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추회요(冥樞會要)

책이 있기까지의 인연

通達無我法者 2008. 3. 5. 16:39
 

책이 있기까지의 인연

 

절에 들어와 종경록이 좋다는 이야기는 들어 왔으나 내용은 몰랐습니다. 옛 스님들이 오죽이나 좋았으면 종문서(宗門書)라 했겠습니까. 공부하는 스님들 입장에선 아주 중요한 책인데, 백미만 추려 정리해 놓은 것이 마음을 바로봅시다로 여기서 번역된 명추회요입니다. 이 책과 처음 인연을 맺었던 처사님의 도움으로 도반들과 함께 ’89년도 송광사 비전에서 이 책을 보았을 때의 환희심은 참으로 커서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뒷날 이 글을 다시 보게 된 인연은 한문에는 능통했으나 불교를 잘 몰랐던 분에 의해 ’88년도에 일차 번역된 글을 장경각에서 ’92년도부터 윤문하며 늦어도 6개월이면 끝나리라 생각했던 작업이 3년이 지나도록 마무리되지 않았던 데에서 기인합니다. 그 당시 장경각의 의뢰를 받아 윤문하시던 분이 “이 책의 내용이 너무 어렵고 이해가 되지 않아 윤문 작업이 더디다”고 말한다는 이야기를 장경각 책임자한테 전해 들었던 것입니다.

’95년 그 당시 백련암 좌선실에서 정진하다 겨울 동안거를 실상사 서진암에서 나기로 결정한 저는 상황이 어려운 백련암을 돕지 못한다는 미안한 생각에, 덜 미안한 마음을 갖고자 내용 검토를 자청하여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명추회요 상․중․하의 세 권 가운데 윤문이 안된 하권의 일차 번역문과 원문을 가지고 내용을 검토하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어 ’96년 1월 중순경부터 새로 번역한 원고를 ’96년 2월 말경에 장경각에 넘겨 주었습니다.

그 해 봄 산철 결제를 경남 사천 구룡사 선원에서 지내며, 문득 윤문된 명추회요 상권과 중권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장경각에서 원고를 가져다 검토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생각과 다른 부분이 많아 공부 삼아 상권을 다시 번역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남의 일에 괜히 끼어 든다는 느낌과 주제넘다는 생각이 들어서, 명추회요에 대한 생각을 떨쳐 버렸습니다.


송광사 인월암에서 정진하던 ’96년 하안거 반결제 무렵에 장경각으로부터 이왕 명추회요 작업을 한 김에 중권까지 마무리 짓자는 제안이 들어 왔습니다. 큰스님이 좋아하셨던 책이었고 정진 납자라면 반드시 보아야만 할 책이라고 생각했던 저는, 좋은 책을 내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즐거운 일이라 생각하고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여 새로 번역한 원고를 하안거 해제 때 넘기게 되었습니다.


’96년 9월 해인사 행자 교육원에서 사미율의 강의를 하다 우연히 일본에서 컴퓨터에 입력한 종경록 원문을 입수하였습니다. ’97년 1월 그 종경록에서 명추회요 부분만을 추려 이 작업을 위해 어렵게 장만한 컴퓨터에 본인이 작업한 번역문과 같이 실어 놓고, 장경각에서 윤문한 상권과 중권의 원고를 다시 검토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원문을 대조한 번역문과 윤문한 원고에서 불교를 보는, 특히 선종의 입장에서 보는 내용에 시각 차이가 상당히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89년 여름 송광사 비전에서 명추회요 목판본을 같이 공부했던 조계총림 송광사 강주 스님과 함께 명추회요의 내용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 책은 수행하는 스님들이 반드시 보아야 할 책이니 송광사 강원 교재로 내자고 제의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제의를 거절했습니다. 왜냐하면 장경각에서 이 책을 출판하기 위하여 10년 가까운 긴 세월을 정성과 노력으로 준비해 왔기에, 도의상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실이 씨앗이 되어 이 책을 위한 장경각의 10년 노력을 포기하며 본인의 번역문으로 책을 출간하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장경각의 여러 가지 바쁜 사정으로 책의 내용에 대한 정밀한 검토가 차일피일 미루어지며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송광사 강주 스님의 원력으로 법공양의 아름다운 인연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수행과 학식이 부족하여 평생 글쓰는 일과 인연이 없으리라 생각했던 제가 이 일을 하게 된 것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승단의 현실에 부끄러움을 아는 스님이 많이 나와야, 미래의 종단이 있으리라 생각하시는 조계총림 방장 범일 보성 큰스님과 강주 지운 스님의 원력이 생그럽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이런 인연으로 향기로운 법공양을 올립니다.


