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록(黃龍錄)

게송

通達無我法者 2008. 3. 17. 09:07
 

 

 

 

게송

 

  조주감파*

  趙州勘破

  총림에서 걸출한 조주여

  노파를 간파한 일, 이유가 있었구나

  지금 세상이 거울처럼 맑으니

  길 가는 사람은 길과 원수맺지 말지어다.

  傑出叢林是趙州  老婆勘破有來由

  而今四海淸如鏡  行人莫與路爲

*조주스님이 사는 오대산에 들어오는 길가에 노파가 있으면서 납자들이 오다가 "오대산은 어디로 갑니까?"하고 물으면 "곧장가시오"하여 그가 서너 걸음 내딛으면 "멀쩡한 스님이 또 저렇게 가는군"하였다. 나중에 어떤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말씀드리자 스님은 "내가 직접 간파해 보리라"하였다. 이튿날 가서 그렇게 물으니 노파는 여전히 그렇게 대답하는지라 스님은 돌아와서 대중에게 말하였다. "내 그대들을 위해 그 노파를 간파했다."

  한유시랑이 태전스님을 봄*

  韓愈侍郞見大顚

  일등가는 종사(宗師)가 가풍을 펴서

  정성을 다한 법문으로 한공(韓公)을 위했으니

  사자 굴 속에는 다른 짐승 없고

  코끼리왕 가는 곳 여우 자취 끊겼네.

  宗師一等展家風  盡情施設爲韓公

  師子窟中無異獸  象王行處絶狐

보수스님이 개당을 하니 산성스님이 어떤 스님을 밀침*

  寶壽開堂三聖推僧

  보화왕좌(寶華王座)에 처음 오를 때

  삼성이 한 스님을 밀쳐 대중의 의심 결단했네

  방망이 끝엔 분명히 노소가 없는데

  천하에 눈먼 사람들 몇이나 알랴.

  寶華王座始登時   三聖推僧決衆疑

  棒頭分明無老少   天下盲人幾箇知

*태전스님에게 한유가 물었다. "제자는 군주(軍主)에 일이 많으니 긴요한 말씀 한마디를 일러주십시오."스님이 잠자코 있자 문공(한유)이 어리둥절하거늘 삼평(三

平)이 시자로 있다가 선상을 3번치니 스님이 "무슨뜻인고?"하자 삼평이 "먼저 선정으로써 동(動)하고 나중에 지혜로써 뽑아 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에 문공이

삼평에게 절을하고 사례하면서 "화상의 가풍은 높고 거세어 제자는 시자에게서 들어갈 자리를 얻었습니다"라고 하였다.

* 보수스님이 개당하는 날 삼성스님이 중 하나를 밀어냈다. 보수스님이 그를 때리자 "그런 식으로 사람을 위해서야 그 중만 눈멀개 할 뿐 아니라 진주성 사람을 온통 눈멀게 할 것이다" 하자 보수스님은 자리에서 내려왔다.

  비마암스님이 곽산스님이 찾아온 인연을 봄*

  秘魔巖見?山到因綠

  사숙과 조카 서로 만나 둘 다 꺼릴 것 없거늘

  마침내 등을 어루만져 바보짓을 하였네

  머리를 돌이키니 사람들이 비웃을까 두려워

  천리 밖에서 나를 속이러 왔다 하네.

  叔姪相逢兩不猜   到頭撫背似癡

  廻首恐人生怪笑   報云千里 余來

  임제스님이 삼성스님에게 부탁함

  臨濟屬三聖

  열반[圓寂]으로 돌아가려 하며 이별의 마음 펼 때

  정법안장을 잘 지니라 간곡히 당부하였네

  할(喝) 소리에 진흙탕 길 열리지 않으니

* 오대산 비마암 스님은 항상 나무 집게[木枚] 하나를 들고 있다가 납자들이 와서 절을하면 목덜미를 집고 말하되 "어느 마군이가 너를 중을 만들었으며 어느 마군

이가 너를 행각하게 했는가? 대답을 하더라도 집어서 죽이고 못하더라도 집어서 죽이리라. 속히 말하라"하였다. 그때 곽산스님이 와서 품안으로 뛰어드니 비마암

스님은 등을 세 차례 문질렀다. 곽산스님이 튀어나가 손을 들고 말하기를 "삼천리

밖에서 나를 속였구나" 하였다.

