리에 공양했다.
  하루가 지난 뒤 부처님 몸을 평상 위에 안치하고 모든 말라족 사람들이 와서 평상을 함께 들었지만 들려지지 않았다. 그 때 아나율은 모든 말라족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일단 멈추시오. 부질없이 애쓰지 마시오. 지금 모든 하늘이 찾아와 그 평상을 들고자 합니다.”
  모든 말라족 사람들이 말했다.
  “하늘은 이 평상을 어떻게 옮기려고 생각하고 있습니까?”
  아나율이 말했다.
  
  “그대들은 향과 꽃과 음악으로써 사리에 공양하고 하루를 지낸 뒤 부처님의 몸을 평상 위에 안치하고 말라족 동자들을 시켜 평상의 네 귀를 들게 하고, 깃발과 일산을 받쳐 들고 향을 사르고 꽃을 뿌리고 음악을 공양하며 동쪽 성문으로 들어가 모든 마을을 두루 들러 백성들이 모두 공양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그 다음에는 서쪽 성문으로 나가 높고 탁 트인 곳에서 사유에 붙이려고 합니다. 그러나 모든 하늘의 생각에는 7일 동안 사리를 모셔 두고 향
  
18) 이를 화장하는 일. 다비(茶毘)ㆍ사비야유(闍毘耶維)ㆍ야순(耶旬)이라고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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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 꽃과 음악으로써 예경하고 공양하려 합니다. 그 다음에 부처님 몸을 평상 위에 안치하고 말라족의 동자들이 평상의 네 귀를 들게 하고, 깃발과 일산을 받쳐 들고 꽃을 뿌리고 향을 사르고 여러 가지 음악을 공양하며 동쪽 성문으로 들어가 모든 마을을 두루 들러 백성들이 모두 공양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그 다음에는 서쪽 성문으로 나가 희련선하(熙蓮禪河)를 건너 천관사(天冠寺)에 가서 사유에 붙이고자 합니다. 위의 하늘들은 이런 생각으로 평상을 움직이지 않게 한 것입니다.”
  말라족 사람들이 말하였다.
  “알겠습니다. 그 말이 마음에 듭니다. 하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서로 말했다.
  “우리들은 먼저 성으로 들어가 거리와 골목길을 평평하게 고르고 물을 뿌려 쓸고 향을 피우자. 그리고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7일 동안 사리에 공양하자.”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곧 함께 성으로 들어가 거리와 골목길을 평평하게 고르고 물을 뿌려 쓸고 향을 피웠다. 그리고 성을 나와 쌍수 사이에서 향과 꽃과 음악으로써 사리를 공양했다. 7일이 지나 해가 저물 무렵에 부처님 몸을 평상 위에 안치하고 말라족 동자들이 네 귀를 받들어 들었다. 깃발과 일산을 받쳐들고 향을 피우고 꽃을 뿌리고 여러 가지 음악을 연주하며 앞뒤에서 인도하고 따라 편안하고 조용하게 행진했다.
  그 때 도리천의 모든 하늘은 문다라꽃ㆍ우발라꽃ㆍ파두마꽃ㆍ구물두꽃ㆍ분다리꽃과 하늘의 전단향 가루를 사리 위에 흩뿌려 온 거리에 가득 차게 하였다. 모든 하늘은 음악을 연주하고 귀신들은 노래를 불렀다. 그 때 말라족 사람들은 서로 이야기했다.
  “사람의 음악은 일단 두고 하늘의 음악을 청해 사리에 공양하자.”
  그 때 말라족 사람들이 평상을 받들고 차츰 나아갔다. 동쪽 성문으로 들어가 여러 거리와 골목에 멈추어 향을 사르고 꽃을 뿌리고 음악을 공양했다.
  그 때 말라족의 대신 로이(路夷)의 딸이 있었다. 불도(佛道)를 독실히 믿었던 그녀는 손에 수레바퀴 만한 황금 꽃을 받들어 사리에 공양했다. 어떤 노파가 소리 높여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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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모든 말라족들은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여래께서 최후로 이곳에서 멸도하시자 온 나라 백성들이 흔쾌히 공양하게 되었구나.”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공양을 베풀어 마치고 다시 북문으로 나가 희련선하를 건너 천관사에 이르렀다. 평상을 땅에 내려 놓고 아난에게 물었다.
  “저희들은 이제 다시 무엇으로써 공양해야 합니까?”
  아난이 대답했다.
  “저는 직접 부처님께 들었고 직접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사리를 장례하고자 하거든 마땅히 전륜성왕의 장례법과 같이 하라고 하더이다.”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또 아난에게 물었다.
  “전륜성왕의 장례법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아난이 대답했다.
  “전륜성왕의 장례법은 우선 향탕(香湯)으로 그 몸을 씻고, 새 겁패(劫貝:무명천)19)로 몸을 두루 감되 500겹으로 차곡차곡 묶듯이 감싼다. 몸을 황금관에 넣고 깨 기름을 부어 채운 뒤, 황금관을 들어 두 번째 쇠곽에 넣고, 전단향나무로 짠 덧관으로 그 겉을 거듭 싼다. 온갖 기이한 향을 쌓아 그 위를 두텁게 덮고 사유(闍維)한다. 그 뒤에 다시 사리를 거두어 네 거리에 탑을 세우고 표찰(表刹)20)에는 비단을 걸어 온 나라의 길가는 사람들이 모두 왕의 탑을 보게 하여, 그 바른 교화를 사모해 많은 이익을 얻게 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에는 비단을 걸어 온 나라의 길가는 사람들이 모두 왕의 탑을 보게 하여, 그 바른 교화를 사모해 많은 이익을 얻게 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난아, 네가 나를 장사지내려 하거든 먼저 향탕으로써 목욕시키고 새 겁패로 몸을 두루 감되 500겹으로 차곡차곡 묶듯이 감싸라. 몸을 황금관 안에 넣고 깨 기름을 부어 채운 뒤, 황금관을 들어 두 번째 쇠곽에 넣고, 전단향나무로 짠 덧관으로 겉을 거듭 싸라. 온갖 기이한 향을 쌓아 그 위를 두텁게 덮고 그리고 그것을 사유하라. 다시 사리를 거두어 네 거리에 탑을 세우고 표찰에는 비단을 걸어 온 나라 길가는 사람들이 모두 그 불탑을 보게 하여, 여래 법왕의 도의 교화를 사모해 살아서는 행복을 얻고 죽어서는 천상에 태
  
