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臨濟錄)

임제록강설/상당13/무비스님

通達無我法者 2007. 8. 29. 14:51
상당 13


6-2 우물 속에 빠져버렸다

問, 祇如石室行者 踏碓忘却移脚 向什麽處去 師云, 沒溺深泉이니라

한 스님이 물었다

“저 석실행자가 방아를 찧다가 다리 옮기는 것을 잊어버렸다 하니 어느 곳으로 간 것입니까?

임제스님이 말하였다

“깊은 우물 속에 빠져 버렸다.”


강의 ; 석실행자는 청원(靑原)스님의 4세손인 석실선도(善道)스님을 말한다.

당나라 무종(武宗,814-846)이 도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배척하는 일로 인하여 스님은 속복을 입고 살았다.

그 후 법난이 끝나고 불교가 다시 회복되었으나 석실스님은 늘 속복을 입고 있었다.

그래서 행자(行者)라고 불리게 되었다.  

석실행자는 정진이 순일하여 디딜방아를 찧다가 생각이 끊어져서 다리 옮기는 것을 잊어버렸다.

특기할만한 일이라 오랫동안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래서 “이러한 공부를 어떻게 생각하는가?”하는 뜻에서 “어느 곳으로 간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깊은 우물 속에 빠져서 죽어버렸다.”라고 했다.

일대사인연을 깊이 참구하다가 너무나 열중한 나머지 그와 같은 무심(無心)의 경지에 든 것도 드문 일이긴 하나 옳은 공부는 아니다.

방아를 찧는 사람이라면 방아를 잘 찧어야지 그렇게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목석이 되어버린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암담하지 않은가.

멀쩡한 사람이 목석이 되다니.

천하의 육조스님도 방아를 찧으며 행자생활을 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다리를 옮기는 것을 잊은 적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