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암잡록(山艤雜錄)

1. 말후구(末後句) / 보엽 묘원(寶葉妙源)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3. 5. 17:34
 

1. 말후구(末後句) / 보엽 묘원(寶葉妙源)스님


정수사(定水寺) 보엽(寶葉妙源)스님은 사명(四明) 사람이다. 경산사(徑山寺) 허당(虛堂智愚:1185~1269)스님에게 공부하였는데, 선문 화두에 깨치지 못한 바 있으면 반드시 공부 많이 한 이에게 묻고, 깨닫기 전에 그만두는 일이 없었다.

어느날 허당스님을 찾아가 물었다.

”덕산(德山)스님의 말후구(末後句)를 만일 있다고 한다면 어찌하여 덕산스님께서 알지 못하였으며, 만일 없다고 한다면 암두(岩頭)스님은 어찌하여 “덕산스님은 알지 못했다고 말하였습니까?* 스님께서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가르쳐 주십시오.”

”나는 모르니 그대는 운(雲)수좌를 찾아가 물어보도록 하라.”

이에 스님은 운수좌에게 물어보러 갔는데, 마침 운수좌는 산에서 돌아와 발을 씻으려고 물을 찾던 중이었다. 스님은 재빨리 물을 가져다 드리고는 몸을 굽히고 손을 내밀어 운수좌의 발을 씻겨주면서 고개를 들어 물었다.

”덕산스님의 말후구에 대하여 저는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수좌께서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운수좌는 느닷없이 발 씻으려던 물을 양손으로 그에게 끼얹으며 말하였다.

”무슨 말후구가 있단 말이냐?”

스님이 그의 뜻을 알지 못하고 이튿날 허당스님을 찾아보니 허당스님이 물었다.

”내 그대에게 운수좌를 찾아가 말후구를 물어보라 하였는데 그가 무어라 말하던가?”

”화상의 말씀대로 물어 보았더니 그가 발 씻은 물을 나에게 끼얹었습니다.”

”다른 말은 하지 않던가?”

”무슨 말후구가 있느냐고 했을 뿐입니다.”

”그렇지! 내 너에게 말하여 주리라. 그는 깨달은 자라고.”

스님은 이 말에 의심이 풀리게 되었다. 운수좌는 바로 한극(閑極)화상으로 허당스님의 수제자이며 높은 수행을 닦아 호구사의 주지를 지내다가 돌아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