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선의 강의·혜거스님

〈30〉마경(魔境) ⑥/五陰은 색 수 상 행 식의 순서로 소멸

通達無我法者 2009. 9. 7. 03:30

 

 

 

五陰은 색 수 상 행 식의 순서로 소멸

〈30〉마경(魔境) ⑥

 
 
<능엄경>에서는 수선함에 장애를 극복하고 수행에 정진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오음인 색.수.상.행.식이 녹아 없어질 때마다 나타나는 10가지씩의 마경을 제시해 주고 있다. 오음이 녹아 없어지는 순서는 거친 데서 미세한 데로, 즉 거친 색음.수음.상음에서 미세한 행음.식음의 순서로 차례차례 소멸되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처음 색음에 10가지 마경이 나타나는데 이를 정진 수행하여 극복하고 나면 색음의 마경은 소멸되나 수음을 비롯한 마경이 남게 된다. 이렇게 수행하여 마지막 미세한 식음의 마경까지 소멸되고 나면 비로소 온갖 마경에서 영원히 깨어나게 되는 것이다.
 
50마경 중 색음의 10마는 초심인에게 나타나는 것으로 아직 외마가 없는 상태이고, 수음의 10마는 이미 외마가 몸에 들어온 상태이며, 상음의 10마에는 천마(天魔).귀마(鬼魔).이매(魅) 등이 있는 상태로 그것을 알지 못하면 도적을 아들인 줄 여기게 되는 것과 같다. 행음의 10종 심마(心魔)와 식음의 10종 견마(見魔)는 다 자심의 사견이다.
 
그러나 수음과 상음의 외마 중 수음에는 경한 마가 오고 상음에는 중한 마가 오는데, 상음이 소멸되고 나면 생각이 없어지므로 외마가 와서 요동할 수가 없게 된다. 행음과 식음 중에는 외마가 침입하지는 못하나 이것들은 자기 마음에서 생기는 마와 소견이 잘못되어 생기는 마의 경계로 더 끊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오음 각각의 마가 오는 모양을 잘 알아 대비하여야 수행의 궁극적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마경이란 마경인 줄 알면 없어지고
 
마경 사라진 그 경계가 참공부 경계며
 
그마저 떨쳐져야 ‘참선 문’에 들어선다
 
 
또한 이러한 경계들은 색.수.상.행.식이 차례대로 녹으면서 나타나는 경계들로 색음이 다하면 견문(見聞)은 두루할지라도 마음이 몸을 떠나 자재하지 못하고, 수음이 다하면 마음이 몸을 떠나게 되니, 가고 머무름이 자유로운 자재한 몸을 얻게 된다. 상음이 다하면 생각과 번뇌가 다하여 오매일여(寤寐一如)가 되며, 행음이 다하면 생명의 근원을 알 수 있고, 식음이 다하면 생명의 근원을 다할 뿐 아니라 온갖 번뇌와 미망(迷妄)으로부터 영원히 벗어나게 된다. 이때 비로소 큰 깨달음이 오게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오음이 녹는 과정 중에서 나타날 수 있는 선경계(善境界)를 성인이 증득한 경지라고 생각하거나, 경계에 탐착하고 구하는 생각을 내거나, 경계를 계탁하여 사견을 내거나, 경계에 승해(勝解) 곧, 자부하고 자랑하는 마음을 내어 집착함으로 해서 결국은 성불하지 못하고 마에 떨어질 수 있음을 상세하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 <능엄경>에서는 권10 말미에 50마경을 총괄적으로 밝히고 있는데, 색을 다하고도 공을 다하지 못하면 이는 색음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이 되며, 집착을 버리고도 버리었다는 생각을 잊지 못하면 이는 수음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이 되고, 여러 망념을 없애 버리고도 무념(無念)을 잊지 못하면 상음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이 되며, 생(生)을 다하고도 멸(滅)을 다하지 못하면 행음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이 되고, 고요한 데 들어가고도 고요한 데 합함을 다하지 못하면 식음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이 된다고 하였다.
 
즉 오음이 다 허망한 줄을 아는 것은 한꺼번에 아는 것이지 하나씩 하나씩 아는 것은 아니므로 이치로는 단박에 깨닫는 것이어서 깨달으면 모두 소멸한다고 했고, 사실로는 한꺼번에 제거하여 단박에 없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차례차례로 없어진다고 하여 50마경을 총괄적으로 교설하면서 말법시대에 수행하는 이들에게 전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또한 오음마(五陰魔) 각각의 말미에 거듭거듭 상세하게 부촉한 뜻은 이러한 이치를 스스로도 깨닫고 다른 이들도 깨닫게 하여 영원히 망령의 근원을 끊고 정과(正果)에 돌아가게 하기 위한 대자비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능엄경>의 50종류의 경계는 처음부터 마경계로 오는 것이 아니다. 이 50종류의 경계는 수선할 때 선정의 깊이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선경계 즉, 좋은 경계이다. 그러나 거친 색음정(色陰定)으로부터 미세한 식음정(識陰定)이 소멸할 때까지 나타나는 선경계를 소욕지족(少欲知足)하거나 성인이 증득한 경지로 여겨 계탁하거나 집착하면 선경계가 오히려 마경계가 된다는 것을 교훈적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것으로 볼 때 <능엄경>에서 의도하고자 하는 것은 불경계(佛境界)와 마경계(魔境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 견해를 세우거나 어느 한 경계에 머무르면 그것은 병이 되고 마의 장애가 된다고 하였고 아무리 불경계라도 집착하거나 거기에 주하면 그것은 마경계가 된다고 하여 마경계가 곧 불경계이며, 불경계가 곧 마경계라는 사상을 일괄적으로 교설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불경계와 마경계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 견해를 세우거나 어느 한 경계에 머무르면 그것은 병이 되고 마의 걸림이 된다. 그러므로 아무리 불경계라도 집착하거나 거기에 주하면 그것은 마경계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결국 마경계와 불경계가 둘이 아니고 하나이지만 자심(自心)이 미혹하여 불계와 마계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미혹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의 경계가 없어지지 않더라도 걱정하지 말고, 마의 경계가 없어지더라도 또한 기뻐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은 수행인이 무지하여 병을 일으킨 것이지 마가 한 짓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하지관>에서도 “만일 그릇된 것과 바른 것에 도달하면 회포(懷抱)가 담담하게 되어 마경계의 진여와 부처님 경계의 진여가 동일한 진여로서, 둘이 아닌 진여의 평등하고도 유일한 상(相)임을 알게 되리니 마를 걱정하거나 부처님을 기뻐하거나 하지 않는다”라 하였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마경에 대하여 구체적이고도 간절하게 말씀해주신 까닭은 부처를 알아야 성불할 수가 있고, 부처를 알고자 하면 반드시 먼저 중생을 알아야 하듯이 참선을 잘 하려고 하면 반드시 먼저 마경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경이란 마경인줄 알면 없어지고 마경이 사라지면 그 경계가 참공부의 경계이며, 참경계마저 집착하지 않고 떨쳐져야 참선의 문에 들었다 할 것이다. 따라서 계속해서 설명되는 마경에 대해서 이해가 되면 곧 참선하는 방법이 그 가운데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혜거스님 / 서울 금강선원장 
[불교신문 2551호/ 8월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