19) karpāsa의 음역이다. 솜[綿]의 일종으로 나무의 이름이며 혹은 이것으로 짠 부드러운 무명천을 말한다.
20) 꼭대기에 세우는 당간(幢竿)이다. 찰(刹)은 찰다라(刹多羅, kṣetra)의 준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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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나게 하라. 단 도를 얻은 자는 제외한다.'
  그 때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서로 말했다.
  “우리는 성으로 돌아가 장구(葬具)ㆍ향화(香花)ㆍ겁패(劫貝)ㆍ관(棺)ㆍ곽(槨)ㆍ향유(香油)와 흰 천을 마련하자.”
  말라족 사람들은 곧 함께 성으로 들어가 장구들을 마련했다. 천관사로 돌아와 깨끗한 향탕으로 부처님 몸을 목욕시키고, 새 겁패로 몸을 두루 감되 500겹으로 차곡차곡 묶듯이 감싸고 몸을 황금관에 넣고 깨 기름을 부어 채웠다. 다시 금관을 들어 두 번째 큰 쇠곽에 넣고, 전단향나무로 짠 덧관으로 겉을 거듭 싸고, 온갖 기이한 향을 그 위에 쌓았다.
  그 때 말라족의 대신(大臣) 로이는 큰 횃불을 들고 부처님의 시신을 안치한 장작더미[佛積]에 불을 붙이려 하였다.
  그러나 불이 붙지 않았다. 다른 말라족 대신이 잇달아 장작더미에 불을 붙였지만 역시 불은 붙지 않았다.
  그 때 아나율이 여러 말라족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여러분, 당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불이 자꾸 꺼지고 붙지 않는 것은 모든 하늘의 뜻입니다.”
  말라족 사람들은 또 물었다.
  “모든 하늘은 무슨 까닭에 불이 붙지 못하게 합니까?”
  아나율이 말했다.
  “대가섭(大迦葉)이 그 제자 500명을 거느리고 지금 파바국(波婆國)에서 오는 중인데, 사유(闍維)하기 전에 도착하여 부처님 몸을 뵙고자 합니다. 그래서 하늘이 그 뜻을 알고 불이 붙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말라족 사람들이 또 말했다.
  “그 뜻에 따르겠습니다.”
  그 때 대가섭은 500명 제자를 데리고 파바국에서 오는 도중에 길에서 한 니건자(尼乾子)를 만났다. 그는 손에 문다라(文陀羅)꽃을 쥐고 있었다. 대가섭은 멀리서 니건자를 보고 가까이 가서 물었다.
  “그대는 어디서 오십니까?”
  그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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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구시성에서 옵니다.”
  가섭이 또 물었다.
  “그대는 우리 스승님을 아십니까?”
  그는 답했다.
  “압니다.”
  또 물었다.
  “우리 스승님은 살아 계십니까?”
  그는 대답했다.
  “멸도하신 지 벌써 7일이 지났습니다. 저는 거기서 오다가 이 하늘 꽃을 얻었습니다.”
  가섭은 이 말을 듣고 슬퍼했다. 그 때 500명의 비구들도 부처님께서 멸도 하셨다는 말을 듣고 모두 슬피 울면서 뒹굴고 부르짖으며 스스로 억제하지 못해 했다. 그들은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
  “여래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세존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큰 법이 사라지고 가리워짐이 어찌 이리도 빠른가. 중생은 영영 쇠하고 세간의 안목은 없어졌구나.”
  마치 큰 나무가 뿌리째 뽑혀 가지들이 꺾인 것 같았고, 또 허리 잘린 뱀이 뒹굴고 헤매며 나아갈 길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 때 그 대중 가운데 발난타(跋難陀)21)라는 석가족의 아들이 있었다. 그는 비구들을 만류하면서 말했다.
  라는 석가족의 아들이 있었다. 그는 비구들을 만류하면서 말했다.
  “너희들은 걱정하지 말라. 세존이 멸도하였으니 우리는 이제 자유를 얻었다. 그 자는22) 항상 말하기를. '이것은 꼭 행하라. 이것은 마땅히 행하지 말라'고 하였었는데 지금부터 나는 내 하고 싶은 대로 하리라.”
   항상 말하기를. '이것은 꼭 행하라. 이것은 마땅히 행하지 말라'고 하였었는데 지금부터 나는 내 하고 싶은 대로 하리라.”
  가섭은 이 말을 듣고 섭섭해 하고 언짢아 하면서 곧 모든 비구들에게 말했다.
  “빨리 옷과 발우를 단속하라. 어서 쌍수가 있는 곳으로 가자. 사유하기 전에 도착하면 부처님을 뵐 수 있을 것이다.”
  
