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보감(人天寶鑑)

121. 몸을 잊고 구도하다 / 신광 (神光) 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2. 20. 17:31
 

121. 몸을 잊고 구도하다 / 신광 (神光) 스님



신광 (神光) 은 자주 (磁州)  사람으로 마음이 넓고 뜻이 높은 사람이었다. 유학 (儒學) 을

하면서 많은 책을 널리 읽었고 현묘한 도리를 잘 논하였는데 한번은 이렇게 탄식하였다.

ꡒ공자와 노자의 가르침은 법도와 규범에 관한 것이며 불교의 경론도 묘한 도리를 다하지는

못했다. 요즘 듣자니 달마 (達磨) 대사가 소림사 (少林寺) 에 머물고 있다고 하는데, 도인이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거기 가서 현묘한 경계에 도달해야 되겠다."

마침내 그곳으로 가서 새벽에서 밤까지 찾아뵈었으나 대사는 단정히 앉아서 벽만 마주보고

있을 뿐이었다. 스승의 가르침이라고는 한마디도 듣지 못하자 신광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

였다.

ꡒ옛사람은 도를 구하기 위해 뼈를 두들겨 골수를 냈고 몸을 내던져 게송을 들었다 하니 옛

사람도 이렇게까지 했는데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그해 12월 9일 밤에는 큰 눈이 내렸다. 신광은 뜰 가운데 서 있었는데, 새벽이 되자 눈이 무

릎까지 쌓이니 달마대사가 가엾게 생각하여 물었다.

ꡒ그대는 눈 속에 서서 무슨 일을 구하느냐?"

신광은 슬픈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다.

ꡒ오직 자비로 감로문을 열어 널리 중생을 제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ꡒ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묘한 도는 오랜 겁을 부지런히 구해야 한다. 하기 어려운 것을 해

내야 하고 참기 어려운 것을 참아내야 하는데 그대는 어찌 작은 덕과 작은 지혜, 경망스런

마음과 오만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진실된 가르침을 엿보려 하느냐?"

이에 신광은 가만히 날카로운 칼을 꺼내서 스스로 자기 왼팔을 잘라 스승 앞에 갖다 놓으니

달마는 그의 근기를 알아보고 마침내 말하였다.

ꡒ모든 부처님도 처음 도를 구할 때는 법을 위해 자기 몸을 잊어버렸다. 너도 지금 내 앞에

서 팔을 잘랐으니 그 구도심은 옳구나 〔可〕 ."

그리하여 이름을 ꡐ혜가 (慧可) '라고 바꾸게 하였다.

신광이 물었다.

ꡒ모든 부처님의 법인 (法印) 에 관해 말씀해 주십시오."

ꡒ모든 부처님의 법인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얻는 것이 아니다."

ꡒ저의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스님께서 마음을 편하게 해주십시오"

ꡒ마음을 가져 오너라. 그러면 너에게 편안케 해주마."

ꡒ마음을 찾아보아도 아무곳에도 없습니다."

ꡒ벌써 너의 마음을 편안케 해주었다."

신광은 여기서 깨달았다. 「전등 (傳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