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간록(林間錄)

82. 백운 수단스님의 수행이력

通達無我法者 2008. 3. 12. 16:36

 

 

 

백운 수단(白雲守端 : 1025~1072)스님은 동오(東吳) 사람으로 서여산(西余山)에 머물고 있을 때 사자춤놀이를 보고서 깨쳤다.  

그리하여 흰 옷감에 사자 가죽처럼 알록달록한 물감을 들여 입었다.  

혹 법당에 올라 납자를 맞이할 때면 이 옷을 펼쳐 보이고, 눈 내리는 아침이면 껴입고 성안으로 들어가니 어린아이들이 떠들어대며 뒤따랐다.  

 

돈을 얻으면 굶주리고 추위에 떠는 사람에게 모두 보시하는 것이 연례 행사가 되었다.

   그가 「법화경」을 염불하면 효과가 있으므로 호상(湖上) 지방 사람들은 앞을 다투어 스님을 맞이하였다.   

스님은 「법화경」을 펼쳐놓고 몇 구절을 읽은 후엔 덥썩 돈을 집어넣고 떠나버렸으며,

그리고 「어부사(漁父詞」를 곧잘 노래하여 달이 밝으면 새벽녘까지 흥얼거렸다.

   그 당시 회두(回頭)라 불리우는 미치광이 중이 한 사람 있었는데,

그는 당시의 속인배들을 부추켰고 사대부 또한 그의 경망한 행동을 만족해 하였다.  

그가 윤주(潤主) 태수 여공(呂公)과 함께 고기를 먹는 찰라에 스님께서 곧장 그 자리로 달려들어가 그를 가리키며 따졌다.

 

   “지금 이 자리에서 어느 것이 부처인가?”

   이에 회두스님이 난처해 하며 대답하지 못하자 스님은 그의 머리통을 쥐어박아 넘어뜨린 뒤 떠나버렸다.

   또 불탁(不托)이라는 미치광이 중이 있었는데 그가 수주(秀州)에서 설법하니 온 성안 사람이 나와 경청하였다.   

 

스님은 그곳으로 달려가 그에게 물었다.

   “어느 것이 부처냐?”

   그가 대답하려는 찰라에 그를 발길로 걷어찬 후 떠나버렸다.

   스님이 처음 개당하였을 때 유수노(兪秀老)가 소(疏)를 지어 그러한 일들을 서술하였다.

 

   회두를 밀쳐 버리고

   불탁을 발길로 걷어찼네

   일곱권「연화경」을 다 외지 않았는데

   어부사 한 가락이 먼저 들려오누나.

 

   推倒回頭趯    飜不托

   七軸之蓮經未誦    一聲之漁父先聞

 

   스님은 승관(僧官) 선(宣)이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 그에게 손가락질하며  “멈춰라” 하고는 이어 법좌에 올라 게송을 읊었다.

 

   본디 소상강 낚시꾼이

   동으로 서로 그리고 남북으로

 

   本是瀟湘一釣客    自東自西自南北

 

   이 게송에 대중스님이 떠들썩하게 칭찬하자 스님은 그들을 돌아보며 웃었다.

 

   내 법왕의 법을 살펴보니

   법왕의 법이 그러하더라.

 

   我觀法王法    法王法如是

 

   이어 법좌에서 내려와 곧바로 그곳을 떠났다.

   장자후(章子厚 : 章惇)가 스님을 초빙하여 그의 집안 묘지기 사찰의 주지를 시키고자 스님과 마주앉아 밥을 먹으면서 이 이야기를 하자 스님은 눈알을 부라리며 게송을 하였다.

 

   장돈아 !   장돈아 !

   나를 묘지기로 부르려 하느냐

   나는 흰 밥을 먹는데

   너는 악취나는 파뿌리를 먹는구나

 

   章惇章惇    請我看墳

   我却喫素    汝却喫輩

 

   장자후가 이 게를 듣고 크게 웃었다.

   여연안(呂延安)은 좌선을 좋아하고 장자후는 연단(煉丹 : 신선술)을 좋아하니 스님은 게를 지어 그들에게 설법하였다.

 

   여씨는 좌선을 좋아하고

   장씨는 신선술을 좋아하니

   서씨네 여섯째가 비유하기를 널빤지를 져서

   한 곳만을 보는 사람같다 하였네.

 

   呂公好坐禪    章公好學仙

   徐六喩擔板    各自見一邊

 

   원조 종본(圓照宗本 : 1020~1099)스님이 처음 혜림사(慧林寺)의 주지를 사임하고 남쪽 고소(姑蘇) 지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단양(丹陽)에서 스님을 만나 묻기를, “스님은 단사자가 아니시오?” 하니,

스님이 그렇다고 하자 원조스님이 “그 시골뜨기 사자 !” 하고 놀리니,

스님은 곧바로 응수하여 게를 읊었다.

 

   시골뜨기 사자가 시골에서 춤을 추는데

   눈썹과 눈알이 함께 움직이네

   입을 딱 벌리면 뱃속은 그저 어리석음뿐

   사람들이 떠받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설령 제왕의 궁궐에서 춤춘다 해도

   그것은 한 마당의 굿판이겠지

 

   村裏師子村裏弄    眉毛與眼一齊動

   開却口肚裏直儱    侗不愛人取奉直

   饒弄到帝王宮也    是一場乾打

 

   그 뜻은 천자의 부름으로 도성에 찾아갔던 원조스님을 풍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