21) 수발타(須拔陀, Subhadda)로 나와 있다.
22) 피자(彼者)로 되어 있으나 송ㆍ원ㆍ명 3본에는 피로(彼老)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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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대가섭의 말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섭을 모시고 따라갔다. 구시성으로 들어가 니련선하를 건너 천관사에 도착했다. 아난이 있는 곳으로 가서 인사를 나누고 한쪽에 앉아 아난에게 말했다.
  “우리들은 한 번만이라도 사리를 직접 뵙기 위해 사유하기 전에 도착했습니다. 어떻게 뵐 수 없겠습니까?”
  아난이 대답했다.
  “아직 사유하지 않았지만 다시 뵙기는 어렵습니다. 왜냐 하면 부처님 몸은 벌써 향탕으로 목욕시켰고, 겁패로 몸을 두루 감되 500겹으로 차곡차곡 묶듯이 감싸고, 금관에 넣어 쇠곽에 안치하고, 전단향나무로 만든 덧관으로 그 겉을 거듭 싸서 덮었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 몸을 다시 뵙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가섭이 세 번이나 청했지만 아난은 처음과 같이 부처님 몸을 다시 뵙기가 어렵다고 대답했다. 그 때 대가섭은 향더미로 향해 걸어갔다. 바로 그 때 부처님께서 겹곽[重槨] 속에서 두 발을 나란히 내미셨는데, 발에 이상한 빛이 있었다. 가섭은 그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아난에게 물었다.
  “부처님의 몸은 금빛인데 지금 발은 왜 이상합니까?”
  아난이 대답했다.
  “아까 어떤 노파가 못내 슬퍼하면서 앞으로 나아가 손으로 부처님 발을 어루만졌습니다. 그 때 눈물이 그 위에 떨어졌기 때문에 그 빛이 이상한 것입니다.”
  가섭은 그 말을 듣고 매우 불쾌했다. 곧 향더미를 향해 부처님의 사리에 예배했다. 그 때 4부중(部衆)과 위의 모든 하늘도 동시에 예배했다. 이에 부처님의 발이 갑자기 사라졌다. 대가섭은 향더미를 세 번 돌고 게송을 지어 말했다.
  
