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문경훈(緇門警訓)

記文 / 남악법륜사성행당기 초연거사조령금찬 南岳法輪寺省行堂記 超然居士

通達無我法者 2008. 3. 17. 15:49
 

 

 

記文

 

남악법륜사성행당기 초연거사조령금찬 南岳法輪寺省行堂記 超然居士趙令衿撰[1]

 

嘗謂, 諸苦之中, 病苦爲深, 作福之中, 省病爲最.[2] 是故, 古人以有病爲善知識, 曉人以看病爲福田, 所以叢林爲老病之設. 今叢林聚衆凡有病, 使歸省行堂, 不惟修省改行以退病, 亦欲人散夜靜‧孤燈獨照之際, 究索大事,[3] 豈徒然哉! 旣命知堂以司藥餌,[4] 又戒[5]常住以足供須, 此先佛之規制, 近世不然, 堂名延壽, 鄙俚[6]不經. 病者不自省咎, 補躬乖方, 湯藥妄投, 返成沈痼.[7] 至有酷疾, 不參堂以務疎逸者,[8] 大失建堂命名之意也. 知堂名存實廢, 或同路人,[9] 常住急於日用, 殊不存撫, 又復失優婆待老病之意也.[10] 由是, 病人呻吟痛楚, 日益增極, 過在彼此, 非如來咎.[11] 縱有親故問病, 率皆鄕曲故舊,[12] 心旣不普, 事忽有差. 今法輪病所, 奐然一新,[13] 盖有本分人, 是事色色成辦, 無可論者, 惟有病人, 宜如何哉? 省躬念罪, 世之有識者皆能達此, 衲僧分上, 直截[14]機緣, 當於頭痛額熱之時, 薦取掉動底, 於聲寃叫苦之際, 領略徹困之心, 密密究思, 是誰受病, 人旣不見, 病從何來, 人病雙亡, 復是何物? 直饒見得分明, 正好爲他將息.

일찍이 말하기를, 모든 괴로움 가운데 병으로 인한 고통이 가장 심하고 복을 짓는 일 가운데 병자를 보살피는 것이 으뜸이라 하였다. 이러한 까닭에 옛사람들은 병이 있는 것을 선지식으로 삼았고 밝은 사람은 간병하는 것으로써 복전을 삼았으니, 그러므로 총림은 늙고 병든 자를 위한 시설이다. 이제 총림에 모인 대중 가운데 병든 자가 있으면 성행당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단지 수행과 반성으로 행을 고침으로써 병을 물리치게 할 뿐만 아니라 또한 사람들이 흩어지고 밤은 고요해진 뒤 외로운 등불이 홀로 비추는 때에 큰 일을 추구하여 찾고자 하는 것이므로 어찌 헛되이 지낸다고만 하겠는가.

예전에는 지당知堂에게 명하여 탕약과 음식을 맡아보게 하였고 또 상주물常住物을 갖추어 공양에 필요한 것에 보태게 하였으니 이는 앞서 부처님의 규칙과 제도이지만 근세에는 그렇지 못하며, 건물 이름을 ‘수명을 연장함(延壽)’이라 한 것도 야비하고 속되어 경우에 맞지 않다. 병자가 스스로 허물은 돌아보지 않은 채 몸의 기력을 보충함에 처방을 어기며 탕약을 함부로 투여하면 도리어 고질병을 이루게 될 것이다. 심지어 혹독한 질병이 있음에도 당堂에 들어가지 않고 게으르고 편안한 것에만 힘쓰는 것은 당을 세우고 이름 지은 뜻을 크게 잃어버리는 것이다. ‘지당’은 이름만 있을 뿐 실제는 폐지되어서 혹은 길가는 사람처럼 여기고 상주물은 하루하루 쓰는 일에 급하여 보관하였다가 어루만져 주지는 거의 못하고 있으니 또한 우바리사타가 늙고 병든 이를 대접하는 뜻을 다시 잃은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병든 사람이 신음하고 고통스러워함이 날로 더욱 심해지니 잘못이 피차에 있을 뿐 여래의 허물은 아니다. 설령 친분이 있는 까닭으로 문병하더라도 대개 모두 고향의 옛친구들이니 마음이 이미 두루하지 못하여 일이 문득 어긋남이 있게 된다.

