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臨濟錄)

임제록주해17

通達無我法者 2007. 8. 21. 09:59

감변〈25〉

≪주해≫

* 1) 제이대덕산(第二代德山) : 낭주(朗州) 덕산(德山) 고덕선원(古德禪院)에 주석한 선감(宣鑑 780〔782〕~865)을 가리킨다. 제1대 (第一代)는 후에 담주(潭州) 삼각산(三角山)에 주석한 총인(總印 : 마조의 제자)이며 제2대 선감은 청원하(靑原下) 제5세(第五世). 용담숭신(龍潭崇信)을 사법(嗣法)했다.《조당집》5,《송고승전》12,《전등록》15에 전기가 실려 있다. 그의 설법은 임제와 극히 유사하여《송고승전》12 임제의 장에서는,「임제의 설법이 덕산의 설법과 비슷하다」고 적고 있다.

* 2) 수시(垂示) : 대중을 위한 설법. 시중(示衆). 정례(定例)의 법회.

* 3) 도득야삼십방(道得也三十棒) 운운 : 어떤 답을 해도 삼십 방, 답을 하지 못해도 삼십 방. 십이 반드시 실제 숫자는 아니다.

* 이 이야기는《조당집》19,《전등록》15에도 보인다. 서로 대결해야 할 운명을 가진 두 사람이 시자를 통해서 겨루고 있다. 시자는 낙보이다. 뒤에 보이는 감변(勘辨)〈28〉도 이것과 관계가 있다. 덕산은 사천(四川) 지방의 성도(成都) 출신으로서 속성은 주(周) 씨. 일찌기 출가하여 율장(律藏)과《금강경》에 정통하였다. 그는 《금강경》을 자주 강설하였으며 당시 사람들은 그를 주금강(周金剛)이라고 불렀다. 그는 선종으로 전향한 뒤 전통교학에 대해서 임제에 못지않은 격렬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다음은 덕산의 발언이다.「나는 우리 조상들과는 다르게 생각한다. 부처도 조사도 없고 보리달마는 냄새나는 인도 출신의 야만인이다. 석가모니는 별볼일 없는 밑씻개요, 문수 보살과 보현 보살은 변소 치는 범부일 뿐이다. 최고의 깨달음이란 족쇄를 벗어난 평범한 인간성일 뿐이며, 보리와 열반이란 당나귀를 매어 두는 나무기둥에 불과하다. 십이분교의 교학이란 귀신의 장부에 지나지 않으며, 종기에서 흐르는 고름을 닦아 내기에 적당한 휴지일 뿐이다. 사과삼현(四果三賢)과 초심십지(初心十地)는 허물어진 묘지에서 머뭇거리는 망령으로 자신조차도 구원하지 못하고 있다.」(《指月錄》12)


〈26〉

≪주해≫

* 1) 동사어승당전간(同師於僧堂前看) : 승당 앞에서 임제 스님을 만남.

동(同)은 「……와」,「……과」의 뜻.

* 2) 환학선마(還學禪麽) :「그렇다면 좌선(坐禪)을 합니까?」

* 3) 총교이성불작조거(總敎伊成佛作祖去) : 모든 중생을 불조(佛祖)로 만든다는 것.

* 4) 금설수귀(金屑雖貴) 운운 : 진금(眞金)의 가루라도 눈에 들어가면 유해(有害)하다. 성불작조(成佛作祖)의 도(道)도 너무 흔하면 안 좋다는 뜻. 이 말은 당시의 속언(俗諺)인 듯.

* 왕 상시는 임제의 지지자(支持者)이다. 아마도 임제를 가장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임제를 임제로 만든 대단월(大壇越)이었다.

이 일단(一段)에는 지음(知音)의 두 사이 보여 주는 정(情)이 세밀하게 그려진다.「금가루가 비록 귀하나……」라는 구절은《조당집》16 남전(南泉)의 장에도 보이고 있으며,《전등록》7의 흥선유관(興善惟寬)과 백낙천의 문답에도 실려 있다. 남전과 흥선은 모두 마조 문하의 사람들이다. 이 계통의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던 일구(一句)였다.


