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암잡록(山艤雜錄)

1. 능엄경 “관음원통품”을 읽고 깨쳐 / 묘각사 정(淨)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3. 5. 21:05
 

國譯 産菴雜錄 下卷


1. 능엄경 “관음원통품”을 읽고 깨쳐 / 묘각사 정(淨)스님


호주(湖州) 묘각사(妙覺寺) 기당(期堂:明堂)의 정(淨)스님은 오강(吳江) 지방의 농부 아들이다. 어려서 학문할 기회를 잃고 도첩을 받은 후 묘봉 현(妙峰玄) 스님을 찾아갔다. 현스님은 중봉(中峰)스님의 법제자이다.

“부모가 낳기 이전엔 어느 것이 나의 본래 모습인가'를 참구하도록 하였는데 정스님은 이를 30년 동안 계속하였으나 깨달은 바 없었다. 그 후 명주 화엄사의 스님 조공(照公)이 호주에 와서 그와 함께 거처하게 되었는데 조스님이 그에게 능엄경의 “관음원통(觀音圓通)” 한 품을 읽어보라고 권하였다. 어느 날 갑자기 ”생멸(生滅)이 사라짐에 적멸(寂滅)이 실현 [現前] 되도다”라는 구절에서 활짝 깨친 바 있어 온몸에 기쁨이 넘쳐 말을 할 수 없고 그저 춤을 췄던 것이다. 이에 누군가가 중풍이 들었느냐고 하자 그는 ”적멸(寂滅)이 실현되었다”고 대꾸하였다.

홍무(洪武) 원년(1368) 10월 25일 조스님에게 ”11월 1일이 내 생일인데 그날 이 세상을 떠나겠다”고 하였다.

그날이 되자 목욕을 한 후 옷을 갈아입고 향 세 개를 올렸는데 하나는 석가모니불에게, 또 하나는 무량수보살에게, 마지막 하나는 산주(山主) 요공(了公)을 위한 것으로 요공은 스님의 은사스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주위 사람들에게 부탁하였다.

”내가 죽은 뒤 3일 만에 다비를 하고, 7일 뒤에 뼈를 부수어라. 뼈가 부셔지지 않을지도 모르겠구나.”

사람들은 모두 그 말을 이상하다 여겼는데 막상 뼈를 부수려고 하자 뼈가 녹아 물같이 되면서 더운 기운이 없어지고 한 송이 영지(靈芝)가 되어 오색찬란한 광채가 영롱하였으며, 두들겨보니 소리가 울렸는데 조각을 한다거나 그림으로 그린다해도 그처럼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영지는 지금까지도 묘각사의 기당(期堂)에 봉안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