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문경훈(緇門警訓)

잡록雜錄 / 명교숭선사존승편明敎嵩禪師尊僧篇

通達無我法者 2008. 3. 17. 18:35
 

 

잡록雜錄


명교숭선사존승편明敎嵩禪師尊僧篇[1]

 

敎必尊僧, 何謂也? 僧也者, 以佛爲姓, 以如來爲家, 以法爲身, 以慧爲命, 以禪悅[2]爲食故, 不恃俗氏, 不營世家, 不修形骸, 不貪生‧不懼死, 不溽乎五味.[3] 其防身有戒, 攝心有定, 辨明有慧. 語其戒也, 潔淸三惑[4]而畢身不汚; 語其定也, 恬思慮正神明而終日不亂; 語其慧也, 崇德辨惑[5]而必然; 以此, 修之之爲因, 以此, 成之之爲果. 其於物也, 有慈有悲, 有大誓有大惠. 慈也者, 常欲安萬物; 悲也者, 常欲拯衆苦; 誓也者, 誓與天下見眞諦; 惠也者, 惠群生以正法. 神而通之, 天地不能掩; 密而行之, 鬼神不能測. 其演法也, 辯說不滯; 其護法也, 奮不顧身, 能忍人之不可忍, 能行人之不能行; 其正命也,[6] 丐食而食, 而不爲耻; 其寡欲也, 糞衣[7]綴鉢[8]而不爲貧; 其無爭也, 可辱而不可輕; 其無怨也, 可同而不可損. 以實相待物, 以至慈修己, 故其於天下也, 能必和, 能普敬. 其語無妄故, 其爲信也至; 其法無我故, 其爲讓也誠; 有威可敬,[9] 有儀可則, 天人望而儼然. 能福於世, 能導於俗. 其忘形也, 委禽獸而不悋; 其讀誦也, 冒寒暑而不廢; 以法而出也, 遊人間徧聚落,[10] 視名若谷響, 視利若遊塵, 視物色若陽艶;[11] 煦嫗貧病,[12] 瓦合輿擡而不爲卑;[13] 以道而處也, 雖深山窮谷, 草其衣‧木其食, 晏然自得, 不可以利誘, 不可以勢屈, 謝[14]天子‧諸侯而不爲高; 其獨立也, 以道自勝, 雖形影相弔而不爲孤; 其群居也, 以法爲屬, 會四海之人而不爲混;[15] 其可學也, 雖三藏十二部‧百家異道之書, 無不知也, 他方殊俗之言, 無不通也, 祖述[16]其法則有文有章也,[17] 行其中道則不空不有也; 其絶學也, 離念淸淨, 純眞一如, 不復有所分別也. 僧乎! 其爲人至, 爲其心博,[18] 其爲德備, 其爲道大, 其爲賢非世之所謂賢也, 爲其聖非世之所謂聖也, 出世殊勝之賢聖也. 僧也如此, 可不尊乎?

불교에서 반드시 승려를 존경함은 무엇을 말함인가? 승려란 부처님으로써 성씨를 삼고 여래로써 집을 삼으며 법으로써 몸을 삼고 지혜로써 생명을 삼으며 선정의 희열로써 음식을 삼는 까닭으로, 세속의 성씨에 기대지 않고 세간의 집을 꾸리지 않으며 형상을 닦지 않고 삶을 탐하거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다섯 가지 맛에 젖어들지 않아야 한다.

그 몸을 가로막아 보호함에는 계행(戒)이 있고 마음을 다독거려 거두어들임에는 선정(定)이 있으며 분별하여 밝힘에는 지혜(慧)가 있다. 그 계를 말하자면 세 가지 미혹됨을 깨끗이하여 이 몸이 다하도록 더럽히지 않는 것이요, 그 정을 말하자면 사려를 고요히 하고 신명을 바르게 하여 종일토록 어지럽히지 않는 것이요, 그 혜를 말하자면 도덕을 숭상하고 의혹을 밝힘이 필연적이니, 이로써 그것을 닦음을 인因이라 하고 이로써 그것을 이룸을 과果라 한다.