* 임제스님이 세상을 뜰 때 삼성스님이 원주로 있었는데 임제스님이 상당하여 말하기를 "어찌 감히 스님의 정법안장을 멸망케 하겠습니까?"하였다. 이제 임제스님

이 말하기를 "갑자기 누군가가 물으면 그대는 무었이라 대답하겠는가?" 하니, 삼성스님이 말하기를 "갑자기 누군가가 물으면 그대는 무엇이라 대답하겠는가?하니,

삼성스님이 할을 하거늘 임제스님이 말하기를 "나의 정법안장이 저 눈먼 당나귀에게 멸망될 줄을 누가 알았으리오"하였다.

  이로부터 눈먼 나귀 타는 사람 적었으라.

  圓寂將歸 別時     法眼好任持

  喝下不開泥水路    驢從此少印騎

   영운스님이 복사꽃을 보고 도를 깨달음*(3수)

   靈雲見桃花悟道

  2월 3월엔 햇빛도 따사롭더니

  여기저기 복사꽃 나무마다 붉었어라

  종장(宗匠)은 깨달아도 철저하지 못하여

  지금도 여전히 봄바람에 벙글거리네.

  二月三月景和融   遠近桃花樹樹紅

  宗匠悟來猶未徹   至今依舊笑春風

  용과 코끼리[龍象] 서로 만남 세상에 드물어

  한 번 오고 한 번 감에 친소가 나타나네

  요즘 사람 그 속의 뜻 깨닫지 못하고

  잎을 따고 가지 찾아 객진(客塵)을 키우네.

* 복주(福州) 영운 지근(靈雲志勤)스님이 위산에서 복숭아꽃을 보고 깨닫고는 시를 한수 읊었다.

30년 동안 검(劍)을 찾던 나그네/

몇 차례나 잎지고 가지 돋았는

가. 복사꽃을 한차례 본뒤로는/

오늘까지 다시는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는 위산스님에게 이야기하니 위산스님이 "인연따라 깨달으면 영원히 물러나지 않으리니 잘 간진하라" 했다. 어떤 스님이 현사스님에게 이야기하니 현사스님이 말하되 "당연하고 당연한 일이나 노형께선 아직 철저히 깨닫지 못했다고 확신하노라"하였다.

대중이 이 말을 이상하게 생각하므로 현사스님은 지장스님에게 묻되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니 지장스님은 "계침(桂琛)이 아니었다면

세상 사람들을 몹시 바쁘게 했을 것이니라" 하였다.

  龍象相逢世不群   一來一去顯疏親

  時人不悟其中旨   摘葉尋枝長客盡

  한 번 복사꽃 보더니 다시는 의심치 않았는데

  총림에선 깨닫지 못했다고 옳다 그르다 하네

  마땅히 알아야 할지니 사심없는 한 기운이라야

  마른 나무에서 다시 싹 트게 할 수 있음을.

  一見桃花更不疑  叢林未徹是兼非

  須知一氣無私力  能令枯木更抽枝

  국사가 시자를 세 번 부름*(2수)

  國師三喚侍者

  국사가 시자를 세 번 부르니

  풀을 헤침은 뱀을 놀라게 하려 함 뿐이었네

  뉘라서 알랴. 산골물 푸른 소나무 아래

  천 년 묵은 복령(茯  : 버섯의 일종)이 있음을.

