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문경훈(緇門警訓)

우가령승록면통외학 右街寧僧錄勉通外學

通達無我法者 2008. 3. 17. 14:42
 


 

우가령승록면통외학 右街寧僧錄勉通外學

 

夫學不厭博,[1] 有所不知, 盖闕如也.[2] 吾宗致遠, 以三乘法而運載焉. 然, 或魔障相陵, 必須禦侮, 禦侮之術, 莫若知彼敵情. 敵情者, 西國則韋陀, 東夏則經籍矣. 故, 祇桓寺中有四韋陀院,[3] 外道以爲宗極, 又有書院, 大千界內所有不同文書並集其中, 佛俱許讀之, 爲伏外道而不許依其見也. 此土古德高僧, 能懾伏異宗者, 率由博學之故. 譬如夷狄之人, 言語不通, 飮食不同, 孰能達其志‧通其欲? 其或微解胡語, 立便馴和矣.[4] 是以, 習鑿齒, 道安以詼諧而伏之;[5]宗‧雷之輩, 慧遠以《詩》․《禮》而誘之;[6]權無二,[7]復禮以《辨惑》而誘之; 陸鴻漸, 皎然以《詩式》而友之.[8] 此皆不施他術, 唯通外學耳. 况乎儒‧道二敎, 義理玄邈, 釋子旣精本業, 何妨鑽極?[9] 以廣見聞, 勿滯於一方也.

무릇 배울 때는 널리 익히는 것을 싫어하지 말 것이며 모르는 바가 있으면 대개 무엇이 빠진 듯 여겨라. 우리의 종宗이 널리까지 이르는 것은 삼승三乘의 법으로 실어 나르는 까닭이다. 그러나 간혹 마장魔障이 서로 능멸하려 들면 반드시 그 업신여김을 막아야 하니, 업신여김을 막는 방법에는 적의 실정을 아는 것만 같은 것이 없다. 적의 실정이란 서쪽 나라에서는 곧 위타韋陀이며 동쪽의 중국에서는 곧 경적經籍이다. 그러므로 기환사에는 사위타원四韋陀院이 있어서 외도들은 그것을 가르침의 종지로 삼으며 또 서원이 있어서 대천세계 내의 서로 다른 모든 문서를 모두 그 안에 모아 놓았으니, 부처님이 그것들을 함께 읽는 것을 허락한 것은 외도를 굴복시키기 위함이지 그들의 견해에 의지함을 허락한 것이 아니다.

이 땅에 예전의 덕이 놓은 고승들이 능히 다른 종교를 두렵게 만들어 굴복시킨 것은 널리 배움으로 말미암은 까닭이다. 비유하자면, 오랑캐들은 언어가 통하지 않고 음식이 같지 않은데 누가 능히 그들의 뜻을 깨닫고 그들이 하고자하는 바를 꿰뚫어 보겠는가? 혹 오랑캐의 말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바로 길들여 순화시킬 수 있는 것과 같다. 이러한 까닭에 습착치는 도안이 익살로써 그를 굴복시켰고, 종병과 뇌차종 같은 무리는 혜원이《시》와《예》로써 그들을 구슬려 인도하였으며, 권무이는 복례가《십문변혹론》을 지어 줌으로써 그를 구슬려 인도하였으며, 육홍점은 교연이《시식》을 지어 줌으로써 그와 벗하였다. 이는 모두 다른 방술을 베푼 것이 아니라 오로지 외학에 능통하였기 때문일 뿐이다. 하물며 유교와 도교는 그 뜻과 이치가 깊고도 넓으니 승려가 되어 이미 본업을 면밀하게 하였다면 어찌 깊이 연구해 보는 것이 방해가 되겠는가. 널리 보고 들음으로써 한 쪽에만 치우쳐 머무르지 말라.

【1】《高僧傳》云: 「學不厭博, 博則通矣.」 孔子曰: 「君子博學於文, 約之以禮, 亦可以不畔矣.」 言不違反於道也.

【2】孔子謂子夏曰: 「君子於其所不知, 盖闕如也.」 謂不知必闕, 問於知者, 盖不以己所見爲是也. 此言闕如義, 謂無也.

【3】韋陀, 此云智論, 知此生智, 卽邪智論. 韋陀有四: 一, 阿由, 此云方命亦曰壽, 謂養生繕性; 二, 殊夜, 謂祭祀祈禱; 三, 婆磨, 謂禮儀占卜兵法軍陣; 四, 阿達婆, 技藝禁呪醫方. 又云四明: 一, 聲明, 謂聲敎明了世間文子釋語訓字; 二, 工巧明, 技術陰陽曆數; 三, 醫方明, 謂禁呪針藥醫治方法; 四, 因明, 因卽萬法生起之因, 種種言論圖印等, 一一硏覈眞僞, 五明中除內明.

【4】此, 嚴尤《凶奴論》全文也.

【5】詼諧, 嘲謔也. 以「彌天, 釋道安」對「四海, 習鑿齒」者, 是也. 或, 兩人同行, 安前習後, 習忽嘲曰「箕而簸之, 糟糠先去」, 安卽對曰「淘而汰之, 沙石後來」語句.

【6】太子舍人宗炳‧散騎常侍雷次宗, 皆遠公蓮社中客, 以《詩》․《書》․《禮記》誘致之也.

【7】唐文人.