만물에 대해서는 자애로운 마음이 있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이 있으며 커다란 서원이 있고 커다란 은혜가 있다. 자애로움이란 항상 만물을 편안하게 하고자 함이요, 가엾게 여김이란 항상 중생의 괴로움을 덜어주고자 함이요, 서원이란 천하와 더불어 참된 법 보기를 서원함이요, 은혜라는 것은 여러 무리의 중생들에게 베풀기를 바른 법으로써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문의 자세는] 신기롭고도 통하기에 천지가 능히 가리우지 못하고, 은밀히 행하기에 귀신도 능히 예측할 수 없다.

법을 연설하면 말이 뛰어나 막히지 않으며, 법을 수호하면 떨치고 일어남에 몸을 돌아보지 않으니 사람들이 참지 못하는 것을 능히 참아내고 사람들이 행하지 못하는 것을 능히 행하며, 생명을 바르게 가짐에는 밥을 빌어서 먹더라도 부끄러움으로 여기지 않으며, 욕심을 적게 가짐에는 누더기 옷과 꿰맨 발우라도 가난하게 여기지 않으며, 다툼이 없음에는 [자신이] 욕됨을 받을지언정 [상대를] 가벼이 여기지 않으며, 원망함이 없음에는 [상대방의 입장과] 같아지려고 할지언정 손해나게 하지는 않는다.

참된 모습으로써 만물을 대하고 지극한 자애심으로 자신을 닦으니, 그러므로 천하에 대해서는 반드시 화목할 수 있고 널리 공경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말에 허망된 것이 없는 까닭에 그 믿음 또한 지극한 것이며, 그 법에 나 자신이 없는 까닭에 그 겸양 또한 진실스러운 것이다. 위엄(威)이 있음에 가히 공경스럽고 품의(儀)가 있음에 가히 본받을 만하니 하늘사람이 우러러보고 정중히 여기며, 능히 세상에 복을 내려 주고 능히 세속을 이끌어 간다.

형상을 잊음에는 금수에게 던져 주어도 아까워하지 않으며, 경전을 독송함에는 추위와 더위를 무릅쓰고 그만두지 않으며, 법을 위하여 세상에 나감에는 사람들 사이에서 노닐고 취락을 두루 다니되 명예 보기를 마치 골짜기의 메아리 같이 여기고 이익 보기를 마치 떠다니는 먼지 같이 여기고 물질 보기를 마치 아지랑이 같이 여기며, 가난하고 병든 자들을 따뜻하게 보살핌에는 노복과 뒤섞이더라도 천하게 여기지 않으며, 도를 위하여 처신할 때는 비록 깊은 산 궁벽한 골짜기에서 풀잎으로 옷을 입고 나무열매로 먹거리를 삼더라도 마음에 편히 여기고 만족하게 생각하니 이익으로써 가히 유혹할 수 없고 권세로써 가히 굴복시킬 수 없고 천자나 제후의 자리를 떠나고도 스스로를 높게 여기지 않으며, 홀로 우뚝 섬에는 도로써 스스로를 이겨내니 비록 형상과 그림자가 서로 불쌍히 여기더라도 외롭다 여기지 않으며, 무리지어 거처함에는 법으로써 권속을 삼으니 사해의 사람들이 모두 모일지라도 혼잡하게 여기지 않으며, 가히 배울 만함은 비록 삼장과 12부 및 제자백가와 외도들의 글이라 하더라도 알지 못하는 것이 없고 다른 지방의 특이한 풍속의 말이라도 통하지 않는 것이 없으니 법을 찬술하면 곧 참다운 글귀가 있고 참다운 문장이 있으며, 중도를 행하면 곧 공空도 아니요 유有도 아니며, 배움을 끊음에는 잡념을 여의고 청정하여 그 순수하고 참됨이 한결 같으니 거듭 분별하는 바가 있지 않게 되는 것이다.

