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

아비달마구사론 제 21 권

通達無我法者 2007. 12. 24. 21:36
[943 / 1397] 쪽
  
아비달마구사론 제 21 권
  
  존자 세친 지음
  삼장법사 현장 한역
  권오민 번역
  
  
5. 분별수면품 ③
  
  이와 같이 수면과 아울러 전(纏)을 세존께서 누(漏)와 폭류(瀑流) 등으로 설한 이유에 대해 이미 분별하였다.
  그렇다면 번뇌에는 오로지 그것만이 있다고 해야 할 것인가, 그 밖의 다른 것도 있다고 해야 할 것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결(結) 등의 차별로 말미암아
  다시 다섯 종류가 있다고 설하였다.
  由結等差別 復說有五種
  
  논하여 말하겠다. 즉 온갖 번뇌에는 결(結, samyojana)·박(縛, band- hana)·수면(anusaya)·수번뇌(隨煩惱, upaklesa)·전(pary-avasthana)이라는 뜻의 차별이 있기 때문에 [세존께서는] 다시 다섯 가지 종류로 설하고 있다.
  
  바야흐로 '결'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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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結)은 아홉 가지로서, 번뇌의 수[物]와 '취'가 동등하여
  견(見)과 취(取)의 두 가지 결을 별도로 설정하게 된 것이다.
  結九物取等 立見取二結
  
  두 가지는 오로지 불선이며,
  아울러 자력으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전(纏) 가운데 오로지 질(嫉)과 간(慳)만을
  별도로 건립하여 두 가지 결로 삼은 것이다.
  由二唯不善 及自在起故
  纏中唯嫉慳 建立爲二結
  
  혹은 자주 현행하기 때문이며
  비천함과 가난함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며
  두루 수번뇌[隨惑]를 현기하기 때문이며
  두 부류의 유정을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或二數行故 爲賤貧因故
  遍顯隨惑故 惱亂二部故
  
  논하여 말하겠다. 결에는 아홉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애결(愛結)이며, 둘째는 에결(恚結)이며, 셋째는 만결(慢結)이며, 넷째는 무명결(無明結)이며, 다섯째는 견결(見結)이며, 여섯째는 취결(取結)이며, 일곱째는 의결(疑結)이며, 여덟째는 질결(嫉結)이며, 아홉째는 간결(見結)이다.1)
  이 중에서 애결은 이를테면 3계의 탐(貪)을 말하며, 그 밖의 번뇌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바에 따라 그 상을 분별해 보아야 할 것이다.2)
  
  
1) 이러한 온갖 번뇌는 생에 대해 계박의 공능이 있기 때문에, 혹은 온갖 유정으로 하여금 괴로움과 화합하게 하기 때문에 '결'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애결은 3계의 탐(貪)을 말하며, 에결은 욕계의 진, 만결은 3계의 만, 무명결은 3계의 무명, 견결은 3계의 유신·변집·사견, 취결은 3계의 견취·계금취, 의결은 3계의 의, 질결과 간결은 10전 중의 욕계의 질·간을 말한다.
2) 에·질·간결은 오로지 욕계계(欲界繫)이며, 만·무명·견·취·의결은 3계계이다. 이를테면 무명결은 3계의 무지로서, 이는 소연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소의에 근거한 것이다. 즉 무명이 온갖 무루법을 소연으로 삼는 경우, 그 때에는 더 이상 어떠한 계(界)에도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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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결이란 이를테면 세 가지 견(유신·변집·사견)을 말하며, 취결이란 이를테면 두 가지 취(견취·계금취)를 말한다. 이와 같은 이치에 의거하였기에 어떤 이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혹 견과 상응하는 법으로서 애결(즉 탐)에 계박되지만 견결에는 계박되지 않는 것이면서 여기에 견수면이 수증(隨增)하는 경우가 있는가?
  있다.
  어떠한 것인가?
  집지(集智)가 이미 생겨나고 멸지(滅智)가 아직 생겨나지 않았을 때 견멸·견도소단의 두 가지 취(즉 견취와 계금취)와 상응하는 법이 바로 그것이다. 즉 그러한 상응법은 [자부(즉 멸·도제)의] 애결에 소연계(所緣繫)는 될지라도 견결계(見結繫)는 되지 않으니, 변행의 견결은 이미 영원히 끊어졌기 때문이며, 비변행의 견결에는 소연과 상응의 두 수증이 다 같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것에 견수면이 수증하는 일이 있는 것은, 두 가지 취의 견수면이 거기에서 수증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근거에서 세 가지의 '견'을 견결로 별도로 설정하였고, 두 가지의 '취'를 별도로 설정하여 취결로 삼은 것인가?
  세 가지 '견'과 두 가지 '취'는 번뇌의 수[物]와 취(取)가 동등하기 때문이다.3) 즉 그 같은 세 가지 '견'에는 열여덟 가지의 법이 있으며, 두 가지 '취'의 경우도 역시 그러하다. 그래서 '번뇌의 수가 동등하다'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 세 가지 '견'은 다 같이 동등하게 취해지는 것[所取]이고, 두 가지 '취'는 다
  
  
3) 즉 5견 중 3견을 '견결'로, 2취를 '취결'로 따로이 설정한 것은 양자의 수가 같으며, 능취(能取)와 소취(所取)로서 각기 동등하기 때문이다. 즉 견결의 경우, 유신견·변집견은 오로지 3계의 견고소단이며, 사견은 3계의 견4제소단이기 때문에 열여덟 가지가 있으며, 취결의 경우 계금취는 오로지 3계의 견고·견도소단이며, 견취는 3계의 견4제소단이기 때문에 역시 열여덟 가지가 있다. 또한 견취와 계금취는 유신견·변집견·사견을 뛰어난 것이라 집착하고 청정도라고 간주하기 때문에, 전자는 능취로서 동등하고 후자는 소취로서 동등하다. 그래서 각각을 취결과 견결로 독립시켜 9결의 하나로 설정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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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동등하게 능히 취하는 것[能取]이기 때문에 '취가 동등하다'고 말한 것이다. 그렇지만 '취해지는 것'과 '능히 취하는 것'으로서의 차별이 있기 때문에 [5견을] 두 가지의 결로 설정하게 된 것이다.
  어떠한 이유에서 전(纏) 가운데 '질'과 '간' 두 가지만을 결로써 건립하고, 그 밖의 다른 전은 결이라 하지 않는 것인가?4)
  이 두 가지는 오로지 불선의 번뇌로서, 자력으로 일어나는 자재기(自在起)이기 때문이다. 즉 오로지 이러한 두 가지 전만이 양쪽의 뜻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다른 전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이 같은 두 가지 전만을 결로 설정하게 된 것이다.5)
  그러나 전에 오로지 여덟 가지만이 있다고 한다면 이러한 해석은 그럴 수 있지만, 10전이 있다고 인정할 경우 이러한 해석은 이치에 맞지 않으니, 분(忿)과 부(覆)의 두 종류도 역시 이러한 두 가지 뜻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6) 이에 따라 만약 10전이 존재한다고 인정할 경우 마땅히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할 것이다. "질과 간은 그 허물이 특히 더 무겁기 때문이다. 즉 이 두 종류는 자주자주 현행하기 때문이며, 또한 이 두 가지는 비천함과 빈곤함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며,7) 또한 근심[戚]과 기쁨[歡]의 수번뇌를 두루 드러내기 때문이며,8) 또한 출가와 재가의 두 부류를 뇌란시키기 때문이며,9) 혹은
  
  
4) 전(纏)에는 무참(無慚)·무괴(無愧)·질(嫉)·간(慳)·회(悔, 혹은 惡作)·수면(睡眠)·도거(掉擧)·혼침(惛沈)의 8전과 여기에 분(忿)·부(覆)fmf 더한 10전이 있는데, '질'이란 마음으로 하여금 기뻐하지 않게 하는 법을 말하며, '간'은 마음으로 하여금 인색하여 집착하게 하는 법을 말한다.
5) 즉 무참(無慚)과 무괴(無愧)는 비록 오로지 불선이지만 자력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회(悔, 즉 악작)는 자력으로 일어나지만 오로지 불선만은 아니며, 그 밖의 '전'은 두 가지의 뜻을 모두 갖고 있지 않다.
6) 10전의 경우, 8전에 더해진 분·부도 오로지 불선이고 자력으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같은 뜻이 '질'과 '간'만을 별도의 '결'로 설정하게 된 이유는 될 수 없다는 말이다.
7) 이를테면 욕계 인취와 천취 중에 태어나면 이러한 '질'과 '간'이 자주 현행하며, 또한 많은 이가 비천하고 빈곤한 극심한 괴로움에 시달리게 되는데, '질'은 비천함의 원인이 되고, '간'은 빈곤함의 원인이 된다.
8) 수번뇌에는 근심과 함께 일어나는 것[戚俱行]과 기쁨과 함께 일어나는 것[歡俱行] 두 가지가 있는데, '질'과 '간'은 이와 같은 두 가지의 상을 두루 현기하는 것이다.
9) 즉 재가 중(衆)들은 재산과 지위에 있어서, 출가 중들은 교(敎)와 행(行)에 있어서 '질'과 '간'으로 말미암아 지극히 어지럽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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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중(天衆)과 아소락(阿素洛)을 뇌란시키기 때문이며,10) 혹은 인(人)·천(天)의 뛰어난 2취(趣)를 뇌란시키기 때문이며,11) 혹은 타부(他部)와 자부(自部)를 어지럽히기 때문에12) [10전 가운데 '질'과 '간'만을 결로 설정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또 다른 곳에서 차별문(差別門)에 근거하여 '결'이라고 하는 말에는 다섯 가지 종류의 번뇌가 있다고 설하신다.13)
  게송으로 말하겠다.
  
  또한 5순하분결(順下分結)이라는 것이 있는데
  두 가지에 의해 욕계를 초월하지 못하고
  세 가지에 의해 다시 하계로 되돌아오는 것으로
  갈래[門]와 근본[根]에 포섭되기 때문에 세 가지이다.
  又五順下分 由二不超欲
  由三復還下 攝門根故三
  
  혹은 다른 곳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고
  도에 미혹하고 아울러 도에 대한 의심이
  해탈로 나아가는 것을 능히 장애하니
  그래서 오로지 세 가지를 끊으라고 설한 것이다.
  或不欲發趣 迷道及疑道
  
  
  
10) 천중(天衆)은 맛있는 것을 좋아하고, 아소락 즉 아수라는 여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천중은 맛있는 것에 인색[慳]하고 여색에 대해 질투[嫉]하며, 아수라는 여색에 인색하고 맛있는 것에 대해 질투한다.
11) 세존께서 교시가(憍尸迦)에게 "질결과 간결에 의해 인·천은 어지럽혀진다"고 말씀하신 바와 같다.(『현종론』 권제27 한글대장경201, p.217)
12) 이를테면 '질'로 말미암아 다른 이를 어지럽히고, 안으로 '간'을 품음으로 말미암아 자신을 어지럽히게 된다.
13) 『중아함경』 권제56 『오하분결경(五下分結經)』(대정장1, p.77상) ; 『장아함경』 권제8 『중집경』(동 p.51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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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能障趣解脫 故唯說斷三
  
  논하여 말하겠다. 무엇을 다섯 가지라고 하는가?
  이를테면 유신견과 계금취와 의(疑)와 욕탐(欲貪)과 진에(瞋恚)가 바로 그것이다.
  어떠한 연유에서 이러한 다섯 가지를 '순하분'이라 이름한 것인가?
  이러한 다섯 가지는 하분(下分)의 세계에 수순하여 증익[順益]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오로지 욕계만이 '하분'이라는 명칭을 획득하는데, 이러한 다섯 가지는 그 같은 욕계에서만 능히 수순하여 증익하는 것이다. 즉 [이생은 비록 성법을 획득하였을지라도] 뒤의 두 가지 종류(욕탐과 진에)로 말미암아 능히 욕계를 초월하지 못하며, 설혹 능히 초월하는 경우가 있을지라도 앞의 세 가지(유신견·계금취·의)로 말미암아 다시 되돌아오니, 마치 감옥을 지키는 옥졸과 순라꾼과 같기 때문이다.14)
  그런데 유여사는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하분이라는 말은 이를테면 하계의 유정 즉 온갖 이생과 하계 즉 욕계를 말하는데, 앞의 세 가지는 하계의 유정을 초월하는 것을 능히 장애하며, 뒤의 두 가지는 그들로 하여금 능히 하계를 초월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이 다섯 가지는 모두 '순하분'이라는 명칭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15)
  예류과를 획득한 모든 이는 여섯 가지 번뇌를 끊는데, 어떠한 연유에서 다만 3결만을 끊었다고 설하고 있는 것인가?16)
  
  
14) 욕탐과 진에는 마치 감옥을 지키는 옥졸과도 같으니, 그들의 단속으로 말미암아 감옥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신견 등의 세 가지는 순라꾼과 같으니, 설사 어떤 방편으로 욕계의 감옥을 벗어났다 하더라도 그 같은 세 순라꾼에게 붙잡혀 다시 감옥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15) 이 유여사설은 이설(異說)이지만 중현의 『현종론』 권제27(한글대장경201, p.218)에서는 유부 정설로 논설되고 있다. 즉 그는 하분(下分)을 욕계와 욕계의 유정으로 해석하여 욕탐 등은 전자를, 유신견 등은 후자를 능히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분결'이라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16) 예류과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견혹인 5견과 의(疑)의 여섯 가지 근본번뇌를 끊지 않으면 안 되는데, 예컨대 『잡아함경』 권제29 제797경(대정장2, p.205하)에서는 유신·계금취·의의 3결을 끊음으로써 예류과가 될 수 있다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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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치상으로는 실로 마땅히 여섯 가지 번뇌를 끊는다고 말해야 할 것이나 [세존께서는] 갈래[門]와 근본[根]에 포섭시켰기 때문에 단지 세 가지만을 끊었다고 설한 것이다. 이를테면 [견]소단의 번뇌에는 세 종류의 유형이 있으니, 오로지 1부(部)에 의해 끊어지는 것과 2부에 통하는 것과 4부에 통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이 세 가지 종류만을 끊었다고 설하면 그러한 세 갈래를 포섭하게 되는 것이다.17) 또한 [견]소단 중의 세 가지는 세 가지에 따라 일어나니, 이를테면 변집견은 유신견에 따라 일어나고, 견취는 계금취에 따라 일어나고, 사견은 의(疑)에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세 가지 종류를 끊은 것에 대해서만 설하면 그러한 세 근본을 포섭하게 되는 것이다.18) 따라서 이러한 세 가지 근본을 끊었다고만 설하면 이미 여섯 가지 번뇌를 끊었다고 설한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이는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다른 지방으로 나아가는 자에게는 세 가지의 장애가 있다. 첫째는 출발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며, 둘째는 올바른 길[正道]에 미혹하여 삿된 도[邪道]에 의지하는 것이며, 셋째는 올바른 길을 의심하는 것이다.19) 이와 마찬가지로 해탈로 나아가는 자에게도 이와 서로 유사한 세 가지의 장애가 있으니, 이를테면 유신견으로 말미암아 해탈을 두려워하여 그곳으로 나아가려고 하지 않는 것이며,20) 계금취로 말미암아 사도(邪道)에 의지하여 올바른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며, 의(疑)로 말미암아 도에 대해 깊은 의혹을 품는 것을 말한다. 즉 부처님께서는, 예류(預流)는
  
