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심명(信心銘)

신심명(信心銘)

通達無我法者 2008. 2. 18. 11:00
 

신심명(信心銘)

 

머리말


<신심명(信心銘)>은 삼조(三祖) 승찬대사(僧璨大師)가 지은 글입니다. 명(銘)이란 일반적으로 금석(金石), 그릇, 비석 따위에 자계(自戒)의 뜻으로나, 남의 공적 또는 사물의 내력을 찬양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여 새긴 한문 글귀를 말하는데, 이 <신심명)>은 삼조(三祖)스님께서 우리가 처음 발심할 때로부터 마지막 구역성불할 때까지 가져야 하는 신심에 대해서 남겨 놓으신 사언절구(四言絶句)의 시문(詩文)입니다.

이 <신심명>은 글 자체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신심이란 도(道)의 본원(本源)이며 진여법계(眞如法界)에 사무쳐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글은 우리 수도인의 좌우명(左右銘)인 것입니다. 승찬대사는 수(隋)나라의 양제(煬帝) 대업(大業) 2년 10월 5일(서기 606년)에 입적하셨으며, 그의 세수는 알 수 없습니다. 승찬대사가 돌아가신 지 150여 년 뒤 당(唐)나라 현종(玄宗) 황제가 감지선사(鑑智禪師)라 시호(諡號)를 올리고 탑호(塔號)를 각적(覺寂)이라 하였으며 그 당시 유명한 재상인 방관(房琯)이 탑비문을 지었습니다.

승찬대사는 본래 대풍질(大風疾)이라는 큰 병에 걸려 있었는데 오늘날의 문등병입니다. 스님은 문둥병에 걸려 죽을 고생을 하다 이조(二祖) 혜가 대사(慧可大師)를 찾아가 자기의 성명도 밝히지 않고 불쑥 물었습니다.

“제자는 문둥병을 앓고 있사옵니다. 화상께서는 저의 죄를 참회케 하여주십시오.”

“그대는 죄를 가져 오노라. 죄를 참회시켜 주리라.”

“죄를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대의 죄는 모두 참회되었느니라. 그대는 그저 불(佛), 법(法), 승(僧) 삼보(三寶)에 의지하여 안주해라.”

“지금 화상(和尙)을 뵈옵고 승보(僧寶)는 알았으나 어떤 것을 불보(佛寶), 법보(法寶)라 합니까?”

“마음이 부처며 마음이 법이니라. 법과 부처는 둘이 아니요, 승보도 또한 그러하니 그대는 알겠는가?”

“오늘에야 비로소 죄의 성품은 마음 안에도 밖에도 중간에도 있지 않음을 알았으며 마음이 그러하듯 불보와 법보도 둘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이에 혜가대사께서 그가 법기(法器)인 줄 아시고 매우 기특하게 여겨 바로 머리를 깎아 주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나의 보배이다. 구슬 찬(璨)자를 서서 승찬(僧璨)이라 하라.”

그해 3월 18일 복광사(福光寺)에서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그로부터 병이 차츰 나아져서 2년 동안 혜가스님을 시봉하였습니다.

승찬대사는 평생을 은거하여 지내다가 나중에 어린 나이의 도신선사(道信禪師)를 만나 법을 깨우쳐 주고 뒤에 구족계를 받게 한 후 법을 전하면서

“나에게서 법을 받았다고 절대로 말하지 말아라.”

고 당부 하셨다고 합니다.

돌아가실 때에는 법회하던 큰 나무 밑에서 합장한 채 서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때 사람들이 묘를 써서 스님을 모셨는데, 뒤에 이상(李常)이라는 사람이 신회선사(神會禪師)에게 물어서 산곡사(山谷寺)에 승찬대사의 묘가 있음을 알고는 가서 화장하여 사리(舍利) 삼백 알을 얻었다고 합니다.

승찬스님은 본래 문둥병을 앓았기 때문에 문둥병이 나은 후에도 머리카락이 하나도 나지 않았으므로, 사람들은 스님을 적두찬(赤頭璨)이란 별명으로 불렀습니다. 이는 대머리의 붉은 살뿐이라는 뜻입니다.

그 승찬대사가 남겨 놓은 저술이 바로 이 <신심명>입니다. 요즈음 일본 학자들 가운데는 그 분이 숨어 다니면서 살았기 때문에 그의 행적에 모순된 점이 많다고 하여 실제 인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영ㄱ사적인 여러 가지 점들을 상고해 보면 삼조 승찬스님이 실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고 나는 봅니다.

