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이비설신의 無眼耳鼻舌身意
집착할 것 없는 눈의 작용
'무안이비설신의'無眼耳鼻舌身意도 '공중空中무안이비설신의'와 같습니다. 눈의 작용, 귀의 작용, 코의 작용, 혀의 작용, 뜻의 작용에도 집착하지 말라는 말인데 이 부분은 지금부터 하나씩 차례로 짚어보겠습니다.
무게7g, 부피 6.5㎤, 지름2.4㎝ 정도로 탁구공만한 눈은 우리가 인식하는 정보의 80%이상을 담당합니다 눈이 뇌에 본 것을 전달하는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습니다.
외부의 광선이 눈에 들어오면 각막-수정체-유리체-망막 순으로 전달되는데, 망막에 전달된 시각물질이 화학적 변화를 거쳐 시신경이 흥분시키면 이것이 전도로를 통해 대뇌의 감각피질에 전달되어 시각을 느낍니다. 이 전달 과정 중 하나라도 고장이 나면 볼 수 없게 됩니다.
한편 각막이나 수정체는 문제가 생길 경우 대체하면 시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탁해지는 병인데 인공수정체로 간단히 대체하면 됩니다. 사실 저도 한쪽 눈에 이 인공수정체가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녹내장과 같은 병으로 안압이 증가해 시신경을 압박하거나 당뇨병의 합병증 등으로 시신경이 손상되면 사실상 시력의 회복이 어렵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대 의학은 시신경만 살아있으면 인조 눈으로 볼 수 있게 할 수있게 하는 데까지 발전했습니다. 다음은 2005년 4월1일자 조선일보 기사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점으로 이뤄진 형태로 사물을 볼 수 있는 생체공학적 인조 눈(眼)이 개발됐다고 영국의 BBC 인터넷판이 5일 보도했다.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의 기슬린 대그넬리 박사가 개발한 이 인조 눈은 안경에 내장된 미니 비디오카메라와 연결된 컴퓨터 칩을 눈 뒤쪽의 망막에 삽입한 것으로 비디오카메라에 잡힌 영상이 이 컴퓨터 칩에 전달되면 컴퓨터 칩이 이를 뇌가 해석할 수 있는 파동으로 바꾸어 뇌에 전달하는 것이라고 BBC는 전했다. 대그넬리 박사는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영국왕립실명회복연구소 학술회의에서 이 같은 인조 눈 개발을 발표하고 앞으로 1년 안에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그넬리 박사는 망막에 심어지는 칩에는 미니 전극들이 들어있어서 전극 하나가 자극을 받으면 살아 남아있는 시신경을 자극해 시각장애인은 하나의 점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눈이 두개인 이유는 거리감을 느끼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한쪽 눈을 감고 볼펜을 적당한 거리에 놓은 뒤 손으로 볼펜을 집으려 시도해 보십시오. '일목요연'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헛손질을 하실 겁니다.
눈은 사물을 보고 인식하게 만드는 감각기관 중 가장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기능이 제한적이라 확신하지 말라는 것이 반야심경의 가르침인데, 그 제한적 기능이 무엇인지까지는 굳이 설명드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일상생활을 통해서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은 사실 별로 문제가 되질 않습니다. 정작 문제는 신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종교가 그들의 눈을 만족시키는데 점점 '혈안'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일이라는 불사佛事라는 명목으로 하는 대부분의 일이 반야심경에서 말하는 집착하지 말아야 할 대상인 눈을 만족시키기 위한 '투자'로 보입니다. 불교신도들 또한 '눈에 띄는 일'이 아니면 보시를 하려하지 않으니 불교의 발전이 어렵다는 게 제가 '보는' 한국불교입니다.
※ 성법스님 저서 '마음 깨달음 그리고 반야심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