‘승려’란 그 사람됨이 지극하고 그 마음 됨이 넓으며 그 덕됨이 두루 갖추어져 있고 그 도 됨이 크며, 그 어짊은 세속에서 말하는 바의 어짊이 아니고 그 성스러움은 세속에서 말하는 바의 성스러움이 아니니 세속을 벗어난 수승한 어짊과 성스러움이다. 승려란 것이 이와 같으니 어찌 존숭하지 않으리요.

【1】師諱契嵩, 鐔津.李氏子, 嗣洞山.曉聰禪師. 作《原敎論》十萬言, 以抗韓愈排佛之說, 仁宗皇帝覽而嘉之, 勑入大藏流行, 賜號明敎大師.

【2】禪定資神, 輕安適悅, 爲禪悅.

【3】《禮記》云: 「飮食不溽.」 注: 恣縱食味爲溽, 溽之言, 欲也.

【4】殺‧盜‧婬.

【5】尊崇道德, 辨明疑惑. 又凡人若能知所當爲而無爲利之心, 其德自此而愈高, 不然而少有利欲之心, 德不崇矣. 惑之甚者, 必起於微細, 能辨之於早則不至於大惑矣. 故, 懲忿所以辨惑也.

【6】知時乞食, 不以邪命, 是爲正命.

【7】南山云: 「人之所棄, 無復堪用, 義同糞掃, 體是賤物. 離自貪着, 必不爲王賊所害, 得資身長道也.」

【8】世尊, 成道三十八年, 赴王舍城國王請. 食訖, 令羅云「洗滌」, 失手扌暴鉢, 以爲五片, 佛言: 「我滅後, 初五百年, 諸惡比丘分毘尼藏爲五部.」 因以綴之, 故云綴鉢. 扌暴音朴, 擊聲也.

【9】或作警.

【10】《善見》云: 「無市曰村, 有市曰聚落.」 聚‧衆也, 落‧居也.

【11】陽焰同. 陽艶, 風塵與日光交者也. 或云遊絲.

【12】《禮記》註云: 「天以氣煦之, 地以形嫗之, 天覆煦而地嫗育.」 此言, 憐愍貧病, 若天地之覆育萬物也. 又煦者, 陽氣和於萬物; 嫗者, 婆心撫乎兒孫.

【13】《禮記》「毁方而爲瓦合.」 註云: 「陶瓦之事, 其初則圓, 剖而四, 其形則方, 毁其圓以爲方, 合其方而爲圓. 盖於函容之中, 未嘗無分辨也.」《左史》曰: 「天有十日, 人有十等.」 註云: 「王臣曰公, 公臣曰大夫, 大夫臣曰士, 士臣曰包, 包臣曰輿, 輿臣曰隸, 隸臣曰僚, 僚臣曰僕, 僕臣曰擡.」

【14】棄也, 絶也.

【15】雜也.

【16】仲尼祖述堯‧舜, 註: 祖本也. 又遠祖諸古, 近述諸今.

【17】五色錦而成文, 黑白合而成章. 又粲然有文, 蔚然有章.

【18】與普同, 廣也, 大也.

【1】선사의 휘는 계숭이요 심진 이씨의 아들로서 동산 효총선사의 법을 이었다. 10만 자에 이르는《원교론》을 지어 한유의 척불론에 대항하였더니 인종황제가 그것을 살펴보고는 가상히 여기고 칙서를 내려 대장경 안에 포함시켜서 유포시키게 하고는 ‘명교대사’라는 호를 하사하였다.

【2】선정이 정신을 도와서 가벼이 편안하며 쾌적한 기쁨을 지니면 禪悅이 된다.

【3】《예기》에 이르기를 「음식에는 깊게 젖어들지 말라」 하였는데 그 주석에서, 음식의 맛에 거리낌없이 빠져들면 溽이 되는데 溽이란 욕심(欲)을 말한다.

【4】살생과 절도와 사음이다.