  
17) 여섯 가지 근본번뇌 중에서 유신견과 변집견은 오로지 견고소단이고, 계금취는 견고·견도소단이며, 의와 견취·사견은 견4제소단이기 때문에 오로지 유신·계금·의의 3결을 설하게 되면 앞의 세 갈래[門]의 모든 번뇌를 포섭하게 된다는 뜻.
18) 즉 변집견은 유신견에, 견취는 계금취에, 사견은 의에 의해 생겨나기 때문에 생기의 근본이 되는 능생의 3결만 끊으면 소생의 세 가지도 끊어지게 된다는 뜻.
19) 이를테면 첫 번째는 이곳과 다른 지방의 공덕(좋은 점)과 과실(나쁜 점)을 알았기 때문에 마음을 거두어 가려고 하지 않는 것을 말하며, 두 번째는 비록 다른 지방으로 출발하고자 하였을지라도 잘못된 길[邪道]로 들어 그곳에 이르지 못하는 것을 말하며, 세 번째는 두 길에 사람이 모두 다니는 것을 보고 이 길이 그곳으로 나아가는 바른 길인지, 바른 길이 아닌지 도무지 알지 못해 마음에 의혹을 품는 것을 말한다.
20) 집아(執我)의 유신견으로 인해 열반을 단멸로 여겨 두려워하기 때문에 그곳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 것이다. 즉 집아를 공덕이라 여기고, 그것의 단멸을 과실로 여기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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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해탈로 나아갈 때의 장애를 영원히 끊었다고 하는 사실을 나타내고자 하셨기 때문에 세 가지 번뇌(유신견·계금취·의)만을 끊었다고 설하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또 다른 경에서 "순하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순상분(順上分)에도 역시 다섯 가지 종류가 있다"고 설하셨다.21)
  게송으로 말하겠다.
  
  순상분에도 역시 다섯 가지가 있으니,
  색계·무색계의 두 가지 탐과
  도거·만·무명이 바로 그것으로,
  상계를 초월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順上分亦五 色無色二貪
  掉擧慢無明 令不超上故
  
  논하여 말하겠다. 이와 같은 다섯 가지 종류는, 만약 그것을 끊지 못하였을 때 유정으로 하여금 능히 상계를 초월하지 못하게 하니, 상계에 수순하여 증익[順益]하는 번뇌이기 때문에 '순상분결'이라고 이름하였다.22)
  '결'에 대해 이미 분별하였다.
  그렇다면 박(縛)은 무엇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박(縛)은 세 가지로, 3수(受)에 의한 것이다.
  
  
  
21) 『장아함경』 권제8 「중집경」(대정장1, p.51중).
22) 5순상분결은 오로지 수소단의 번뇌로서 유정을 색계·무색계에 계박시켜 해탈하지 못하게 하는 색탐·무색탐·도거·만·무명결을 말한다. 도거·만·무명도 상 2계의 결이므로 사실상 순상분결은 여덟 가지이다. 그럼에도 탐만을 계(界)에 따라 둘로 나눈 것은 그것의 과실이 특히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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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縛三由三受
  
  논하여 말하겠다. '박'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탐박(貪縛)으로 일체(즉 3계 5부)의 탐을 말하며, 둘째는 진박(瞋縛)으로 일체의 진을 말하며, 셋째는 치박(癡縛)으로 일체의 치를 말한다.23)
  어떠한 연유에서 이 세 가지만을 설하여 '박'이라 한 것인가?
  3수(受)에 따라 '박'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설한 것이다. 이를테면 낙수(樂受)에서는 탐박이 수증(隨增)하니, 소연과 상응에서 다 같이 수증하기 때문이다. 고수(苦受)에서는 진박이, 사수(捨受)에서는 치박이 수증하는 것도 역시 그러함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비록 사수에서도 역시 탐박과 진박이 수증하는 일이 있을지라도 치박의 경우와는 같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치박만이 수증한다고 설한 것이다].24)
  그리고 이 같은 정설(定說)은 자상속(自相續)의 낙 등 3수가 '박'의 소연이 된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설한 것이다.25)
  '박'에 대해 이미 분별하였다.
  수면(隨眠)이란 무엇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수면은 앞에서 이미 논설하였다.26)
  
  
23) 능히 계박(繫縛)하는 것이기 때문에 '박'이라고 하는 명칭을 설정한 것으로, 이는 바로 이염(離染)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는다는 뜻이다. 즉 '결'과 '박'은 사실상 어떠한 차별도 없지만 본모(本母)에 의거하여 애(愛)·에(恚)·만(慢)의 3결을 탐·진·치의 3박으로 분별하였으며, 그 밖에 5견과 의결은 치의 품류와 동일하며, 만결과 간결의 두 가지는 탐의 품류와 동일하며, 질결은 진의 품류와 동일하기 때문에 9결은 모두 3박에 포섭된다.(『현종론』 권제27, 앞의 책, p.222)
24) 이를테면 '치'는 맹리(猛利)하지 않으므로, 대개는 맹리하지 않는 사수에 따라 증익하는 것이다.
25) 경우에 따라서는 자상속의 다른 수에서도, 타상속의 3수에서도 '박'이 소연수증하는 일이 있지만, 대개의 경우는 자상속의 낙·고·사수에서 탐·진·치가 일어나기 때문에 그 세 가지를 '박'으로 설한 것이라는 뜻.
26) 이는 5종 번뇌 중 세 번째 수면에 관한 본송으로, 이에 대해서는 이미 본품 제1송에서 5송(본론 권제19 p.853∼864)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설명한 것을 논의의 체재상 다시 설한 것인데, 현장 역본 이외의 전승에서는 본송으로 전하지 않고, 장행(長行)으로만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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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隨眠前已說
  
  논하여 말하겠다. 수면에는 여섯 가지, 혹은 일곱 가지, 혹은 열 가지, 혹은 아흔여덟 가지가 있으니, 이에 대해서는 앞에서 이미 논설한 바와 같다.
  
  수면에 대해 이미 논설하였다.
  수번뇌(隨煩惱)란 무엇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수번뇌는 이 밖의 나머지
  염오한 심소의 행온(行蘊)이다.
  隨煩惱此餘 染心所行蘊
  
  논하여 말하겠다. 이러한 온갖 번뇌(즉 수면)도 역시 수번뇌라고 이름하니, 그것들은 모두 마음에 따라 뇌란(惱亂)하는 것이기 때문이다.27) 그러나 또한 이것과는 다른 온갖 번뇌로서 염오한 심소의 행온에 포섭되는 것이 있으니, [근본]번뇌에 따라 일어나기 때문에 이것 역시 수번뇌(隨煩惱)라고 이름한다. 즉 이것은 근본번뇌가 아니기 때문에 '번뇌'라고는 이름하지 않는데, 그 상을 널리 열거할 경우 「잡사품(雜事品)」 중에서 설한 것과 같다.28)
  
  
27) 즉 앞에서 밝힌 근본번뇌인 6수면도 역시 수번뇌라고 이름할 수 있다는 뜻. 그러나 이 경우는 마음에 따라 뇌란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번뇌'이며, 그 밖의 다른 번뇌는 근본번뇌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수번뇌'이다. 여기서의 수번뇌는 후자를 말한다. 곧 "능히 유정을 뇌란시키는 것을 번뇌라고 하기 때문에(能爲惱亂故名煩惱) 결·박·수면·수번뇌·전 등도 모두 번뇌이며, 근본번뇌(즉 수면)를 결·박 따위로 일컫기도 한다."(『현종론』 권제27, 앞의 책, p.227)
28) 『법온족론』 권제9 「잡사품」(한글대장경115, p.597). 여기서는 진(瞋)·치(癡)·분(忿) ·한(恨)·부(覆)·뇌(惱)·질(嫉)·간(慳)·광(誑)·첨(諂)·무참(無慚)·무괴(無愧)·만(慢)·과만(過慢)·만과만(慢過慢)·아만(我慢)·증상만(增上慢)·비만(卑慢)·사만(慢邪)·교(憍)·방일(放逸)·오(傲)·분발(憤發)·교망(矯妄)·궤사(詭詐)·현상 (現相)·격마(激磨)·이리구리 (以利求利)·악욕(惡欲)·대욕(大欲)·현욕(顯欲)·불희족(不喜足)·불공경·기악언(起惡言)·낙악우(樂惡友)·불인(不忍)·탐기(耽嗜)·변탐기(遍耽嗜)·염탐(染貪)·비법탐(非法貪)·착탐(著貪)·악탐(惡貪)·유신견·유견 (有見)·무유견(無有見)·탐욕·진에·혼침·수면(睡眠)·도거(掉擧)·악작(惡作) ·의(疑)·몽궤(瞢憒)·불락(不樂)·빈신(頻申)·흠거(欠)·식부조성(食不調性)·심매열성(心昧劣性)·종종상(種種想)·부작의(不作意)·추중(麤重)·저돌(觝突)·도철 (饕餮, 음식을 탐하는 것)·불화연성(不和性)·불조유성(不調柔性)·불순동류(不順同類)·욕심(欲尋)·에심(恚尋)·해심 (害尋)·친리심(親里尋)·국토심(國土尋)·생사심(生死尋)·능멸심(凌蔑尋)·가족심(假族尋)·수(愁)·탄(歎)·고(苦)·우(憂)·요 (擾)·뇌(惱)를 언급하고 있다. 즉 이 중에 한 가지라도 영원히 끊게 되면 불환을 획득한다는 경설로서 인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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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수번뇌에 대해서는] 뒤에서 응당 전(纏)과 번뇌구(煩惱垢)에 포섭시켜 간략히 논설하리라.
  
  바야흐로 먼저 분별해 보아야 할 것이니, '전'의 상은 어떠한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전(纏)에는 여덟 가지가 있으니, 무참·무괴·
  질(嫉)·간(慳)·회(悔)·수면(睡眠)
  그리고 도거·혼침이 바로 그것이다.
  혹은 분(忿)과 부(覆)를 더한 열 가지이다.29)
  纏八無慚愧 嫉慳幷悔眠
  及掉擧惛沈 或十加忿覆
  
  무참과 간과 도거는
  모두 탐에서 생겨난 것이며
  무괴와 수면과 혼침은
  무명으로부터 일어난 것이다.
  無慚慳掉擧 皆從貪所生
  
  
  
29) 이 같은 열 가지는 유정을 계박하여 생사의 감옥에 가두기 때문에 이름하여 '전'이라고 하였다. 혹은 이러한 열 가지가 원인이 되어 온갖 악행을 일으키며, 악취로 잡아 가두기 때문에 이름하여 '전'이라고 하였다.(『현종론』 권제27, 앞의 책,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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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無愧眠惛沈 從無明所起
  
  질과 분은 진(瞋)에서 일어난 것이고
  회는 의(疑)로부터, '부'에 대해서는 여러 쟁론이 있다.
  嫉忿從瞋起 悔從疑覆諍
  
  논하여 말하겠다. 근본번뇌를 역시 '전'이라고도 이름하니, 경에서 "욕탐의 전을 연(緣)으로 한다"고 설하였기 때문이다.30)
  그런데 『품류족론』에서는 8전이 있다고 설하였지만 비바사종(毘婆沙宗)에서는 '전'에 열 가지가 있다고 설하고 있으니,31) 이를테면 앞의 여덟 가지에 다시 분(忿)과 부(覆)를 더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무참(無慚)과 무괴(無愧)에 대해서는 이미 앞에서 해석한 바와 같다.32)
  '질(嫉)'이란, 이를테면 타인의 온갖 흥하고 성한 일에 대해 마음으로 하여금 기뻐하지 않게 하는 것을 말한다.
  '간(慳)'이란, 이를테면 재시(財施)·법시(法施)의 교시(巧施 : 타인에게 보시하여 이익을 주는 것)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마음으로 하여금 인색하여 집착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회(悔)'란 바로 악작(惡作)으로, 앞(권제4)에서 이미 분별한 바와 같다.
  '면(眠)'이란, 이를테면 마음으로 하여금 흐리멍덩[昧略]하게 함을 본성으로 하는 것으로, [이것이 일어나는 경우] 몸을 집지(執持)할 만한 공력(功力)이 없게 된다.33) 그리고 이 같은 '회'와 '면'의 두 가지 전은 오로지 염오만을
  
  
30) 『잡아함경』 권제35 제977경(대정장2, p.253상), '시바여, 다섯 가지 인(因)과 다섯 가지 연(緣)으로 인해 심법에 우고(憂苦)가 생기니, 이를테면 욕탐전을 인으로 하고 욕탐전을 연으로 하여 심법에 우고가 생기며…….'
31) 『품류족론』 권제1(한글대장경117, p.23). 『대비바사론』 권제47(한글대장경119, p.508) ; 권제50(동 p.579).
32) 무참과 무괴는 대불선지법으로 본론 권제4(p.172, 180)에서 논설하였다. 아울러 '질'과 '간'은 소번뇌지법의 하나이며, '회'는 후회로서 악작이라는 명칭으로, 도거·혼침은 대번뇌지법의 하나로서 같은 권에서 상술되고 있다. 다만 '질'과 '간'의 경우에는 그곳에서도 역시 수번뇌를 논설하면서 해석할 것이라고 하여 뒤로 미루고 있다.
33) 입정에 들 때도 마음이 흐리멍덩[昧略]하게 되지만, 그 때에는 능히 몸을 집지할 수 있으므로 이것이 바로 입정과 수면(睡眠)의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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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할 뿐이다.34)
  도거(掉擧)와 혼침(惛沈)도 역시 앞(권제4)에서 해석한 바와 같다.
  진(瞋)과 해(害)를 제외한 것으로서, 유정과 비유정에 대해 마음으로 하여금 분발(憤發)하게 하는 것을 설하여 '분(忿)'이라고 이름한다.35)
  자신의 죄를 감추려고 하는 것을 설하여 '부(覆)'라고 이름한다.
  이상에서 설한 열 종류의 전 중에서 무참과 '간'과 도거는 바로 탐의 등류(等流)이며, 무괴와 수면과 혼침은 바로 무명의 등류이며, '질'과 '분'은 바로 '진'의 등류이며, '회'는 바로 의(疑)의 등류이다.36) 그런데 ['부'의 경우] 어떤 이는 '부'란 바로 탐의 등류라고 설하였으며, 또 어떤 이는 바로 무명의 등류라고 설하였다. 혹은 어떤 이는 설하기를, "두 가지 모두의 등류이니, 그 순서대로 앎이 있는 자와 앎이 없는 자가 바로 그러하다"고 하였다.37)
  이와 같이 열 가지 종류의 전은 모두 번뇌로부터 생겨나는 번뇌의 등류이다. 그래서 그것을 '수번뇌'라고 이름하는 것이다.
  