  國師三喚侍者  打草祗要蛇驚

  誰知澗底靑松下  有千年茯

  국사는 말을 꺼냈다 하면 헛소리를 낸 적 없은나

  시자를 세 번 불렀어도 소식이 없었구료

*남양 혜충국사가 시자를 불러 시자가 네! 하고 대답하였다. 이렇게 세 번을 불러 세 번을 대답하니 국사가 말하기를 "내가 너를 저버린다 하렸더니 네가 나를 저버

리는구나" 하였다.

  평생에 속마음을 남에게 기울였으나

  알고 지냄이 모를만 못하였네.

  國師有語不虛施  侍者三喚無消息

  平生心膽向人傾  相識不如相識

  조주스님의 '차나 마시게'*(2수)

  趙州喫茶

  조주가 사람 시험한 분명한 경계

  무심코 입을 열어도 바로 속마음을 알았네

  얼굴을 마주할 때 푸른 눈 없었더라면

  종풍이 어찌 지금에 이루렀으랴.

  趙州驗人端的處  等閑開口便知音

   面若無靑白眼  宗風爭得到如今

  서로 만나 묻고는 내력을 알아

  친소를 가리지 않고 바로 차를 주었네

  돌이켜 기억하니 바쁘게 왕래한 자들이여

  바쁜 중에 뉘라서 항아리에 가득한 꽃향기를 알았으리.

  相逢相問知來歷  不揀親疏便與茶

  蒜 憧憧往來者  忙忙誰辨滿 花

* 조주스님이 어떤 스님에게 묻기를 "여기에 왔던적이 있던가?"하여 "그렇습니다"

하면 "차나마시게" 하였다. 또 다른 스님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여 이번에는 "왔던 적이 없습니다"하면 이 때도 역시 "차나 마시게"하였다. 이에 원주가 뭍기를 "어

째서 왔던 이도 차를 마시게하고 온 적이 없는 이도 차를 마시게 합니까?" 하니 스님이 "원주야!" 하고 불러 원주가 대답하거늘 "차나 마시게" 하였다.

  뜰 앞의 잣나무*(3수)

  庭前伯

  조주가 뜰 앞의 잣나무를 말하니

  납지들이 고금에 서로 전하였네

  잎을 따고 가지 찾아서 이해를 했다 해도

  나무 한 그루로는 숲을 이루지 못함을 어찌 알랴.

  趙州有語庭前柏  禪者相傳古復今

  摘葉尋枝雖有解  那知獨樹不成林

  짙푸른 뜰 앞의 잣나무 조사의 마음 보이니

  조주의 이 말씀 총림에 퍼졌네

  구비서린 뿌리는 절개지켜 기름진 땅에 섰으니

  납자들이여, 틀 밖에서 찾는 일을 쉬게나.

  庭柏蒼蒼示祖心  趙州此語播叢林

  盤根抱節在金地  禪者休於格外尋

  온갖 나무는 시절 따라 시들기도 하지만

  조주의 잣나무는 영원히 무성하네

  서리를 견뎌내고 절개를 지킬 뿐 아니라

  맑은 바람 맞으며 밝은 달 마주함이 얼마이던고.

  萬木隨時有凋變  趙州庭樹鎭長榮

  不獨凌霜抱貞節  幾奏淸風對月明

* 어떤 스님이 조주 스님에게 묻기를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하자 "뜰 앞 잣나무니라" 하였다.

  여릉의 쌀값*

  廬陵米賈

  여릉의 쌀값은 해마다 새로운데

  길 가다가 듣는 헛된 말 다 진실은 아니라네

  큰 뜻은 꼭 갈림길에서 물을 것 아니라

  오르락내리락하며 본래의 행인을 보아야 하리.

  廬陵米賈逐年新  道聽虛傳未必眞

  大意不須岐路問  高低宜見本行人

  수미산

  須彌山

  선지식은 자재로와 결코 헛되지 않아서

  근기에 ㅁ추어 수미산을 뿜어냈다네

  서로 쫓아가며 해마다 길에서 시달리네.

  作者從橫終不虛  應機踊出須彌盧

  人窮不到金剛際  相逐年年役路途

* 청원 행사 스님에게 한 스님이 불법의 요지를 물으니 "여릉(강서성 부근으로 쌀의

주산지)에는 쌀값이 얼마냐 하더냐?" 하셨다.

