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암잡록(山艤雜錄)

53. 자암(者菴)스님의 “총림공론(叢林公論)”을 논하다

通達無我法者 2008. 3. 7. 08:37
 

 

 

53. 자암(者菴)스님의 “총림공론(叢林公論)”을 논하다


나는 자암(者菴)이 지은 “총림공론(叢林公論)”을 읽어보고 그가 식견이 고매한데다가 연구가 정밀하여 다른 사람으로서는 쉽사리 따라갈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는 논리가 지나친 부분도 있고 논해서는 안될 것을 논한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그는 적음지증전(寂踵智證傳:洪覺範)을 논하면서 그 몇 군데 지적을 했는데, 벼포기 속에서 모벌레가 생겨나지만 벼를 해치는 것은 모벌레라고 한 말은 매우 타당하다. 그러나 승보전(僧¿傳)에 대하여, 전기에는 과장된 말이 많고 찬(贊)에는 억설이 많다고 하니, 분명 그렇다면 승보전에 실린 81명의 스님들에겐 모두 명성에 맞는 실제의 덕이 없다는 말인가? 참으로 이는 적음스님이 거짓 문장으로 꾸몄다고 몰아부치는 것이니, 이러한 점은 그의 논설에 있어서 지나친 부분이다.

또한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대하여는, 한담(閑談)이 넉넉하고 문장의 격이 높으나 소우(消憂:거문고와 책을 즐기며 시름을 없애리라 [樂琴書而消憂] ) 두 자가 좋지 못하다고 하였고, 한퇴지(韓退之)의 “송이원귀반곡서(送李鎭歸盤谷序)”에 대하여는, “슬픔과 비난이 많고 그릇된 일을 치장했다'고 하였다.

왕원지(王元之)의  “소죽루기(小竹樓記)”에서, ”공청에서 물러나 한가할 때면 학창의(鶴衣)를 입고 화양건(華陽巾)을 쓰고 손에 주역 한 권을 들고 향을 사르면서 말없이 앉는다.”는 구절에 대해 왕원지가 자신의 가련한 삶을 다행으로 여긴 것이라 하고 이어서 ”세속의 생각을 떨쳐버린다”는 구절이 옥의 티라고 하였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옛 유학자의 문장이 잘되고 못되고야 우리 불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임에도 이를 “총림공론”에 넣은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이것이 내가 말한, 논해서는 안될 것을 논했다는 부분이다. 옛사람의 말에, 한 자도 짧을 수 있고 한 치도 길 때가 있다고 하니 정말 그렇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