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요(禪要)

제이십편

通達無我法者 2008. 2. 18. 17:14

대중에게 보이는 말씀 (제이십편)

 

 만일 이 한토막의 기특한 일을 의논할진대 사람사람이 본래 갖추고 있으며

개개의 낱낱이 원만하게 뚜렷이 이루어 있을지라

주먹을 쥐고 손바닥을 폄에 도무지 실터럭만한 힘도 낭비하지 않음과 같건마는,

다만 칠식인 마음의 원숭이가 흔들리고 요란스러우며

육식인 뜻의 번뇌가 시끄럽게 떠드는 것이 되어서

탐내는 마음 화내는 마음 어리석음의 번뇌를 방자하게 놓아버려서

나라고 하는 아집등의 상을 집작함이 마치 물로 얼음에 끼얹으매

더욱 두터워짐을 더함과 같아서 자기의 신령스럽게 밝은 마음을 가리워지게 하여

결정코 번뇌 때문에 마음을 찾아 나타낼 수 없나니,

 

만일 쇠를 녹여 부어 만든 놈이 분명하고 진실하게 밝히려 할진대 또한 예사롭고 쉬운 일이 아니니, 바로 모름지기 큰 의지를 발하고 큰 원력을 세워서

칠식인 마음의 원숭이와 육식의 뜻의 헐떡이는 번뇌를 죽이며

망상과 미세한 번뇌를 끊어 항복받고 급한 물여울에 있어 배를 머물게 하는 것과 같이

비유를 하여 위태롭고 멸망하고 얻고 읽어버림과

너다 나다하는 시비를 돌아보지 말고

잠자는 것을 잊고 먹는 것을 잊으며

생각을 끊고 미세한 생각을 끊어서

낮으로 세차례 밤으로 세차례에 마음마음이 서로 화두 의심이 지속되게 하며

생각생각이 화두 의심이 계속이어져서 화두를 굳게 잡들고

어금니를 갈아 물고 화두를 잡들어서 화두를 잡들어 정을 익혀서

다시는 터럭끝만큼의 시시각각으로 어렵게도 달리고

저렇게도 달려서 변하는 마음을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

 

가령 어떤 사람이 있어 너의 머리를 끊어서 가져가며

너의 손과 발을 끊어버리며 너의 심장과 간장을 깍아내어서 이에 목숨을 마치는데 이르더라도

진실로 가히 화두 의심을 버리지 말지니,

이러한 굳건한 의지가 있어야만 바야흐로 조금만큼의 공부를 짓는 풍기는 기운의 냄새가 있으리라.

슬프다.

말법시대에는 성인이 계시던 시대와는 멀어서

많이는 한 종류의 대강 대강 적당하게 살아가는 무리가 있어

마침내 화두 타파되어 깨닫는 문이 있음을 믿지 않고

다만 묵조 사사배를 향하여 이것저것 살펴서 따져보며

다른속에 가서 생각으로 헤아려 분별하는 것이니

설사 생각으로 헤아려 분별해서 나아가더라도 목숨이 땅에 떨어질 때에

공부 잘못해서 생각으로 헤아리고 분별하는 것이 또한 쓸모가 있겠느냐 쓸모가 없겠느냐.

 

만일에 사용함을 얻을진대 부처님께서 설산에서 육년동안을 고행하시고.

달마대사는 소림굴에서 구년을 벽을 바라보고 앉으시고,

장경선사는 앉아서 참선하시느라고 방석 일곱개를 구멍이 뚫어지게 하시고

향립선사는 사십년동안에 바야흐로 화두 의심이 꿈속에서도 계속 이어짐을 이루시고

조주스님은 삼십년 동안을 잡되게 마음을 쓰지 않으시니,

어찌 모름지기 허다한 고행을 참고 견디며 고행을 행하기를 찾으리오.

 

다시 한무리의 놈들이 있어 십년 이십년이 되도록 공부를 지어가되

일찍이 깨달은 곳이 있지 못하는 자는 다만 그들이 속세에 최상승 화두법을

팔식에 심은 것이 없어서 뜻이 견고하지 못하여 반쯤은 믿음이 있고 반쯤은 의심하며

혹은 번뇌 망상이 일어나고 혹은 번뇌 망상에 거꾸러져서 희롱해 오고 희롱해감에

세속적인 인정은 더욱더 물들어 익숙해지고 화두를 잡드는 마음은 점차로 생소하여 멀어지게 되고

스물 네시간 가운데에 다만 한시간도 화두를 잡들어 의심하여 한조각 의심을 이루는 것이 있기 어려움이 됨이니,

이 따위 같은 이는 바로 넉넉히 생각으로 헤아리고 말로써 따져서 분별해

미륵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심에 이른들 또한 무슨 제도받을 도움이 있으리오.