  북두에 몸을 숨김*

  北斗藏身

  하늘에 있는 별 모두 북두로 향하고

  땅 위의 물은 모두 다 동해로 빠진다

  요즘 사람 몸을 숨길 곳 알려 한다면

  키[ 箕]들고 딴 곳에서 방아 찧어야 하리.

  天上有星皆拱北  人間無水不朝東

  時人若識藏身病  拈取 箕別處春

  위산스님의 물빛암소*(3수)

   山水 牛

  옛날 위산에 물빛암소 있더니

  지금은 늙어 거친 언덕에 누웠네

  겉모습은 엉성하여 힘은 없어도

  물 먹이니 여전히 좋은 소라오

  사방의 푸른 들에 마음대로 놓아주었다가

  천봉(千峰)에 눈이 하얗거든 재빨리 거두네

  시절에 ㅁ추어 들고 놓을 수 있다면

* 한 스님이 운문 스님께 묻기를 "무엇이 법신을 꿰뚫는 도리입니까? 하자 "북두  에 몸을 숨기느니라"하였다.

* 위산스님이 대중에게 말하였다. "내가 죽은 뒤엔 산 밑 마을에 가서 한 마리 물빛 암소가 되어 왼쪽 겨드랑이 밑에 '위산의 중 아무게'라 쓰겠다. 그때 만일  위산이라 하면 암소를 어찌하여 암소라 하면 내 이름은 어찌하겠는가?" 그러자   앙산 스님이 나와 절을 하고 물러갔다.

  사방 가득한 뽕밭인데 무슨 근심을 하랴.

  昔日 山有水   而今老倒臥荒丘

  形容貞立雖無力  灌啖依前是好牛

  四野草靑隨處放  千峰雪白早須收

  若能擡擧及時節  極目桑田何用憂

  천군만대(千群萬隊)의 물빛암소도

  위산의 한 마리에서 벗어나진 않네

  무심히 몸에 지니면 항상 현전(現前) 하려니와

  마음을 내서 찾는다면 찾지 못하리

  크지도 작지도 않으나 근력은 있어

  한 몸에 두 이름, 아는 사람 적어라

  인연 따라 놓아주니 초목은 푸르고

  늦은 석양에 거두니 천지가 어둡다네

  끌고 놓아줌은 코 끝의 고삐여야만 하니

  고삐 얻지 못하면 잡을 도리 없으리

  고삐 없는 많은 세상 사람들

  빤히 보면서도 이 도둑소를 놓쳐버렸네.

  天群萬隊水 牛  不出 山這一隻

  無心管帶常現前  作意追尋尋不得

  不大不小有筋力  一身兩號少人識

  隨綠放去草木靑  遇晩收來天地黑

  收放須得鼻頭繩  若不得繩無準則

  世間多少無繩人  對面走却這牛賊

  위산의 물빛암소 뼈만 앙상하여

  철 따라 털옷을 바꾸어 입는다

  동자는 뿔에 받힐 줄 모르면서

  덜렁대는 마음으로 별안간 허리에 타고서

  홀연히 그림자를 가이없이 희롱하다가

  모르는 곁에 몸 뒤집혀 구렁창에 빠져버렸네

  곧장 일어났으나 소는 간데 없어지고

  온몸은 진흙 속에서 눈물이 줄줄 흐르네.

   山水 骨羸錐  改變毛衣隊四時

  童子未知攀角上  序心便要驀腰騎

  忽然弄影無邊際  不覺蒜身墮 

  납자에게 주는 글

  示禪者

  남북을 분간 못하고

  천지를 속이면서

  현묘한 도리를 논함은

  당나귀 울음소리 개 짖는 소리.

