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편의 명구·무비스님

인정(人情)

通達無我法者 2008. 5. 30. 14:19
 

 

인정(人情)

 

 

차리리 이 몸으로 모든 중생들의 지옥 고통을 대신 받을지언정

마침내 이 입으로 인정을 위해서 불법을 가지고

모든 사람의 눈을 멀게 하지는 않으리라

寧以此身  代一切衆生  受地獄苦

영이차신   대일체중생   수지옥고

終不以此口  將佛法以爲人情  瞎一切人眼

종불이차구   장불법이위인정   할일체인안

 

- 서장, 대혜 종고 선사

 

 

 

진정한 깨달음은 간단한 설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 인정으로 고구정녕(苦口丁寧)하게 일러준다고 해서 깨달음을 얻는 것도 아니다. 인정으로 일러줘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세존은 당신의 아들 라훌라에게 건네줬을 것이다. 오히려 따뜻하고 친절하게 일러주는 것이 듣는 사람에게 덕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좀 극단적으로 들리는 듯한 대혜 스님의 이 말씀이 뜻하는 바가 크다. 그리하여 “모든 중생들의 고통을 대신 받더라도 인정으로 불법을 일러주어 공연한 사람의 눈을 멀게 하지는 않겠다.”라고 하신 것이다.

   이 말이 어찌 불법을 전해주는 일에만 해당되겠는가. 자녀교육의 원칙에도 해당되는 말씀이다. 어리석은 부모들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그대로 자식에게 전해준다. 인정으로 감싸안기만 하고 자식이 하고자 하는 대로 다 들어주다가 자식의 교육을 망쳐버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어리석고 절제 없는 정은 꿀이 아니라 비상이며, 약이 아니라 독이다.

   사자는 새끼를 낳으면 낭떠러지에다 던져버리고 그 낭떠러지를 기어 올라와서 사는 놈만 키운다는 이야기가 있다. 태산준령 같고 서릿발 같은 선가(禪家)의 전법(傳法)이 어찌 인정으로 될 일이겠는가.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진흙소가 물위를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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