  그 밖의 [수번뇌인] 번뇌구(煩惱垢)의 상은 어떠한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번뇌구에는 여섯 가지가 있으니, 뇌(惱)·
  
34) '회'는 선악 2성과 통하고 수면은 3성과 통하지만, 그것이 '전'에 포섭되는 한 오로지 염오(악)일 뿐이다.
35) 불선근의 진(瞋)이 유정을 미워하여 해치려고 하는 것이고, 번뇌구인 해(害)가 핍박하고 응징하려는 것이라면, '분'은 이 같은 두 가지 이외의 분발심(憤發心) 즉 격분하는 것을 말한다.
36) 무참과 간과 도거는 탐을 직접적인 원인[近因]으로 하여야 비로소 생겨날 수 있기 때문에 탐의 등류이며, 무괴와 수면과 혼침은 무명과 지극히 밀접하기 때문에 무명의 등류이며, '질'과 '분'은 그 상이 '진'과 동일하기 때문에 진의 등류이며, '회'는 유예(猶豫) 즉 망설임에 의해 생겨나기 때문에 '의'의 등류이다.
37) 지식이 있는 자는 애(愛) 즉 탐에 의해 그것을 낳기 때문이며, 무지한 자는 치(癡) 즉 무명에 의해 그것을 낳기 때문이다. 즉 학자나 관리와 같이 지식이 있는 자는 명리의 탐욕 때문에 자신의 죄를 은폐하려고 하며, 무지한 자는 참회할 줄 몰라서 자신의 죄를 은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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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害)·한(恨)·첨(諂)·광(誑)·교(憍)가 바로 그것이다.
  煩惱垢六惱 害恨諂誑憍
  
  '광'과 '교'는 탐에서 생겨난 것이고
  '해'와 '한'은 진으로부터 일어난 것이며
  '뇌'는 견취로부터 일어나고
  '첨'은 온갖 견으로부터 생겨난 것이다.
  誑憍從貪生 害恨從瞋起
  惱從見取起 諂從諸見生
  
  논하여 말하겠다. '뇌'란 이를테면 온갖 나쁜 일[罪事]에 대해 견고히 집착하는 것을 말하니, 이것으로 말미암아 참다운 충고[諫]도 받아들이지 않고 회개하지도 않는다.
  '해'란 이를테면 다른 유정에 대해 능히 핍박하는 것을 말하니, 이것에 의해 능히 때리고 꾸짖는 등의 일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한'이란 이를테면 '분(忿)'의 소연에 대해 자주자주 생각하여 원한을 품어 버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첨'이란 이를테면 마음의 아곡(阿曲)을 말하니, 이것으로 말미암아 능히 스스로를 참답게 드러내지 않게 되며, 혹은 [남의 허물을] 바로잡아 다스리지 않게 되며, 혹은 방편을 설(設)하여 이해하지 못하도록 하게 되는 것이다.38)
  '광'이란 이를테면 다른 이를 미혹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교'에 대해서는 앞(권제4)에서 이미 해석하였다.
  이와 같은 여섯 가지 종류는 번뇌(즉 근본수면)로부터 생겨난 것으로, 더럽고[穢汚] 그 상이 거칠기 때문에 '번뇌구'라고 이름하였다. 즉 이러한 여섯 가지 종류의 번뇌구 중에서 '광'과 '교'는 바로 '탐'의 등류이며, '해'와 '한'은 바로 '진'의 등류이며, '뇌'는 바로 견취의 등류이다. 그리고 '첨'은 바로 온갖
  
  
  
38) 자신의 마음을 방편으로 숨기고 교활한 모략으로써 타인의 마음을 유혹하여 실제의 앎과는 어긋나게 하는 것을 '첨'이라 이름한다.(『현종론』 권제27, 앞의 책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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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의 등류이다. 예컨대 "무엇을 아곡이라 하는가? 이를테면 온갖 악견을 말한다"고 설하였기 때문에 '첨'은 결정코 바로 온갖 '견'의 등류인 것이다.
  
  이 같이 이러한 구(垢)와 아울러 전(纏)은 번뇌로부터 생겨나며, 그렇기 때문에 그것들을 모두 '수번뇌'라는 명칭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 같은 '구'와 '전'은 어떠한 도에 의해 끊어지게 되는 것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전' 가운데 무참·무괴와 수면과
  혼침·도거는 견소단·수소단이며
  그 밖의 나머지와 번뇌구는
  자력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오로지 수소단이다.
  纏無慚愧眠 惛掉見修斷
  餘及煩惱垢 自在故唯修
  
  논하여 말하겠다. 바야흐로 10전 가운데 무참 등의 다섯 가지는 견소단과 수소단에 통하니, 이것들은 모두 2부의 번뇌와 상응하여 일어난 것이기 때문이다.39) 따라서 견차제소단(見此諦所斷)의 근본번뇌와 상응하여 일어난 것을 설하여 견차제소단의 수번뇌라고 이름하는 것이다.
  그 밖의 나머지인 질·간·회·분·부와 아울러 번뇌구는 자력으로 일어나는 이른바 '자재기(自在起)'이기 때문에 오로지 수소단이다. 즉 오로지 타력(他力)에 의해 일어나는 수소단의 무명과 상응하기 때문에 '자재기'라고 이름한 것이다.40)
  
  
39) 수번뇌는 근본번뇌에 따라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끊어지는 것도 근본번뇌에 준하여 끊어진다. 즉 근본번뇌가 견소단이면 그것과 상응하여 일어난 수번뇌도 견소단이다.
40) 여기서 타력에 의해 일어나는 무명이란 '질' 등에 의해 인기되는 상응무명을 말한다. 다시 말해 '질' 등에 의해 인기된 무명은 타력기(他力起)이기 때문에, 그러한 무명을 인기한 '질' 등은 비록 무명과 상응할지라도 '자재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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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같은 수번뇌 중의 어떤 것은 어떠한 성질[性]과 통하는 것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욕계의 세 가지는 두 가지의 성질이고,
  그 밖의 것은 악이며, 상계의 것은 모두 무기이다.
  欲三二餘惡 上界皆無記
  
  논하여 말하겠다. 욕계에 계속(繫屬)되는 수면과 혼침·도거의 세 가지는 모두 불선과 무기의 두 가지 성질과 통하며, 그 밖의 일체의 수번뇌(즉 욕계계인 일곱 가지 전과 6번뇌구)는 모두 불선이다.
  상 2계 중에 상응하는 바에 따라 존재하는 일체의 수번뇌(즉 첨·광·교·혼침·도거)는 오로지 무기성에 포섭된다.
  
  이 같은 수번뇌 중의 어떤 것은 어떠한 계(界)에 계속(繫屬)되는 것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첨'과 '광'은 욕계와 초정려에 존재하고,
  세 가지는 3계에, 그 밖의 것은 욕계에 존재한다.
  諂誑欲初定 三三界餘欲
  
  논하여 말하겠다. '첨'과 '광'은 오로지 욕계와 초정려에만 존재한다.
  범세(梵世, 즉 초정려)에 '첨'과 '광'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어떻게 아는 것인가?
  대범왕은 자신의 사정을 숨기고 아는 체하는 상을 나타내어 마승(馬勝) 필추를 속여 미혹시켰기 때문이다.41) 그리고 이 두 가지에 대해서는 앞(권제4)에서 이미 분별하였을지라도 그 뜻이 상응하기 때문에 지금 다시 거듭하여 분별한 것이다.
  
  
41) 이 에피소드에 관해서는 본론 권제4(p.179)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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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혼침과 도거와 교(憍)의 세 가지는 다 같이 3계에 존재하며, 그 밖의 일체의 수번뇌는 모두 오로지 욕계에만 존재한다. 즉 열여섯 가지(10전과 6구) 중 다섯 가지(첨·광·혼침·도거·교)는 앞에서 분별한 바와 같고, 그 밖의 나머지 열한 가지는 오로지 욕계에만 계속되는 것이다.
  
  수면과 수번뇌에 대해 이미 분별하였다. 이 중에서 오로지 의지(意地, 즉 제6의식계)에만 의지하여서 일어나는 것은 몇 가지이고, 6식지(識地) 모두에 의지하여 일어나는 것은 몇 가지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견소단과 만(慢)·수면(睡眠)과
  자력으로 일어나는 수번뇌는 모두
  오로지 의지(意地)에서만 일어나며
  그 밖의 것은 모두 6식에 의지하여 일어난다.
  見所斷慢眠 自在隨煩惱
  皆唯意地起 餘通依六識
  
  논하여 말하겠다. 간략히 설할 것 같으면,42) 모든 견소단과, 아울러 수소단으로서 일체의 만과 수면, 수번뇌 중의 자력으로 일어나는 자재기(自在起)의 번뇌(즉 질·간·회·분·부와 6번뇌구), 이와 같은 일체의 번뇌는 모두 의식(意識)에 의지하여 일어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즉 [이 같은 온갖 번뇌는] 5식신(識身)에 의지하여 일어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43)
  그 밖의 일체의 번뇌는 모두 6식에 의지하여 일어난다. 즉 수소단 중의 탐·진·무명과, 아울러 그것과 상응하는 온갖 수번뇌, 이를테면 무참·무
  
  
  
42) 『현종론』(권제27, 앞의 책, p.231)에 의하면, 여기서 '간략히 설한다'고 함은 모든 수번뇌에 대해 설한 것이 아니라 일단 거칠게 나타나는 것에 근거하여 설한다는 뜻이다.
43) 이러한 번뇌는 모두 외계와의 교섭 없이 내적인 의식작용으로서만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외연(外緣)에 근거하는 5식신에 의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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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혼침·도거, 그리고 그 밖의 대번뇌지법에 포섭되는 수번뇌(즉 방일·해태·불신)는 모두 6식신에 의지해야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44)
  앞(권제3)에서 분별한 바와 같은 낙(樂) 등의 5수근(受根)과 지금 여기서 밝힌 번뇌와 수번뇌 중에서 어떠한 번뇌가 어떠한 근과 상응하는 것인가?
  여기서 마땅히 온갖 [근본]번뇌의 상응관계에 대해 먼저 분별해 보아야 할 것이다.
  게송으로 말하겠다.
  
  욕계의 온갖 번뇌 가운데
  탐은 희수(喜受)·낙수(樂受)와 상응하고
  진은 우수(憂受)·고수(苦受)와, 치는 모두와
  사견은 우수·희수와 상응한다.
  欲界諸煩惱 貪喜樂相應
  瞋憂苦癡遍 邪見憂及喜
  
  의(疑)는 우수와, 그 밖의 다섯 가지는 희수와
  일체의 번뇌는 사수(捨受)와 상응하며
  상지의 번뇌는 모두 각기 대응하는 바에 따라
  자식(自識)의 온갖 수와 두루 상응한다.
  疑憂餘五喜 一切捨相應
  上地皆隨應 遍自識諸受
  
  논하여 말하겠다. 욕계에 계속(繫屬)되는 온갖 번뇌 중에서 탐은 희수와 낙수와 상응하니, 기쁨에서 일어나고[歡行轉], 6식에 의해 두루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45)
  
44) 이러한 온갖 번뇌는 제6 의식의 작용일 뿐만 아니라 전5식과도 연관되어 일어나기 때문에 6식신에 의한 것이라고 한 것이다.
45) 탐수면은 기쁨[歡]을 특징으로 할 뿐더러 심신 모두에 걸친 것이기 때문에 신수(身受)인 낙수와도 통하며 심수(心受)인 희수와도 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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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瞋)은 우수와 고수와 상응하니, 근심에서 일어나고[戚行轉], 6식에 의해 두루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명은 앞의 네 가지의 수와 두루 상응하니, 기쁨과 근심에서 일어나고, 6식에 의해 두루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견은 우수와 희수 모두와 상응하니, 기쁨과 근심에서 일어나고, 오로지 의지(意地, 제6 의식)에 의해서만 일어나기 때문이다.
  어떠한 연유에서 사견은 기쁨과 근심에서 일어나는 것인가?
  순서대로 일찍이 죄업과 복업을 지었기 때문이다.46)
  또한 의(疑)는 우수와 상응하니, 근심에서 일어나고, 오로지 의지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유예심(猶豫心)을 품은 자는 결정적으로 알기를 희구하여 마음이 수척해지기 때문이다.
  그 밖의 [사견을 제외한] 4견과만은 희수와 상응하니, 기쁨에서 일어나고, 오로지 의지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은 개별적인 상[別相]에 근거하여 5수근과의 상응관계를 논설한 것이다.
  이제 전체적인 상[通相]에 근거하여 5수근과의 상응관계를 논설해 보면, 일체의 번뇌는 모두 사수(捨受)와 상응한다. 모든 수면은 그 상속이 끊어지는 상태에서는 세력이 쇠퇴하고 다하여 반드시 사수에 머물기 때문이다.47)
  욕계의 번뇌가 이미 그러하다면 상지(上地)에서의 경우는 어떠한가?
  상지의 번뇌는 모두 각기 상응하는 바에 따라 자지(自地)의 자식(自識)과 구기하는 온갖 수(受)와 두루 상응한다. 이를테면 만약 어떤 지 중에 네 가지
  
  
  
46) 먼저 죄업을 짓고 난 후 사견을 일으켜 인과의 존재를 부정할 때에는 죄업을 지었어도 고과(苦果)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때의 사견은 기쁨에서 일어나는 것이며, 또한 먼저 복업을 짓고 난 후 사견을 일으켜 인과의 존재를 부정할 때에는 애써 노력하여도 복과(福果)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때의 사견은 근심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47) 즉 번뇌의 상속이 구경(究竟)에 이를 때에는 그 세력이 약해지고 마침내 그 상속이 종식되는데, 그 때의 번뇌는 다만 사수와 상응할 뿐이다. 또는 사수는 무명에 의해 수증하기 때문에 무명과 상응하는 모든 번뇌는 사수와도 역시 상응하는 것이다.(『현종론』 앞의 책,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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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이 모두 존재할 경우, 그러한 각각의 식에 의해 일어난 번뇌는 각기 자식의 온갖 수와 상응한다.48) 또한 만약 온갖 지 중에 오로지 의식만이 존재하는 경우, 그러한 의식에 의해 일어난 번뇌는 그 같은 의식(즉 自識)의 온갖 수와 상응한다. 그리고 상계의 온갖 지 중에는 식(識)과 수(受)에 많고 적음이 있지만, 앞에서 이미 분별한 바와 같기 때문에 별도로 분별하지 않은 것이다.49)
  [근본]번뇌와 온갖 수(受)의 상응관계에 대해 이미 분별하였다.
  이제 다음으로 다시 마땅히 수번뇌의 상응관계에 대해 분별해 보아야 할 것이다.
  게송으로 말하겠다.
  