  南北不分  欺天罔地

  說妙談玄  驢鳴狗吠

  전대도에게 답함

  和全大道

  음광(飮光)존자는 한량 없는 세월을 좌선하였고

  포대(布袋)화상은 일생동안 정신이 빠졌다

  학질 걸린 개는 천상에 태어남을 원치 않고

  도리어 구름 속의 백학(白鶴)을 비웃네.

  飮光論劫坐禪  布袋終年落魄

  疥狗不願生天  却笑雲中白鶴

  남악의 높은 누각에서 납자에게 주는 글

  南嶽高臺示禪者

  풀을 헤치고 바람을 맞아 삿됨과 바름을 가려내려면

  우선 눈[眼]속의 모래를 집어 내게나

  머리를 들고 천황(天皇)스님의 떡을 맛보면

  빈 마음으로 조주스님의 차 마시기는 어려우리

  남전(南泉)스님은 말 없이 방장실로 돌아가고

  영운(靈雲)스님은 복사꽃 보고 깨달아 오도송 읊었네

  처음부터 나를 위해 고친 글[雌黃]을 꺼내어

  총림의 올바른 선지식을 보려 해야 한다.

  撥草占風辨正邪  先須拈却眼中沙

  擧頭若味天皇   虛心難喫趙州茶

  南泉無語歸方丈  靈雲有頌悟桃花

  從頭爲我雌黃出  要見叢林正作家

  남악에서 수납자를 전송함

  南嶽送秀禪者

  인공(人空)과 법공(法空)을 깨닫고

  문득 나를 하직하고 수많은 봉우리를 떠나려 하는구려

  아 - 아!그대의 지견(知見) 아직 통달치 못하였으니

  인연 따라 시설해선 실로 통하기 어려워라

  연못에 비친 달을 마음에 두어 붙들지 말고

  절개를 지녀 눈 맞은 소나무를 속여야 하네

  여기를 떠나 안온한 곳을 알려는가

  천태(天台)와 안탕(上蕩)은 강동(江東)땅에 있다네.

  悟得人空與法空  便擬辭予出亂峯

  嗟汝見知猶未達  任錄施設信難通

  在心勿守澄潭月  秉節須欺帶雪松

  此去欲知安穩處  天台上蕩在江東

  황벽산 초유나에 부침

  寄黃檗初維那

  방망이를 얻어맞고는 단제(황벽)스님을 붙들어 도와주었고

  병을 걷어차고는 그 자리에서 위산 스님을 얻었다네

  시비거리는 총림의 입을 식히지 않았는데

  무슨 사건이 세간에 가득 퍼지나.

  喫棒祗因扶斷祭   甁當下得 山

  是非未寒叢林口  何事流傳滿世間

  운전좌에게 주는 글

  示雲典座

  훌륭하신 우리 황제의 도 순박하여

  순조로운 비와 바람 곳곳에 들리네

  채소밭 푸른 채소에 벼는 벼대로 익으니

  때맞은 변통은 모조리 그대 덕분이라네.

  當今明聖道唯淳  塊雨條風處處聞

  園裡菜靑禾又熟  時中通變盡由君

  남악의 파초암 주인에게 부침

  寄南嶽芭蕉庵主

  영원(靈源)에서 헤어진 후 또 한번의 봄을 맞으니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나 만날 길 없음이 한스러워라

  대사껜 파초를 심는 비결 있으니

  다음 사람을 뽑아서 전수하는 일 삼가시오.

  一別靈源又一春  欲期再會恨無因

  吾師有種芭蕉訣  愼莫傳持取次人

  절에서 물러나 여산을 이별함

  退院別盧山

  10년 여산 살던 중이

  하루아침에 층층 바위를 나오네

  옛 친구와 강가에서 이별하는데

  와로운 배는 날아오르는 학을 실었네

  물결은 강언덕을 따라 구비치고

  돛은 바람 부는대로 휘어지니

  가고 머뭄에 본래 집착이 없어

  선가에선 사랑과 미움이 끊어졌다오.

