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문무고(宗門武庫)

102. 선지식에게로 인도하다 / 운개 수지(雲蓋守智)선사

通達無我法者 2008. 2. 21. 10:11
 








102.  선지식에게로 인도하다 / 운개 수지(雲蓋守智)선사



도솔 열(兜率從悅)선사가 도오산(道吾山)에 수좌로 있을 때 지(守智)노스님은 운개산(雲蓋山)에 계셨다.  종열선사가 하루는 수십명의 납자를 거느리고 수지스님을 찾아갔느데 수지화상은 종열선사와 몇마디 주고 받지 않고사도 종열선사의 경지를 알았다.  그리고는 웃느면서 말하였다.

“수좌를 보아하니 기질은 훌륭한데 이찌하여 말은 마치 술취한 사람 같이 하느냐?”

종열선사는 얼굴을 붉히고 식은 땀을 흘리면서. “바라옵건대 스님께서는 자비를 아끼지 마시고 가르침을 주십시오” 하였다.  다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얼마 후 또 따끔하게 일침을 가하자 종열선사는 망연자실하였다.  그래서 자신의 무리를 이끌고 입실히려 하였으니 수지스님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공은 대중의 수좌로서 설법하는 사람이다, 나는 보고 들은 게 넓지 못하니 무슨 도움이 되겠느가?”

종열선사가 재삼 간청하였으나 수지스님이 말하였다.

“나는 복이 없어 사람들에게 신임을 얻지 못하였으니. 설령 내가 수좌의 절을 받는다 해도 뒷날 반드시 나 때문에 시비를 듣게 될 것이다.”

끝내 입실을 허락하지 않고 다시 종열선사에게 물었다.

“수좌는 법창 우(法昌倚遇)선사를 뵌 적이 있는가?”

“그의 어록을 보고서 내 스스로 깨닫기는 하였지만 만나보고 싶진 않습니다.”

“동산 문(洞山克文)스님을 뵌 적이 있는가?”

“그 관서자(關西子)말입니까?  머리가 없는 놈입니다.  그의 승복자락을 잡아당기면 지린내가 진동하는데 그에게 무슨 훌륭한 점이 있겠습니까?”

“수좌는 그 지린내 나는 곳을 참구하라.”

종열산사는 그의 가르침을 따라 동산스님을 찾아가 귀의하였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심오한 종지를 깊이 깨치고 다시 수지(守智)노선사를 찾아가자 수지스님이 말하였다.

“수좌는 관서자(關西子)를 만난 후에 대사(大事)는 어떻게 되었는고?”

“만일 스님의 가르침이 없었더라면 일생을 헛 보낼뻔 하였습니다.”

이에 향을 사르고서 절을 올렸다.

그후 종열선사는 세상에 나와 동산스님의 법제자가 되었지만 평소에 그의 문도에게 자신이 운개스님의 가르침으로 동산스님을 찾아가게 된 이야기를 해 주고, 너희들은 마땅히 스승의 예로서 수지선사를 섬겨야 한다고 훈계하곤 하였다/

그후 수지선사가 입적했을 때는 혜조(慧照)선사가 도솔사의 주지로 있었는데 그는 종열선사의 상수제자였다.  수지선사의 장례는 모두 혜조스님이 주관하였는데 그를 스승으로 예우한 것은 좋열선사의 부탁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