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간록(林間錄)

85. 모든 것을 아는 청정한 지혜 /「대반야경」

通達無我法者 2008. 3. 12. 16:47

 

 

 

   「대반야경」에 말하였다.

   “모든 것을 아는 청정한 지혜는 그 지혜가 청정하여 둘도 없고 두 개로 나눠짐도 없으며 차별도 없고 단절도 없다〔一切智智淸淨 無二無二分無別無斷〕.”

   그러므로 임제, 덕산, 조주, 운문스님 같은 옛 큰스님들은 모두 이 뜻을 통달하였기에 어느 때나 그 마음이 허공과 같을 수 있었다.  

 

나아가서는 중생을 위하여 법을 마련할 때에는 작용〔用〕이 요구되면 곧 작용하였는데,

그것은 다만 한바탕의 놀음을 보듯 하였으니 곧 대천(大千)세계를 마치 질그릇 빚듯 주물럭거렸다.  

이를 깨닫지 못한 이를 위해 마땅히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신농씨(神農氏)가 회초리로 풀을 치니 피가 흐르고,

도생(道生)스님이 조약돌을 모아두고 열반경을 설법하자 머리를 끄덕이며 소리를 지른 것은 유정 무정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며,

 

엄동설한 눈쌓인 대밭에서 통곡을 하자 죽순이 솟은 것은 고금이 없기 때문이며,

손가락을 깨물어 아들을 찾게 되어 채순(蔡順)이 어머니에게 돌아간 것은 공간의 막힘이 없기 때문이며, 고아인 조카에게 젖을 먹이자 신문백(申文伯)의 젖에서 젖이 흐른 것은 남녀의 다름이 없는 것이다.

   승조(僧肇 : 384~414)스님이 “슬프다 ! 사람의 마음이 미혹된 지 오래여서 눈으로 진리를 보고서도 깨닫지 못하는구나”라고 개탄한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