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2. 석존의 입멸

通達無我法者 2008. 3. 28. 09:22

 

 

 

2. 석존의 입멸

이리하여 세존께서는 정신통일을 하시니, '최초의 선정(初禪)'에 드셨다. 그리고 '최초의 선
정'을 지나 '제2의 선정(二禪)'에 드셨다. 그리고 '제2의 선정'을 지나 '제3의 선정(三善)'에 드
셨다. 다시 '제3의 선정'을 지나 '제4의 선정(四禪)'에 드셨다. 다시 '제4의 선정'을 지나 '허공
의 가이없는 곳(空無邊處)'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에 드셨다. '허공의 가이없는 곳'이라는 정신
통일의 경지를 지나 다시 '의식의 가이없는 곳(識無邊處)'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에 드셨다. 다
시 '의식의 가이없는 곳'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를 지나 '일체 가질 바 없는 곳(無所有處)'이라
는 정신통일의 경지에 드셨다.
다시 '일체 가질 바 없는 곳'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를 지나 '의식도 없고 의식하지 않는 것도
없는 곳(非想非非想處)'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에 드셨다. 그리고 '의식도 없고 의식하지 않는
것도 없는 곳'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를 지나 선정의 궁극적인 경지인 '의식도 감각도 모두 멸한
곳(想受滅)'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에 드셨다.
이 선정의 경지에 드시어 조금도 움직이지 않으시는 세존을 보고, 아난다 존자는 아누룻다 존
자에게 말했다.
"아누룻다 대덕이시여! 세존께서 열반에 드셨나이다."
이것에 대해 아누룻다 존자는 대답하였다.
"아니네, 그대 아난다여! 세존께서는 아직 열반에 드실 리가 없네. 지금은 '의식도 감각도 다
멸한 곳'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에 들어 계신다네."
다시 세존께서는 이렇듯 '의식도 감각도 다 멸한 곳'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에 잠시 머문 다
음, 그 선정을 지나시어 '의식도 없고 의식 아닌 것도 없는 곳'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에 드셨
다.
이번에는 앞과는 반대로 '의식도 없고 의식하지 않는 것도 없는 곳'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를
지나시어 '일체 가질 바가 없는 곳'이라는 정신통일에 드셨고, '일체 가질 바가 없는 곳'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를 지나시어, '의식의 가이없는 곳'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에 드셨다.
다시 '의식의 가이없는 곳'이라는 정신통일의 경지를 지나시고 '허공의 가이없는 곳'이라는 정
신통일의 경지를 지나시어 '제4의 선정'에 드셨다.
다시 '제4의 선정'을 지나시어 '제3의 선정'에 드시고 '제3의 선정'을 지나시어 '제2의 선정'
에 드셨다.
다시 '제2의 선정'을 지나시어 '최초의 선정'으로 되돌아오셨다.
이렇게 '최초의 선정'으로 되돌아오신 세존께서는 재차 이 선정을 지나시어 '제2의 선정'에 드
셨다. 그리고 '제2의 선정'을 지나시어 '제3의 선정'에, 거듭 '제3의 선정'을 지나시어 '제4의
선정'에 드셨는데, 이 '제4의 선정'을 지나실 무렵에 세존께서는 열반에 드셨던 것이다.
이와 같이 하여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니, 그때 대지진이 일어나고 하늘의 북이 찢어질 정도로
울려 퍼졌다. 그 모습은 매우 두려워 털끝이 곤두설 정도였다.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니 때를 같이하여 사바세계의 주인인 범천은 다음과 같은 시를 노래했다.

이 세상에 태어남을 받으시어
그 몸 다하는 정(定)에 드시니
세상에 비할 수 없는 힘있고
정각 얻으신 큰 스승 여래께서는
스스로 증득한 진리 위해
영원한 열반에 드시는구나.

또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니, 때를 같이하여 아누룻다 존자는 다음과 같은 시를 노래했다.

뜻 고매한 마음 요동 없이
비할 수 없는 성자의 숨은 지고
마음 고요하여 혼란하지 않게
무니(牟尼)께서 마지막 때를 갈무리하시니

미혹 떠난 마음으로
참으면서 받는 괴로움도 이제는 없고
등불 사라져 가듯
심해탈하네 열반으로.

또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니, 때를 같이하여 아난다 존자는 다음과 같은 시구를 노래하였다.

그때 어쩐지 두려워
털끝이 곤두섰는데,
만덕(萬德) 구족한 정각자의
몸이 열반하는 때였네.

