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당집(祖堂集)

대광(大光) 화상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11:49
 

 

 

대광(大光) 화상

  

  석상의 법을 이었다. 휘(諱)는 거양(居讓)이요 속성은 왕씨이니, 장안(長安) 사람이다. 옷깃을 여미고 스승과 도를 찾아다니다가 남쪽으로 와서 석상(石霜) 보회의 문하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1, 2년 동안 남몰래 북탑에다 과일 나무를 키우고, 베옷과 짚신으로 생활하였는데, 재 같은 마음과 먼지를 덮어 쓴 듯한 얼굴이었지만 뜻에는 도가 서려 있었다. 

  

  어느 날, 대중들의 배움의 깊고 얕음을 징험하고자 보회가 질문을 하였다. 

  "나라에서 해마다 5백 명을 급제시키는데 조정이 좋아졌는가?"

  이에 선사께서 대답했다. 

  

  "어떤 한 사람은 거기에 나아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무엇 때문인가?" 

  "명예를 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한번은 보회가 병이 들자 그것을 인해 설법하였다. 

  "오늘 말고 다른 때가 또 있는가?"

  선사께서 대답했다.

  "그는 '오늘이다'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이에 석상이 말했다. 

  "나도 오늘이 아니라고 말하려 했느니라."

  이에 보회가 인정하였다. 이렇게 몇 마디 주거니 받거니 해보니 뚜껑과 함이 꼭 맞듯 하였다. 그래서 20여 년 동안 한곳에 머물러 지냈다.

  이 때 호공(胡共)이라는 단월(檀越)이 가족을 이끌고 귀의하여 대광산에 주석하기를 청했다.

  어떤 학인(學人)이 물었다.

  "혼돈(混沌)이 분명해지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선사께서 대답했다. 

  "특별히 누구더러 대답하라는 것인가?"

  "옛사람이 말하기를 '문 밖을 나서지 않고 천하의 일을 안다' 하였는데, 어떤 것이 문 밖을 나서지 않고 천하의 일을 아는 것입니까?"

  "그래도 여전히 두 번째 집 가장[家主]이니라."

  "어떤 것이 천하의 일입니까?"

  "맑은 것이다."

  "어떤 것이 위로 향하는 일입니까?" 

  "문 밖엘 나가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것이 문 밖을 나가지 않는 것입니까?"

  "이별하느니라."

  "어째서 이별합니까?"

  "대중과 같이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또 매양 이렇게 시중하였다.

  "일대시교(一代時敎)는 오직 당시의 사람들을 수습하기 위함이다. 설사 철저하게 깍아낸다 하여도 겨우 깨우침을 이룰 뿐이니, 그대들은 누더기 밑의 일만으로써 감당하려 하지 말라. 그러므로 그대들에게 말하나니, 49년 동안 다 밝히지 못했고, 49년 동안 다 드러내지 못했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달마(達磨)는 조사입니까?"

  "조사가 아니니라."

  "조사가 아니라면 무엇 하러 동토(東土)에 왔습니까?"

  "그대들이 조사를 모르기 때문이니라."

  "안 뒤에는 어떠합니까?"

  "비로소 조사가 아니라는 것을 아느니라."

  "보임(保任)한 사람이 한 생각을 잃을 때는 어떠합니까?"

  "항상 머무르게 되느니라."

  "큰 마왕(魔王)이 되었을 때엔 어찌합니까?"

  "잠시 동안이니라."

  "말후(末後)의 일은 어떠합니까?"

  "여기에 없느니라."

  "자취가 끊어져서 현묘해질 때는 어떠합니까?"

  "새의 길[鳥道]이란 말을 일찍이 들은 적이 없느니라."

  "어떤 것이 사문의 행입니까?"

  "바다를 건널 때 배를 타지 않느니라." 

  

  어떤 좌주(座主)가 경산(徑山)에게 물었다.

  "만법이 하나로 돌아간다는데 하나조차 남지 않을 때는 어떠합니까?'

  경산이 대답했다. 

  "하나도 남지 않느니라."

  좌주가 긍정치 않고 곧 강서로 가서 운거(雲居)에게 물으니, 운거가 말했



조당집 > 조당집(祖堂集) > 조당집 제 9 권 > 456 - 465쪽

K.1503(45-233), 

  다. 

  "만법이 아니니라."

  그는 또 긍정치 않고 선사께 와서 물으니, 선사께서 대답했다.

  "다 없애버리지 못하느니라."

  이에 좌주가 긍정하였다.

  

  어떤 이가 물었다.

  "안에서 쪼고 밖에서 쪼는 것이 같은 시각임은 묻지 않겠습니다. 어떤 것이 계란 속의 닭이 우는 소식입니까?"

  선사께서 대답했다.

  "그 소식을 들었는가?"

  "어떤 것이 비밀한 방입니까?"

  "사방에서 보이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것이 비밀한 방에 있는 사람입니까?"

  "멀고 길도 없느니라."

  "이로부터 선사의 현묘한 말씀이 멀고 가까운 곳에 쫙 퍼졌다."

  

  선사께서 천복(天復) 3년 계해(癸亥) 9월 3일에 편안하게 입적하니, 춘추(春秋)는 68세요 승랍(僧臘)은 36세였다.

  

  비전복(肥田伏) 선사

  

  석상(石霜)의 법을 이었다. 선사의 휘(諱)는 혜광(慧光)이니, 그의 행적을 보지 못해 그 생애의 처음과 끝을 알 수 없다.

  선사께서 다음과 같이 송했다.

  

  많은 묘용(妙用)을 닦는 것, 공부가 아니요 

  근원에 돌아간다는 것도 큰 어리석음이로다.

  옛 부처님 닦아서 증득한 것이 아니니 

  

  설사 현묘함을 얻었다 해도 역시 구차한 꼴이로다. 

  修多妙用勿功夫 返本還源是大愚 

  古佛不從修證得 直饒玄妙也崎嶇 

  

  어떤 사람이 이 일을 들어 장경(長慶)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많은 묘용을 닦는 것이 공부가 아니다'라고 하는 것입니까?"

  장경이 대답했다.

  "그런 것을 써서 무엇하겠는가?"

  "어떤 것이 '근원에 돌아간다는 것이 큰 어리석음'이라 하는 것입니까?"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어떤 것이 '옛 부처님은 닦아서 증득하지 않았다' 하는 것입니까?"

  "원래가 그대이거늘 다시 닦아서 무엇하겠는가?"

  "어떤 것이 '설사 현묘함을 얻었다 해도 역시 구차한 꼴이다'라고 하는 것입니까?"

  "오직 그대가 망령되게 밖으로 향하기 때문이니라."

  선사께서 또 다음과 같이 송했다.

  

  마음이 고요하면 근심이 들기 어렵고 

  근심이 없으면 재앙이 침노하지 못한다.

  도가 높으니 용과 범이 굴복하고 

  덕이 중후하니 귀신도 흠모한다.

  心靜愁難入 無憂禍不侵

  道高龍虎伏 德重鬼神欽

  

'조당집(祖堂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제(南際) 화상  (0) 2008.03.10
용천(涌泉) 화상  (0) 2008.03.10
서현(栖賢) 화상  (0) 2008.03.10
소산(韶山) 화상  (0) 2008.03.10
황산(黃山) 화상  (0) 2008.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