【5】도덕을 존숭하고 의혹을 분명히 밝힘이다. 또한 무릇 사람이 만약 응당 해야 할 바를 능히 알되 이익을 위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 덕은 그로부터 더욱 높아질 것이며, 그렇지 않고 조금이라도 이익이나 욕망의 마음이 있다면 그 덕은 숭고하지 않을 것이다. 미혹 가운데 정도가 심한 것이라도 필시 미세한 것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니 조기에 능히 분별할 수 있다면 커다란 미혹으로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분노를 삼가함은 미혹을 분별하기 위함이다.

【6】때를 알아 걸식함에 邪命으로써 하지 않으면 곧 正命이 된다.

【7】남산이 말하였다. 「사람이 버리는 바로서 감히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 함은 의미로는 똥걸레 같은 것이며 그 실체는 곧 천한 물건을 말한다. 탐욕과 집착을 여의면 필시 제왕이나 도적에게 해악을 입는 바가 되지 않으며 몸을 돕고 도력을 증장시킴을 얻을 것이다.」

【8】세존께서 성도한지 38년만에 왕사성 국왕의 청에 나아갔다. 공양을 마치고 라후라에게 씻어라 하였더니 실수하여 발우를 깨트려 다섯 조각이 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입멸한 후 처음 오백년 동안에 모든 사악한 비구들이 율법을 나누어 다섯 부로 할 것이다」 하시고는 그것을 꿰매었기에 綴鉢이라 일컫는다. 음은 박(朴)이며 부딪쳤을 때 나는 소리이다.

【9】혹은 警으로 되어 있기도 하다.

【10】《선견》에 이르기를 「시장이 없는 곳을 村이라 하고 시장이 있는 곳을 聚落이라 한다」 하였다. 聚는 무리(衆)이며 落은 거주함(居)이다.

【11】陽焰(아지랑이)과 같다. 陽艶이란 바람에 이는 먼지가 빛과 더불어 교차하는 것이다. 혹은 遊絲(아지랑이)라고도 한다.

【12】《예기》의 주석에 이르기를 「하늘은 기운으로써 따뜻하게 하고 땅은 형상으로써 따뜻하게 하니, 하늘은 덮어서 따뜻하게 하고 땅은 따뜻하게 하여 양육함이다」 하였으니, 이는 빈곤하고 병든 이들을 불쌍히 여기는 것이 마치 하늘과 땅이 만물을 덮어 양육함과 같음을 말한다. 또한 煦란 양기가 만물에 화합함이요 嫗란 할미의 마음으로 자손을 어루만짐이다.

【13】《예기》에 「모난 것을 허물어 瓦合이 되다」 하였는데 주석에 이르기를 「도자기란 것은 애초에 둥근 것을 쪼개어 넷이 되게 하면 그 형상이 모가 나게 되는데 둥근 것을 허물어서 모가 나게 된 것이요 그 모난 것을 합하면 둥근 것이 되니, 대개 函容한 가운데에서는 나누어 분별함이 없지는 않다」 하였다.《좌사》에 이르기를 「하늘에는 十日이 있고 사람에게는 十等이 있다」 하였는데 주석에 이르기를 「왕의 신하를 公이라 하고, 공의 신하를 大夫라 하고, 대부의 신하를 士라 하고, 사의 신하를 包라 하고 포의 신하를 輿라 하고, 여의 신하를 隸라 하고, 예의 신하를 僚라 하고 요의 신하를 僕이라 하고, 복의 신하를 擡라 한다」고 하였다.

【14】버리는 것이요 단절시킴이다.

【15】잡다함이다.

【16】중니가 요순의 도를 본받아 서술하여 밝혔다 하고는 그 주석에서 祖는 근본(本)이라 하였다. 또 멀리로는 모든 옛것들을 본받아 모방하고 가까이는 모든 지금의 것을 서술하여 밝힌다 하였다.

【17】오색비단으로 文을 이루고 흑백이 합쳐져 章을 이룬다. 또는 찬연함에 文이 있게 되고 울연함에 章이 있게 되었다.

【18】普와 더불어 같으니 넓다는 것이요 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