  온갖 수번뇌 가운데
  질(嫉)·회(悔)·분(忿)과 아울러
  뇌(惱)·해(害)·한(恨)은 우수와 구기하고
  간(慳)은 희수와 상응한다.
  諸隨煩惱中 嫉悔忿及惱
  害恨憂俱起 慳喜受相應
  
  첨(諂)·광(誑)과 아울러 수면과 부(覆)는
  모두 우수와 희수와 구기하며
  교(憍)는 희수·낙수와, 모든 수번뇌는 사수와
  
  
  
48) 이는 이를테면 색계 초정려지로서, 거기에는 단식성(段食性)의 향·미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식·설식을 제외한 안식·이식·신식·의식만이 존재한다. 이 경우 안식에 의해 일어난 번뇌는 안식과 상응하는 낙수·사수와 상응하며, 내지는 의식에 의해 일어난 번뇌는 의식과 상응하는 희수·사수와 상응한다.
49) 온갖 지(地) 중의 식(識)의 다소(多少)에 대해서는 본론 권제2에서, 수(受)의 다소에 대해서는 권제3에서 논설하였다. 즉 초정려에는 4식이 존재하며, 그 밖의 지에는 의식 한 가지만이 존재한다. 또한 수(受)의 경우 초정려, 제2·제3·제4정려 등에는 순서대로 희수·낙수·사수와, 희수·사수와, 낙수·사수와, 오로지 사수만이 존재한다. 따라서 온갖 지 중에 존재하는 번뇌는 그 지의 식과 구기하는 수(受)와 상응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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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밖의 네 가지는 모두와 두루 상응한다.
  諂誑及眠覆 通憂喜俱起
  憍喜樂皆捨 餘四遍相應
  
  논하여 말하겠다. 수번뇌 가운데 '질' 등의 여섯 종류(嫉·悔·忿·惱·害·恨)는 모두 다 우수근과 상응하니, 근심에서 일어나고, 오로지 의지(意地)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간(慳)'은 희수와 상응하니, 기쁨에서 일어나고, 오로지 의지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기쁨에서 일어난다'고 함은, '간'의 상이 탐과 지극히 유사하기 때문이다.
  첨(諂)·광(誑)·면(眠)·부(覆)는 우수와 희수와 상응하니, 기쁨과 근심에서 일어나고, 오로지 의지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기쁨과 근심에서 일어난다'고 함은, 이를테면 혹 어떤 때에는 환희심에서 아첨 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으며, 혹 어떤 때에는 근심과 슬픈 마음에서 그것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교'는 희수와 낙수와 상응하니, 기쁨에서 일어나고, 오로지 의지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제3정려에서의 '교'는 낙수와 상응하고, 그 아래의 온갖 지에서의 '교'는 희수와 상응한다.
  그리고 위에서 설한 온갖 수번뇌는 모두 다 사수와 상응하니, 그 상속이 끊어질 때에는 모두 사수에 머물기 때문이다. 또한 기쁨과 근심 모두에서 일어나며[通行, 즉 歡行과 戚行], 오로지 사수만이 존재하는 정려지[捨地, 즉 제4정려 이상]에도 존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사수가 일체의 수번뇌와 상응한다고 하여도 아무런 장애가 없을 것이니, 비유하자면 무명이 [일체의 번뇌와] 두루 상응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 밖의 무참·무괴·혼침·도거의 네 가지 수번뇌는 5수근과 두루 상응하니, 앞의 두 가지는 바로 대불선지법(大不善地法)에 포섭되기 때문이며, 뒤의 두 가지는 바로 대번뇌지법(大煩惱地法)에 포섭되기 때문이다.
  
  앞에서 논설한 번뇌와 수번뇌를 부처님께서는 또 다른 갈래에 의거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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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蓋, n varana)'라고도 설하신 일이 있으니, 이제 다음으로 마땅히 이에 대해 분별해 보아야 할 것이다.
  '개'의 상은 어떠한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개(蓋)의 다섯 가지는 오로지 욕계에 존재하는데,
  [혼면과 도회는] 먹이와 대치와 작용이 동일하기 때문에
  비록 두 가지 번뇌이지만 한 가지로 설정한 것으로,
  무루의 온을 장애하기 때문에 오로지 다섯 가지이다.
  蓋五唯在欲 食治用同故
  雖二立一蓋 障蘊故唯五
  
  논하여 말하겠다. 부처님께서는 경 중에서 "개(蓋)에는 다섯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욕탐개(欲貪蓋)이며, 둘째는 진에개(瞋恚蓋)이며, 셋째는 혼면개(惛眠蓋)이며, 넷째는 도회개(掉悔蓋)이며, 다섯째는 의개(疑蓋)이다"고 설하셨다.50)
  여기서 설한 '혼(惛)'과 '도(掉)'와 '의(疑)'는 욕탐·진에·면(眠)·회(悔)처럼 오로지 욕계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3계에 통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이 세 가지도 역시 오로지 욕계에 존재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니, 계경에서 이와 같은 다섯 가지 종류는 순전히 원만한 불선취(不善聚)라고 설하고 있기 때문이다.51) 즉 색계·무색계에는 불선이 존재하는 일이 없다. 그런데 이러한 다섯 가지 번뇌는 순전히 불선이라고 설하였기 때문에 그것은 오로지 욕계에만 존재할 뿐 색계·무색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52)
  
  
50) 『잡아함경』 권제26 제704-707경(대정장2, p.195) ; 『중아함경』 권제24 「염처경(念處經)」(대정장1, p.582중).
51) 『잡아함경』 권제27 제725경(대정장2, p.195중), '說不善積聚者, 所謂五蓋. 是爲正說. 所以者何? 純一不善聚者, 謂五蓋故.'
52) 혼침·도거·의(疑) 자체는 모두 비록 욕계와 색계·무색계에 통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다만 욕계의 그것만이 '개'라고 한다. 따라서 혼침과 도거는 오로지 욕계에 계속되는 번뇌인 수면(睡眠)과 회(悔)와 화합시켜야 '개'로 설정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수면과 회의 경우, 오로지 염오(즉 불선)의 그것만을 '개'라고 하였기 때문에 오로지 염오성의 번뇌인 혼침·도거의 두 종류와 화합시켜야 '개'로 설정할 수 있는 것이다.(『현종론』 권제28, 앞의 책,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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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떠한 이유에서 혼면과 도회의 두 '개'는 각기 두 가지의 번뇌를 합하여 하나로 설정하게 된 것인가?
  먹이[食]와 대치[治]와 작용[用]이 동일하기 때문에 [번뇌 자체는 다를지라도] 합하여 하나의 '개'로 설정한 것이다. 여기서 '먹이'란 이를테면 [번뇌에] 먹히는 것[所食]을 말하는데, 역시 또한 자량(資糧)이라고도 이름한다. 대치란 이를테면 능히 대치하는 것으로 역시 또한 비식(非食, 즉 '먹히는 것'에 반대되기 때문에 '비식'이다)이라고도 이름한다. 그리고 작용이란 이를테면 사용(事用)을 말하는데 역시 또한 공능(功能)이라고도 이름한다.
  무엇을 일컬어 혼면개의 먹이라고 한 것인가?
  말하자면 다섯 종류의 법이니, 첫째는 눈꺼풀이 무거워 감기는 것[瞢]이며, 둘째는 신이 나지 않는 것[不樂]이며, 셋째는 노곤하여 하품하는 것[頻申]이며, 넷째는 너무 많이 먹어 소화가 되지 않는 것[食不平性]이며, 다섯째는 명료하게 감지하지 못하는 것[心昧劣性]이다.
  무엇의 일컬어 이러한 혼면개의 비식(즉 대치)이라고 한 것인가?
  이를테면 밝은 생각[光明想]이다.53)
  이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두 가지 종류의 번뇌(惛과 眠) 작용도 역시 동일하니, 이를테면 다 같이 능히 마음으로 하여금 가라앉게 하고 어둡게 하는 것이다.
  도회(掉悔)는 비록 두 가지 번뇌일지라도 먹이와 비식이 동일하다.
  무엇을 일컬어 도회개의 먹이라고 한 것인가?
  이를테면 네 종류의 법이니, 첫째는 친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親里尋]이며, 둘째는 고국에 대해 생각하는 것[國土尋]이며, 셋째는 죽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不死尋]이며, 넷째는 옛날에 겪었던 여러 가지 희롱과 환
  
  
  
53) 밝은 생각을 일으켜 마음이 분명하게 되면 혼면의 먹이(다섯 가지)가 능히 퇴치되기 때문에 비식(非食)이라 일컬은 것이다. 광명상(光明想)은 명조사유(明造思惟)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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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락과 친구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무엇을 일컬어 이 개의 비식이라고 한 것인가?
  이를테면 사마타(奢摩他, samatha, 마음의 동요를 가라앉히는 선정, 止로 번역됨)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두 가지 종류의 번뇌(掉와 悔)의 작용도 역시 동일하니, 다 같이 능히 마음으로 하여금 고요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54)
  이에 따라 먹이와 대치와 작용이 동일하기 때문에 혼침(惛沈)과 수면(睡眠), 도거(掉擧)와 추회(追悔)의 두 가지 번뇌를 합하여 하나의 '개'로 설하게 된 것이다.
  모든 번뇌에는 다 '개(蓋, n varana)'의 뜻이 있는데,55) 어째서 여래께서는 오로지 이 다섯 가지만을 '개'라고 설하신 것인가?
  오로지 이것만이 5온에 대해 능히 뛰어난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56) 즉 욕탐개와 진에개는 능히 계온(戒蘊)을 장애하며, 혼침과 수면은 능히 혜온(慧蘊)을 장애하며, 도거와 악작(惡作, '회'의 다른 명칭)은 능히 정온(定蘊)을 장애한다.57) 그리하여 정온과 혜온이 없기 때문에 4제(諦)에 대해 의심하게 되고, 나아가 의심으로 말미암아 능히 해탈온(解脫蘊)과 해탈지견온(解脫知見蘊)을 모두 능히 일으키지 못하게 되니, 그래서 오로지 이 다섯 가지만을 건립하여 '개'로 삼았던 것이다.
  
  
54) 참고로 욕탐개의 먹이는 좋아할 만한 것의 상[可愛相]이며, 대치(비식)는 그것이 부정하다고 하는 생각[不淨想]이다. 진에개의 먹이는 증오할 만한 것의 상이며, 대치는 자(慈)의 선근이다. 의개의 먹이는 3세이며(『잡아함경』 권제27에서 "과거세에서 이와 같은 의개가 낳아진다"고 설하였기 때문이다), 대치는 능히 연성(緣性)과 연기(緣起)를 참답게 관찰하는 것이다.(『현종론』 권제28, 앞의 책, p.237)
55) 즉 번뇌는 수번뇌를 등기(等起)시키며, 어떤 것도 무루성도를 은폐 장애[覆蓋]하여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56) 여기서 5온은 후술하듯이 무루오온으로, 계(戒)·정(定)·혜(慧)·해탈(解脫)·해탈지견온(解脫知見蘊)을 말한다. 해탈온은 무루의 승해(勝解)의 심소를, 해탈지견온은 진지(盡智)와 무생지(無生智)를 말한다.
57) 욕탐개는 이욕(離欲)을, 진에개는 이악(離惡)을 멀리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온을 장애하며, 혼침과 수면은 사마타를 멀리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혜온을 장애하며, 도거와 악작은 비발사나(毘鉢舍那, vipasyana, 삼매에 의한 正觀)를 멀리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온을 장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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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경의 뜻을 이와 같이 해석할 것 같으면 이치상 도회개는 마땅히 혼면개 앞에 설해야 할 것이니, 필시 정(定)에 의거하여 비로소 혜(慧)가 생겨나며, 정온의 장애도 역시 마땅히 혜온의 장애보다 선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이와 같은 이치에 따라 유여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러한 5개 중에서 혼면과 도회는 각기 순서대로 정온과 혜온을 능히 장애한다. 이에 따라 계경에서는 '등지(等持)를 닦는 자는 혼면을 두려워하고, 택법(즉 지혜)을 닦는 자는 도회를 두려워한다'고 설하고 있는 것이다."58)
  나아가 유여사는 오로지 이 다섯 가지만을 ['개'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달리 설하고 있다.
  그의 설은 어떠한가?
  이를테면 [어떤 비구가 걸식 등을 위해] 밖으로 나돌아다니면서[行位] 먼저 색 등의 여러 대상에 대해 애탐하고 증오할 만한 두 종류의 상(이를테면 미녀나 무뢰한)을 취하였기 때문에 그 후 입실[住位]하고 있는 동안 앞서 취하였던 상을 원인으로 삼아 욕탐과 진에의 두 가지 '개'를 일으킨다. 그리고 이러한 두 가지 개는 능히 입정(入定)하려는 마음을 장애하며, 이로 말미암아 그 후 바로 입정에 든 상태에서도 지(止, 즉 사마타)와 관(觀, 즉 毘鉢舍那)을 능히 올바로 닦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혼면과 도회를 일으키고, 그 순서대로 사마타와 비발사나를 장애하여 일어나지 못하게 하며, 그 후 출정(出定)한 상태에서 법을 사택할 때 의혹[疑]이 다시 그것을 장애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다섯 가지 번뇌만을 '개'로 건립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온갖 수면은 혜(慧)에 의해 그 소연을 관찰할 때 끊어진다 할지라도] 타계(他界)의 변행과, 견멸·견도소단인 유루연의 온갖 혹(惑)은 그것이 끊어지는 상태에서는 그것의 소연을 알지 못하며, 그것의 소연을 알 때에는
  