  부처님은 짝할 데 없으신 분
  거룩한 그 지혜 이루 헤아릴 수 없나니
  짝할 데 없는 거룩한 지혜에
  저는 이제 머리 조아려 예배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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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짝할 데 없는 높은 사문은
  가장 높고 더러움 없네.
  모니(牟尼)는 애욕의 가지를 끊은
  큰 신선이며 천인(天人) 가운데 높은 이
  사람 중에서 제일의 영웅
  저는 이제 머리 조아려 예배하옵니다.
  
  고행(苦行)에는 짝할 이 없고
  집착을 떠나 사람을 가르치시던
  물듦도 없고 티끌도 때[垢]도 없는
  위없는 어른[無上尊]께 머리 조아립니다.
  
  세 가지 때는 이미 다하고
  공(空)하고 고요한 행을 즐기며
  둘도 없고 또 견줄 데 없는
  10력의 어른[十力尊]께 머리 조아립니다.
  
  선서(善逝)는 가장 높은 어른
  이족존(二足尊)23) 중에서도 높으니
   중에서도 높으니
  4제(諦)와 지식(止息:禪定)을 깨달은 사람
  안온한 지혜 갖춘 이에게 머리 조아립니다.
  
  모든 사문 중에서 가장 높으시며
  삿됨[邪]을 돌이켜 바름[正]에 들게 하셨던
  세존께서 적멸(寂滅)을 보여주시니
  고요한 그 자취에 머리 조아립니다.
  
23) 일컫는 존칭이다. 2족(足)은 복덕[福]과 지혜[慧]를 뜻한다. 부처님은 복덕과 지혜를 구족하셨으므로 2족존(足尊)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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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뇌도 없고 티도 틈도 없으사
  그 마음은 항상 적정(寂定)하여라.
  모든 티끌과 더러움을 없애신
  때 없는 어른[無垢尊]께 머리 조아립니다.
  
  지혜의 눈은 한량이 없고
  감로같은 위엄 있는 말씀
  과거에는 없었고 사의(思議)하기 어려워라.
  짝할 이 없는 이께 머리 조아립니다.
  
  외치는 소리는 사자가
  숲속에서 두려워함이 없음 같고
  악마를 항복받고 4성(姓)을 뛰어넘으시니
  그러므로 머리 조아려 경례합니다.”
  