그 동안 원고 내용의 잘못된 부분을 잡아 주기 위하여 귀중한 시간을 내어 읽어 주셨던 통도사 강주 지안 스님, 제주도 목부원 일장 스님, 원력 보살 송광사 강주 지운 스님, 송광사 광원암 현봉 스님, 어리석은 듯 눈푸른 정화 스님, 외길 납자 원규 스님, 여수 포교당의 부루나 존자 진옥 스님, 능엄 신장 원통 스님, 자비 보살 동효 스님, 파계사 율원의 기둥 혜능 스님 및 청정한 신심과 정재로 법공양에 동참하고 오랜 시간을 묵묵히 기다려 주셨던 신도님들 참으로 고마우신 분들입니다. 여러분의 은혜에 부처님이 행복해 하십니다. 부처님의 미소와 함께 일체중생의 행복을 바라며,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



                                                송광사   인월암에서


선사의 열 가지 허물은 무엇인가.


첫째는 경에서 말하기를 “자기가 사는 곳을 수행처라 거짓 이름하고 승복을 걸친 채 한가롭게 일없이 살면서도, 스스로 참다운 도를 행한다고 자기자랑하기 좋아하는 허물이다”라고 하였다.

둘째는 참선을 한다고 으시대며 다른 사람을 능멸하는 허물이니, 고(苦)와 고(苦)의 원인을 가져오는 번뇌를 알고 조심하는 것이 아니다.

셋째는 지혜가 없이 선정을 닦는 허물이다. 맹목적인 선정으로 지혜의 안목이 없으니, 여기에 어찌 생사를 벗어날 수 있겠는가.

넷째는 부처님의 유촉을 따르지 않는 허물이다. 사념처관에 의지하여 도를 닦지도 않고, 계율에 의지하여 살지도 않으니, 부처님의 제자가 아니다.

다섯째는 지혜가 없는 선정으로 다분히 귀신의 선정을 유발시키는 허물이다. 살아서는 부처님의 법을 파괴하고, 죽어서는 귀신의 세계에 떨어진다.

여섯째는 명예와 이익을 위하여 좌선하는 허물이다. 마치 재물과 여자를 추구하며 참선했던 선제라와 같아서 죽어 지옥에 떨어진다.

일곱째는 설사 어느 정도 선정의 힘을 증득했더라도 곧 오래 사는 장수천의 복락에 빠져 부처님의 법을 빨리 만나기 어려운 허물이다.

여덟째는 우유에다 물을 부어대는 식의 선정으로 후학들을 잘못 가르치는 허물이니, 삼악도에 떨어질 종자를 심는다.

아홉째는 이런 선사의 잘못으로 사부대중이 참다운 법의 윤택함을 적시지 못하고,  진흙탕 속으로 나아가는 허물이다.

열째는 이런 선사의 잘못으로 다만 불․법․승 삼보를 빛나게 드러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또한 부처님의 법을 파괴하는 허물이다.



종경(宗鏡)에 기록되어 있는 모든 것이 현재 있는 자리에서 증득하는 법문으로, 한번 들어감에 전체가 참법계이니 다시 여기에는 앞과 뒤가 없다.

혹 이 말을 믿지 못하면 다만 고요하게 생각하여 보아라. 한 생각도 생겨남이 없음을 본다면 자연 부처님의 말씀에 계합할 것이다.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생활 속의 유식30송

  정화正和 풀어씀/332쪽/값 8,000원


마음을 바로 봅시다․하

冥樞會要

                원순圓珣 풀어씀/근간


(앞 날개)


       풀어쓴이, 圓珣 스님


    백련암 해인사에서 출가

   현재 송광사 인월암 愚居



금강산이 겹겹으로 쌓여 있어도

한 오라기 터럭 끝에 놓을 수 있네

지극히 큰 모습에 작은 모습들

보살은 이것으로 발심한다네.


           -본문의 화엄경 게송 중에서


저자와의 협의에 의하여

인지 첨부를 생략합니다


           마음을 바로 봅시다․상

                 冥樞會要


풀어쓴이/圓珣

발행인/여무의

발행처/도서출판 장경각


초판인쇄/불기 2542년 6월 15일

초판발행/불기 2542년 6월 30일


등록번호/제1호

등록일자/1987년 11월 30일


ⓒ 원순,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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