  
  
  
58) 여기서 유여사는 『광기』에 의하면 경부사. 즉 경부사는 유부와는 반대로 욕탐과 진에가 계온을 장애한 후 혼면이 정온을, 도회가 혜온을 장애한다고 설하는 것이 법상의 이치상 올바른 순서라는 것이다. 즉 장애되는 무루온의 생기순서가 계·정·혜이므로 그것을 장애하는 개의 순서도 당연히 욕탐과 진에, 도회, 혼면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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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이 끊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 마땅히 사택(思擇)해 보아야 할 것이다.59)
  그렇다면 이와 같은 온갖 혹(惑)은 어떠한 원인에 의해 끊어지는 것인가?
  요컨대 소연을 변지(遍知)하는 것만으로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혹은 모두 몇 가지 원인에 의해 끊어지는 것인가?
  네 종류의 원인에 의해 끊어진다.
  무엇을 네 가지라고 하는 것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소연을 변지(遍知)하였기 때문에
  그것의 능연(能緣)을 끊었기 때문에
  그것의 소연을 끊었기 때문에
  대치도가 일어났기 때문에 끊어진다.
  遍知所緣故 斷彼能緣故
  斷彼所緣故 對治起故斷
  
  논하여 말하겠다. 바야흐로 견소단의 혹은 [본송에서 언급한] 앞의 세 가지 원인에 의해 끊어진다.
  첫 번째는 소연(즉 고제·집제와 멸제·도제)을 변지함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니, 이를테면 견고·견집소단으로서 자계연(自界緣)의 혹과 아울러 견
  
  
  
59) 즉 타계(他界)의 변행과 3계 중의 견멸·견도소단인 유루연의 혹은 마땅히 끊어질 리가 없어야 할 것이니, 고제·집제를 연으로 하는 법지(法智)와 법지인(法智忍)이 생겨나더라도 그것은 오로지 욕계의 고제·집제만을 연으로 하기 때문이며, 멸제·도제를 연으로 하는 온갖 법지와 법지인이 생겨나더라도 그것은 오로지 무루를 연으로 하여 경계로 삼기 때문이다.(『현종론』 권제28, 앞의 책, p.240) 여기서 타계의 변행혹이란 9상연혹(上緣惑)을 말하며, 견멸·견도소단인 유루연혹이란 멸제·도제 하의 번뇌인 탐·진·만·견취·계금취를 말하는데, 고제·집제를 연으로 하는 고법지·집법지와 그 인(忍)의 상태에서 9상연혹을 끊을지라도 그 때에는 9상연혹의 대상인 상계의 고제·집제를 알지 못하며, 멸제·도제를 연으로 하는 법·유지와 그 인의 상태에서 견멸·견도소단의 유루연혹을 끊을지라도 그 때에는 그 같은 혹의 대상이 되는 멸·도제 하의 사견·의와 이와 상응하는 무명(무루연혹)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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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견도소단의 무루연혹이 바로 그러하다.60)
  두 번째는 그것의 능연(能緣)을 끊음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니, 이를테면 견고·견집소단인 타계연의 혹이 바로 그러하다. 즉 자계연의 혹은 그 같은 타계연의 혹에 대해 능히 연이 되므로, 만약 능연이 끊어진다면 그것도 따라서 끊어지기 때문이다.61)
  세 번째는 그것의 소연을 끊음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니, 이를테면 견멸·견도소단의 온갖 유루연의 혹이 바로 그러하다. 즉 무루연의 혹은 능히 그것의 경계가 되므로, 만약 소연이 끊어진다면 그것도 따라 끊어지기 때문이다.62)
  그러나 만약 수소단의 혹인 경우, 그것은 [본송에서 언급한] 뒤의 한 가지 원인에 의해 끊어진다. 즉 그것은 다만 네 번째인 '대치도가 일어남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니,' 만약 이러한 품류의 대치도가 생겨날 때 이러한 품류의 온갖 혹은 단박에 끊어지기 때문이다.
  어떠한 품류의 온갖 혹은 어떠한 도에 의해 대치되는 것인가?
  이를테면 상상품으로 존재하는 온갖 혹은 하하품의 도가 능히 대치하며, 내지는 하하품으로 존재하는 온갖 혹은 상상품의 도가 능히 대치하니,63) 이와 같은 이치에 대해서는 마땅히 뒤(권제23)에서 다시 널리 분별하리라.
  앞에서 말한 대치(對治)에는 모두 몇 가지의 종류가 있는 것인가?
  
  
  
60) 욕계에 계속되는 견고·견집소단의 자계연(自界緣)의 혹과, 색·무색계의 견고제·견집소단의 혹과, 3계의 견멸·견도소단의 무루연혹은 모두 소연인 고제·집제와 멸제·도제를 변지함으로써 끊어진다.
61) 욕계에 계속되는 견고·견집소단인 자계연의 혹은 타계연의 변행혹(즉 9上緣惑)의 능연(能緣)이 되므로, 타계연의 변행혹은 그 능연이 되는 자계연의 혹을 끊음으로써 끊어진다.
62) 견멸·견도소단의 유루연의 혹(탐·진·만·견취·계금취)은 그것의 소연이 되는 무루연 혹을 끊음으로써 끊어진다.
63) 견소단의 혹도 역시 대치도가 일어날 때 끊어지지만 수소단의 혹만을 대치도가 일어남에 따라 끊어지는 것이라고 설한 까닭은, 3계의 수소단의 혹은 모두 9품(品)의 도에 의해 끊어진다는 사실을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단대치(斷對治)의 9품의 도는 결정적이기 때문이다.(견소단의 혹 중에서는 오로지 有頂惑의 대치도만이 결정적이다.) 혹은 견소단의 혹이 끊어지는 데에는 세 가지 방편이 있지만 수소단의 혹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한 가지로 설하게 된 것이다.(『현종론』 권제28, 앞의 책,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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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송으로 말하겠다.
  
  대치에는 모두 네 가지 종류가 있으니
  단(斷)·지(持)·원(遠)·염(厭)이 바로 그것이다.
  對治有四種 謂斷持遠厭
  
  논하여 말하겠다. 온갖 대치의 갈래에는 모두 네 가지의 종류가 있다.
  첫째는 단대치(斷對治)이니, 이를테면 무간도(無間道)를 말한다. 둘째는 지대치(持對治)이니, 이를테면 이 같은 무간도 후의 도로서, 이 도는 능히 이 같은 끊어짐[斷]의 득(得)을 임지(任持)하기 때문이다.64) 셋째는 원분대치(遠分對治)이니, 이를테면 해탈도 이후에 존재하는 도로서, 이 도는 능히 이같이 끊어진 혹의 득(得)을 더욱 멀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여사는 설하기를, "역시 해탈도도 그러하니(원분대치이니), 해탈도도 그것(승진도)처럼 능히 이같이 끊어진 혹의 득을 더욱 멀어지게 하기 때문이다"고 하였다.
  넷째는 염환대치(厭患對治)이니, 이를테면 어떤 계(界)의 과실을 관찰하였을 경우 깊은 염환을 낳게 하는 도를 말한다.65)
  그런데 이러한 대치에 관한 논설이 선설(善說)이 되고자 한다면 이치상 실로 다음과 같은 순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즉 첫째가 염환대치이니, 이를테면 고제(苦諦)·집제(集諦)를 연으로 하여 가행도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둘째가 단대치이니, 일체(즉 4제)를 연으로 하여 무간도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셋째가 지대치이니, 이를테면 일체를 연으로 하여 해탈도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넷째가 원분대치이니, 이를테면 일체를 연으로 하여 승진도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66)
  
  
64) 인위(忍位)의 무간도와 지위(智位)의 해탈도에 대해서는 본론 권제23(p.1062)을 참조하라.
65) 단대치란 바로 번뇌의 득(得)을 끊는 무간도(無間道)를 말하며, 지대치란 번뇌 단(斷, 즉 택멸)의 득을 확실하게 임지하는 해탈도(解脫道)를 말하며, 원분대치란 이미 끊어진 번뇌의 득을 더욱 멀어지게 하는 승진도(勝進道)를 말하며, 염환대치란 어떤 계(界)와 지(地)에 대해 염환을 낳게 하는 가행도(加行道)를 말한다.
66) 이는 논주 세친의 설로서, 이치상으로 볼 때 고제·집제에 대한 가행도를 먼저 일으키고 나서 4제 전체를 연으로 하여 무간·해탈·승진의 도를 일으키기 때문에 4종의 대치도가 선설(善說)이 되기 위해서는 염환·단·지·원분의 순서로 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현은, 무간·해탈·승진도 중의 고제·집제를 연으로 하는 것도 역시 염환대치가 될 수 있으며, 가행도는 무간도 앞에, 혹은 승진도 뒤에 일어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혹은 어떤 보특가라는 하나의 가행, 혹은 두 가지, 혹은 다수의 가행에 의해 아라한과를 증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혹은 무간도 등은 뒤의 도에 대해 역시 능히 가행이 되기 때문에 그 순서가 결정적이지 않으며, 따라서 염환대치의 가행도가 반드시 제일 앞에 와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논의하고 있다.(『현종론』 권28, 앞의 책, p.244, 『순정리론』 권제55, 한글대장경180, p.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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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갖 혹(惑)의 영원한 끊어짐[永斷]은 결정적으로 무엇에 따라 끊어지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니, 소연에 따라서
  가히 온갖 혹(惑)이 끊어지게 되는 것임을.
  應知從所緣 可令諸惑斷
  
  논하여 말하겠다.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니, 온갖 혹의 득이 영원히 끊어졌을 때라도 그것(혹)으로 하여금 상응법을 떠나게 할 수는 없으며, 다만 그것을 소연으로부터 멀리 떠나게 할 수 있을 뿐이니, 소연에서 다시는 생겨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67)
  미래의 혹을 끊는 이치는 바야흐로 그럴 수 있으니, 경계(대상)에서 다시는 생겨나지 않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럴 경우 과거의 온갖 혹의 끊어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해야 할 것인가? 만약 본송에서 '소연에 따라서'라고 하는 말을 설한 것이 [단순히 소연상에 능연의 혹을 더 이상 생겨나지 않게 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소연을 변지(遍知)하였기 때문에 [온갖 혹을] 끊게 된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 역시 이치에 맞지 않으니,
  
  
  
67) 혹(惑)을 소연의 경계로부터 원리(遠離)하여 그 소연에서 다시는 능연의 혹이 생겨나지 않게 되는 것을 '혹의 영원한 끊어짐[永斷]'이라고 한다. 즉 제법은 3세에 실유하기 때문에 혹이 영원히 끊어졌다 할지라도 혹 자체가 절멸하는 것은 아니며, 혹이 존재하는 한 심·심소와 상응 동반하는 것은 필연적이기 때문에 상응법으로부터 혹을 원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본론 권제20, p.931을 참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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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68) 이 같은 사실로 말미암아 번뇌 등의 끊어짐은 결정적으로 무엇에 따라 끊어지는 것인가에 대해 마땅히 이같이 설해야 할 것이다. 자상속 중의 번뇌 등은 그것의 득(得)이 끊어짐으로 말미암아 끊어지고, 타상속 중의 온갖 번뇌와 일체의 색(즉 선·불선·무기색)과 불염오법(비색의 유루선이나 무부무기)은 그것을 연으로 하는 자상속 중의 온갖 혹이 완전히 끊어짐으로 말미암아 끊어진다.69)
  앞에서 언급한 원분대치의 원성(遠性, 멀리 있는 것)에는 모두 몇 가지의 종류가 있는 것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원성에는 네 가지의 종류가 있으니
  상(相)·치(治)·처(處)·시(時)가 바로 그것으로
  예컨대 그것들은 대종과 시라(尸羅)와
  다른 처소와 두 가지 시간[二世] 따위와 같다.
  遠性有四種 謂相治處時
  如大種尸羅 異方二世等
  
  논하여 말하겠다. 전(傳)하여 설(說)하기를, "원성에는 모두 네 가지의 종류가 있다. 첫째는 상원성(相遠性)으로, 이를테면 4대종이 비록 다 같이 동일 취(聚) 중에 생겨나 있을지라도 그 상(相)이 다르기 때문에 역시 '멀리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과 같다. 둘째는 치원성(治遠性)으로, 이를테면 계를 지니거나 범하는 것이 비록 다 같이 동일한 소의신 중에서 이루어지고 있을지라도 그것들은 서로 대치되는 것이기 때문에 역시 '멀리 있는 것'이라고
  
  
  