  큰 위엄과 덕이 있고 네 가지 변재를 갖춘 대가섭이 이 게송을 설하고 나자 그 때 그 화장 더미는 불을 붙이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탔다. 모든 말라족 사람들이 각각 서로 말했다.
  “지금 불이 맹렬하게 타올라 불꽃이 너무 거세어 제어할 수 없다. 사유한 사리가 혹시 녹아버리지나 않았을까? 어디에서 물을 구해 이 불을 꺼야 할까?”
  그 때 화장 더미 곁에 불도를 독실히 믿던 사라수신(娑羅樹神)이 있었다. 그는 곧 신력(神力)으로써 화장 더미의 불을 껐다. 그 때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또 서로 말했다.
  “이 구시성 부근 12유순에 있는 향과 꽃을 모두 채취(採取)해 부처님의 사리에 공양하자.”
  그래서 곧 성 외곽으로 나가 모든 향과 꽃을 채취하여 공양하였다.
  그 때 파바국에 있던 말라족 백성들이 부처님께서 쌍수 사이에서 멸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들 스스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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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우리들은 가서 사리를 분배해 달라고 요구하자. 그래서 우리 본토에 탑을 세우고 공양하자.'
  파바국의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나라에 명령을 내려 네 종류의 군사[兵], 즉 코끼리 군사[象兵]ㆍ말 군사[馬兵]ㆍ수레 군사[車兵]ㆍ걷는 군사[步兵]를 정비하고 구시성에 도착하여 사자(使者)를 보내어 말했다.
  “중우(衆祐)24)께서 이곳에 이르러 멸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는 또한 우리의 스승이십니다. 우리는 존경하고 사모하는 마음 때문에 이렇게 찾아와 그 사리를 분배해 주실 것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우리 본국에 탑을 세우고 공양하고자 합니다.”
  께서 이곳에 이르러 멸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는 또한 우리의 스승이십니다. 우리는 존경하고 사모하는 마음 때문에 이렇게 찾아와 그 사리를 분배해 주실 것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우리 본국에 탑을 세우고 공양하고자 합니다.”
  구시왕이 대답했다.
  “그렇다, 그렇다. 진실로 그 말이 옳다. 하지만 세존께서는 이 땅에 내려 오셔서 이곳에서 멸도하셨다. 그러므로 이 나라 백성들이 마땅히 스스로 공양해야 할 것이다. 그대들이 수고롭게도 멀리서 왔지만 사리의 분배는 있을 수 없다.”
  그 때 차라파(遮羅頗)국의 모든 발리(跋離)족의 백성들과 라마가(羅摩伽)국의 구리(拘利)족 백성들, 그리고 비류제(毘留提)국의 바라문들, 가유라위국의 석가족 백성들, 비사리국의 리차(離車)족 백성들과 마갈국의 왕 아사세(阿闍世)는 여래께서 구시성의 쌍수 사이에서 멸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들 스스로 생각했다.
  '이제 우리도 꼭 가서 사리의 분배를 요구하자.'
  그 때 아사세 등 여러 국왕들은 곧 나라에 명령을 내려 4종의 군사 즉 상병ㆍ마병ㆍ차병ㆍ보병을 정비해 가지고 진격하여 항하를 건넜고, 곧 바라문 향성(香姓)25)에게 명령했다.
  에게 명령했다.
  “너는 우리의 이름으로 구시성에 들어가 모든 말라족 사람들에게 다음과
  
24) Bhagavat의 번역어이다. 바가바(婆伽婆)ㆍ박가범(薄迦梵)이라고 음역하며 현장(玄奘) 이후의 신역(新譯)에서는 세존(世尊)이라 한역했다.
25) Doṇa이며, 일찍이 구류(拘留)와 반타파인(班陀波人)의 전술 지도를 맡았던 바라문의 이름이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셨을 때 사리(舍利)를 분배하는 담당자로 선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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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문안하라.
  '지내시는 것은 가볍고 편하시며 행보[遊步]는 건강한가? 우리는 여러분들을 늘 존경하고 이웃에 있으면서 의리를 지키고 서로 화목하게 지내며 아직껏 다툰 적이 없다. 우리는 여래께서 그대들의 나라에서 멸도하셨다는 말을 들었다. 위없이 높은 어른은 진실로 우리가 하늘처럼 받들던 분이시다. 그러므로 멀리서 찾아와 사리의 분배를 요구하는 바이다. 우리는 본토에 돌아가 탑을 세워 공양하고자 한다. 만일 그것을 우리에게 준다면 온 나라의 귀중한 보배를 그대와 나누리라.'”
  향성 바라문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그 성으로 가서 모든 말라족 사람들에게 말했다.
  “마갈대왕은 한량없는 성의로 문안하셨습니다.
  '지내시는 것은 가볍고 편하시며 행보는 건강한가? 우리는 여러분들을 늘 존경하고 이웃에 살면서 의리를 지키고 서로 화목하게 지내며 아직껏 다툰 적이 없다. 우리는 여래께서 그대들의 나라에서 멸도하셨다는 말을 들었다. 위없이 높은 어른은 진실로 우리가 하늘처럼 받들던 분이시다. 그러므로 멀리서 찾아와 사리의 분배를 요구하는 바이다. 우리는 본토에 돌아가 탑을 세워 공양하고자 한다. 만일 그것을 우리에게 준다면 온 나라의 귀중한 보배를 그대와 나누리라.'
  이렇게 전하라 하였습니다.”
  모든 말라족 사람들은 향성에게 대답했다.
  “그렇다, 그렇다. 진실로 그대의 말이 옳다. 하지만 세존께서는 이 땅에 내려 오셔서 이곳에서 멸도하셨다. 그러므로 이 나라의 선비와 백성들이 스스로 공양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대들이 수고롭게도 멀리서 왔지만 사리의 분배는 있을 수 없다.”
  그 때 국왕은 곧 여러 신하들을 모아 함께 의논하고 게송을 지어 포고했다.
  
