示衆〈14-19〉
≪주해≫
* 1) 향외무법(向外無法) 운운 : 이 구절은 앞의 〈11-13〉에서 나온.「밖으로 범부나 성인의 차별경계에도 집착하지 않고, 안으로 마음의 근원적인 법칙에도 머물지 않는다〔外不取凡聖 內不住根本〕」또는〈13-14〉의,「마음 밖에도 달리 진리가 있지 않으며, 마음 안에도 또한 얻을 바가 없다〔心外無法 內亦不可得 〕」라는 의미가 같이 쓰인다.
* 2) 이취산승구리어(儞取山僧口裏語) 운운 :「나의 말을 따르기보다는 그대 스스로를 다스리는 것이 낫다」라는 의미.
* 3) 기기자막속(己起者莫續) 운운 : 기기(己起)는 망념(妄念), 미기(未起)는 무심(無心),《조당집》6에서는,「무엇이 도(道)의 병(病)인가? 없는 망념을 일으키는 것이다. 무엇이 약인가? 애초에 망념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라고 되어 있다.《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에서는「미기(未起)로써 마음을 가다듬고, 만약 이미 일어난 마음이 있거든 붙잡고 있지 말라」고 되어 있다.
* 4) 행각(行脚) 운운 : 선(禪) 수행자(修行者)가 스승과 벗을 찾아 여행하는 것. 향상(向上)이든 향하(向下)이든.
* 5) 옥리가구자(屋裏家具子) : 신변 소도구(身邊小道具).
* 6) 삼계부자도(三界不自道) 운운 :「삼계(三界)는 스스로 선하거나 약하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뜻.
〈14-20〉
≪주해≫
* 1) 보리수(菩提樹) : 이 나무 밑에서 석존(釋尊)이 깨달음을 얻은 것을 기리기 위해 지혜(智慧)의 나무라고 부른다. 원래 범어 이름은 핍팔라(pippala) 수(樹)라고 한다. 여기서는《육조단경》에 실려 있는 신수(神秀)의,「몸은 곧 보리수요, 마음은 명경대와 같다〔身是菩提樹 心如明鏡臺〕」라는 게송(偈頌)에 의한 설명.
* 2) 무명수(無明樹) : 무명수는 보리수의 대구(對句) 표현. 무명(無明, avidya)이란 인간의 원초적인 불안과 위기의 원인.《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에서는,「마음의 성품은 항상 무념(無念)인 까닭에 이름하여 불변(不變)이라고 한다. 일심의 법계〔一心法界〕를 요달(了達)하지 못하고 홀연히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무명(無明)이라고 한다」고 되어 있다.
* 3) 무명무주처(無明無住處) 운운 : 번뇌란 실체가 없는 것이며, 고정되어 있지도 않다. 파도는 물의 움직임을 뿐이라는 뜻.
* 4) 육도사생(六道四生) : 육도는〈12-1〉을 보라. 사생(四生)이란 생명체가 몸을 받아 태어나는 네 가지 방식. 난생(卵生; 鳥類), 태생(胎生; 인간과 포유류), 습생(濕生: 벌레), 화생(化生; 天上과 지옥의 생물).
* 5) 피모대각(披毛戴角) : 동물. 전신(全身)에 털이 덮여 있고, 머리에 뿔이 난 짐승.《전등록》28 약산(藥山)의 시중(示衆)에는 이 일단(一段)과 같은 내용이 설해져 있다. 대(戴)는 재(載)와 같은 자(字).
* 6) 청정신계(淸淨身界) : 청정신(淸淨身)과 같다. 신계(身界)는 18계(十八界; 六根․六境․六識) 중의 하나.
* 7) 법희선열(法喜禪悅) 운운 : 출세간(出世間) 오식(五食)의 두 가지. 법회식(法喜食)과 선열식(禪悅食)으로서 법신(法身)을 돌봄.
* 8) 갱무힁병(更無橫病) : 갑작스러운 죽음에 이를 정도의 병.
* 9) 보리무주처(菩提無住處) 운운 :《유마경》관중생품(觀衆生品)의 내용에 의한 듯하다.《전심법요》에도 인용되어 있다.
〈14-21〉
≪주해≫
* 1) 갱의개십마(更疑箇什麽) :「다시 무엇을 의심한다는 말인가.」갱(更)은 힐문(詰問)은 나타내는 강한 어기(語氣)를 뜻함.