  十年廬嶽僧  一旦出巖層

  舊友臨江別  孤舟帶鶴登

  水流隨岸曲  帆勢任風騰

  去住本無著  禪家絶愛憎

  옥산으로 되돌아가는 사백을 전송함

  送師伯歸玉山

  오실 땐 가을바람 불더니

  가실 땐 봄바람 이는군요

  바람의 성품 본래 집착이 없듯

  사백의 마음도 역시 그러합니다.

  옛 절 되돌아가 옥산을 그리워하시니

  아득히 천리길이군요

  떠나보내며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아득히 넘실대는 텅 빈 강물뿐이군요

  來時秋風生  去時春風起

  風性本無著  師心亦復爾

  舊寺歸懷玉    千百里

  送別何所談  浩渺空江水

  앙산 원감원에게 베장삼으로 보답함

  酬仰山圓監院布衫

  먹물옷 난삼[ 衫]을 누가 알아보랴

  소매 끝과 옷깃이 퍽이나 잘 어울리네

  조주는 일찍이 일곱 근의 무게를 보였고

  동산[洞上]에선 두팔기(竇八機)를 온전히 제창했다오

  칠하지 않은 산색 물색은 눈에 넘치고

  단엄한 몸은 지조를 기대할 만하구려

  자재롭게 염부제를 붙어 살면서

  도리어 요란한 서리바람 비웃는다오.

  墨  衫誰辨別  袖頭打領頗相宜

  趙州曾示七斤重  洞上全提竇八機

  溢目不粧山水色  嚴身堪作歲寒期

  綜橫著在閻浮世  蒜笑霜風遼亂吹

  훈·안 두 납자를 전송함

  送勛顔二禪者

  선(禪) 밖엔 별다른 일 없어

  봄기운 타고 수려한 물로 가는구나

  나에게 반게(半偈)를 구하고

  나아가서 고달픈 중생을 위로한다네

  해가 나오니 안개 구름 흩어지고

  바람이 훈훈하니 초목이 무성하다

  거듭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랴

  법마다 본래 원만히 이루어진 것을.

  禪外無餘事  乘春秀水行

  就予求半偈  前去慰勞生

  日出雲霞散  風和草木榮

  何須重話會  法法本圓成

  부가 한두 번 나와서 문병한 데 대해 감사드림

  謝富一二修造問病

  어리석음을 따라 애욕이 있으니

  곧 나의 병 생겼고

  유마가 모범을 보이자

  문수가 이윽고 떠났네

  지·수(地·水)가 서로 어긋나

  화·풍(火·風)이 서로 부딪쳐

  각각 어울리는 곳 없는데

  어찌 분별해 앎을 용납하랴

  오가는 말은 다함 있어도 생각은 다함이 없어

  달은 차가운 연못에 교교한데 가을 이슬은 방울방울 맺히네.

  從癡有愛  則我病生

  淨名垂節  文殊遂行

  地水相違  火風相擊

  名無所從  寧容辨識

  分飛言盡意不盡  月皎寒潭秋露滴

  착유나를 전송함

  送著維那

  청정한 원력의 마음을 버리지 않고

  소매를 걷어부치고 다시 미혹한 뭇중생 교화하는구려

  떠나보내며 오직 보름달에 부탁할 뿐이니

  밤마다 같이 다니지만 다른 시내에 이르리다.

  淸淨願力心未捨  卷衣又出化群迷

  送行唯託金論月  夜夜相隨到別谿

  스스로 초상화에 찬을 지음

  自述眞讚

    한 납자가 나의 초상화를 그려놓고는 나에게 찬문(讚文)을 청하였다.  아 - 아! 그리는 것도 잘못이거니와 찬을 지음은 더더욱 잘못이로다. 고집스런 명령 바꾸지 않기에 이에그 뜻에 따라준다.

  한 폭의 하얀 명주에

  울긋불긋 나를 닮게 그려놓고

  나의 모습이라 말하나

  그 도적이로다

  나의 진면목은 모양 없으니

  나의 모습 그려낼 수 없도다

  꿈 속에 번개 같은 세월 쉰 한 살이고

  고향은 옥산(玉山), 속성은 장(章)씨라오.