그런데 이 <신심명>에 있어서 그 신(信), 곧 믿음이 보통의 신(信), 믿음이 아니라 신, 해, 오, 증(信解悟證) 전체를 통하는 신(信), 믿음입니다. 글 전체는 4언절구(四言絶句)로 해서 146구 584자로 되어 있는 간단한 글이지만, 팔만대장경의 심오한 불법도리와 천칠백 공안의 격외도리(格外道理)전체가 이 글 속에 포함되어 있다고 모두들 평(評)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의리적(義理的)으로 법문한 것 같지만 간단한 이 글 전체 속에 격외도리가 다 갖추어져 있으며, 교리의 현묘한 뜻도 빠짐없이 있습니다. 중국에 불법이 전해진 이후로 ‘문자로서는 최고의 문자’라고 학자들이 격찬할 뿐만 아니라 삼조 승찬대사의 <신심명>같은 문자는 하나일 뿐, 둘은 없다고들 평합니다. 그러므로 이 글이 불교에 있어서 참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와 같이 불교사상사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신심명의 근본 골자가 무엇인가 하면 글 전체가 모두 양별을 여읜 중도(中道)에 입각해 있다는 것입니다. 글 전체를 자세히 살펴보면 대대(對對)를 40대(四十對)로 갖추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대대(對對)란 곧 미워함과 사랑함[憎愛]. 거슬림과 다름[逆順], 옳고 그름[是非] 등등 일상생활에서 나타나고 있는 중생의 상대 개념 즉 변견을 말하는 것입니다. <신심명>은 간단한 법문이지만 대대(對對)를 떠난 중도법을 간명하게 보여준 드문 저술입니다. <신심명>은 일관된 논리로서 선(禪)이나 교(敎)를 막론하고 불교 전체를 통하여 양변을 여읜 중도(中道)가 불교의 근본 사상임을 표현한 총괄적인 중도총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심명信心銘


1 至道無難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음이요

   唯嫌揀擇   오직 간택함을 꺼릴 뿐이니

2 但莫憎愛   미워하고 사랑하지만 않으면

   洞然明白   통연히 명백하리라.

3 毫釐有差   털끝만큼이라도 차이가 있으면

   天地懸隔   하늘과 땅 사이로 벌어지나니

4 欲得現前   도가 앞에 나타나길 바라거든

   莫存順逆   따름과 거슬림을 두지 말라.

5 違順相爭   어긋남과 따름이 서로 다툼은

   是爲心病   이는 마음의 병이 됨이니

6 不識玄旨   현묘한 뜻은 알지 못하고

   徒勞念靜   공연히 생각만 고요히 하려 하도다.

7 圓同太虛   둥글기가 큰 허공과 같아서

   無欠無餘   모자람도 없고 남음도 없거늘

8 良由取捨   취하고 버림으로 말미암아

   所以不如   그 까닭에 여여하지 못하도다.

9 莫逐有緣   세간의 인연도 따라가지 말고

   勿住空忍   출세간의 법에도 머물지 말라.

10 一種平懷   한 가지를 바로 지니면

   泯然自盡   사라져 저절로 다하리라.

11 止動歸止   움직임을 그쳐 그침으로 돌아가면

   止更彌動   그침이 다시 큰 움직임이 되나니


12 唯滯兩邊   오직 양변에 머물러 있거니

   寧知一種   어찌 한가지임을  알건가.

13 一種 不通  한 가지에 통하지 못하면

   兩處失功   양쪽 다 공덕을 잃으리니

14 遺有沒有   있음을 버리면 있음에 빠지고

   從空背空   공함을 따르면 공함을 등지느니라.

15 多言多慮   말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轉不相應   더욱 더 상응치 못함이요

16 絶言絶慮   말이 끊어지고 생각이 끊어지면

   無處不通   통하지 않는 곳 없느니라.

17 歸根得旨   근본으로 돌아가면 뜻을 얻고

   隨照失宗   비춤을 따르면 종취를 잃나니

18 須臾返照   잠깐 사이에 돌이켜 비춰보면

   勝脚前空   앞의 공함보다 뛰어남이라

19 前空轉變   앞의 공함이 轉變함은

   皆由妄見   모두 妄見 때문이니

20 不用求眞   참됨을 구하려 하지 말고

   唯須息見   오직 망녕된 견해만 쉴지니라.

21 二見不住   두 견해에 머물지 말고

   愼莫追尋   삼가 쫓아가 찾지 말라.

22 纔有是非   잠깐이라도 시비를 일으키면

   紛然失心   어지로이 본 마음을 잃으리라.

23 二由一有   둘은 하나로 말미암아 있음이니

   一亦莫守   하나마저도 지키지 말라.

24 一心不生   한 마음이 나지 않으면

   萬法無咎   만 법이 허물 없느니라.

25 無咎無法   허물이 없으면 법이 없고

   不生不心   나지 않으면 마음이랄 것도 없음이라

26 能隨境滅   주관은 객관을 따라 소멸하고

   境逐能沈   객관은 주관을 따라 잠겨서

27 境由能境   객관은 주관으로 말미암아 객관이요

   能由境能   주관은 객관으로 말미암아 주관이니

28 欲知兩段   양단을 알고저 할진대

   元是一空   원래 하나의 空이니라.

29 一空同兩   하나의 공은 양단과 같아서

   齊含萬象   삼라만상을 함께 다 포함하여

30 不見精추   세밀하고 거칠음을 보지 못하거니

   寧有偏黨   어찌 치우침이 있겠는가.

