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이야기·지묵스님

“무엇이 진언입니까?”/지묵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12. 12. 03:44

 

 

“무엇이 진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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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스님이 여쭈었다. “상상근기 사람은 일촉즉발로 단박에 깨닫게 하십니다만, 하하근기 사람이 왔을 때에는 어떻게 하십니까?”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자네는 상-상-근-기-냐-? 하-하-근-기-냐-!”

어떤 사람이 여쭈었다. “청컨대 화상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허-, 대-화-에- 주-인-이- 없-구-나-!”

어떤 스님이 여쭈었다. “저는 여기까지 7천리 길을 찾아 왔는데요. 심술을 내지 마십시오.”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자네 질문한 것에 의거해 보건데 심-술-을- 내-지- 않-겠-는-가-? ”

질문한 스님은 하룻밤을 묵고 떠나버렸다.

강설 / 사실 상상근기니 하하근기니 하는 구별은 하하근기의 말이다. 조주스님을 포함한 대선지식은 모두를 상상근기로 접대한다.

법을 위해 7천리 길을 온 대단한 스님도 결국은 하룻밤 유숙한 것으로 막을 내린다. 옛날에는 걷는 일이 허다하였다. 우마차나 가마가 있었다고는 하나 그건 상류층의 교통수단이었다. 그 멀고 먼 길에서 일생일대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극적인 순간이지만 조주스님을 친견하는 법석에서 대화가 막혀버렸다. 조주스님이 심술꾼이라고 보고 떠난다.

정맥이냐, 종맥이냐

법맥을 이엇느냐

못 이엇느냐 하는 생각은

공부와 별개의 문제다



어떤 스님이 여쭈었다. “방계(傍系, 종손 정맥이 아닌 계맥)도 잇지 못한 사람은 어떻습니까?”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누-구-신-가-?”

학인이 말하였다. “혜연(惠延)이라고 합니다.”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뭘 묻는 건가?”

학인이 대답하였다. “방계(傍系)를 잇지 않은 사람입니다.”

조주스님이 손으로 등을 다독거려주었다.

강설 정맥이냐, 종맥이냐, 법맥을 이엇느냐, 법맥을 못 이엇느냐, 하는 생각은 공부와는 별개의 문제. 자비의 손길로 어리석은 질문을 하는 스님을 다독거려 주시는 조주스님이시다. “이 사람아, 좋아, 좋아!”

어떤 스님이 여쭈었다. “무엇이 납자 문하(衲子門下)의 일입니까?”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자-신-을- 속-이-지- 마-!”

강설 / 지금도 조주스님의 속이는 말씀. 이 말씀에 속지 마시기 바란다.



어떤 스님이 여쭈었다. “진여와 범부, 성인은 다 꿈속의 말입니다. 무엇이 실다운 말씀 - 진언(眞言)입니까?”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두 번 다시 번복해서 이- 말- 저- 말-로- 바-꾸-지 않-는- 말-!”

학인이 여쭈었다. “이 말 저 말은 그만 두고 무엇이 실다운 말씀 - 진언(眞言)입니까?”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옴- 부-림- 바-!”

강설 / 진언, 진언 하고 물으니 진언은 허다하다. 관세음 보살 육자대명왕 진언 - 옴 마니 반메 훔(세번)



어떤 스님이 여쭈었다. “무엇이 조주(趙州, 조주 마을과 조주 스님의 두가지 뜻)입니까?”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동-문-, 서-문-, 남-문-, 북-문-이- 있-네-!”

어떤 스님이 여쭈었다. “선정이란 무엇입니까?”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선-정- 아-님-이-지-!”

학인이 여쭈었다. “선정 아님은 무엇 때문입니까?”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활-물-(活物, 살아있는 물체)! 활-물-(活物, 살아있는 물체) 때-문-이-야-!”

강설 / 화석 같이 굳은 선정은 선정 그대로이나 살아있는 활물로서의 선정은 선정도 떠난다는 사실.

지묵스님 / 장흥 보림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