〈27〉

≪주해≫

* 1) 행산(杏山) : 탁주(涿州) 행산(杏山)의 감홍(鑒洪)을 가리킨다. 청원하(靑原下) 오세(五世). 운암담성(雲岩曇晟 780~841)을 사법(嗣法)한 사람이며 동산양개(洞山良价)와 동문(同門)이다.《전등록》15 행산의 장에도 이 이야기가 실려 있으며,《전등록》12 임제의 장에도 목구(木口) 화상과의 문답이 있는데 동일인물인 듯하다. 이 밖에도《조당집》5 석실선도(石室善道)의 장에도 그를 방문한 목구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 2) 노지백우(露地白牛) :《법화경》비유품(譬喩品)에 보이는 이야기.

장자(長者)가 불난 집에서 천진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방편으로 보여 준 놀이용 수레. 빈 터〔露地〕는 생사(生死)의 화택(火宅)에서의 해탈. 백우(白牛)는 일승(一乘)의 불도(佛道). 이와 같은 고사는 선어록에서도 많이 쓰여져서《전등록》9 복주대안(福州大安)의 상당(上堂)과《조주어록》의 문답에도 나온다. 선어록에서는 경전의 원의(原意)를 벗어나 마음을 나타내는 상징으로서 심우(心牛)를 의미한다.

* 3) 우우(吘吘) : 소가 우는 소리.

* 4) 아나(啞那) : 표면적으로는「너는 벙어리이냐?」라는 의문형이지만 이면의 뜻은 벙어리가 결코 아니라는 어기(語氣)가 숨어 있다.

* 5) 저축생(這畜生) : 동물을 꾸짖는 소리.「우」하는 소리에 응한 것.

* 고대 인도인들은 소를 신성시했다. 노지의 백우는《법화경》에 나오는 이야기로서,《열반경》에도 소에서 나오는 제호(醍醐)를 불법에 비유하고 있다. 붓다는 소를 설법의 깊은 의미에 자주 비유했었다. 당대(唐代)의 선어록에서는 인도산의 소가 갖는 신성을 벗겨 버리고 극히 일상적인 물소를 등장시킨다. 물소의 실태는 당시부터 논밭을 갈거나 짐을 나르는 일소였다. 소와 사람은 완전히 친구인 것이다. 송대(宋代)의 십우도(十牛圖)는 그 자연적인 발견이었다. 소가 된 행산과 사람이 된 임제가 붓다의 마음을 연출하고 있다. 소의 마음은 바로《법화경》의 마음이며《열반경》의 마음인 것이다.


〈28〉

≪주해≫

* 1) 종상래(從上來) : 옛적부터.

* 2) 아나개친(阿那箇親) :「어느 쪽이 더 적중(的中)한 것이냐?」의 뜻.

친(親)은 진실에 가깝다는 뜻.


〈29〉

≪주해≫

* 1) 혼윤벽불개(不開) 운운 :「어리석은 너를 어찌할 수 없으니 두 푼의 돈을 주겠다. 이 돈으로 짚신이나 사서 신고 있어라」라는 뜻.

《벽암록》32칙에 보이는 거령신(巨靈神)이 화산(華山)을 분파(分破)한 고사를 비유하여 혼윤산(절대의 세계)를 찢어 나눌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불개(不開)는 찢어서 열 수 없다는 뜻.


〈30〉

≪주해≫

* 1) 대각(大覺) : 송판(宋版)《전등록》에 의하면 황벽회운의 법을 이은 13인 중의 한 사람으로서 임제, 진존숙(陳尊宿)과 동문이다. 문자 그대로「화상의 친구」였던 사람이다.《천성광등록》12, 원판(元版) 이후의《전등록》에는 임제의 제자로 등장하고 있다. 위부(魏府 : 大名府)의 대각사(大覺寺)에 주석한 사실 이외의 상세한 전기는 불명(不明).

* 2) 좌구(坐具) : 예배용(禮拜用)의 방석. 니사단(尼師壇, nisidana)의 역(譯). 수행승의 여섯 가지 휴대품 가운데의 하나. 본래 좌와용(坐臥用) 방석은 헌 헝겊을 세 겹, 네 겹으로 꿰매서 만들었다.

* 3) 승당(僧堂) : 선승들이 기거하며 수행하는 곳. 선당(禪).

* 4) 편자귀중(便自歸衆) : 스스로 중승(衆僧)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는 뜻.

* 대각과 임제는 서로의 마음을 비추어 볼 수 있는 사이. 세간적인 인사는 필요치 않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의 의혹을 사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친밀함을 나타내는 예의란 사실 가장 친밀하지 않음을 나타낸다. 불심(不審)은 앞의〈2〉마곡의 경우에도 보이는 가장 일상적인 인사말. 그것은 가장 철저하고도 깊은 거부(拒否)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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