68) 바로 앞의 본송에서 언급하였듯이 유부에 의하는 한 번뇌는 소연에 대해 두루 아는 힘[遍知力]으로 말미암아 영원히 끊어지게 된다. 그렇지만 그것은 단혹(斷惑)의 한 근거[因]에 불과하다.
69) 이상은 단혹(斷惑)의 대상에 대한 논주 세친의 주장으로, 전자를 자성단(自性斷)이라 하고, 후자를 연박단(緣縛斷)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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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셋째는 처원성(處遠性)으로, 동서의 바다가 다 같이 동일한 세계 중에 존재한다고 할지라도 방처(方處)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역시 '멀리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과 같다. 넷째는 시원성(時遠性)으로, 이를테면 과거와 미래의 두 가지 시간[世]은 다 같이 동일한 존재[一法]에 의거하여 설정된 것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서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역시 '멀리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시원성에서] 무엇에 근거하여 '멀리 있는 것'이라고 설한 것인가?(논주의 물음)
  현재세에 근거하여 ['멀리 있는 것'이라고] 설하였다.(유부의 답)
  그렇다면 무간에 이미 멸한 때[已滅時]나 바로 생겨나는 때[正生時]는 현재와 서로 인접한 것인데,70) 어떻게 '멀리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논주의 힐난)
  3세의 성질[世性]이 다르기 때문에 '멀리 있는 것'이라고 이름한 것으로, 과거[曾]와 미래[當]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비로소 '멀리 있는 것'이라고 일컬은 것은 아니다.(유부의 답)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현재세도 역시 마땅히 '멀리 있는 것'이라고 일컬을 수 있을 것이니, 과거·미래세와 비교하면 그 성질이 역시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과거와 미래의 법은 작용을 갖지 않으며, 작용을 떠났기 때문에 그것을 일컬어 '멀리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온갖 무위법에도 작용이 없는데, 어떻게 그것을 '가까이 있는 것[近]'이라고 일컬을 수 있을 것인가?71) 만약 현재세에 무위를 두루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가까이 있는 것'이라고 이름하였다고 한다면, 과거·미래의 2세의 경우도 역시 그러해야 할 것이다.72) 그리고 허공무
  
  
70) '무간에 이미 멸한 때[已滅時]'란 어떤 법이 과거로 멸하였으나 현재 찰나와의 중간에 일법의 장애함도 없는 상태를 말하며, '바로 생겨나는 때[正生時]'란 어떤 미래법의 생상(生相)이 일어나는 때를 말한다.
71) 이에 대해 중현은 "무위는 시간에 제약되지 않는 것으로, 허공은 일체처에 두루하며 어떠한 장애도 갖지 않기 때문에, 비택멸은 일체의 처소와 시간에 두루 획득될 수 있으며, 택멸은 단혹할 때 획득될 수 있기 때문에 '가까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논설하고 있다.(앞의 논, p.247)
72) 과거법은 법후득(法後得)을, 미래법은 법전득(法前得)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러한 득은 무위법과 마찬가지로 모두 현재세에 존재하므로 역시 '가까이 있는 것'이라고 이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힐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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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와 같은 것을 어떻게 '가까이 있는 것'이라고 이름할 수 있을 것인가?73) 만약 다시 과거와 미래세를 서로 견주어 볼 때 현재세와 떨어져 있기 때문에 '멀리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러나 현재세를 [과거와 미래의] 2세와 견주어 보면 다 같이 극히 서로 인접해 있으며, [또한 역시] 무위는 [시간적] 간격이 없기 때문에 모두 '가까이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과거·미래도 현재세와 인접해 있으며 서로 견주어 볼 경우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응당 마땅히 ['멀리 있는 것', '가까이 있는 것'이라는] 두 가지 명칭으로 일컬어야 하지 한결같이 '멀리 있는 것'이라고 일컬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정리(正理)에 의거하여 설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과거와 미래는 법의 자상(自相)을 떠났기 때문에 '멀리 있는 것'이라 이름한다고 해야 할 것이니, 미래는 아직 법의 자상을 획득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과거는 이미 법의 자상을 버렸기 때문이다.74)
  그리고 [본송에서의] '따위'라고 말한 것은 멀리 있는 법의 예를 아직 다 열거하지 않았음을 나타내기 위해서였다.
  
  앞에서 혹(惑)은 대치도가 생겨남으로 말미암아 끊어진다고 말하였는데, 그럴 경우 도가 승진(勝進)할 때에는 끊어진 온갖 혹이 다시 끊어진다고 해야 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해야 할 것인가? [만약 전자일 경우] 획득된 이계(離繫)가 거듭 획득되는 일이 있는 것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온갖 혹이 다시 끊어지는 일은 없지만
  이계는 거듭 획득되는 경우가 있으니
  대치가 생겨나고 과위(果位)를 획득하며
  
  
  
  
73) 허공무위에는 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같이 말한 것이다.
74) 이상은 논주 세친의 비판과 주장으로, 이는 바로 경부의 과미무체(過未無體)설에 근거하여 해석한 것이다. 그래서 장행 첫머리에서 유부의 4종의 원성(遠性)을 '전설(傳說)'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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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기를 단련하는 등의 여섯 때 중에 그러하다.
  諸惑無再斷 離繫有重得
  謂治生得果 練根六時中
  
  논하여 말하겠다. 온갖 혹(惑)은, 만약 그것을 능히 끊는 도[能斷道]를 획득하게 되면 그러한 도로 말미암아 이러한 혹은 단박에 끊어지며, 필시 그 후 다시 이러한 혹을 끊는 일은 없다.75)
  그러나 획득된 이계(離繫)는 비록 도에 따라 점차 보다 뛰어난 이계로 나아가는 일[勝進]은 없을지라도, 도가 승진할 때 그같이 뛰어난 이계의 득을 거듭하여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76)
  앞에서 말한 '거듭하여 획득되는 경우'는 모두 몇 때에 성취되는 것인가?
  모두 여섯 때에 성취된다.
  무엇이 여섯 때인가?
  이를테면 대치의 도가 일어나는 때와 사문의 과위(果位)를 획득하는 때와 근기를 단련[練根]하는 때이다.
  여기서 '대치도가 일어나는 때'란 이를테면 해탈도가 일어나는 때를 말한다.77) '과위를 획득하는 때'란 이를테면 예류·일래·불환·아라한의 과위를 획득할 때를 말한다. '근기를 단련하는 때'란 이를테면 전근(轉根) 즉 근기를 바꾸는 때를 말한다.78) 바로 이러한 여섯 때 중에서 온갖 혹의 이계는 도의
  
  
75) 혹(惑)은 네 가지 대치도 중 무간도를 획득할 때 단박에 끊어지며, 그러한 도에서 물러나는 때를 제외하고는 다시 끊어지는 일이 없으니, 끊고 나서 다시 끊는다고 하면 그것은 중설의 허물[唐捐]이 되기 때문이다.(『현종론』 권제28, 앞의 책 p.248)
76) 이계, 즉 택멸은 상주의 무위법이기 때문에 무간도에 의해 획득된 것보다 승진도에 의해 획득된 것이 보다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러한 택멸의 득(得)은 승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열한 득을 버리고 보다 뛰어난 득[勝得], 즉 택멸을 보다 확실하게 획득하게 하는 득을 획득하는 경우가 있다.
77) 앞서 논설하였듯이 무간도는 바로 혹의 득을 끊는 대치도이며, 해탈도는 단혹(이계택멸)의 득을 지니는 대치도이다. 따라서 해탈도가 현전하면 이계택멸의 득을 획득하는 동시에 그것을 확고하게 임지하는 득을 획득하기 때문에 택멸의 뛰어난 득을 거듭하여 획득한다고 말할 수 있다.
78) 『현종론』(앞의 책, p.249)에서는 '근기를 증진(增進)시키는 때[轉展]'라고 정의한다. 이는 곧 둔근(鈍根)의 아라한이 근을 단련시켜 이근(利根)으로 바꿀 때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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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진(勝進)에 따라 거듭하여 뛰어난 득[勝得]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온갖 이계는 상응하는 바에 따라 여섯 때에 모두 뛰어난 득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으며, 내지는 오로지 두 때에만 뛰어난 득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음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를테면 욕계에 계속되는 견4제단(見四諦斷)과 색계·무색계의 견3제단에 의한 이계의 득은 여섯 때에 모두 획득되며,79) 색계·무색계의 견도제단에 의한 이계의 득은 오로지 다섯 때에 획득되니, 대치도가 생겨나는 때가 바로 과위(즉 예류과)를 획득하는 때이기 때문에 마땅히 이를 두 때로 나누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또한 욕계 수단(修斷)에 의한 5품의 이계의 득도 역시 다섯 때에 획득되니, 예류과를 획득하는 때가 제외되기 때문이다.80)
  제6품의 이계(즉 일래과)의 득은 오로지 네 때에 획득되니, 이를테면 앞의 다섯 때에서 한 때를 제외한 것이 바로 그것으로, 과위를 획득하는 때와 대치도가 생겨나는 때의 차별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7·제8품의 이계의 득도 역시 네 때에 획득되니, 과위를 획득하는 네 때 중에서 앞의 두 때(즉 예류와 일래과를 획득하는 때)를 제외하였기 때문이다. 제9품의 이계(즉 불환과)의 득은 오로지 세 때에 획득되니, 이를테면 앞의 네 때 중에서 역시 한 때를 제외한 것이 바로 그것으로, 역시 대치도가 생겨나는 때가 바로 과위를
  
  
  
79) 욕계의 견소단의 혹을 끊을 때에는 법지 즉 해탈도가 생겨나 무위의 득을 획득하게 되고, 초과에서 시작하여 4과를 획득할 때마다 각각의 과에 포섭되는 무위의 득을 거듭 획득하며, 다시 전근(轉根)할 때에도 거듭 획득하기 때문에 여섯 때에 모두 획득된다. 마찬가지로 상 2계의 견도소단을 제외한 견3제소단의 혹을 끊을 때의 이계의 득도 역시 그러하다. 여기서 상계의 견도소단을 제외하는 이유는 도류지 즉 해탈도가 생겨날 때에는 바로 예류과를 획득하므로, 대치도가 일어날 때와 초과의 과위를 획득하는 때가 동일하기 때문이다.(후술)
80) 즉 욕계 수혹의 9품 중 앞의 5품을 끊는 것까지가 예류과이다. 그래서 그 같은 5품의 이계를 획득할 때에도 '과위를 획득하는 때'를 제외한 것으로, 예류과는 견도 제16심(즉 도류지)에서 이미 성취되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일래과는 욕계 수혹 중 제6 중하품을 끊는 순간 성취되며, 불환과는 제9품이 끊어져 더 이상 욕계로 되돌아오지 않는 성자이며, 무색계의 유정천 제9품에 이르기까지의 일체의 번뇌가 끊어진 것이 아라한과이며, 그 도정에 있는 자가 아라한향(向)이다.(본론 권제23, 24 참조) 그래서 제7·제8품의 이계의 득은 네 때에, 제9품에서 무색계의 유정천 제8품까지의 이계의 득은 세 때에, 유정천의 제9품의 이계의 득은 두 때에 획득되는 것이다.(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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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획득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색계·무색계의 수소단 중에서 오로지 유정(有頂)의 제9품의 이계를 제외한 그 밖의 이계(즉 아라한향)의 득도 역시 오로지 세 때에 획득되니, 과위를 획득하는 네 때 중에서 앞의 세 때를 제외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정의 제9품의 이계(즉 아라한과)의 득은 오로지 두 때에 획득되니, 이를테면 앞의 세 때 중에서 다시 한 때를 제외한 것이 바로 그것으로, 역시 대치도가 생겨나는 때가 바로 과위를 획득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바야흐로 있을 수 있는 이치에 대해 논설한 것이다.81) 그러나 만약 이근자(利根者)일 경우, 앞서 언급한 온갖 상태 중에서 각기 모두 근기를 단련[練根]할 때의 획득이 제외되기 때문에 [한 때를 빼야 한다].82) 또한 유정으로서 초월하여 성도(聖道)에 들어가는 자는83) 상응하는 바에 따라 예류과 등을 제외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계의 득을 거듭하여 획득하는 때는 일정하지 않은 것이다].
  모든 이계는 각각의 상태 중에서 '변지(遍知)'라고 하는 명칭을 획득한다.84) 변지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지변지(智遍知)이며, 둘째는 단변지(斷遍知)이다. 지변지란 이를테면 무루지를 말하고, 단변지란 이를테면 온갖 [번뇌의] 끊어짐[斷]을 말하는데, 이는 결과상에 원인의 명칭을 설정한 것이기 때문이다.85)
  
  
81) 즉 이상은 둔근자(鈍根者)에 근거하여 일반적인 사실을 논설한 것이다.
82) 이미 이근인 자에게는 근기의 단련이 필요 없기 때문에, 예컨대 아라한향의 경우 대치가 일어나는 때와 제4 아라한과를 증득하는 때와 근기를 단련하는 때 중에서 세 번째가 제외된 두 때에 이계의 뛰어난 득이 거듭하여 획득된다.
83) 초월증(超越證)을 말한다. 즉 4과를 순서대로 증득하지 않고 한 과나 두 과를 건너뛰어 증득하는 성자로서, 차제증(次第證)의 반대. 이를테면 3계 9지 중의 하 8지의 수혹은 무루도뿐만 아니라 이생위의 유루 세속도(6行觀)에 의해서도 끊어지기 때문에(본론권제23, p.1066 ; 권제24, p.1112 참조) 초월증이 설정되는 것이다.
84) 변지(遍知, parijna, 구역에서는 永斷)란 무루지(無漏智)를 말한다. 혹은 무루지의 결과인 택멸이계를 의미하는데, 전자를 지변지(知遍知)라 하고, 후자를 단변지(斷遍知)라고 한다.(후술)
85) 번뇌의 끊어짐은 바로 지변지의 결과이기 때문에 거기에 '변지'라고 하는 명칭을 부여하게 된 것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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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그렇다면 일체의 끊어짐, 즉 '단(斷)'을 하나의 변지로 설정해야 하는 것인가?86)
  그렇지 않다.
  그러면 어떠한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단변지에는 아홉 가지가 있으니
  욕계의 처음 2부(部)의 끊어짐이 그 하나이고
  다음 2부의 끊어짐에 각기 하나씩 있어 합하여 셋이 되며
  상계의 세 가지도 역시 그러하다.
  斷遍知有九 欲初二斷一
  二各一合三 上界三亦爾
  
  그 밖의 5순하분결과,
  색과, 일체 번뇌의 끊어짐의 세 가지가 있다.
  餘五順下分 色一切斷三
  
  논하여 말하겠다. 온갖 끊어짐[斷]에는 모두 아홉 가지 종류의 변지를 설정하니,87) 이를테면 3계에 계속되는 견제소단의 번뇌 따위의 끊어짐에 여섯 가지 변지를 설정하고,88) 그 밖의 3계에 계속되는 수도소단의 번뇌 따위의 끊어짐에 세 가지 변지를 설정하는 것이다.
  바야흐로 3계에 계속(繫屬)되는 견제소단(見諦所斷)의 번뇌 따위의 끊어짐에 여섯 가지 변지를 설정한다고 함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를테면 욕계에 계속되는 처음 2부(部)의 끊어짐에 하나의 변지를 설정
  
