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편의 명구·무비스님

진흙소가 물위를 걸어 간다 - 서문

通達無我法者 2008. 5. 30. 14:11
 

 

진흙소가 물위를 걸어 간다 - 서문

 

 

여기에 산이 하나 있다. 그것은 불교라는 산이다. 어떤 산이든지 산에 올라가는 길과 그 방법은 역시 여러 가지가 있다. 불교라는 산에 올라가는 길과 그 방법은 더욱 다양하다. 그래서 어떤 길과 어떤 방법이 꼭 절대적으로 옳다거나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불교에는 주옥같은 명구와 명언들이 수없이 많다. 나는 어릴 때 내가 사는 마을 이웃 사찰에 놀러갔다가 내 또래의 어린 동자스님을 만나서 명구 하나를 설명 들었다. 자경문에 나오는 그 유명한 삼일수심(三日修心)은 천재보(千載寶)요 백년탐물(百年貪物)은 일조진(一朝塵)이라는 구절이었다. 어리고 순수한 마음에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는지 모른다. 그리고는 내가 갈 길이 바로 이것이구나 하고 그 자리에서 혼자 속으로 가만히 결정하였다.

   이와 같이 나는 명구 한 구절의 오솔길을 타고 불교라는 거대한 산에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 후 경전을 공부하면서 명구라고 생각이 되는 것은 닥치는 대로 외우고 기록하고 하면서 불조(佛祖)의 높은 가르침에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선 것이다. 알고 보니 실은 혜능(慧能)스님도 출가하시기전에 나무장사를 할 때 금강경의 명구 한 구절을 우연히 듣고 마음이 열려 천하의 육조가 되어 부처님의 법을 이은 큰 조사가 되었다. 열반경의 설산(雪山)동자는 명구 한 구절을 얻어듣기 위하여 나찰에게 하나뿐인 몸을 던져 보시하였다. 이러한 예는 다 열거하지 못할 정도로 무수히 많다.

   오랫동안 기록하고 버리고 기록하고 버리고를 반복하다가 생각하였다. 사람들의 근기와 취향이 모두 다르므로 간단한 명구 한 구절을 통해서 불교에 입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또는 지혜의 눈을 뜨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섰다. 그래서 늦게나마 이렇게 다시 정리하고 번역과 해설을 곁들려서 여러 사람들이 내가 어릴 때 받았던 감동을 함께 받을 수 있는 인연이 될까하여 세상에 빛을 보이게 되었다.  

나는 근년에 병환을 앓으면서 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왔다. 몇 생을 갚아도 다 갚지 못할 은혜다. 일일이 이름을 열거하면서 밝힐 수는 없다. 그리고 이 책이 나오기까지 그분들과의 인연을 함께한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그리고 작지만 이 불사는 모두 그분들에게 회향한다.

 

2006년 봄 범어사 서지전에서  如天 無比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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