  우리들은 화의(和議)로써
  멀리서 찾아와 머리 숙여 절하면서
  겸손한 말로 분배를 청하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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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도 주지 않는다면
  
  4병(兵)이 여기 있어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으리라.
  정의로써 얻지 못한다면
  마땅히 힘으로 빼앗으리라.
  
  구시국에서도 곧 모든 신하를 모아 의논하고 게송으로 대답했다.
  
  그대들 수고로이 멀리서 찾아와
  욕되게도 머리 숙여 절하지만
  여래께서 남기신 이 사리는
  감히 허여(許與)할 수 없노라.
  
  그대들이 만일 군사를 일으키려 한다면
  우리도 여기 군사가 있다.
  목숨을 바쳐 항거하리니
  두려울 것 없노라.
  
  그 때 향성 바라문은 여러 사람들을 타이르며 말했다.
  “여러분, 여러분은 오랫동안 부처님의 교계(敎誡)를 받았습니다. 입으로는 진리의 말씀을 외우고 마음으로는 자비의 교화에 감복하며 모든 중생을 항상 안락하게 하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제 부처님의 사리를 다투어 서로 죽이려 해서야 되겠습니까? 여래께서 사리를 남기신 것은 널리 이익되게 하고자 함이니 지금 이 사리를 마땅히 나누어 가져야 합니다.”
   모두들 좋다고 칭찬하고는 곧 다시 의논했다.
  “누가 이것을 잘 나눌 수 있겠는가?”
  모두들 말했다.
  “향성 바라문은 인자하고 지혜로우며 공평하니 그가 분배하는 것이 좋겠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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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다.”
  모든 국왕은 곧 향성에게 명령했다.
  “그대는 우리를 위하여 부처님의 사리를 여덟 몫으로 똑같이 나누어라.”
  향성은 모든 왕의 말을 듣고 곧 사리가 있는 곳으로 갔다. 머리 조아려 절하고 나서 천천히 나아가 부처님의 윗어금니를 집어 따로 한쪽에 두었다. 그리고 심부름하는 자를 시켜 부처님의 윗어금니를 가지고 아사세왕에게 가져가게 했다.
  심부름하는 자에게 말했다.
  “너는 내 이름으로 대왕께 아뢰어라.
  '대왕이여, 지내시는 것은 가볍고 편하시며 행보는 건강하십니까? 사리가 오지 않아 얼마나 많이 기다렸습니까? 이제 심부름하는 자에게 여래의 윗어금니를 보내오니 그것을 공양하시어 소원을 푸소서. 샛별이 나타날 때쯤에는 사리의 분배를 다 마치고 마땅히 스스로 받들어 보내겠습니다.'”
  그 때에 그 심부름하는 자는 향성의 분부를 받고 곧 아사세왕의 처소로 가서 아뢰었다.
  “향성 바라문은 한량없는 정성으로 문안올렸습니다.
  '지내시는 것은 가볍고 편하시며 행보는 건강하십니까? 사리가 오지 않아 얼마나 많이 기다리셨습니까? 이제 심부름하는 자에게 여래의 윗어금니를 보내오니 그것을 공양하시어 소원을 푸소서. 샛별이 나타날 때쯤에는 사리의 분배를 마치고 마땅히 스스로 받들어 보내겠습니다.'”
  그 때 향성은 한 섬쯤 들어가는 병에 사리를 받아 가지고 곧 고르게 여덟 부분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에게 말했다.
  “원컨대 이 병을 여러분이 의논해서 저에게 주신다면 집에 탑을 세워 공양 하겠습니다.”
  여러 사람들은 말했다.
  “참으로 지혜롭습니다. 적당한 때인 줄 아십시오.”
  곧 모두 주는 것을 승낙했다.
  어떤 필발(畢鉢)촌 사람들이 여러 사람에게 말했다.
  “땅에 널린 잿더미라도 주신다면 탑을 세워 공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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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들 그것을 주자고 말했다.
  구시성 사람들은 분배된 사리를 얻어 곧 그 땅에 탑을 세우고 공양했다. 파바국 사람과 차라국ㆍ라마가국ㆍ비류제국ㆍ가유라위국ㆍ비사리국ㆍ마갈국의 아사세왕도 사리의 일부를 얻어 각각 그 나라로 돌아가 탑을 세우고 공양했다. 향성 바라문은 사리병을 가지고 돌아가 탑묘(塔廟)를 세웠고, 필발촌 사람들은 잿더미를 가지고 돌아가 탑묘를 세웠다. 그래서 여래의 사리로 여덟 개의 탑을 세우고, 아홉 번째의 병탑, 열 번째의 잿탑, 열한 번째 생시의 머리칼 탑을 세웠다.
  부처님께서 어느 때 태어나시고, 어느 때 도를 이루시고, 어느 때 멸도하셨는가? 비성(沸星)이 나타날 때 태어나셨고, 비성이 나타날 때 집을 나오셨으며, 비성이 나타날 때 도를 이루셨고, 비성이 나타날 때 멸도하셨다.
  