  
  
  
86) 각각의 이계를 각기 하나의 변지로 설정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일체의 이계를 전체적으로 하나의 변지로 설정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물음.
87) 오로지 아홉 가지만을 설정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본 권 뒤에서 분별한다.
88) 여기서 '따위'란 번뇌와 상응하는 심·심소와, 그것과 구유(俱有)하는 '득'과 생(生) 등의 4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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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니, 여기서 '처음의 2부'라고 하는 말은 견고소단과 견집소단을 의미한다. 다음의 2부에는 각기 하나의 변지를 설정하니, '다음의 2부'란 말은 견멸소단과 견도소단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하여 욕계의 견제소단의 번뇌 따위의 끊어짐에 세 가지 변지를 설정하였다.
  욕계에 세 가지 변지를 설정한 것과 마찬가지로 상계의 경우도 역시 그러하니, 이를테면 색·무색의 2계에 계속되는 번뇌 따위의 끊어짐에도 역시 처음 2부의 끊어짐에 하나의 변지를 설정하고, 다음 2부의 끊어짐에도 각기 하나의 변지를 설정하여 도합 세 가지가 된다. 즉 견고·견집소단과 견멸소단과 견도소단의 법의 끊어짐에 [각기 하나의 변지를 설정하여] 도합 세 가지의 변지를 설정한다는 뜻이다. 바로 이와 같은 변지를 일컬어 3계의 견제소단의 법(즉 번뇌)이 끊어지는 여섯 가지 종류의 변지라고 하는 것이다.89)
  그 밖의 3계에 계속되는 수도소단(修道所斷)의 번뇌 따위의 끊어짐에 세 가지 변지를 설정한다고 함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를테면 욕계에 계속되는 수도소단의 번뇌 따위의 끊어짐에 한 가지의 변지를 설정하니, 이는 바로 '5순하분결이 다하는 변지[五順下分結盡遍知]'임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으로, 앞의 끊어짐(즉 견혹의 諸斷)과 아울러 함께 설정하였기 때문이다.90) 색계에 계속되는 수도소단의 번뇌 따위의 끊어짐에도 한 가지의 변지를 설정하니, 이는 바로 '색애가 다하는 변지[色愛盡遍知]'임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색계에 계속되는 수도소단의 번뇌 따위의 끊어짐에도 한 가지의 변지를 설정하니, 이는 바로 '일체의 결이 영원히 다하는 변지[一切結永盡遍知]'로서, 이것 역시 앞의 것과 합하여 하나로 설정하였기 때문이다. 바로 이와 같은 변지를 일컬어 3계의 수도소단의 법이 끊어지는 세 가지 종류의 변지라고 하는 것이다.
  어떠한 인연에서 색계·무색계의 수도소단의 번뇌 따위의 끊어짐에는 변
  
  
  
89) 정리하면 3계의 견제소단에는, (1) 욕계계의 견고·견집소단의 혹을 끊는 변지, (2) 견멸소단의 혹을 끊는 변지, (3) 견도소단의 혹을 끊는 변지, (4) 색·무색계의 견고·견집소단의 혹을 끊는 두 가지 변지, (5) 견멸소단의 혹을 끊는 변지, (6) 견도소단의 혹을 끊는 변지 등 6종의 변지가 있다.
90) 이 같은 변지는 바로 욕계 수혹(修惑)의 택멸과 앞서 증득한 견혹(見惑)의 택멸을 함께 취하여 이름한 것이기 때문에 '5순하분결진(順下分結盡)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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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를 달리 설정하였으면서 견도소단의 경우에는 달리 설정하지 않은 것인가?
  수소단은 그 대치가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91)
  이상과 같이 설정된 아홉 종류의 변지에 대해 마땅히 분별해 보아야 할 것이니, 그 중의 몇 가지는 어떠한 도의 결과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이 가운데 인(忍)의 결과는 여섯 가지이며
  그 밖의 세 가지는 바로 지(智)의 결과이다.
  於中忍果六 餘三是智果
  
  미지정의 결과는 일체의 변지이며
  근본정의 결과는 다섯 가지, 혹은 여덟 가지이며
  무색계 변정(邊定, 즉 근분정)의 결과는 한 가지이며
  세 가지 근본정도 역시 그러하다.
  未至果一切 根本五或八
  無色邊果一 三根本亦爾
  
  세속도와 성도의 결과는 두 가지와 아홉 가지이고
  법지와 유지의 결과는 세 가지와 두 가지이며
  법지품의 결과는 여섯 가지이고
  유지품의 결과는 다섯 가지이다.
  俗果二聖九 法智三類二
  
  
  
91) 상 2계의 견혹은 동일한 대치도인 유지(類智)에 의해 끊어지지만, 수혹은 색계와 무색계에 따라 그 대치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즉 상 2계의 수혹은 더 이상 끊어지는 유형[惑數, 3계 98수면]으로 분류되지 않고, 다만 선정의 상태와 번뇌의 강약[品數, 3계 9지 9품, 즉 81품]에 따라 분류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욕계 미지정의 상상품의 번뇌로부터 시작하여 하하품의 번뇌로, 다시 색계 초선의 상상의 번뇌에서 하하의 번뇌로. 그리하여 마침내 무색계 비상비비상처정의 하하품의 번뇌가 끊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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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法智品果六 類智品果五
  
  논하여 말하겠다. 이러한 9변지 중에서 바야흐로 먼저 인도(忍道)와 지도(智道)의 결과가 되는 변지의 차별부터 분별하리라. '인'의 결과에는 여섯 가지가 있으니, 이를테면 3계에 계속되는 견제소단법의 끊어짐인 여섯 가지 종류의 변지가 바로 그것이다. '지'의 결과에는 세 가지가 있으니, 이를테면 순하분결과 색애(色愛)와 일체의 결(結)이 다하는 변지가 바로 그것이다. 즉 이 같은 세 가지 변지는 바로 수도의 결과이기 때문이다.92)
  어떻게 '인'의 결과를 설하여 변지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모든 '인'은 다 '지'의 권속이기 때문이니, 이를테면 왕의 권속을 일시 왕이라고 이름하는 것과 같다. 혹은 '인'과 '지'는 동일한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93)
  이제 다음으로 정려지의 권속과 근본의 결과가 되는 변지의 차별에 대해 분별해 보아야 할 것이다. 미지정려의 결과는 9변지 모두이니, 말하자면 이것을 근거로 하여 3계의 견소단·수소단의 번뇌 따위를 능히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근본정려의 결과에는 다섯 가지, 혹은 여덟 가지가 있다. 다섯 가지라고 말한 것은 비바사사(毘婆沙師)의 설로서, 근본정려지만이 오로지 능히 색계와 무색계에 포섭되는 번뇌 따위를 영원히 끊을 수 있기 때문이며, 욕계에 계속되는 번뇌 따위의 끊어짐을 그들은 오로지 미지정의 결과라고 인정하였기 때문이다.94) 여덟 가지라고 말한 것은 존자 묘음(妙音)의 설이다. 즉 근본정려지도 역시 욕계의 온갖 번뇌 따위에 대해 단대치가 되니, 온갖 유정으로서 일찍이 욕계의 염오를 떠난 자가 근본정려지에 의거하여 견제(見諦)에
  
  
92) 다시 말해 3계 견혹의 6변지는 고법지인·고류지인 내지 도법지인·도류지인 등의 8인(忍)의 과보이며, 수혹의 세 가지 변지는 고법지 내지 도류지 등의 8지(智)의 과보이다. 8인·8지에 대해서는 본론 권제23(p.1055 이하) 참조.
93) 인(忍)은 지(智)가 아니지만 '지'의 권속이기 때문에, '인'과 '지'는 동일한 이계를 획득하기 때문에 '인'의 과보도 변지라고 이름하는 것이다. 즉 무간도인 '인'과 해탈도인 '지'는 서로를 도와 동일한 택멸을 획득하기 때문에, 다시 말해 '지'의 결과인 택멸은 '인'의 결과도 되기 때문에 그것을 변지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94) 비바사사는 욕계에 계속되는 번뇌는 미지정에서 끊어지기 때문에, 근본정에서는 상 2계의 견소단의 끊어짐인 세 가지 변지와, 상 2계의 수소단의 끊어짐인 색애와 일체결의 두 가지 변지가 결과로서 획득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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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 때 욕계에 계속되는 견소단의 법을 끊는 별도의 도가 무루의 득을 인기한다고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에 따라 이것(욕계의 세 가지 단변지)도 역시 그러한 견도의 결과이지만 '순하분결이 다하는 변지'만은 제외되니, 그것은 오로지 미지정의 결과이기 때문으로, [근본정려에서] 그것의 단대치를 닦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95)
  그리고 중간정려의 경우는 근본정려에서 설한 것과 같다.
  이제 다음으로 무색지의 권속(즉 공무변처의 近分地)과 근본(3무색정)의 결과가 되는 변지의 차별에 대해 분별해 보아야 할 것이다. 무색계의 변지(邊地, 즉 공무변처의 근분지)의 결과에는 오로지 한 가지만이 있으니, 이를테면 공무변처의 근분지의 도에 의해 '색애가 다하는 변지'의 결과를 획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의 세 근본정(공무변처·식무변처·무소유처)의 결과도 역시 오로지 한 가지뿐이니, 이를테면 무색의 앞의 세 근본정에 의해 '일체의 결이 영원히 다하는 변지'의 결과를 획득하기 때문이다.
  이제 다음으로 세속도와 성도의 결과가 되는 변지의 차별에 대해 분별해 보아야 할 것이다. 세속도의 결과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이를테면 세속도의 힘은 오로지 순하분결과 색애가 다하는 변지의 결과만을 능히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96) 성도의 결과는 아홉 가지이니, 이를테면 성도의 힘은 3계의 법을 능히 두루 영단(永斷)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다음으로 법지(法智)와 유지(類智)의 결과가 되는 변지의 차별에 대해 분별해 보아야 할 것이다. 법지의 결과에는 세 가지가 있다. 즉 법지의 힘은 3계의 수소단의 번뇌를 능히 끊을 수 있기 때문에 뒤의 세 가지 결과(수소단의 세 변지)를 획득하는 것이다. 유지의 결과에는 두 가지가 있다. 즉 유지의 힘은 단지 색계·무색계의 수소단의 번뇌만을 능히 끊을 수 있기 때문에 뒤의 두 가지 결과를 획득하는 것이다.97)
  
  
95) 즉 묘음(妙音)은, 근본정려에 의해서도 욕계의 번뇌가 끊어지기 때문에, 오로지 미지정의 결과인 5순하분결이 다하는 변지만을 제외한 8변지가 모두 근본정려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96) 유루의 세속도로써는 견혹을 개별적으로 끊을 수 없기 때문에, 또한 유정(有頂)의 혹을 끊을 수 없기 때문에(본론 권제24, p.1107 참조), 욕계의 견혹의 끊어짐인 6변지와 '일체의 결이 영원히 다하는 변지'를 획득할 수 없다.
97) 수도에 포섭되는 법지는 3계의 수혹을 끊기 때문에(본론 권제26 「변지품」 제9송 참조) 그 결과에는 5순하분결과 색애와 일체결이 다하는 세 가지 변지가 있으며, 수도에 포섭되는 유지는 상 2계의 수혹을 끊기 때문에 그 결과에는 색애와 일체결이 다하는 두 가지 변지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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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다음으로 법지와 유지의 동일한 품류로서의 온갖 도의 결과가 되는 변지의 차별에 대해 분별해 보아야 할 것이다. 법지품의 결과에는 여섯 가지가 있으니, 이는 바로 앞에서 언급한 법지와 법지인에 의해 획득되는 여섯 가지의 결과가 바로 그것이다. 유지품의 결과에는 다섯 가지가 있으니, 이는 바로 앞에서 언급한 유지와 유지인에 의해 획득되는 다섯 가지의 결과가 바로 그것이다.98) 즉 여기서 '품'이라는 말은 지(智)와 인(忍)을 모두 포섭하기 때문이다.
  어째서 각각의 끊어짐에 별도로 변지를 설정하지 않고 오로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아홉 가지 상태에 대해서만 설정하게 된 것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무루 단(斷, 즉 이계)의 득을 획득하고
  아울러 제일유(第一有, 즉 有頂)를 결여하며
  두 원인을 멸하고, 계(界)를 초월하는 것으로
  그래서 아홉 가지의 변지를 설정하게 된 것이다.
  得無漏斷得 及缺第一有
  滅雙因越界 故立九遍知
  
  논하여 말하겠다. 유루법의 끊어짐에는 비록 다수의 실체(즉 택멸)와 상태가 있을지라도 네 가지 조건으로 말미암아 아홉 가지 변지를 설정하게 된 것이다.99)
  
  
98) 법지품(法智品)이란 법지와 법지인을 합한 것으로, 법지는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3계 수혹을 끊기 때문에 뒤의 세 변지를 획득하며, 법지인은 욕계 견혹을 끊기 때문에 견고·견집, 견멸, 견도소단변지를 획득한다. 유지품의 경우도 이에 준하여 알 것.
99) 유부에 의하는 한 택멸의 수는 유루법의 수만큼 존재하기 때문에 이치상으로 볼 때 변지 또한 무수히 많아야 하지만, 다만 견도소단의 경우 세 가지 조건을, 수도소단의 경우 네 가지 조건을 갖춘 택멸만을 변지로 설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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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세 가지 조건으로 말미암아 여섯 가지 인(忍)의 결과를 변지로 설정하였으니, [세 가지 조건이란] 이를테면 무루의 이계득을 획득하였기 때문이며, 유정(有頂)을 결여하였기 때문이며, 두 가지의 원인[雙因]을 멸하였기 때문이다.100) 온갖 끊어짐으로서 요컨대 이와 같은 세 가지 조건을 갖춘 것은 '변지'라는 명칭으로 설정하지만, 그것을 결여할 경우 변지라고 이름하지 않는 것이다. 예컨대 이생위에서는 두 가지 원인을 멸하였을지라도 무루단의 득이 존재하지 않으며, 유정(有頂)을 결여하지 않았기 때문에(즉 하 8지의 염오만을 떠났기 때문에) 비록 그 역시 끊어짐을 획득하였을지라도 변지라고는 이름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성자위 중에서도 견제(見諦)에 들고부터 고류지인(苦類智忍)이 현행하기 전까지는 이미 무루도의 득을 획득하였을지라도 아직 유정을 결여하지 않았고, 아직 두 가지 원인을 멸하지 않았으며, 고류지(苦類智)와 집법지인(集法智忍)의 단계에 이른 경우 역시 비록 유정을 결여하였을지라도 아직 두 가지 원인을 멸하지 않았고, 아직 견집소단의 온갖 변행인을 멸하지 않았기 때문에 [변지라고는 이름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 후의 법지와 유지의 단계에 이르러 획득된 온갖 끊어짐은 세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각각의 상태를 변지로 설정하게 된 것이다.101)
  다 같이 네 가지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에 세 가지 지(智, 즉 변지)를 결과로 설정한 것으로, [네 가지 조건이란] 이를테면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조건에 '계를 초월[越界]하기 때문에'를 더한 것이다. 여기서 '계를 초월하였다'고 하는 말은 이러한 계(界) 중의 번뇌 따위의 법을 모두 완전히 떠났기 때문에 그같이 말한 것이다.102)
  
