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이야기·지묵스님

“자네가 산승에게 묻는 게 넘- 쳐-!”/지묵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12. 12. 02:59

 

 

“자네가 산승에게 묻는 게 넘-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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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스님이 여쭈었다.

“세계가 변하여 암흑의 굴(暗黑窟)이 된다면, 잘 모르겠습니다. 이때 이 몸이 떨어질 때 가는 길은 어떤 길이겠습니까?”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점을 칠 수 없느니라.”

학인 스님이 여쭈었다.

“점을 치지 못하는 사람은 누구십니까?”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깡- 촌- 놈- 아!”

강설 / 어느 날 해인사에서 있었던 이야기. 공부를 좀 했다는 학인 스님이 성철 스님에게 여쭈었다.

“앞에 계시는 스님은 누구십니까?”

성철 스님이 이르셨다.

“왜, 몰랐나? 이성철,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 이성철이다, 이- 놈- 아-!”




어떤 스님이 여쭈었다.

“무언무의(無言無意)일 때 비로소 일구(一句)를 얻었다고 말하는데요. 이미 무언이라고 말하였는데 다시 무슨 일구를 얻었다고 말하는지요?”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높다고 해도 위험스럽지 않고 가득 찼다고 해도 넘치지 않느니라.”

학인 스님이 여쭈었다.

“지금 화상께서는 가득 찼습니까? 넘쳐버렸습니까?”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허허, 자네가 산승에게 묻는 게 넘- 쳐-!”

강설 / 공부를 했다는 사람의 말이 아니다. 귀동냥으로 이런저런 공부 이야기를 듣고 큰스님네 회상을 들락거리는 한량이라고 해야 되나.

기도를 하지 않고 기도 하는 법만을 익히는 사람이고, 참선을 하지 않고 참선 하는 법만을 익히는 사람이고, 경전을 읽지 않고 경전 읽는 법만을 익히는 사람이다. 옛사람은 말한다.

“입으로 떡을 해봐라, 3천만이 먹고도 남는다.”

 

말이 없다는 자체가 모순

벌써 말을 해 버렸다

뜻이 없다는 말도 마찬가지

뜻이 없다는 뜻이 있다



어떤 스님이 여쭈었다.

“무엇이 신령스러운 것입니까?”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깨끗한 풀밭에 싸놓은 배설물 한무더기야!”

학인 스님이 여쭈었다.

“화상께서 무슨 뜻인지 일러주소서.”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늙은 중을 흔들지나 말게!”

강설 / 하나의 희극으로 아주 우스운 장면이다.

신령스러운 것이 부처인가, 불법인가, 승단인가 궁금해 하는 사람이 이런 배설물 법문을 듣고는 기절초풍하였을 것이다.

한 노보살님이 꽉 막힌 딸애를 춘성 큰스님께 보내서 법문을 청하였을 때였다. 차를 한잔 권하고 나서 춘성 스님이 말하였다.

“네 그 작은 구멍에 어찌 큰 것이 들어가겠어? 구멍이 커야 큰 것이 쑥 들어갈 것이 아니냐?”

딸애가 수줍어서 엉엉 울고 도망을 쳤다. 노보살님이 집에 돌아온 딸애의 이야기를 듣고는 말하였다.

“애야, 좋은 법문 잘 들었구나. 불법이 큰데 네 소견이 좁다는 말씀이야 이것아!”




어떤 스님이 여쭈었다.

“법신(法身)은 무위(無爲)라, 어떤 법수(法數)에도 떨어지지 않다는데요. 그렇다면 말로 할 수가 있습니까?”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무- 슨- 말- 을- 해- ?”

학인 스님이 여쭈었다.

“이제 말하지 않겠습니다.”

조주스님이 웃으셨다.

강설 / 말이 없다는 이 말 자체가 모순. 벌써 말을 해버렸다. 뜻이 없다는 말도 마찬가지. 뜻이 없다는 뜻이 있다.

하얀 벽에 주인이 이런 글씨를 썼다.

“낙서 금지!”

헌데 이 낙서 금지란 글씨를 벽에 어지럽게 지금도 쓰고 있는 게 지각없는 우리 살림살이. 낙서 금지, 낙서 금지, 낙서 금지, 낙서 금지….

지묵스님 / 장흥 보림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