31 大道體寬   대도는 본체가 넓어서

   無易無難   쉬움도 없고 어려움도 없거늘

32 小見狐疑   좁은 견해로 여우같은 의심을 내어

   轉急轉遲   서둘수록 더디어지도다.

33 執之失度   집착하면 법도를 잃음이라

   必入邪路   반드시 삿된 길로 들어가고

34 放之自然   놓아 버리면 자연히 본래로 되어

   體無去住   본체는 가거나 머무름이 없도다.

35 任性合道   자성에 맡기면 도에 합하여

   逍遙絶惱   소요하여 번뇌가 끊기고

36 繫念乖眞   생각에 얽매이면 참됨에 어긋나서

   昏沈不好   혼침함이 좋지 않느니라.

37 不好勞神   좋지 않으면 신기를 괴롭히거늘

   何用疎親   어찌 성기고 친함을 쓸건가.

38 欲趣一乘   일승으로 나아가고자 하거든

   勿惡六塵   육진을 미워하지 말라.

39 六塵不惡   육진을 미워하지 않으면

   還同正覺   도리어 정각(正覺)과 동일함이라.

40 智者無爲   지혜로운 이는 함이 없거늘

   愚人自縛   어리석은 사람은 스스로 얽매이도다.

41 法無異法   법은 다른 법이 없거늘

   妄自愛着   망령되이 스스로 애착하여

42 將心用心   마음을 가지고 마음을 쓰니

   豈非大錯   어찌 크게 그릇됨이 아니랴.

43 迷生寂亂   미혹하면 고요함과 어지러움이 생기고

   悟無好惡   깨치면 좋음과 미움이 없거니

44 一切二邊   모든 상대적인 두 견해는

   良由斟酌   자못 짐작하기 때문이로다.

45 夢幻空華   꿈속의 허깨비와 헛꽃을

   何勞把捉   어찌 애써 잡으려 하는가.

46 得失是非   얻고 잃음과 옳고 그름을

   一時放却   일시에 놓아 버려라.

47 眼若不睡   눈에 만약 졸음이 없으면

   諸夢自除   모든 꿈 저절로 없어지고

48 心若不異   마음이 다르지 않으면

   萬法一如   만법이 한결 같느니라.

49 一如體玄   한결 같음은 본체가 현묘하여

   兀爾忘緣   올연히 인연을 잊어서

50 萬法齊觀   만법이 다 현전함에

   歸復自然   돌아감이 자연스럽도다.

51 泯其所以   그 까닭을 없이하면

   不可方比   견주어 비할 바가 없음이라

52 止動無動   그치면서 움직이니 움직임이 없고

   動止無止   움직이면서 그치니 그침이 없나니

53 兩旣不成   둘이 이미 이루어지지 못하거니

   一何有爾   하나인들 어찌 있을건가.

54 究竟窮極   구경하고 궁극하여

   不存軌則   일정한 법칙이 있지 않음이요

55 契心平等   마음에 계합하여 평등케 되어

   所作俱息   짓고 짓는 바가 함께 쉬도다.

56 狐疑淨盡   여우 같은 의심이 다하여 맑아지면

   正信調直   바른 믿음이 고루 발라지며

57 一切不留   일체가 머물지 아니하여

   無可記憶   기억할 아무것도 없도다.

58 虛明自照   허허로이 밝아 스스로 비추나니

   不勞心力   애써 마음 쓸 일 아니로다.

59 非思量處   생각으로 헤아릴 곳 아님이라

   識情難測   의식과 망정으론 측량키 어렵도다.

60 眞如法界   바로 깨친 진여의 법계에는

   無他無自   남도 없고 나도 없음이라

61 要急相應   재빨리 상응코저 하거든

   唯言不二   둘 아님을 말할 뿐이로다.

62 不二皆同   둘 아님은 모두가 같아서

   無不砲容   포용하지 않음이 없나니

63 十方智者   시방의 지혜로운 이들은

   皆入此宗   모두 이 종취로 들어옴이라.

64 宗非促廷   종취란 짧거나 긴 것이 아니니

   一念萬年   한 생각이 만년이요

65 無在不在   있거나 있지 않음이 없어서

   十方目前   시방이 바로 눈 앞이로다.

66 極小同大   지극히 작은 것이 큰 것과 같아서

   忘絶境界   상대적인 경계 모두 끊어지고

67 極大同小   지극히 큰 것이 작은 것과 같아서

   不見邊表   그 끝과 겉을 볼 수 없음이라.

68 有卽是無   있음이 곧 없음이요

   無卽是有   없음이 곧 있음이니

69 若不如此   만약 이 같지 않다면

   不心須守   반드시 지켜서는 안되느니라.

70 一卽一切   하나가 곧 일체요

   一切卽一   일체가 곧 하나이니

71 但能如是   다만 능히 이렇게만 된다면

   何慮不畢   마치지 못할까 뭘 걱정하랴.

72 信心不二   믿는 마음은 둘 아니요

   不二信心   둘 아님이 믿는 마음이니

73 言語道斷   언어의 길이 끊어져서

   非去來今   과거.미래.현재가 아니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