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제'苦聖諦란 인생을고해苦海의 바다에 비유한 설명법입니다. 이렇게 삶을 고통이라 하는 전제는 사실 다음과 같은 기본적 명제를 인식한 상태에서 풀이해야 옳습니다. 그 기본 명제란 바로 깨달음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가'깨달음만이 영원한 고통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불교의 궁극적 목표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깨달음을 얻지 못한 인생의 희로애락은 한 낱 꿈과 같아 가치가 없다는 뜻이고, 그러하기에 그건 진정한락樂이 아니고고苦라고 설파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불교는 이 전제를 생략하고'삶은 고통이다'라고 해버려 타종교인이나 불교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 불교가 비관적이고 허무주의적이란 오해의 빌미를 주고 있습니다. 평생 고생하여 키운 자식이 낳은 손자를 무릎에 앉히고 기뻐하는 모습에까지 중생의 욕망,일체개고一切皆苦, 망념妄念이라는 불교의 언어를 들이댄다면 정말'살 맛'안 나는 일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인생은 무조건 고통뿐이라는 소견은 불법의 근본을 바로 알지 못한 소치 입니다.
부처님도 절대 그런 뜻에서 말씀하신 것이 아닙니다. 더욱이'성불'成佛은 반드시 인간의 몸으로 이룩되는 것이라 강조합니다. 그리고 번뇌 즉 보리(깨달음)이라 하지 않습니까? 천상의 몸을 받아도 인간만 못하다는 이유도, 천상에서는 즐거움에 취해 수행할 마음을 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초기불교에서 열거한'고'苦의 종류를 소개해 드립니다. 먼저 가장 기본적인 네 가지 괴로움을'4고'四苦라 하는데,생노병사生老病死가 다 괴로움이라는 것입니다. 이 말은 윤회에서 벗어나지 못해 생노병사를 거듭하게 되니 그 자체가 괴로움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에 4가지를 더해'8고'八苦라 합니다. 더해지는 4가지는 사랑하는 사람이나 집착하는 물건과 헤어져야하는 괴로움(愛別離苦), 증오하는 사람이나 혐오하는 물건과 만나는 괴로움(怨憎會苦),얻으려고 애를 써도 얻을 수 없는 괴로움(求不得苦),반야심경에서 밝혔듯이오온五蘊이 공한 줄 모르고 집착하여 받게 되는 괴로움(五取蘊苦), 이렇게 네 가지를 더해 여덟 가지 괴로움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고의 원인을 집착하는 마음 탓으로 돌려야지, 삶 자체를 싸잡아 고통뿐이라고 한다면 분명히 잘못된 해석이지 않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태어나자마자 병이나 사고로 죽는 것이 도리어 큰 복이 되어버리지 않겠습니까?
마무리를 하면 불교의 모든 법은, 다시 말해 부처님이 중생을 성불로 이끌기 위해 하신 모든 가르침은 결국은'방편설'方便說입니다. 중생들이 고정 관념에 집착하고 있으니 그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여러 갈래와 방법으로 상황에 따라 말씀하신 것이란 말입니다. 그러한 관점에서'삶은 고苦다'라고 전제하신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열반과 해탈에 비하면 중생들이 갖는 모든 가치는 허망하며, 더 차원 높은낙樂이 있다는 방편의 가르침이지 우리의 일체 행위와 삶이 고통뿐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