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림성사(叢林盛事)

111. 욕심을 경계하는 글 / 안정군왕(安定郡王)

通達無我法者 2008. 2. 27. 13:54
 

111. 욕심을 경계하는 글 / 안정군왕(安定郡王)



안정군왕(安定郡王:趙令衿)의 호는 초연(超然)거사이다. 잠깐 동경(東京)에 있을 무렵, 불교[空宗]에 뜻을 두어 장령 수탁(長靈守卓)스님을 찾아뵙고 깨친 바 있었는데, 그 후 어느 사건에 연루되어 강서 땅으로 유배되었다. 그러나 북방 오랑캐의 침공으로 동경이 함락되자 종실의 여러 왕중에는 두 왕(휘종․흠종)을 따라 북쪽으로 끌려간 자가 많았지만 거사는 유배로 인하여 이 화를 면하였다. 마침내 삼구(三衢)에 살면서 시랑 풍지도(馮至道)와 설당 도행(雪堂道行)스님 등과 속세를 초월한 교류를 맺었다. 구주지방 사람들이 불교를 믿게 된 것은 이를 계기로 비롯되었다.

그는 일찍이 남악(南嶽)법륜사(法輪寺) 성행당(省行堂)의 기문(記文)을 지은 바 있는데 이는 뛰어난 걸작이었으며, 또한 `욕심을 경계하는 글[戒欲文]'을 지은 적이 있는데 여기에 수록한다.



"내가 생각해 보니 세상사람들이 태고 이후 크나큰 고뇌를 지니고서 몸과 마음을 어지럽히면서도 여기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크나큰 괴로움이란 곧 음욕(淫欲)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이 음욕의 고뇌란 정신을 어둡게 하고 목숨을 해치며 덕성과 도덕을 잃게 하고 수행을 방해한다. 그것을 생각할 때마다 자기 마음이 어느새 산란해지고 바르지 못한 견해가 일렁거리며, 환경과 인연의 유무에 관계없이 깨끗하고 더러운 곳도 가리지 않고 갑자기 전도망상을 일으켜 더러운 짓을 마음대로 한다.

청정한 눈으로 본다면 거기에 무슨 즐거움이 있겠는가? 그러나 망상의 티끌은 끝없이 구르고 애욕의 불길은 타오르니, 예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노소 귀천을 막론하고 그와 같은 해를 입지 않은 자는 일찍이 없었다. 이는 세상 사람들이 재물을 탐하고 벼슬을 쫓다가 뜻이 이루어진 다음엔 색욕에 탐닉하기 때문이다.

또한 승려든 속인이든 온갖 잡념이 찬 재처럼 사라져도, 오로지 이 한가지 일만은 흔히 마장(魔障)에 걸리거나 번뇌를 갖게 되며, 심하면 요사스런 일과 도적질을 일삼기도 하고 나라가 기울어지고 집안이 망하는 경우까지 있다. 혹 어떤 가족들은 화목하다가도 이 색욕으로 인하여 다투기도 하고, 백년해로를 맹세한 부부 사이에도 색욕으로 인하여 헤어지는 경우가 있다.

참으로 색욕이란 사람을 무너뜨리는 근본으로 사람에게 지대한 피해를 준다. 그 간교함, 투기, 속임수, 현혹이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모든 업장은 끊기 쉬우나 이 괴로움은 없애기 어렵다. 참으로 색욕을 모두 없애면 도를 이루지 못할 게 없다'라고 말씀하셨다. 남녀 이근(二根)은 애당초 분별이 없지만 간사한 생각이 일어나면 서로가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것이 습관되어 이에 얽매임으로써 드디어 사모하고 그리워하여 꿈속에서까지도 놀라는 괴로움, 재물을 낭비하고 가산을 탕진하는 괴로움, 남을 이간하고 원수를 맺는 괴로움, 또는 형별을 받고 질병에 고생하는 괴로움을 당하여 마침내 요절하는 불행에까지 이르는데도 끝까지 그 잘못을 깨닫지 못한다. 그것이 더럽고 청정한 인(因)이 아님을 명백히 알면서도 마치 불나비가 스스로 불속으로 뛰어들어 제 몸을 태우는 격이다.

여래께서는 분명히, `정욕을 끊지 못하고 성인의 도를 구함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가르쳐 주셨다. 그러므로 애정이 재난의 실마리임을 알아야 한다. 여인의 교태와 아양은 사람을 죽이는 도적이며 번뇌를 일으키는 원인이며 지옥에 들어가는 씨앗이다. 이는 사람을 그르치고 덕을 손상시키고 목숨을 잃게 한다. 항상 모든 장소에서 남자니 여자니 하는 생각을 끊고 진실을 깨치면 누가 애욕에 얽히는 고통을 받겠는가

또한 우리의 육신이란 더럽고 추악한 것이라서 무너지고 나면 모두 백골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애욕의 경계에 더이상 무슨 즐거움이 있겠는가? 꿈속에서도 두려워해야 할 일이다. 신령한 식[靈識]이 있는 모든 중생들에게 널리 바라노니, 싫어서 버릴 생각을 내되 원수를 생각하듯 멀리 떠나고 큰 불덩이를 대하듯 가까이해서는 안되며 화급히 피해야 한다. 마침내 참회하는 마음을 한번 내면 얽매인 사슬이 스스로 풀린다. 그리하여 더러움이 변하여 법신(法身)을 얻고, 음욕의 불꽃은 흩어져 지혜가 되어 서로서로 교화하며 다함께 청정도를 수행하여 안락행을 깨닫게 되어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