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록(雲門錄)

2. 상당 대기 - 31

通達無我法者 2008. 3. 14. 09:03

 

 

31.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스님네들이여, 그대들이 설사 아무 일 없다고 말해도 그것은 마치 머리
위에 머리를 놓고 눈에다 서리를 더하며, 관(棺)속에서 눈을 부릅뜨고 풍
로 위에 다시 쑥불을 붙이는 격이니, 한바탕 분주를 떠는 짓이다. 그렇다
면 어떻게 해야겠느냐? 각자 몸을 맡기고 살 곳을 찾아야 좋을 것이다.
이 고을 저 고을로 부질없이 다니며 부질없는 언어를 날조하여 큰 스님이
운을 떼기라도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선(禪)과 도를 묻고, 향상이니 향하
니 이러쿵저러쿵하려 한다.
 방대한 경전의 주석서로 가죽 푸대에 불과한 몸뚱이를 채우고 가는 곳마
다 이리저리 헤아린다. 화롯가에 서넛이 머리를 맞대고 입을 놀려 시끄럽
게 떠들어대기를, '이것은 귀공의 재치있는 말이고 이것은 상황에 맞추어
꺼낸 말이며, 이것은 현상 쪽에서 한 말이며, 이것은 체득한 말이다'고 한
다.
 네 집안의 늙은 부모를 체득했는가? 밥을 눈으로만 보아 넘기고서는 꿈
이야기만 해대면서 '나는 불법을 알았다'한다. 이렇게 행각했다간 어느
세월에 쉴 줄 알겠는냐.
 또 어떤 부류들은 쉬는 경계라는 말을 듣기만 하면 그냥 5음19계(五陰十
八界)속에서 눈을 딱 감아버린다. 이렇게 낡은 쥐구멍에서 살아날 궁리를
하고, 검은 산 아래 귀신의 소굴에 앉아 체험한 것으로 '나는 깨달아 들어
갈 길을 찾았다'고 하나, 꿈엔들 보았겠느냐. 이런 놈이라면 만 명을 때려
죽인다 해도 무슨 죄과를 받으랴. 깨친 사람이라 해도 선지식을 만나지
못하면 결국 사기꾼일 뿐이다. 그대가 실제로 본 경계가 있다면 내놔 보아
라. 내가 점검해 줄테니 그냥 지나치지 말라.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고 얼렁뚱땅 머리를 모으고 복잡한 이론을 설명하
는구나. 내게 그런 꼴 보이지 말라. 잡아다가 조사해 보고 맞지 않으면 허
리를 꺾어 놓겠다. 왜 말씀해 주지 않았느냐고 하지 말아라. 네 살 속에도
피가 흐른다면 가는 곳마다 굴욕을 자초해서 어찌하겠느냐?
 부처의 씨를 말리는 이 여우같은 무리들아. 모두들 여기서 무얼 하느냐?"
 그리고는 주장자로 몽땅 쫓아버렸다.


 "시방 부처님께서 열반으로 가신 외길이라 하니 무엇이 열반으로 가신
외길입니까?"
 "나는 말하지 못하겠다."
 "어째서 말하지 못합니까?"
 "네가 말 꺼낸 것으로 되었다."


 "무엇이 법설입니까?"
 "대중들이 오래 서 있었으니 얼른 3배하라."
 "무엇이 수의설(隨意設)입니까?"
 "새벽엔 죽을 먹고 공양 땐 밥을 먹는다."
 "3덕 6미(三德六味)*를 부처님과 스님에게 시주한다."
*3덕 6미(三德六味):음식을 말함. 3덕은 연하며 깨끗하고 정성들인 것,
6미는 신맛,단맛,짠맛,쓴맛,매운맛,담백한맛.
 "무엇이 방편으로 하는 말입니까?"
 "그대 콧구멍은 서근 반이다."
 "무엇이 대비(大悲)로 베푸시는 말씀인지요?"
 "불, 법, 승에 귀의합니다."


 "생사의 근원은 묻지 않겠습니다. 무엇이 눈앞에 삼매가 실현되는 것입니
까?"
 "더듬거리는 혀끝이 3천리나 되는구나."
 "오늘에야 스님을 뵈옵는군요."
 "몽둥이 30대를 쳐야겠구나."


 "스님께서 지시해 주십시오."
 "훌륭하신 공자님."
 "모르겠습니다."
 "3천 명을 가르치고 70분의 인재를 기르셨네."*
*공자(孔子)의 덕과 교화를 읊은 노래로 중국에서는 아기 달래는 자장가
로 불렀고, 불가에서는 기본적인 것, 본래면목이라는 의리로 쓰인다.


 "3덕 6미를 떠나지 않고도 불법이 있습니까?"
 "그대가 묻지 않을까 걱정일 뿐이었다."
 "말씀해 주십시오."
 "3덕 6미를 부처님과 스님께 시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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