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간록(林間錄)

8. 초연하고 자연스런 납승의 기개 / 나찬(懶瓚)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3. 12. 18:20

 

 

 

 

당대(唐代)의 고승 나찬(懶瓚)스님은 형산(衡山) 꼭대기 바윗굴에서 은거하며, 이런 노래를 지은 적이 있다.

   세상사 덧없으니

   산 언덕에 사느니만 못하리

   칡덩굴 뒤엉킨 줄기 아래

   바윗돌 베개삼아 누웠노라.

 

   世事悠悠    不如山丘

   臥藤蘿下    塊石枕頭

 

   스님의 말은 범위가 크고 오묘하여 심오한 불조의 뜻을 밝혀주고 있다.   당(唐) 덕종(德宗 : 780~804)이 명성을 전해 듣고 사신을 보내어 조서(詔書)를 전하고 스님을 불렀다.   사신이 스님의 석굴로 찾아가 말하였다.

   “천자의 칙서가 내렸으니, 스님께서는 일어나 성은에 감사하는 예를 올리십시오.”

   그러나 스님은 마침 쇠똥으로 지핀 불에 토란을 구워 먹느라 허연 콧물을 흘리며 대답하지 않았다.   사신이 웃으며 콧물을 닦으라 권하니 스님이 말하였다.

   “내 어찌 속인을 위하여 콧물을 닦겠는가.”

   사신은 결국 스님을 천자에게 데려가지 못하였다.   덕종은 이 말을 전해 듣고 스님을 흠모하고 감탄하였다 한다.

   내 일찌기 스님의 영정을 살펴보니, 늘어진 턱과 부리부리한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氣) 때문에 감히 범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스님의 영정에 제(題)를 쓰는 바이다.

 

   쇠똥불에 맛있는 토란만을 알 뿐인데

   사신이 어찌 그릇에 묻은 붉은 새 흙을 알겠는가

   허연 콧물 닦을 마음 아예 없는데

   속인 물음 대답하는 그 공부를 어찌 하오리.

 

   糞火但知黃獨美    銀鉤那識紫泥新

   尙無心緖收寒涕    豈有工夫問俗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