  
100) '유정(有頂)을 결여하였다'고 하는 것은 3계 9지의 최후인 유정지의 5부 번뇌를 완전히 끊었다는 말이고, '두 가지의 원인을 소멸하였다'는 것은 자부·자품의 동류인과 타부·타품의 변행인을 소멸하였다는 말이다.
101) 즉 집법지(즉 제6찰나)에서의 끊어짐은 욕계의 2부(견고·견집소단)의 번뇌가 끊어져 세 가지 연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에 '변지'라는 명칭을 획득하며(見苦集斷遍知. 즉 이 때 집법지인과 집법지에 의해 욕계 변행혹과 자부 자지의 동류인을 소멸한다), 이후 집류지(제8찰나)로부터 도류지인에 이르기까지 다섯 변지를 획득한다.(후술)
102) 즉 욕계9품의 혹을 전부 떠났을 때는 욕계를 초월하고, 색계 제4정려의 9품의 혹을 전부 떠났을 때는 색계를 초월하며, 무색계 유정천의 9품의 혹을 전부 떠났을 때는 무색계를 초월한다는 뜻으로, 5순하분결이 다하는 변지는 욕계를, 색애가 다하는 변지는 색계를, 일체의 결이 영원히 다하는 변지는 무색계를 초월함으로써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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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어떤 이는 '구계를 떠나는 것[離俱繫]'도 역시 하나의 조건으로 설정하기 때문에 변지를 설정하는 조건에는 모두 다섯 가지가 있다. 여기서 '구계를 떠나는 것'이라고 함은, 이를테면 이것이 비록 끊어졌을지라도 아직 변지를 설정하지 않으며, 요컨대 그 밖에 이러한 경계를 소연으로 하는 혹을 끊을 때 비로소 건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103)
  그러나 이러한 구계를 떠나는 것은 '두 가지 원인을 멸하고 아울러 계를 초월하였다'는 조건과 그 작용상에 어떠한 차별도 없기 때문에 비록 의미상으로는 다를지라도 별도로 설해서는 안 된다.104) 그렇지만 비록 계를 초월하는 단계에서는 두 가지 원인을 멸할지라도 두 가지 원인이 멸할 때에는 모두 계를 초월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두 가지 원인을 멸하였다'는 조건 이외에 별도로 '계를 초월하였다'는 조건을 설정한 것이다. 즉 3지(地, 상 2계의 하 3지)의 두 가지 원인을 멸하였을지라도 변지로 설정하지는 않기 때문이다.105)
  그렇다면 누가 몇 가지의 변지를 성취하는 것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103) 여기서 어떤 이는 대법(對法) 논사. 혹은 잡심(雜心) 논사라는 설도 있지만, 이 같은 변지의 5연설(혹은 4연설)은 바사의 정설이다.(『대비바사론』 권제62, 한글대장경120, p.274) '이구계'란 자부·자품의 계박과 타부·타품의 계박을 모두 떠나는 것으로, 비바사사에 의하면, 예컨대 욕계 고제하의 번뇌를 끊었을지라도 집제하의 타부의 변행혹이 계박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고제하의 택멸을 획득하였을지라도 이를 변지로 설정하지 않은 것이다.
104) 논주 세친의 비판. 즉 동류·변행의 두 가지 원인을 멸할 때에는 요컨대 견혹의 구계(俱繫)를 떠나고, 계를 초월할 때에는 수혹의 9품을 끊음으로써 수혹의 구계를 떠나기 때문에 작용상으로는 어떠한 차별도 없다는 것이다.
105) 이는, 유루도로써 색계와 무색계의 아래 3지의 번뇌를 끊어 두 가지 원인을 소멸하였을지라도, 그 때는 아직 계를 초월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을 변지로 설정하지는 않는다는 예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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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제위(見諦位)에 머무는 자는 성취하는 일이 없든지
  혹은 한 가지에서 다섯 가지를 성취하고
  수도위에서는 여섯 가지와 한 가지와 두 가지를 성취하며
  무학위에서는 오로지 한 가지만을 성취한다.
  住見諦位無 或成一至五
  修成六一二 無學唯成一
  
  논하여 말하겠다. 이생(異生)은 결정코 변지를 성취하는 일이 없다.
  만약 견제위(見諦位, 즉 견도)에 머무는 온갖 성자로서 첫 번째 견도(즉 고법지인)로부터 집법지인의 찰나에 이른 자라면 온갖 변지를 역시 성취하지 못하며, 집법지와 집류지인의 찰나에 이른 자라면 오로지 한 가지(욕계 견고·견집단변지)만을 성취하며, 집류지와 멸법지인의 찰나에 이른 자라면 바로 두 가지(앞의 변지와 색계·무색계의 견고·견집단변지)를 성취하며, 멸법지와 멸류지인의 찰나에 이른 자라면 바로 세 가지(앞의 두 가지 변지와 욕계의 견멸단변지)를 성취하며, 멸류지와 도법지인의 찰나에 이른 자라면 바로 네 가지(앞의 세 가지 변지와 색계·무색계의 견멸단변지)를 성취하며, 도법지와 도류지인의 찰나에 이른 자라면 바로 다섯 가지(앞의 네 가지 변지와 욕계의 견도단변지)를 성취한다.
  수도위에 머무는 자로서 도류지에서 시작하여 아직 욕계의 염오를 완전히 떠나지 않은 자와, 아울러 욕계의 염오를 떠났다가 물러난 자는 모두 여섯 가지(앞의 다섯 변지와 색계·무색계의 견도단변지)를 성취한다.106) 욕계를 완전히 떠났으나 아직 색애를 다하지 않았거나107) 혹은 일찍이 욕계를 떠난 자로서 도류지로부터 나아가 색애를 다하는 승과도(勝果道)가 일어나기 전까지의 단계에 있는 자는 오로지 한 가지의 변지만을 성취하니, 이를테면 5
  
  
106) 이는 바로 수도의 첫 찰나인 견도 제16심, 즉 도류지로부터 시작하여 욕계 수혹의 제6품 즉 중하품을 끊기 전까지의 단계에 있는 자와 일단 중하품의 번뇌를 끊었다가 물러난 자이다.
107) 이는 욕계의 제9품의 혹을 떠나는 해탈도에서 시작하여 색계의 혹을 떠나는 무간도에 이르기까지의 단계에 있는 자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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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하분결이 다하는 변지이다.108) 그리고 색애를 다한 자와, 아울러 무학위에 있던 자가 색계의 전[色纏]을 일으켜 그것으로부터 물러나는 자도 역시 한 가지만을 성취하니, 앞에서와 같다. 색애를 갖은 자로서 색애를 영원히 다한 자와, 일찍이 색애를 떠난 자로서 색애를 다하는 도를 일으킨 때로부터 아직 무색애를 완전히 떠나기 전까지의 단계에 있는 자는 5순하분결이 다하고 색애가 다하는 두 가지 변지를 성취한다.109)
  무학위로부터 물러나 무색계의 전을 일으키는 자도 두 가지의 변지를 성취하니, 그 명칭은 앞에서 설한 바와 같다. 그리고 무학위에 머무는 자는 오로지 한 가지의 변지만을 성취하니, 이를테면 일체의 결이 영원히 다하는 변지이다.
  
  어떠한 연유에서 불환과(不還果)와 아라한과(阿羅漢果)의 경우에는 온갖 번뇌의 끊어짐을 모두 모아 한 가지 변지로 설정한 것인가?110)
  게송으로 말하겠다.
  
  계를 초월하고, 과위를 획득한 것이기 때문에
  두 곳에서는 변지를 모두 하나로 모은 것이다.
  越界得果故 二處集遍知
  
  논하여 말하겠다. 두 가지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에 일체 번뇌의 끊어짐을 모두 모아 한 가지 변지로 건립한 것이니, 첫 번째는 계를 초월하는 것[越界]
  
  
  
108) 이는 바로 욕계 9품의 번뇌를 완전히 끊고 다시 색계 혹의 일부를 끊은 차제증의 유정과, 이생위에서 욕계의 번뇌를 완전히 떠난 후에 견도에 들어 색계의 번뇌를 완전히 떠나지 않은 초월증의 유정이다.
109) 이는 바로 제4정려의 제9해탈도로서 색애를 영원히 끊은 때로부터 무색애를 완전히 끊지 않은 차제증의 유정과, 이생위에서 승과도(勝果道)를 일으켜 색애를 영원히 끊었지만 아직 무색애는 완전히 끊지 않은 초월증의 유정이다.
110) 어떠한 이유에서 불환과의 경우 3계의 모든 견혹과 욕계 수혹 중 제9 하하품의 택멸을 획득하였음에도 '5순하분결이 다하는 변지' 한 가지로만 설정하였고, 아라한과의 경우 3계의 모든 견혹과 욕계 수혹의 택멸과 상 2계 수혹의 택멸을 획득하였음에도 '일체의 결이 다하는 변지' 한 가지로만 설정한 것인가 하는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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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며, 두 번째는 과위를 획득하는 것[得果]이 바로 그것이다.111) 즉 오로지 그 같은 두 과위에서만 이러한 두 가지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에 그러한 과위의 변지를 모두 모아 한 가지 변지로 설정하게 된 것이다.
  누가 몇 가지 종류의 변지를 버리고 획득하는 것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한 가지와 두 가지와 다섯 가지와 여섯 가지를 버리며,
  획득의 경우도 역시 그러하나 다섯 가지만은 제외된다.
  捨一二五六 得亦然除五
  
  논하여 말하겠다. '한 가지의 변지를 버린다'고 말한 것은, 이를테면 무학과, 색애가 다한 상태[色愛盡]와 욕계의 혹에서 완전히 떠난 상태[全離欲]로부터 물러나는 자가 그러하다.112)
  '두 가지의 변지를 버린다'고 말한 것은, 이를테면 온갖 불환이 욕계의 전(纏)을 일으켜 색애가 다한 상태로부터 물러나는 때와, 아울러 그가 아라한과를 획득하는 때가 그러하다.113)
  '다섯 가지 변지(즉 견도소단의 앞의 다섯 변지)를 버린다'고 말한 것은, 이를테면 일찍이 욕계를 떠난 자가 그 후 견제(見諦) 도류지에 들 때 5순하분결이 다하는 변지를 획득하고서 앞의 다섯 가지 변지를 버리기 때문이다.114)
  '여섯 가지 변지를 버린다'고 말한 것은, 이를테면 아직 욕계를 떠나지 못
  
  
111) 불환과는 욕계를 초월하는 동시에 과위를 획득한 자이며, 아라한과는 무색계(3계)를 초월하는 동시에 과위를 획득한 자이다.
112) 3계 중의 어떠한 계의 혹을 일으켜 아라한과에서 물러날 때는 '일체결이 영원히 다하는 변지'를 버리고, 색계의 혹을 일으켜 색애의 다한 상태에서 물러날 때는 '색애가 다하는 변지'를 버리고, 욕계의 혹을 일으켜 전리욕(全離欲)에서 물러날 때 '5순하분결이 다하는 변지'를 버리게 된다.
113) 즉 각기 '5순하분결이 다하는 변지'와 '색애가 다하는 변지'를 버리게 된다.
114) 일찍이 욕계를 떠난 초월증의 성자가 견도에 들어 도류지를 일으킬 때에는 제6 변지(색·무색 견도단변지)를 획득하지 않고 바로 5순하불결이 다하는 변지를 획득하기 때문에 견제위(見諦位)의 앞의 다섯 변지를 버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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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성자가 욕계를 떠날 때가 그러하다.115)
  '획득의 경우도 역시 그러하다'고 함은, 이를테면 한 가지를 획득하고, 두 가지를 획득하고, 여섯 가지를 획득하는 경우가 있다는 말로서, 다만 다섯 가지를 획득한다는 것은 제외된다. '한 가지 변지를 획득한다'고 말한 것은, 이를테면 아직 획득하지 못한 변지를 획득하는 때와, 아울러 무학이 색계의 전(纏)을 일으켜 그것으로부터 물러날 때가 그러하다.116)
  '두 가지 변지를 획득한다'고 말한 것은, 이를테면 무학이 무색계의 온갖 전을 일으켜 그것으로부터 물러날 때가 그러하다.117)
  '여섯 가지 변지를 획득한다'고 말한 것은, 이를테면 불환과로부터 물러날 때가 그러하다.118)
  이상 수면(隨眠)을 분별함으로써 제기된 그것의 끊어짐[斷]에 대한 분별을 마친다.
  
115) 이는 바로 도류지에서 견혹의 6변지를 성취한 차제증의 성자가 다시 욕계 수혹의 제9품을 단진할 때, 다시 말해 불환과를 획득할 때로서, 이 때는 견혹의 6변지를 버리고 5순하분결이 다하는 한 가지 변지를 획득하게 된다.
116) 아직 획득하지 못한 9변지 각각을 획득할 때에는 각기 획득되는 하나의 변지를 획득하고, 아라한이 색애를 일으킬 때에는 5순하분결이 다하는 변지를 획득한다.
117) 이 때에는 일체의 결이 영원히 다하는 변지를 버리고, 색애가 다하는 변지와 5순하분결이 다하는 변지를 획득한다.
118) 차제증의 성자가 욕계 수혹을 일으켜 불환과로부터 물러날 때에는 '5순하분결이 다하는 변지'를 버리고, 3계 견제단의 6변지를 획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