이와 같이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니 아직 욕심을 완전히 떠나지 못한 비구들 가운데 어떤 이는
팔을 뻗고 슬피 울고, 또 어떤 이는 땅에 드러누워 마구 여기저기 뒹굴면서 "아! 세존께서는 무
슨 까닭에 이리도 급히 열반에 드시나이까? 원만한 분께서는 무슨 연유로 이리도 급히 열반에 드
시나이까? 세상의 눈은 무슨 까닭에 이리도 빨리 모습을 감추시려 하시는 것이옵니까?"라고 비탄
해 했다.
이것과 달리 욕심을 떠난 비구들은 "세상의 모든 행위(작용)는 모두 무상한 것이다. 변해 가는
것을 어찌 머물도록 하겠는가?"라고 바르게 사념하고 바르게 의식을 보전하여 지그시 슬픔을  참
고 있었다.
때에 아누룻다 존자는 비구들에게 말했다.
"그만두시오, 여러분! 비탄해 하지 마시오. 세존께서는 항상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아무리
사랑하고 마음에 맞는 이도 마침내는 달라지는 상태, 별리(別離)의 상태, 변화의 상태가 찾아오
는 것이다. 그것을 어찌 피할 수 있겠는가?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생(生)하고 만들어지고 무너져
가는 것, 그 무너져 가는 것에 대해 아무리 무너지지 말라고 해도 그것은 순리에 맞지 않는 것이
니라'라고.
여러분! 세존의 몸도 그것은 마찬가지인 것이오. 여러분! 이와 같이 우리가 모든 자리를 차지
하고 있기 때문에 신(神)들이 기분 상해하고 있지 않소."
아누룻다 존자가 이와 같이 타이르니, 아난다 존자는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미숙한 저의 눈으로는 신들의 모습을 볼 수 없사온데, 아누룻다 존자께서는 신들
을 어떻게 보시옵니까?"
"그대 아난다여! 허공에 있는 신들은 대지를 생각하면서 머리를 산발하여 통곡하고, 팔을 뻗고
슬피 울며, 혹은 땅에 드러누워 마구 여기저기 뒹굴면서 '아! 세존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이리도
급히 열반에 드시나이까? 원만한 이께서는 무슨 연유로 이리도 급히 열반에 드시나이까? 세상의
눈은 무슨 까닭에 이리도 빨리 모습을 감추려 하시나이까?'라고 비탄해 하고 있소.
그대 아난다여! 다만 욕심을 떠난 신들은 '세상의 모든 행위(작용)는 모두 영원하지 않는 것이
다. 변해 가는 것을 어찌 머물도록 하겠는가'라고 바르게 사념하고 바르게 의식을 보전하여 지그
시 슬픔을 참고 있소."
그리고 그날 밤, 아누룻다 존자와 아난다 존자는 날이 밝을 때까지 여러 가지 가르침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리하여 날이 밝자 아누룻다 존자는 아난다 존자에게 말하였
다.
"이제 그대 아난다여! 그대는 지금부터 쿠시나가라 마을로 가, 쿠시나가라의 말라 족에게 '바
세타여! 세존께서는 어젯밤 늦게 열반에 드셨다. 때를 헤아려 고별하여라'라고 말해 주오."
"잘 알았습니다, 대덕이시여!"라고 아난다 존자는 아누룻다 존자에게 대답하고, 그날 점심때가
되기 전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손에 드시고, 쿠시나가라 마을로 갔다.
때마침 쿠시나가라의 말라 족은 일족(一族)의 일 때문에 집회장에 모여 있었다. 그래서 아난다
존자는 그 집회장으로 가 그곳에 모여 있는 쿠시나가라의 말라 족에게 말하였다.
"바세타여! 세존께서는 어젯밤 늦게 열반에 드셨소. 때를 헤아려 고별하시오."
아난다 존자로부터 이와 같은 통보를 받은 말라 족 사람들은 그의 아들, 부인, 딸과 함께 모두
똑같이 깊은 슬픔에 젖어 가슴 답답해했다. 그리고 어떤 이는 슬픔과 마음의 고통으로 머리를 산
발하여 통곡하고, 팔을 뻗어 슬피 울며, 혹은 땅에 드러누워 마구 여기저기 뒹굴면서 '아! 세존
께서는 무슨 까닭에 이리도 급히 열반에 드시나이까? 원만한 분께서는 무슨 연유로 이리도 급히
열반에 드시나이까? 세상의 눈은 무슨 까닭에 이리도 빨리 모습을 감추려 하시나이까?'라고 비탄
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