【8】道士陸羽, 字鴻漸, 嘗著《茶經》. 詩僧淸晝, 字皎然, 謝康樂十世孫. 得詩人之奧旨, 傳乃祖之菁華, 詞多芳澤, 律尙淸壯, 一時詞人, 莫不楷模.

【9】《補行》云: 「讀《春秋》誦《左傳》, 終朝心遊戰陣, 口演詐謀, 助佛法者遠矣. 如老‧莊‧孔‧孟之書, 文弘仁義故, 爲新學入道之門, 亦可時覽.《毘奈耶》中, 佛聽比丘一日三分, 初中二分讀佛經, 晩讀外著.《列仙傳》云: 「有人入山求道, 老君與鐵杵使鑽石, 石厚五尺, 此若能穿, 便當得道. 晝夜鑽之, 積四十日, 石穿得仙丹, 遂爲仙, 曰鑽極.」

【1】《고승전》에 이르기를 「배움에 있어서 널리 익히는 것을 싫어하지 말 것이니 널리 익히면 곧 통달하게 되리다」 하였으며, 공자가 말하기를 「군자가 문장에 대해 널리 배우고 예법으로 그것을 요약해 지니면 또한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하였으니, 도에 대해 어기거나 어긋나지 않음을 말한다.

【2】공자가 자하에게 이르기를 「군자는 알지 못하는 바에 대해서는 대개 무엇이 빠진 듯 여겨야 한다」 하였으니, 말하자면 알지 못하는 것은 반드시 무엇이 빠진 듯이 여겼다가 아는 자에게 물으라는 것인데, 대개 자기의 소견으로써 옳음을 삼지 말라는 것이다.

【3】위타는 이곳 말로 하면 智論인데, 이것을 알면 지혜가 생기니 곧 삿된 지혜의 논리(邪智論)이다. 위타에는 네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아유(Rg)위타로서 이곳 말로는 方命 또는 壽라 하는데 養生하고 繕性을 말한다. 두 번째는 수야(Yajur)위타로서 제사와 기도를 말한다. 세 번째는 바마(Sāma)위타로서 禮儀와 占卜과 병법과 軍陣을 말한다. 네 번째는 아달바(Atharva)위타로서 기예와 禁呪와 醫方을 말한다. 또는 四明이라 말한다. 첫 번째는 聲明으로서 소리를 통한 가르침으로 세간의 문자와 부처님의 말과 訓字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는 工巧明으로서 기술과 음양과 曆數이다. 세 번째는 醫方明으로서 禁呪와 針藥의 의술 치료 방법을 말한다. 네 번째는 因明으로서 因은 곧 만법이 생겨서 일어나는 원인이니 각종의 언론과 圖印 등으로 하나하나 진위를 연구하여 엄격하게 하는 것이다. 五明 가운데 內明을 빠트린 것이다.

【4】이것은 엄우의《흉노론》전문이다.

【5】詼諧는 조롱하고 희롱거림이다. 「온 천하의 석도안이요!」라는 말로써 「이 세상의 습착지입니다!」라는 말에 대꾸한 것이 그것이다. 혹은 두 사람이 같이 가다가 도안이 앞서고 착지가 뒤에 감에 착지가 갑자기 조롱하여 말하기를 「키로써 쌀을 까부르니 재강과 쌀겨가 앞서 간다」 하자 도안이 곧장 대꾸하여 말하기를 「쌀을 일어 씻기우니 모래돌이 뒤따라온다」라는 語句이다.

【6】태자사인 종병과 산기상시 뇌차종은 모두 원공의 연사에 머물던 객으로서《시》《서》《예기》등으로 불러들인 자들이다.

【7】당나라 때의 문인이다.

【8】도사 육우는 자가 홍점으로 일찍이《다경》을 저술하였다. 시인 승려인 청주는 자가 교연으로 사강락의 10세손이다. 그는 시인의 오묘한 취지를 얻어 선조의 精華를 전하였으니, 詞는 대체로 화려하고도 윤택하며 律은 청아하고 건장함을 숭상하였음에 한 때의 詞人들이 그를 본보기로 삼지 않음이 없었다.

【9】《보행》에 이르기를「《춘추》를 읽고《좌전》을 외우면 아침 내내 마음은 전장의 진영에서 노닐고 입으로는 술책과 모사를 연설하므로 불법을 돕고자 하는 자들이 멀리하는 것이다. 노자와 장자와 공자와 맹자의 서적 같은 것은 그 글이 인의를 넓히고자 하는 까닭에 새롭게 도에 들어가는 것을 배우는 문호가 되므로 또한 때때로 살펴볼 만 하다」 하였다.《곤나야》중에서, 부처님은 비구들이 하루를 3등분하여 처음과 중간의 두 차례 동안에는 불경을 읽고 저녁에는 외도의 서적을 읽는 것을 허락하셨다고 하였다.《열선전》에 이르기를 「어떤 사람이 산에 들어가 도를 구하자 노군이 쇠망치를 주며 돌을 뚫어라 함에 돌의 두께는 5척이나 되었는데, 만약 능히 뚫는다면 곧 도를 얻을 것이라 하였다. 밤낮으로 그것을 뚫기를 40일 동안 하여 돌을 뚫고는 仙丹을 얻어 마침내 신선이 되었으니, 일컬어 鑽極이라 한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