이제 법륜사의 간병 장소가 완연히 새로워졌음에 대개 본분이 있는 사람은 이 일을 가지가지로 이루어 처리할 것이니 가히 논할 것도 없거니와, 오직 병이 있는 사람은 마땅히 어떻게 해야 되는가? 자기 몸을 돌아보고 허물을 생각함은 세간의 식견이 있는 자들도 모두 그 정도는 알 것이니, 승려의 신분으로는 근기와 인연을 곧장 끊음에 머리가 아프고 이마에 열이 날 때를 직면하면 마음이 들뜨려하는 존재를 알아차려야 할 것이며, 소리내어 원망하고 괴로움을 부르짖을 때는 피로해 하고 고단해 하는 마음을 알아차려서 면밀히 궁구하여 생각하기를, 이는 누가 병고를 받는 것인가? 사람이 이미 보이지 않는데 병은 어디로부터 온다는 말인가? 사람과 병을 함께 잊어버린다면 다시 이는 무슨 물건인가? 해야 할 것이니, 설사 보기를 분명히 하였더라도 그것을 위해서 휴식을 가지는 것이 정말 좋을 것이다.

【1】字表之, 嗣圓悟禪師.

【2】八福田中, 給事病人, 其福甚大.

【3】《法華》, 以佛知見爲大事;《涅槃》, 以佛性爲大事;《維摩》, 以不思議爲大事;《華嚴》, 以法界爲大事;宗門, 以一着子爲大事. 名雖有別, 其義則一也.

【4】餌亦藥也.

【5】備也, 理也.

【6】俚亦鄙也, 又俗也.

【7】久固之疾.

【8】頑疎放逸.

【9】視其病僧, 如同行路之人也.

【10】優婆離沙陀, 持律行故, 於佛會中, 看待老病, 如今之知堂也.

【11】不順先佛明誨之過, 在乎病者及知堂, 豈吾佛制法之咎哉!

【12】鄕里曰曲. 又曲者, 里之曲也.

【13】奐大也, 又文彩粲明貌, 言居室之美也.

【14】無有分別, 不饒病人故, 曰直截.

【1】자는 표지이며 원오선사의 법을 이었다.

【2】여덟 가지 복밭 가운데 병든 이에게 시중들어 주는 것은 그 복이 매우 크다.

【3】《법화경》에서는 깨달음의 知見으로써 大事를 삼고,《열반경》에서는 깨달음의 성품으로써 대사를 삼고,《유마경》에서는 생각하고 헤아리지 않는 것으로써 대사를 삼고,《화엄경》에서는 법계로써 대사를 삼고, 선종의 문중에서는 한 자리 틀어앉는 것으로써 대사를 삼으니, 이름은 비록 차이가 있으나 그 뜻은 곧 하나이다.

【4】餌 역시 약이다.

【5】갖춘다는 것이며 다스린다는 것이다.

【6】俚 역시 野鄙하다는 것이며 또한 속되다는 것이다.

【7】오랫동안 굳어진 질병.

【8】완고하고 소홀하며 제멋대로임.

【9】병든 승려 보기를 마치 길가는 사람과 같이 여김이다.

【10】우바리사타는 율을 준수하는 품행을 지녔던 까닭에 부처님의 회상 중에 늙고 병든 자들을 간호하였으니 지금의 지당과도 같다.

【11】앞선 부처님의 밝은 가르침을 순종하지 않는 허물은 병자와 지당에게 있으니 어찌 우리 부처님이 제정하신 법의 허물이겠는가.

【12】향리를 曲이라 한다. 또한 曲이란 마을이라는 의미의 曲이다.

【13】奐은 크다는 것이며 또한 문채가 찬연하게 밝은 모습이니, 거처하는 방이 훌륭함을 말한다.

【14】분별이 있지 않아 [구분을 두어] 병자에게 관대하지 않는 까닭에 ‘곧장 끊는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