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3.천대(賤待)

通達無我法者 2008. 5. 14. 09:23

 

 

3.천대(賤待)

 

천하에 가장 용맹스러운 사람은 남에게 질줄 아는 사람이다. 무슨
일에든지 남에게 지고 밟히고 하는 사람보다 더 높은 사람은 없다.

천대받고 모욕받는 즐거움이여,
나를 무한한 행복의 길로 이끄는도다.

남에게 대접받을 때가 나 망하는 때이다.
나를 칭찬하고 숭배하고 따르는 사람들은 모두 나의 수도를 제일
방해하는 마구니이며 도적이다.
모략 둥의 온갖 수단으로 나를 괴롭히고 헐뜯고 욕하고 해치고
괄시하는 사람보다 더 큰 은인은 없으니, 뼈를 갈아 가루를 만들어
그 은혜를 갚으려 해도 다 갚기 어렵거늘 하물며 원한을 품는단 말인가?
나의 공부를 방해하는 모든 사람들올 제거해·주고 참는 힘을 많이
북돋아주어 도를 일취월장(日就月將)케 하여 주니, 그보다 더 큰 은
혜가 어디 있을까?
칭찬과 숭배는 나를 타락의 구렁으로 떨어뜨리나니 어찌 무서워하
지 않으며, 천대와 모욕처럼 나를 굳세게 하고 채찍질하는 것이 없으
니 어찌 은혜가 아니랴.
그러므로 속담에도 말하지 않았는가‘미운 자식 밥 많이 주고, 고운 자
식 매 많이 때린다.’ 고 하니, 참으로 금옥(金玉)같은 말이다.
항상 남이 나를 해치고 욕할수록 그 은혜를 깊이 깨닫고, 나는 그
사람을 더욱 더 존경하며 도와야 한다.

한산과 습득스님이 천태산 국청사에 있으면서 거짓 미친 행동으로
써, 모든 사랍들의 모욕과 천대를 받고 있었다.
그 주의 지사가 성인인 줄 알고 의복과 음식을 올리며 절하니 한산
과 습득스님이 크게 놀래어 외쳤다.
‘이 도적놈아, 이 도적놈아! ’
그리고는 도망쳐 달아나서는 다시 세상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옹스님은 남에게 대접받지 않고 미움과 괄시 받기 위해
서 일부러 도적질을 하였다.
이것이 공부인(工夫人)의 진실방편(眞實方便)이다.

최잔고목(推殘抽木)!
부러지고 이지러진 마른 나무 막대기를 말함이다.
이렇게 쓸데없는 나무 막대기는 나무꾼도 돌아보지 않는다. 땔나
무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불 뗄 물건도 못되는 나무 막대기는 천지
간에 어디 한 곳 쓸곳이 없는, 아주 못쓰는 물건이니, 이러한 물건이
되지 않으면 공부인이 되지 못한다.
결국은 제잘난 싸움마당에서 춤추는 미친 사람이 되고 말아서, 공
부 길은 영영 멀어지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부인은 세상에서 아
무 쓸 곳이 없는 대낙오자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오직 영원을 위하
여 모든 것을 다 희생해서 버리고, 세상을 아주 등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버림받는 사람, 어느 곳에서나 멸시당하는 사람,
살아나가는 길이란 공부 길밖에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세상에서뿐만 아니라 불법 가운데서도 버림받은 사람, 쓸데없는
사람이 되지 않고는 영원한 자유를 성취할 수 없는 것이다.

천태 지자 같은 천고의 고승도 죽을 때 탄식하였다.
‘내가 만일 대중을 거느리지 않았던들, 육근청정(六根淸淨)의 성위
(聖位)에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의 어른노릇 하느라고 오품범위
(五品凡位)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지자대사같은 분도 이렇게 말씀하였거늘, 하물며 그 외 사람들이랴.



성철스님 법어집 / 자기를 바로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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