話頭·參禪

[선의지침서] 고원상인에게 보이심 (몽산화상)

通達無我法者 2007. 12. 12. 10:21
고원상인에게 보이심


화두에 의심이 끊이지 아니하면 이 이름이 참의심이니, 만약 의심을 한 번 잠깐하고 또 의심함이 없으면 진심 (眞心)으로 의심을 발한 것이 아니라 주작(做作)에 속하느니라. 이런 연고로 혼침과 잡념이 다 마음에 들게 되느니라.

다시 앉음에 단정함을 요하느니라. 첫째는 수마(睡魔)가 오거든 마땅히 이 무슨 경계인가를 알아차려야 하리니, 겨우 눈꺼풀이 무거워짐을 깨닫거든 문득 정신을 차려 화두를 한두 번 소리내어 들어서 수마가 물러가거든 고대로 앉아 있고, 만일 물러나지 않거든 문득 땅에 내려 수십 보를 포행하야 눈이 청명해지거든 또 자리에 가서 천만 화두를 조고(照顧)하야, 한결같이 채찍하야 의심을 일으켜서 오래오래 하면 공부가 순숙하야 바야흐로 능히 힘을 덜게 되리라.

마음을 써서 화두를 들지 아니하여도 자연히 화두가 현전할 때에 이르르면, 경계와 몸과 마음이 다 이전 같지 아니하여 꿈속에도 또한 화두가 들리리니, 이와 같은 때에 큰 깨달음이 가까우리라.

문득 마음을 가져 깨달음을 기다리지 말지니라. 다만 동중(動中)과 정중(靜中)에 공부가 간단(間斷)이 없어야 하리니, 자연히 티끌 경계는 들어오지 아니하고 참경계는 날로 증진하야 점점 무명(無明)을 파할 역량이 있으리라. 역량이 충실하면 의단이 파하고 무명이 파하리니, 무명이 파하면 곧 묘도(妙道)를 보리라.

대저 참선은 묘함이 성성(惺惺)한 데 있으니, 영리한 자가 먼저 공안을 점검하야 바른 의심이 있거든 문득 급하지도 않고 늘어지지도 않게 화두를 잡드려서 밀밀이 광을 돌이켜, 스스로 관조하면 곧 쉽게 큰 깨달음을 얻어서 몸과 마음이 안락하리라.

만약 마음씀이 급한 즉 육단심(肉團心)이 동하야 혈기가 고르지 못한 등의 병이 생기리니 이 바른 길이 아니라, 다못 바른 신심을 발해서 진심(眞心)가운데에 의심이 있으면 자연히 화두가 현전하리라. 만약 용을 써서 화두를 들어 나갈 때엔 공부가 힘을 얻지 못하리라.

만약 동중(動中)과 정중(靜中)에 의심하는바 공안이 흩어지지 아니하고 뻗지르지도 아니하며, 화두가 급하지도 않고 느리지도 아니하야 자연 현전하면, 이와 같은 때에야 공부가 힘을 얻을리니 문득 이 경계를 지키어 가져서 항상 상속케 하야, 좌중에 다시 정력(定力)을 더하야 돕는 것이 요긴함이 되느니라.

홀연히 댓돌 맞듯 맷돌 맞듯 마음길이 한 번 끊어지면 문득 큰 깨달음이 있으리니, 깨달아 마치고서 다시 깨달은 뒤엣일을 물을지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