 

만일 이 진정한 화두 참구만을 위해 행각하는 수좌스님일진대

어지러이 행동하지 않고 처음 화두 받을때에 문득 선지식을 찾아서

한말씀 반귀절의 말씀 하시는 것을 들으며 다시는 생각으로 헤어리거나 따져서 의논하지 않고

당장에 문득 이렇듯이 믿어서 마치며 의심을 지어 주인이 되게 하며

화두를 잡들어 안정되게 하여 외로워서 아득하고 높아서 아득하며 붉어서 벗은듯 하고

깨끗해서 물을 뿌린듯하여 묵조 사사배에 떨어짐과 깨닫고 깨닫지 못함을 묻지 않고

다만 화두 의심만을 노력하여 가며는

홀연히 생각이 자취가 끊어지고 경계가 바뀌어지면 생각이 끊어진 뒤에 다시 살아서 본래 마음을 볼 것이니 어느곳에 다시 부처를 찾으리오.

 

또 한 게송이 있어 대중에게 말하여 주리라.

급한 물여울에 작은 배를 정박하니 간절히 모름지기 굳게 이 밧줄을 잡을지어다.

홀연히 밧줄이 끊어져 회피하기 어려우면 바로 온몸에 피가 쏟아져 흐르리라.

만가지 법은 하나로 돌아가는 데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고?

화두를 또렷또렷하게 뜻을 바르게 보려고 의심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김이니,

의심해 생각이 잊어지고 마음의 발길이 끊어진 곳에 이르면 해가 한밤중에 하늘을 사무쳐 날으리라.

 

만일 이일의 공부 지어가는 최상승선의 화두를 궁구할진대

정히 허공가운데 꽃을 심음과 물가운데서 달을 잡으려하는 것과 같아서

바로 이 너의 손 내릴 곳이 없으며 너의 마음에 일체의 생각이 없나니라.

가끔가끔 겨우 이러한 경계가 앞에 나타남을 만나서는

열사람 가운데에 열사람이 화두 의심이 생길 무렵에 중도에 다 깨달은 줄 알고

화두에 의심이 안되어 공부를 못짓는 묵조 사선에 머물러 있어

물러가는 퇴보의 북을 치나니 사실은 화두 의심이 생길 무렵이

고향집에 이르는 소식인줄 알지 못하도다.

 

용맹스러운 마조스님의 제자 귀종선사 일진대

문득 손내릴래야 얻지 못하는 곳과 마음을 쓸래야 일체 관념이 붙지 않는 때에 나아가서

마치 관우가 백만군데 가운데에 사느냐 죽느냐를 돌아보지 않고

바로 안량을 살려서 구출함과 같이 할지니,

진실로 이 같은 지조의 계략과 용맹스럽고 영리함이 있을진대

손가락 퉁기는 사이에 성취를 할 것이며

찰나에 부처와 조사를 이름을 취하려니와 만일 그렇지 못할진대

비록 너희들이 참선하여 미륵부처님이 출현하심에 이르더라도

또한 다만 이 한낱 조금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바보 멍텅구리일 것이다.

 

죽음에 이르는 시절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얼른얼른 닥쳐 왔으니

뜰앞에 있는 어리석은 노주와 알음알이가 있는 석등은 다시는 졸음에 빠지지 말지어다.

화두 타파되어 본래 마음을 보아 법 쓰는 것을 당해 자유자재하며

삼현, 삼요, 네가지 가림, 네가지 손과 주인, 네가지 비임과 씀, 네가지 큰 법식, 네가지 할,

여덟가지 방망이를 당해 화두 타파되었음을 알아 볼수 있을것이니

화두 의심이 무르익은 경지를 건드려 찔러서 터뜨려서

눈을 밝게 하여 꿰뚫어 보게 하면 물귀신 진흙속에 가서 있음을 꿰뚫어 비추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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