  어느 때 양족존(兩足尊) 태어나셨고
  어느 때 총림(叢林)에서 고행 벗어나셨으며
  어느 때 최상의 도 얻으셨고
  어느 때 열반성(涅槃城)에 들어가셨나.
  
  비성(沸星)이 나타날 때 양족존 태어나셨고
  비성이 나타날 때 총림에서 고행 벗어났으며
  비성이 나타날 때 최상의 도 얻으셨고
  비성이 나타날 때 열반성에 드셨느니라.
  
  8일에 여래 태어나셨고
  8일에 부처님 출가하셨으며
  8일에 보리를 이루셨고
  8일에 멸도하셨다네.
  8일에 양족존 태어나셨고
  8일에 총림에서 고행 벗어나셨으며
  8일에 최상의 도 이루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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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에 니원성(泥洹城)에 드셨느니라.
  
  2월에 여래 태어나셨고
  2월에 부처님 출가하셨으며
  2월에 보리 이루셨고
  2월26)에 열반 취하셨느니라.
  에 열반 취하셨느니라.
  
  2월에 양족존 태어나셨고
  2월에 총림에서 고행 벗어나셨으며
  2월에 최상의 도 얻으셨고
  2월27)에 열반성에 드셨느니라.
  에 열반성에 드셨느니라.
  
  사라꽃 불꽃처럼 피어나
  온갖 광명이 서로 비칠 때
  그 본래 태어나신 곳에서
  여래는 멸도를 취하셨다네.
  
  크게 자비로운 이 열반을 취하시자
  많은 사람들 칭찬해 경배했네.
  온갖 두려움 모두 벗어나
  결정코 멸도를 취하셨다네.
26) '8일(日)'로 되어 있으나 송ㆍ원ㆍ명 3본과 성본에 의거하여 '2(月)'로 고쳤다.
27) 고려대장경에는 '8일(日)'로 되어 있으나 송ㆍ원ㆍ명 3본과 성본에 의거하여 '2월(月)'로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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