* 2) 고인(古人) : 인도(印度) 제 22조 마나라(摩拏羅) 존자(尊子). 어느 때 존자는 학(鶴)의 무리를 향하여 이 게송을 읊었다. 학들은 존자의 게송을 듣고 울면서 날아갔다. 존자는 학들이 날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고요히 앉아 입적했다. 이 게송은 《보림전(寶林傳)》5에도 나오며 당시 선승(禪僧)들간에 애송되었던 게송이다. 스타인(Stein) 모집 돈황사본(敦惶寫本) 중의〈조사(祖師)의 게(偈)〉에도 보인다.
〈14-22〉
≪주해≫
* 1) 사활순연(死活循然) : 여기서 순연(循然)의 뜻은 분명하지 않지만「차서(次序)가 있는 모양」이라고 한다. 정연(整然)한 모양. 차근차근 작략(作略)이 전개되어 진의(眞意)를 쉽게 알 수 없음을 나타낸다.
* 2) 자세(子細) : 매우 상세히.
* 3) 여주객상견(如主客相見) 운운 : 주인과 손님이 서로 만나 인사를 나눔.
* 4) 혹파기권희로(惑把機權喜怒) 운운 : 방편으로 기쁘고 노한 감정을 나타냄.
* 5) 혹승사자(或乘獅子) 운운 : 문수, 보현의 경계를 나타내는 것. 사자를 타는 것은 문수보살로써 지혜의 용맹함을 나타내며, 코끼리를 타는 것은 보현보살로서 실천의 상징. 여기서는 일반적으로 스승과 제자를 가리킨다.
* 6) 여유진정학인(如有眞正學人) 운운 : 본문 이하는 스승과 제자의 문답상량(問答商量)에 대한 네 가지 경우를 나타낸 것. 임제의 사빈주(四賓主)의 칙(則)이라는 《벽암록》제 38칙에 인용되어 있다.
* 7) 교분자(膠盆子) : 아교풀을 담는 그릇. 아교불처럼 끈적끈적 붙어서 사람을 어리석게 만드는 말장난에 넘어가 수족(手足)의 자유를 잃게 됨.
* 8) 전인불긍방(前人不肯放) :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음. 전인(前人)은 사가(四家).
* 9) 고맹지병(膏盲之病) 운운 : 불치(不治)의 큰 병. 고(膏)는 심장(心臟)의 하부(下部), 맹(盲)은 격막(膈膜)의 상부(上部)를 가리킨다. 이 곳에 병기(病氣)가 들어가면 절대 낫지 않는다고 한다.
* 10) 객간주(客看主) : 객(客; 弟子)이 주인(師家))을 간파(看破)하는 경우. 이것을 악주호빈(惡主好賓)이라고 한다.
* 11) 수학인문처즉탈(隨學人問處卽奪) : 학인의 질문마다 제압해 버림.
* 12) 저사(抵死) : 죽기를 무릅쓰고.
〈14-23〉
≪주해≫
* 1) 응일개청정경(應一箇淸淨境) 운운 : 하나의 청정한 경계를 가지고 선지식 앞에 나타나다.
* 2) 대호선지식(大好善知識) : 학인이 선지식을 야유하는 말.
* 3) 돌재 불식호악(咄哉不識好惡) :「아아!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로구나!」돌재(咄哉)는 탄식하는 소리.
* 4) 주간주(主看主) : 주객동격(主客同格)으로 우열(優劣)을 가릴 수 없음을 가리킴.
* 5) 혹유학인 피가대쇄(或有學人披枷帶鎖) 운운 : 목에 씌우는 형틀, 손발에 채우는 자물쇠와 같은 문자언구에 사로잡혀서 깨어나지 못함을 가리킨 것.
* 6) 객간객(客看客) : 수행자도 사가(師家)도 안목(眼目)이 없는 경우.
〈14-24〉
≪주해≫
* 1) 식정대난(寔情大難) 운운 : 진실한 도심(道心)을 일으키기가 정말 어렵다는 뜻. 불법유현(佛法幽玄)이란, 불교의 가르침은 순일무잡(純一無雜)하고 광대무변(廣大無邊)하므로 발심(發心)하여 체구연마(體究鍊磨)해야 한다는 뜻.
* 2) 해득가가지(解得可可地) : 가가(可可)는 상당하다는 의미의 속어. 여기서는 상당히 알고 있는 것처럼 우쭐거린다는 뜻.《한산시(寒山詩)》에는,「옛날에도 상당히 가난했지만 오늘 아침은 매우 춥고 배고프구나〔昔日可可貧 今朝最貧凍 〕」라는 구절이 있다.