  一幅素繒  丹靑模勤

  謂吾之眞  乃吾之賊

  吾眞匪狀  吾貌匪狀

  夢電光陰五十一  桑梓玉山俗姓章

  늑담의 월장로가 짚신을 보내주신 데 대해 보답함(2수)

  酬 潭月長老惠草履

  그때 서쪽 조사가 일찍이 남겨놓더니

  오늘은 스님의 특별한 은혜를 받았구려

  짚신을 마주하고 그 사람을 생각하나 누가 나를 알겠소

  달 밝은 밤 신고서 묘고대(妙高臺)에 오릅니다.

  當年西祖曾留下  今日蒙師特惠來

  覩物思人孰知我  月明著上妙高臺

  뼈 찾고 살 찾는 마음 죽지 않았는데

  그 때에 한 번 신었는데 다시 무얼 부러워하랴

  지금은 2백년 전의 일이 되어버렸으니

  마음 알아주는 벗이 아니면 들고 오지 않으리.

  尋骨尋皮心未灰  當年一著更何猜

  而今二百年前事  不是知音不擧來

  절땅으로 들어가는 영·통 두 납자를 홍주에서 전송함.

  洪州送永統二禪人入浙

  황벽은 마음 물었으나 마음 다하지 않고

  홍도(洪都)에서 송별하니 이별이 가볍지 않아라

  옛 산으로 돌아갈 날 의론할 겨를 없어

  그대 위해 배회하며 가는 길 말한다네

  숲 속의 흩날리는 낙엽은 옷에다 찬란함을 다투고

  고향의 다듬이소리는 지팡이소리와 뒤섞이리

  물물마다 내 집 물건이니

  티글 생각[情塵]으로 일일이 밝음을 취하려 하지 말라.

  黃檗問心心不盡  洪都送別別非輕

  舊山未暇論歸日  爲爾徘徊說去程

  林葉 紛衣鬪爛  鄕砧 亮錫交聲

  頭頭總是吾家物  莫把情盡取次明

  황룡으로 가는 이를 전송함

  送人之黃龍

  지난날 봉령(鳳嶺)에서 봉황의 털을 얽고

  강서와 남악에서 유람을 쉬었다오

  이제 황룡(黃龍)의 뿔을 잡으려는가

  몸에다가 칠성도(七星刀)를 비껴차야 하리라.

  鳳嶺昔曾綴鳳毛  江西南嶽罷遊

  而今欲 黃龍角  橫身須佩七星刀

  화납자를 전송함

  送和禪者

  비로자나의 성품은 청정하나

  청정은 지킴을 필요치 않네

  헤지고 때 묻은 옷 입고

  세속에 들어가 간탐과 소유를 타파하라

  5·6·7·8·9

  남쪽을 향해 북두칠성을 보라

  이 가운데 현묘함을 얻는다면

  마음대로 포효하게 하리라.

  毘盧性淸淨  淸淨不須守

  宜著弊垢衣  人俗破?有

  五六七八九  面南看北斗

  此中若得玄  縱橫任哮吼

  주납자를 전송함

  送周禪者

  붙잡아 일으키면 쓰러지고

  뒤집으면 엎어지는구나

  세속[假]을 따르고 진제[眞]를 따르며

  그것에게 값을 되돌려주라

  사자는 기지개를 켜고

  코끼리왕은 되돌아보며

  붉게 타오르는 햇빛 속에

  구름은 날고 안개는 일어난다

  천차만별을 앉은 자리에서 끊고

  가만히 요로(要路)를 여니

  대장부라면 죽은 토끼는 잡지 말라.

  扶起放?  蒜來覆去

  隨假隨眞  還伊價數

  師子嚬呻  象王廻顧

  赤日光中  騰雲起霧

  坐斷千差  密開要路

  大丈夫漢  莫打死兎

수기(受記) --> 95쪽 15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