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암잡록(山艤雜錄)

51. 말년을 불법 참구로 보내다 / 송무일(宋無逸)

通達無我法者 2008. 3. 5. 22:02
 

 

 

51. 말년을 불법 참구로 보내다 / 송무일(宋無逸)


송무일(宋無逸)은 여요(餘姚) 사람이며 별호는 용암(庸菴)이다. 천성이 인자하고 너그러우며 용모가 단정하고 의연하였다. 어려서 양렴부(楊廉夫)․진중중(陳衆仲) 두 선생에게 배워 경서에 밝고 학문을 통달하였으며 문장에도 엄격한 법도가 있었다. 노년에 이르러선 선학(禪學)을 몹시 좋아하였는데 명조(明朝) 창건 초기에 조정의 부름을 받고 서울에 이르러 원사(元史) 편수에 참여하였으나 이를 사양하고 돌아왔다.

나는 문도 거정(居頂)에게 자계(慈溪) 용산사(龍山寺)에 머물면서 수시로 무일을 찾아 문장짓는 법을 배우도록 했다. 그 일로 무일이 나의 문도를 통하여 나에게 입도(入道)의 요지를 묻는 서신을 전해 오면 나는 답서에 무어라 적어보내기도 하였고, 계환(戒環)스님의 능엄경 주석과 대혜(大慧)스님의 서간집(書間集)을 보내주기도 하였다. 그후로 무일은 항상 눈을 감고 꼿꼿이 앉아 반복하여 두 책의 이치를 탐구하여 깨달은 바 있었다.

홍무 9년(1376) 6월, 병으로 눕자 그의 문인 왕지(王至) 등에게 명하여 아들에게 주는 시 한 수를 받아 적게 한 후 태연히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부채를 흔들면서 가족들을 만류하며 말하였다.

”나는 조용히 있을 것이니 너희들은 나를 귀찮게 하지 말라!”

말을 마친 후 눈을 감고 부채로 얼굴을 가린 채 세상을 마쳤다. 그 당시 날씨가 몹시 더웠는데도 시신을 염하려고 보니 얼굴엔 미소를 머금고 더욱 깨끗하고 윤기가 있었다.

“용암유고(庸菴遺藁)” 몇 권이 세상에 전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