* 3) 여타설파(與他說破) :「그대에게 설파해 주었건만.」여(與)는 주었다는 뜻. 타(他)는 하구(下句)의 학자를 가리킨다.
* 4) 학자총부재의(學者總不在意) : 학인 자신의 본분견처를 문제삼지 않고 있다는 말. 임제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표현이 아니다.《조당집》16 황벽(黃檗)의 장(章)에도,「그대들은 또한 정신을 차려서 깨달음에 뜻을 두고 부지런히 노력할지언정, 어물거리면서 시간을 헛되어 보내지 말라」라고 설하고 있다.
* 5) 천편만편(千徧萬徧) 운운 : 누구도 자신이 딛고 서 있는 대지가 바로 깨달음의 장소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말.「흑몰준지(黑沒焌地)」는 불이 꺼져서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캄캄한 어둠. 이 경우 흑(黑)은 본래면목(本來面目)을 형용한다. 뒤에 나오는〈14-39〉의「처처흑암(處處黑暗)」을 보라.
* 6) 부사시행(負死屍行) : 죽은 시체〔死屍〕는 아무 쓸모 없는 물체. 진정한 견해를 자각하지 못한 것을 꾸짖는 말.
* 7) 담각담자(擔却擔子) : 번뇌망상을 지고 다니는 것. 불조(佛祖)라는 명구(名句)에 집착하여 선(善)이다, 미(美)다 하는 견해를 내는 것.
〈14-25〉
≪주해≫
* 1) 산승설향외무법(山僧說向外無法) 운운 :「향외무법(向外無法)」은〈14-19〉를 보라.「향리작해(向裏作解)」는 안으로 구하는 것도 억측(臆測)이라는 말.
* 2) 의벽좌(倚壁坐) 운운 : 고요한 선당(禪堂)에 면벽묵좌(面壁黙坐)하는 모습. 좌선의 방법에 대해서 옛부터 잘 알려진 것으로는 천태지의(天台智顗 538~598)의 《소지관(小止觀)》, 종밀(宗密)의《원각도량수증의(圓覺道場修證儀)》17에 상세하다.
* 3) 조문(祖門) 운운 : 조사선(祖師禪)의 입장.〈1-1〉의 조종문하(祖宗門下)와 같다.
* 4) 인타무명위랑주(認他無明爲郞主) : 근본무명(根本無明)을 본심(本心)으로 오인(誤認)하는 것. 낭주(郎主)는 주인, 우두머리. 석정본(石井本)《신회록(神會錄)》말미의 돈교송(頓敎頌)에도 이 구절이 실려 있다.
* 5) 고인(古人) : 자세한 것은 불명(不明).《백장광록(百丈廣錄)》에는「교운(敎云)」이라고 인용되어 있다.
* 6) 담담흑암심갱(湛湛黑暗深坑) 운운 : 두 번 다시 나올 수 없는 깊고 어두운 구덩이. 담담(湛湛)은 깊다는 표현.《대혜서(大慧書)》26에는「흑산하(黑山下)의 귀신 굴〔鬼窟〕이라고 표현되어 있다.「활발발지(活潑潑地)」의 진인(眞人)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
* 7) 이약인타동자시(儞若認他動者是) 운운 :「움직이는 것에서 깨달음을 찾는다면 초목(草木)은 항상 바람에 흔들리고 있으니 도(道) 아님이 없지 않은가」라는 뜻.
* 8) 소이동자시풍대(所以動子是風大) 운운 :「소이(所以)」라는 구절은 이 문구가 인용되었음을 나타낸다. 불교의 법상(法相)은 동(動)의 본질을 바람의 성질이라고 보며, 부동(不動)의 본질을 땅〔地〕의 성질로 본다.
* 9) 동여부동(動與不動) 운운 : 움직이는 것도 움직이지 않는 것도 움직임 그 자체에는 아무런 자성적인 실체를 갖고 있지 않다는 뜻.
* 10) 비여잠천어(譬如潛泉魚) 운운 :《대승성업론(大乘成業論)》의 구절. 원래 의미는 안에는 사업(思業)이, 밖에는 구업(口業)과 신업(身業)이 나타난다는 것이나, 사업에도 무표업(無表業)이 있다는 유식적(唯識的)인 입장을 보여 준다. 고파(鼓波)는 물고기가 파문을 그리며 수면에 뛰어오르는 것. 뒤에 나오는〈14-30〉에 보인다.
* 11) 환시무의도인(還是無依道人) 운운 : 동(動), 부동(不動)도 모두 우리들의 업(業)의 움직임일 뿐이며, 결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